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빙 미스 노마 -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밌게 살고 싶어!
팀, 라미 지음, 고상숙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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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살, 죽음을 앞두고 떠난 일년간의 가족여행. 함께 한 아들내외에게 존경심을, 끝까지 품위를 지켰던 미스노마에게는 부러움을, 요양원에서 삶을 마감하신 엄마에게는 애통함을, 언젠가는 죽을 운명인 우리에게는 웰다임의 희망을..캠핑카 생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건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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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여성 첫 세계 일주기
나혜석 지음 / 가갸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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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1896년~1948년)이 '1927년 6월 19일 열차를 타고 부산진을 출발하여 1929년 3월 12일 배로 부산항에 도착하기까지 1년 8개월 23일 동안의 세계일주기'를 담은 책이다. 가히 '조선 여성 첫 세계일주기'라고 명명할 만하다. 이 당시의 '여성'은 지금의 '여성'과 그 위상이 너무나 다르기에 '여성'이라는 단어가 함축하는 것은 시대를 앞서가면서도 시대와 불화할 수 밖에 없는 시대적인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그가 여행한 시기는,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우리 엄마와 이모들 이름에 여자의 책무를 강조하는 바늘 침(針)가 돌림자로 들어가 있을 정도로 이 나라의 여성에게는 가혹하고 공정하지 못한 시대였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의 여행은(일생은) 시대를 한참이나 앞서갔고 세상은 앞서가는 '여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사회의 냉대' 속에서 1948년 무연고 행려병자로 삶을 마감했다고 하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이 일주기를 읽다보면 쿡쿡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때로 표현이 직설적이면서 귀엽기까지 하다.

 

어린 남자아이가 아침저녁을 먹을 때면 테이블 위에 식기를 가져다놓고, 누나들이 설거지하면 행주질을 하고, 추운 아침에도 계단 걸레질을 한다. 남자아이라도 어렸을 때부터 차별 없이 자기 일을 스스로 하게 하는 것이다.

 

그 당시였다면 이런 모습이 각별하게 보였을 것이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며 안된다고 하던 시대였으니까.

 

우피치 미술관에는 그림만 4천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양으로 보든지 질로 보든지 세계 제일 가는 미술관이라 한다. 역대의 걸작이 많은 중에도 가장 유명한 것은 치마부에의 <마돈나>와 조토의 <마돈나>,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등이다. 과연 그들의 그림은 입으로는 말을 하는 듯하고, 눈으로는 웃는 듯 혹은 우는 듯하며, 살은 뛰는 듯하고, 피가 끓는 듯하였다. 너무 많아서 보고 나니 모두 그것이 그것 같다.......

 

' 그것이 그것 같다.'  나는 이럴 때 전시실 한가운에 서서 고개만 좌우로 돌리고 마는데, 혹시 나혜석도?

 

(런던의)공원은 전부 돈 덩어리다. 도로만 남겨놓고 잔디며 화초를 기르는 규모가 컸다. 하이트 파크는 런던 중앙에서 조그 서북쪽에 있다. 버킹엄 궁전 광장에 연속한 그린 파크와 피카딜리 거리에서부터 반대 방향 겐싱턴 가든으로 이어진다. 자작나무, 떡갈나무, 느티나무 등이 많고, 그 아래는 전부 잔디여서 남녀 청년들이 서로 끼고 드러누운 모습이 마치 누에가 잠자는 것 같다.....

 

'공원은 전부 돈 덩어리'라고. 내 눈엔 런던 전체가 돈 덩어리로 보였는데....

 

 

이 여행기만 보면 그 시대에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 것만 봐도 그의 인생은 남달랐을 터. 분명 이 여행은 그의 삶에서 절정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이런 여행은 아무나 하지 못하니까.

 

 

 

 

*나혜석의 이혼고백서, 검색하면 나오는데, 역시 시대를 많이 앞서갔다.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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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으로 공부한 사람들은 책에만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몸으로 세상을 익힌 사람들은 중요한 건 현실에 있다는 걸 알아요. 머리는 사람을 속이죠. 하지만 몸은 안 속이거든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건,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자기 편하게 상상하기 때문이에요. 튤립 한 송이가 집 한 채 값인 적도 있었다면서요? 간혹 그렇게 사람들이 미쳐버릴 때가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예요. 항상 현실을 관찰하세요.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하세요. 머리는 스스로를 속입니다. 그래서 몸으로 하는 공부, 경험으로 하는 공부가 병행되어야 하는 거예요.                                             - 박성득(이 책의 공동저자)

 

사람은 자신이 겪은 고통의 깊이만큼 남을 위로할 수 있는 거예요. 그 깊이가 진실된 위로를 만듭니다.                                                                         - 문단열(영어 강사)

 

쉬운 인생을 살기를 기도하지 마라. 대신 역경이 닥쳤을 때 이겨낼 힘을 달라고 기도하라.

                                                                                      - 이소룡

 

인생은 최선을 다해 살되 포르투나(운명)에 순응해야 한다.        - 마키아벨리

 

그 '업의 본질'을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관리도 철저하다. 예전에 박진영이 텔레비전에 출연해서 십수 년간 똑같은 아침 일정(잘 관리된 식단과 운동 시가, 노래 연습 시간 등)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을 때 '아, 저렇게 잘 놀고 굉장히 일상적이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박진영씨도 매우 수도승 같은 일상을 사는구나' 하고 생각을 했....

                                                                                      - 강호(글쓴이)

 

이제 곧 내 나이 육십입니다. 육십 이후의 삶은 보너스지요. 늘 그렇게 생각했어요.

 

 

기행문보다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책이다. 글은 강호라는 분이 썼고 삶의 지침이 되는 부분은 여행을 먼저 제안한 박성득이란 분의 육성을 옮겨 적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체득한 분의 말씀이라서 구절구절이 절절하게 가슴으로 다가온다. 육십 세 먹은 사람의 언어가 아니라 80은 넘긴 사람의 지혜가 녹아 있다. 나이만 먹었다고 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물론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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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 선생의 책을 읽고나면 늘 두 가지를 상기시킨다. 하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다른 하나는 책에 소개된 또 다른 책에 대한 궁금증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는 내 짧고도 경박한 지식과 인간성으로는 감히 말할 계제가 못되므로 그저 책에 소개된 책을 찾아 읽고 감동적인 부분을 간단하게 옮길 뿐이다.

 

 

미켈란젤로의 <론다니니의 피에타> (출처: daum 이미지)

 

미켈란젤로가 89년 생애의 고투 끝에 만든 마지막이자 미완성 작품이다. '미완'이라고 썼는데 분명 사실이다. 정을 한 자루 손에 쥐고 순백의 대리석 덩어리 속에 갇혀 있는 무언가를 깎아내어 바깥으로 드러내는 행위. 미켈란젤로는 몇 번이나 그 일을 시도한 끝에 결국 도중에 그만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릇 '미완'이란 무슨 의미일까. 예술에서 '완성'이란 또 무엇일까. 이 작품과 마주하면 이런 의문이 들끓듯 일어난다.

(중략)

말하자면 미켈란젤로는 완성으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간 완성을 향해 계속 노력하다가 미완의 피에타를 남기고서 결국 탈진해버린 셈이다. 그렇지만 이야말로 '완성'이었다. '미완성의 완성'이다.

 

 

이 책을 통해 읽고 싶은 책 두 권을 건졌으니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소설<가족어 사전.은 바로 그러한 시대, 1920년대부터 1930년대에 걸쳐 반파시즘 지식인들이 토리노를 무대로 펼쳐 보인, 복잡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생활상을 생생한 어조로 그려낸 작품이다. 만일 지금껏 내 인생을 통틀어 재미있었던 소설을 열 권 들어보라고 한다면 반드시 포함될 작품이다.

 

나머지 9권도 궁금합니다.

 

 

 

 

 

 

 

 

 

 

 

 

 

 

에필로그에 소개된 글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다음 여행지로 이탈리아는 어떨까 궁리해보았다. 베네치아- 라벤나-페라라-볼로냐-토리노를 관광객의 눈이 아닌 진정한 여행자의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벤나. 비잔틴 제국의 영광을 볼 수 있는 곳. 며칠 전 읽은 양정무의 <미술이야기>에도 나오는 곳으로 그 책을 읽기 전까지 이런 도시가 있다는 것도 몰랐었다. 페라라, 볼로냐에서 만날 수 있는 미술관도 궁금하다. 그리고 토리노.

 

이 도시는 지난 한 세기 동안 그람시에서 긴츠부르그, 파베세를 거쳐 프리모 레비에 이르는 지식인들을 배출하면서 풍요로운 문화적 자원을 전 세계로 공급해왔다. 고문, 학살, 추방, 망명, 배신....

 

 

허허. 이 책을 이렇게 가이드북으로 읽고 있으니... 

 

한 권 더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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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 타산지석 10
전원경 지음 / 리수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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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관한 책을 찾아보고 여러 책을 내리 읽고 있는데 이 책은 정보면에서나 이야기면에서나 꽤 읽을 만하다. 나는 요즘 이상한 버릇이 들어서 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러 변명을 둘러대며 책을 완독하지 못하고 던져버리곤 하는데 이 책은 끝까지 읽었다. 그것도 재미있게.

 

런던의 숨은 보석같은 곳으로 저자가 뽑은 장소: 햄스테드 히스, 켄싱턴 궁, 월러스 컬렉션, 셰익스피어 글로브극장, 디자인 미술관,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교회...

 

부록에 실린 각주도 친절하고 유익한데 예를 들면,

 

POSH: Port Out, Starboard Home의 약자로 '출항할 때는 좌현 선실, 돌아올 때는 우현 선실'이라는 뜻이다. '인도가 영국 식민지였던 빅토리아 시대에 인도를 오가던 배는 출발할 때 좌현 쪽 선실이, 돌아올 때는 우현 쪽 선실이 그늘져서 더 비쌌다. posh는 이 비싼 선실을 사용하던 승객, 즉 당시의 신흥부르주아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현재는 영국 특유의 복고적이고 고급스러운 취향이나 브랜드를 지칭한다.

 

그리고 새삼 알게 된 사실도 있다.

 

그런데 왜 미국식 영어에 익숙한 사람이 런던에서 말이 안 통해 고생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이것은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의 차이가 아니라 중간 계급의 영어와 노동자 계급의 영어 발음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중략)

영국에 꽤 여러 차례 드나들고 나서야 나는 왜 내가 어떤 영국인의 말은 잘 알아듣고, 또 다른 영국인의 말은 도저히 못 알아듣는지 그 진정한 이유를 알아차렸다. 지방 사투리?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놀랍게도 영국인들의 영어는 그가 속한 계급에 따라 다르다. 영국에는 지방 사투리 못지않은 '계급 사투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영국인 관찰하기>라는 책에서 인용한 글도 인상적이다.

 

영국인은 상류층일수록 모음을 생략하고 자음을 정확하게 발음하며, 반대로 계급이 낮아질수록 t 나 h 같은 자음을 생략하고 모음을 강하게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 노동자 계급은 'th' 발음을 'f' 에 가깝게 발음하거나 'i' 를 'a' 로 발음하기도 한다.

 

뭐 굳이 영국의 상류층이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아야 하나 싶지만 그래도 재밌으니 계속 베끼면

 

이 칼럼을 보면, 영국 상류층은 미국인들이 상대의 말을 못 알아들었을 때 흔히 하는 말인 'pardon?'을 절대 사용하지 않으며 식후 '디저트'를 '푸딩'이라고 표현한단다.

 

저자가 보태는 얘기도 읽을 만한데

 

나는 BBC나 아리랑TV 등 영어 방송의 대담프로그램에 영국인이 출현하면 그들의 입 모양을 유심히 지켜보는 버릇이 있다. 영국인들 중에는 말을 할 때 입술, 특히 윗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체로 이런 사람들은 귀족이나 상류 계급 사람들이다.(중략) '윗입술을 떨지 마라Stiff upper lip'는 영국 상류층이 아이를 키울 때 입이 닳도록 하는 말 중의 하나다.

 

앞으로 bbc 방송을 보면 사람들 입술을 관찰해야겠다.

 

상류층은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How do you do?" 라고 인사하는 반면, 중류층의 인사말은 "Nice to meet you" 한다.

 

예전 우리나라 중학교 1학년 영어책에는 "How do you do?" 라는 표현이 실렸는데 요즘은 이런 인사말이 초등교과서에 나오는지 어떤지 모르겠다.

 

런던사람들의 특징도 재미있게 잡아냈는데,

 

내가 아는 런더너들, 그리고 런던의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되새겨보면 맨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는 '수줍음을 가장하기 위한 쌀쌀맞음, 또는 예의바름'이다. 이것은 앞으로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런더너의 특성일 것이다. 왜냐하면 영국인은 예나 지금이나 '타인과 함께 있는 것이 서툰'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영국인은 본질적으로 비사교적이며, 다른 사람과 함께 있기보다는 혼자 있기를 더 즐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옛날 옛적 '엘리자베스 여왕이 젊었던 시절'의 더블 데커(이층버스)에는 운전사와 차장이 타고 있었다. 런던 사투리를 쓰는 차장들이 손님의 표를 받아서 목에 걸고 있는 통에 넣어 찌르륵~하고 구멍을 뚫어주곤 했다.

 

그러니까 90년대에 런던을 다녀왔던 나는 말 그대로 '옛날 옛적'에 여행을 한 셈이다. 그러니 런던을 다시 가게 된다면 이런 책을 부지런히 읽어야 되는데, 엉? 이 책이 나온지 10년이 되어가네. 뭘 읽어야지?

 

 

*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런던 내셔널 갤러리의 소장 작품을 중심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그가 영국으로 망명해 런던 대학교 교수를 지내면서 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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