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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삶 -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는 독서의 즐거움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1년 7월
평점 :
【 책 읽는 삶 】 -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는 독서의 즐거움
_C. S. 루이스 / 두란노
“책은 왜 읽어요?” 가끔 받는 질문이다. 물어보는 사람의 성향에 맞춰 적당히 대답한다. 독서의 이로운 점에 대해 현학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거의 없다. 그저 짧게 대답한다. “책이 좋아서..” “책 읽는 재주밖에 없어서..” “책을 안 읽으면 잡생각이 많아져서...” 등등. 때로 “책은 왜 읽어요?” 라는 질문을 받자마자 “밥은 왜 먹어요?”하고 되묻는다. 물론 내가 이렇게 답해도 기분나빠하지 않을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그러면 상대방은 “살기 위해서 밥을 먹지요” 나도 답한다. “나도 살기 위해서 책을 읽습니다.” 더러 어떤 이는 “책을 너무 많이 읽으시는 것 아니에요?” 한다. 내 귀에는 “밥을 너무 많이 드시는 것 아니에요?”로 들린다. 북 리뷰를 올리는 여러 채널 중 한곳 대문에는 이렇게 써놓았다. 〈책을 통해 나를 알고, 당신을 이해한다.〉 그럼 됐지 뭐 다른 말이 필요할까?
이 책의 저자 C. S. 루이스는 기독교인들에게 낯익은 이름이다. 『순전한 기독교』 『기도의 자리로』 『고통의 문제』등 많은 신앙서적을 썼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라면 아하~ 그럴 것이다. ‘20세기 지성의 거장’이라는 표현이 과장되지 않다. 그가 생전에 남긴 저서는 30여 권이 넘는다. 루이스는 왜 책을 읽었을까, 책 읽는 삶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책 읽는 삶』은 저자의 저서를 비롯해 잘 알려지지 않은 에세이, 편지 등에서 ‘삶의 변화를 낳는 독서 행위’에 대한 글들을 추려서 편집했다. “조금만 더 책을 읽을 시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얕고 넓게 읽거나 깊고 좁게 읽거나 둘 중 하나지.” 저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얕고 넓게 읽거나 깊고 좁게 읽거나 어쨌든 책을 읽는다는 것은 좋다는 이야기다. 얕고 넓게 읽다보면, 깊고 좁게 읽을 책들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루이스는 생전 주위 사람들에게 ‘치밀한 독서가’(내가 붙인 표현)로 기억된다. 깊고 넓게 읽은 듯하다. 한 제자의 회고에 따르면, 누가 《실낙원》에서 아무 대목이나 골라 인용하면 루이스가 기억을 되살려 이어지는 뒷말을 읊곤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제자는 자기가 루이스의 책장에서 아무 책이나 꺼내 아무 페이지나 펴고 읽기 시작하면 루이스가 그 페이지의 내용을 요약했는데, 언제나 아주 정확했다고 증언한다. 대단하다 못해 그저 놀랍다. 흉내 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존경스럽다.
“우리는 자신의 눈과 상상력과 마음으로만 아니라, 타인의 눈으로 보고 타인의 상상력으로 생각하고 타인의 마음으로 느끼기를 원한다.” 온전한 나의 시선과 마음은 한정적이다. 지나친 주관은 고집과 아집(我執)이 된다. 루이스는 훌륭한 (문학)작품을 읽고 나면 자신이 ‘밖으로 나왔다’거나 관점에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는 느낌이 들것이라고 한다. 타인이라는 단자의 껍질을 뚫고 그 안이 어떠한지를 알아냈다는 뜻이다.
“시대마다 특유의 관점이 있다. 특히 잘 포착하는 진리가 있고 특히 범하기 쉬운 과오가 있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이 시대 특유의 과오를 바로잡아 줄 책들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고서다.” ‘고서’로 번역되어있지만 ‘고전’을 말한다. 물론 고전이라고 해서 모두 영영가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각기 취향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스는 고전을 권한다. ‘역사의 시원한 바닷바람’을 우리 머릿속에 넣어줄 필요가 있다고 한다. 신서(新書)3권에 적어도 한 권의 고전을 읽으라는 조언을 받아들인다. 아울러 루이스는 저명한 저자 이전에 훌륭한 독서가였다는 것을 마음에 담는다.
“책을 왜 읽어야 해요?” 내지는 “책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나요?” 묻거나 묻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180쪽에 판형도 작다. 독서를 권유하는 선물용도서로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