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세트 - 전3권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외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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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세트』 - 전3권

_로알드 달 / 교유서가


“보기스 씨는 차창을 열고 창턱에 팔꿈치를 기댄 편안한 자세로 천천히 차를 몰고 있었다. 시골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대목만 보면 매우 목가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보기스 씨의 상의 포켓에 든 명함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의 명함엔 그의 이름과 함께 목사, 희귀가구 보존협회회장,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협력단체 등이 적혀 있다. 목사라는 직함은 가짜다. 희귀가구 보존협회 회장이라는 타이틀도 가짜다. 그의 진짜 정체는 골동품상이다. 영국 시골을 돌아다니며 고가구를 껌값에 사서 금값으로 파는 재미에 일요일 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목사라는 직함을 새긴 것은 의심 많은 시골사람들에게 쉽게 다가서기 위함이다. 어느 날 그는 한 농가에서 심장이 멎을 만한 고가의 명품 고가구를 만났다. 그러나 그는 그 가구를 푼돈만 주고 사고 싶은 욕심에 온갖 잔머리를 굴려 농부에게 그 가구가 형편없는 모조품이라고 한다. 단지 그 가구의 다리 부분만 필요할 뿐이라고 했다. 보기스는 20파운드만 주고 1만 5천 아니 2만 파운드에 팔게 될지 모르는 그 가구를 차에 싣고 런던으로 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그리고 그가 차를 가지러 간 사이에 순진한 농부들은 20파운드만이라도 제대로 받고 싶은 마음에 일을 저지른다. 「목사의 기쁨」



이 시리즈엔 로알드 달의 베스트 단편 29개가 실려 있다. 로알드 달의 작품은 일단 재미있다. 짧은 단편에서 은근히 결말을 기대하게 만든다. 로알드 달은 동화작가로도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1990년 11월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타임스〉는 그를 “우리 시대에 가장 널리 읽히고 가장 영향력이 큰 작가 중 한명”이라고 적었다. 2000년에 실시된 ‘세계 책의 날’ 설문조사에서 전 세계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뽑혔다고 한다.



그가 다루는 소재는 매우 다양하지만, 나는 그의 작품들 속에서 인간의 무한 욕심 특히 ‘물욕(物慾)의 허망함’을 읽는다. 포도주의 품종과 연도를 알아맞히는 내기 (「맛」)에선 상대방의 딸과 자신의 시골 별장 두 채를 거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애인한테 받은 밍크코트를 남편의 의심을 받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머리를 쓰다가 남편회사의 여직원한테 허망하게 뺏기고 마는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스토리도 흥미롭다. 꿩 밀엽(꿩 서리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듯)을 위해 건포도에 세코날을 넣어서 꿩을 잠재우는 데 까지는 성공했으나 예상보다 너무 일찍 깨어나는 바람에 실패하는 이야기(「 클로드의 개」)는 적당한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이 시리즈에 실린 단편 중 하나를 고르라면 「헨리 슈거의 놀라운 이야기」를 뽑고 싶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도 좋을 소재이다. 헨리라는 사나이가 각고의 노력으로 투시력을 개발해서 카지노에서 엄청난 돈을 따는 이야기다. 카드의 뒷면만 보고 앞을 확인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카지노의 돈을 그냥 쓸어 담는 수준이 되자, 신변의 위협을 느낀 헨리는 전속 분장사까지 고용한다. 헨리는 이렇게 20년 동안 21개의 나라나 제도에 위치한 371개의 카지노에서 번 돈을 전 세계에 고아원 21개(그가 방문했던 나라마다 하나씩)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 스토리는 욕심의 착한 결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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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22: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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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6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6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1-26 2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나왔던 로알드 달의 맛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네요. 심지어 2권을 추가해서.... 로알드 달의 단편들 정말 재밌었는데 나머지 2권도 기대됩니다. ^^

쎄인트saint 2021-01-27 09:31   좋아요 0 | URL
예...재밋게 읽었습니다.
역시 로알드 달은 이야기꾼입니다~^^

scott 2021-01-27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The Wonderful Story of Henry Sugar(헨리슈거의 놀라운 이야기)오디오 북도 재밌어요 표지가 넘예뻐서 이단편집은 소장가치가 있어보이네요

쎄인트saint 2021-01-27 09:32   좋아요 1 | URL
아...헨리슈거의 오디오북도 있군요.
예...소장본으로 손색이 없게 책디자인도 좋았습니다.

까망태양 2021-01-31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사의 기쁨 김영하작가님의 팟케스트에서 처음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누가 더 어리석은가 대결하는 듯한 항상 계산하며 사는 우리 모두의 모습

쎄인트saint 2021-01-31 17:24   좋아요 0 | URL
예..거의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스토리네요.
뭐랄까..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그런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