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취업한 딸이 그간 키워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하겠다면서 제안을 했다.1) 선물 2) 딸과 함께 하는 체험. 우리 내외는 2번을 골랐다. 딸은 체험 내용을 2주 동안 철저한 비밀에 부치고 다만 '화성시'가 힌트라고 했다. 낚시? No. 딸기따기 체험? No. 그러면 요트체험이겠네. 으음...맞아! 드디어 디데이. 딸은 교묘하게 행선지를 '경기도 화성시 부근'이라고 네비에 찍었다. 네비에 나타난 전체 지도를 언뜻 보니 바닷가가 아니었다. 길은 점점 시골길로 접어들었고 00요양원으로 가는 화살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설마 우리를 요양원에 맡기러 가는 건 아니겠지. 아니면 요양원 체험? 요양원 봉사활동? 다행히 요양원을 지나쳐 갔다. 길은 더 오솔길로 접어들더니 100 미터 앞쯤 경비행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엉? 비행기네! 딸을 낳으면 부모를 비행기 태워준다더니..이렇게나 빨리 타게 될 줄이야. 




탑승 인원은 두 명. 조종사와 승객.




이런 경비행기도 있고.




운동화 신은 나의 두 발. 




한반도 모양의 공원도 있고




나비 모양의 야구장도 있다.




접니다.^^


오늘도 틈만 나면 입에서 나오는 노래.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딸, 고마워. 엄마, 아버지에게 하는 선물은 이것으로 완성이다. 비행기까지 탔으니 뭘 더 바라겠니. 감격한 이 마음, 늘 기억할게.



경비행기 타기 전 딸이 내 손에 쥐어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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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05-02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요.
대단합니다.
정말 감격하셨겠다....


nama 2023-05-02 08:38   좋아요 0 | URL
그간 진로 때문에 딸아이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더 감격이었어요.

얄라알라 2023-05-02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성시가 힌트....
저 역시 포도나 딸기 체험을 생각했는데

어나더 레벨이네요^^

정말 깜짝 선물, 감동입니다
행복하시겠어요

nama 2023-05-02 08:41   좋아요 0 | URL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군요.^^

라로 2023-09-04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져요!! 비행기 타기 전 손에 쥐여준 선물도 넘 귀엽구요,, 저도 경비행기 타봤는데 엄청 무서웠던 생각이 나네요.^^;; 화성시에 그런 곳이 있다니,, 제가 사는 동네에도 경비행기장이 있어요. 경비행기 하니까 돌아가신 시아버님 생각도 나고,,, 왜 이 좋은 페이퍼에 제가 싱숭생숭인지... 어쨌든 나마님의 행복한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nama 2023-09-04 15:15   좋아요 0 | URL
저는 경비행기가 전혀 무섭지 않아요. 오히려 차분하고 침착해지면서 가슴 깊은 곳에서 희열을 느껴요. 비행기 조종이 어울렸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 안타깝네요.

황동이 2023-11-16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경비행기 체험에 관심이 있어서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들러서 보고 갑니다 : ) 착한 따님을 두셨네요. 왠지.. 같은 비행장인거 같은데, 바닐라스카이에어 라는 업체에서 지금 최저가 행사하고 있더라구요. 전 다음주에 타러 갑니다. 재밌길 바래봅니다 : )

nama 2023-11-18 14:15   좋아요 0 | URL
짜릿한 경비행기 체험이 되시길(되셨길) 바랍니다.^^
 

드디어 인도네시아 가이드북을 중고로 구입하는데 성공했다. 2013/2014년판이다. 10년 전 가이드북을 들여다보는 심정은 암모나이트 화석을 대하는 심정과 비슷하다. 아련하지만 반갑고 신기해서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자카르타와 족자가 10년 간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기는 하겠다. 
























눈길을 사로잡는 글.




'일본은 짧은 강제점령에 대한 배상으로 인도네시아에 4억 달러, 필리핀에는 5억 4000만 달러를 지급했다. 그러나 어떤 나라는 36년 지배에 대한 배상으로 3억 달러를 받았다...'


일본이 인도네시아를 강제점령한 기간은 3년 반 정도라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땅의 소위 지도자들은 마음이 꽤나 너그러운 듯. 알아서 봐주는 것도 비슷하다. 얇디얇은(70쪽) 가이드북에 이런 문구나마 실어야 했던 저자의 마음이 짠하게 전해져온다. 왜 분노와 한탄은 죄없는 국민의 몫이어야 하는가.

















2021년 생이다. 역시 가이드북은 론리 플래닛임을 확인한다. 까짓 영어~. 삼십 년 전 배낭여행할 때는 두꺼운 영한사전을 들고 갔지만 지금이야 스마트폰이 있으니 얼마나 든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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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인도네시아 여행을 앞두고 이런저런 책을 뒤적이고 있다. 우선 가이드북으로 전체적인 윤곽을 잡고 싶었으나 그 흔한 프렌즈시리즈에도 인도네시아편은 없는 듯하다. 인도네시아 하면 발리인지 발리 관련 안내서는 꽤 있지만 이번 여행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이미 다녀오기도 했고. 하는 수 없이 영문판 론리 플래닛을 주문했으나 배송까지는 보름 넘게 걸려서 며칠 더 기다려야 한다. 폼 잡느라고 뒤적였던 론리 플래닛, 폼도 설렘도 그닥 남아있지 않은 지금은 그저 국산 가이드북이 입에 맞는 한식처럼 편한데 국내산 인도네시아 가이드북이 없다니.. 내가 아직 찾지 못한건가. 그많은 여행작가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시는지...

 

가이드북을 찾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인도네시아 관련 책은 여행보다 인도네시아어회화 책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누가 인도네시아회화를 필요로 할까, 의문이 들 정도이다. 진짜 궁금해지네. 

그래서 한 권 사봤다.














하루에 한 꼭지씩 꾸준하게 했다면 지금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으련만. 명사부터 시작하는 성문종합영어를 끝까지 공부한 것은 대학 졸업 후지 아마. 명사편이 도돌이표라도 되는듯 매번 명사편으로 되돌아 갔었다. 자칫 "슬라맛 빠기(Good morning!)"가 도돌이표가 되려나. 외국어 공부는 좀 독기가 있어야 하나보다.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한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에 비견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대충 건너뛰며 읽어도 재미와 정보를 취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존재를 알게 된 책, 알게 된 저자.































순서가 바뀌었다. 책 내용을 먼저 말하고 싶었는데 마음이 손을 앞질렀다.


  그리고 1942년 일본의 상황은 한국 등지에서 30년 이상 식민통치를 경험한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를 효율적으로 통치할 수 있었다. 그들이 한국에서 시행한 강제노역, 정신대 등의 악랄하고 비인간적인 제도를 인도네시아에 그대로 적용하였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350년 동안의 네덜란드 식민통치보다 3년 반의 일본 식민통치가 더 가혹했다고 이야기한다.                          - p.82



일제강점기 시절을 살았던 내 부모님은 당신들이 겪은 식민통치의 가혹함을 종종 말씀해주시곤 했었다. 그 얘기를 듣고 자랐다면 일본을 절대로 편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없다. 일본에 너그럽다면 특히 내 또래가 그렇다면 그는 부모님의 원한에 무지하거나 아니면 부모가 일제의 가혹함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이런 일본 얘기가 나오면 내 얘기를 보태면서 흥분하며 치를 떠는 것, 이게 정상 아닌감?


오늘은 자꾸 이야기가 옆으로 새는구나.



  결과적으로 인도네시아어와 말레이어는 한국어와 북한어, 혹은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보면 된다. 원래 같은 언어였지만 국가가 다르다보니 사용하는 어휘, 발음이 다소 다를 뿐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외국인들이 인도네시아어를 구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말레이시아에서는 외국인들이 대개 영어로 소통한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이 인도네시아어를 구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 p.108



왜 가이드북보다 인니회화책이 많은지 조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살고있는 교민에게는 인니회화책이 더 필요할테니까. 그리고 '여행'하면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을 선호하니까. 그런면에서 인도네시아는 가이드북 여행작가에게는 미개척지가 되는 건가?


  역설적이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네덜란드 식민통치 정부가 인도네시아를 통치하면서 네덜란드어 사용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네덜란드어와 같은 고급 언어를 피 식민통치국의 토착인들이 사용하는 것을 꺼렸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호프만 등 여러 학자들의 견해이다. 당시 신분체계가 유럽인-혼혈인-토착인이라는 구별이 있었고 제도적으로 차별이 있었다. 그 다음 이유는 토착인이 네덜란드어를 구사함으로써 자신들이 취하던 경제적 이익을 토착인들에게 빼앗길 것을 우려하였기 때문이었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이 중남미에서 식민통치를 하면서 취한 언어정책과 구별되는 대목이다. 만약 그 당시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에서 네덜란드어의 사용을 강요했다면 인도네시아는 지금 네덜란드어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 p.107



요점은 인도네시아가 350년 동안 네덜란드 식민지였지만 인도네시아어를 버리지 않았다는 점,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이 인도네시아어를 구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가이드북을 찾을 수 없었지만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인도네시아어에 대한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구글맵만 있으면 대충 다닐 수야 있지만 그래도 공부는 해야지.



인도네시아 여행기도 드물기는 마찬가지. 급하게 구해서 읽었지만 별 도움은 안될 것 같은 책도 있다.
















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책. 시의 깊은 맛은 인도네시아에 다녀오면 느낄 수 있으려나.

















2007년에 구입했는데 소재 파악 불가한 책. '내 언제 인도네시아에 가리...' 하면서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 당시도 인도네시아에 가려고 마음 먹었는데, 마음 속에 품고 있으면 언젠가는 가게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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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시간이 머무는 곳 (특별 리커버 에디션) - 스페인, 포르투갈 문화&아트 투어 전문가 최경화의 포르투갈 완전 탐구
최경화 지음 / 모요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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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 가게 된다면 구매해서 읽고 참고할 만하다. 여행 전보다 여행 후에 읽으면 한층 이해가 잘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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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제주도 가는 배 Beyond Trust를 탔다. 이 배는 월, 수, 금 오후 7시에 출항해서 제주항에는 다음날 오전 9시 30분에 닿는다. 화, 목, 토는 제주에서 오후 7시 30분 출항, 다음날 오전 10시에 인천에 도착한다.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닿을 거리를 열 시간 넘게 배에서 뒹굴다보면 제주가 아주 멀리 떨어져있는 것 같고 우리나라가 큰 땅덩어리로 다가온다. 여행 기간이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것도 좋다. 여행이란 이동 시간이나 여행 기간이 좀 길어야 여행맛이 난다.

 

작년에 이어 이번엔 8코스부터 시작한다. 보통 하루에 최소 2만 보는 걷게 되는데 생각보다 지치지 않는다. 제주 올레길이 워낙 다양하고 아름다워 여간해서 여독이 쌓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솔비투르 암불란도. 걸으면 해결된다. 이 문장 하나 마음에 담고 걷고 걷다보면 어느새 끝이 보이고 길은 다시 그 다음 코스로 이어진다. 14코스까지 걸었는데 벌써 14-1 코스가 궁금해진다. 사진 몇 장 올려본다.

 

 

 

 

 

 

 

 

 

 

 

 

 

 

 

 

 

 

 

 

 

 

 

 

 

 

 

다음은 모슬포 이야기.

 

 

 

 

하루에 다섯 번 운행되는 마을순환버스를 타려면 눈이 밝아야한다. 카카오맵으로 행선지를 확인하는 건 기본, 버스정류장을 찾을 것, 정류장 유리에 붙어있는 버스노선표를 자세히 확인할 것, 또한 버스라는 게 반드시 버스모양이 아닐 수 있음을 염두에 둘 것 등.

 

아담한 녹색 마을버스를 기다리다가 하마터면 저 버스를 놓칠 뻔 했다. 리무진 밴이라니. 저런 차는 동남아를 여행할 때 현지 당일 패키지에서나 타봤지 국내에선 타본 적이 없다. 손님이라곤 남편과 나, 단 둘. 요금은 일인당 1,150원. 40여 분을 달리는데 도무지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무엇엔가 홀린 것 같다. 여행맛이 제대로다.

 

 

이 노선표를 찾아낸 우리가 기특하다. 전날 버스 때문에 우왕좌왕 고생을 한 덕에 눈이 밝아졌다.

디지털 세상에 살다보니 아날로그가 참신하게 다가온다. 마치 아날로그 세계에 처음 진입한 것처럼. 디지털 세상에선 아날로그가 디지털이다.

 

 

 

상점 중에서 다방이 가장 많은 동네, 모슬포.

 

 

 

요건 <골목다방>의 메뉴판. 이름에 걸맞게 골목처럼 쏙 들어가 있는 다방.

 

 

 

70~80년대 동네에서 흔히 보던 잡화점을 으례 연쇄점이라고 불렀다. 이 단어가 반가워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냈더니 다들 '연쇄점'이 뭐냐고 묻는다. 옆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은 지역에서 성장했는데....거 참...

 

 

 

모슬포에 숙소를 잡으려고 여러 호텔 예약앱을 들여다보았으나 별로 만족스럽지 못해 그냥 현지답사를 했다. 두어 군데 호텔을 둘러보았으나 내키지 않아 이리저리 발길을 돌렸다. 모슬포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터덜터덜 오르며 "깨끗하고 있을 것 다 있고, 전망 좋고, 가격은 한 삼만 원하는 그런 민박집 어디 없을까?"하는 순간 눈 앞에 예쁘장한 간판이 보였다. <다락민박>. 심지어 집 앞은 올레길 11코스다. 내가 원하는 게 그대로 이루어지다니....그런 일도 다 있다니....게다가 주인아주머니는 어찌나 친절하신지 어느날엔 떡 한 접시와 잡채 한 접시를 갖다 주셨다. 체크아웃할 때는 물이 필요하냐고 물어주셨다. 제주도 한달살기는 이런 곳에서 해야 되겠구나, 다짐했다.

 

 

 

 

100km 쯤 걸었더니 양말이 닳았다. 내 연골은 안녕하신지...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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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5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25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2-10-21 0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너무 좋은걸요.
요즘 알라딘에 자주 들어오질 못해 nama님 올리신 글들을 한꺼번에 몰아서 읽었습니다. 꿈꾸시던 생활을 하고 계신가요. 좋아보여요.

nama 2022-10-21 06:57   좋아요 0 | URL
일을 놓으니 얼굴이 밝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혼자서 노는 게 체질이니 이만하면 꿈이 이뤄진건가요.. 여행 못 다니고 늙어가는 게 좀 아쉬워요. 인생 끝이 서서히 보이잖아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