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이번엔 강화도 전등사. 멤버는 지난번 선암사와 똑같다. old friends.

템플스테이의 꽃은 무엇일까? 내 생각엔 108배가 아닐까 싶다. 녹음된 멘트를 따라 한 배 한 배 절을 올리다보면 낡은 허물을 벗고 새로 태어난 기분도 느끼게 된다. 그 멘트 원고를 올리고자 한다. 세상의 모든 참회와 모든 감사와 모든 기쁨을 표현한 듯 한 구절 한 구절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다음 템플스테이도 기다려진다.

친구들아, 부탁해. 그리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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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7 14: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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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7 15: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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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았으면, 후지와라 신야의 이런 책은 출간되자마자 무조건 구입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다렸다. 도서관에 왔다갔다 해보면 언젠가는 만나리라. 나보다 발 빠른 누군가가 분명 신간구입을 신청했을테니 나는 그저 몇개월 조용히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남보다 먼저 구입하고 서평 대강 올리면 Thanks to 같은 소소한 기쁨을 누릴 수 있겠으나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흠, 내가 어쩌다 이런 살림꾼이 되었나 모르겠다.

 

 

 

각각 1993년, 1994년에 출간된 초판본이다. 영혼으로 읽었다면 과장이려나. 이 책 이후로 인도에 관한 책을 백여 권 넘게 읽었으나 '언제나 마음은 고향' 같은 책은 바로 이 두 책이다. 누구에게도 빌려줄 수 없는, 고이 간직하고 있는 책이다. 지금도 저 <인도방랑>을 펼치면 마음이 저릿저릿해진다. 그러니 저 책을 쓴 후지와라 신야는 내게는 여행의 스승과 같은 사람이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고. 나도 변했다. 절대적인 스승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다니...기껏 빌려서는 꼼꼼하게 읽지도 않다니. 그러나 단 몇쪽만 읽어도 기분이 충만해지는 책도 있는 법. 이 책 또한 그러하다.

 

노승의 입에서 두 번째 도주승의 이름을 듣고 나는 조금 놀랐다. 산사에서 도망치는 승려가 많으리라는 생각을 못 했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물었다.

"달아난 사람이 더 있었군요. 그런데 스님께서는 이 절에서 40년 가까이 사셨는데, 그동안 달아난 스님들의 얼굴을 기억하세요?"

노승은 눈을 감았다. 조금 있다가 왼손에 쥔 염주를 돌리면서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을 외는 줄 알았는데 가만 보니 사람의 이름을 웅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도주승의 이름을 기억해낼 때마다 염주 알을 하나씩 돌렸다.

노승은 무서울 만큼 기억력이 좋았다.

과거 40년 동안 이 절에서 도망친 승려의 이름을 모조리 외우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의 이름을 빌린 훈계의 독경처럼 들렸다.

도주승의 이름은 물론이고 나이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노승은 내 눈앞에서 염주 알을 다시 헤아려보였다. 염주 알은 전부 서른여섯 개였다. (287쪽)

 

인도의 북부, 히말라야에 있는 라다크 지방. 그곳에서도 외지인이 쉽게 갈 수 없는 깊은 산사에서의 일화 부분이다. 여행사를 통해 라다크를 다녀와도 제법 우쭐해지는데 이 양반은 홀로 여행의 끝까지 파고들어간다. 그의 여행 방식이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의 여행. 그리고 떡하니 풀어놓는 위와 같은 글.

 

마음이 어지러울 때, 책이 손에 안 잡힐 때, 마중물로 읽기에 좋은 글이다. 조금만 맛을 봐도 정신이 맑아진다. 나에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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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5 00: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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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6 2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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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참 좋았다 - 곽재구의 신新 포구기행
곽재구 지음, 최수연 사진 / 해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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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 단조로워지니 책 읽기가 훨씬 수월하다. 산문집 한 권 읽기도 빠듯하던 시절이 언제였나 싶다. 늘 시인의 삶을 추구하는 시인의 산문집을 읽는 맛이 각별하다. 내겐 이름도 낯선 포구들이 시인의 눈과 글을 통해 가을 낙엽처럼 혹은 눈송이처럼 소복하게 내려 앉는 듯하다. 정신이 맑아진다.

 

여행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걸 겸허한 마음으로 깨닫게 된다. 작은 포구를 찾아나서고, 일부러 길을 잃고 낯선 곳을 거닐어보고, 예전 추억이 깃든 곳을 다시 찾아가보는 여행. 여행이라기 보다는 '바람 쐬는' 것 같은 소소하지만 다정한 산책 같은 행위. 이런 일상으로 산다면 외로움이나 을씨년스러움도 발걸음의 동무가 될 터. 나도 시인처럼 낯선 포구를 찾아 허름한 식당에서 해물칼국수 한 그릇 억고 싶어진다.

 

여행 중에 내가 휴대하고 다니는 책은 읽을 책이 아니라 다 읽은 책들일 경우가 많다. 따뜻하게 읽은 책들과 함께 길 위에 서면 든든한 도반과 함게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138쪽)

 

이런 경지를 나는 아직 모른다. 여행 중에는 늘 새로운 책을 챙겼다가 그마저도 읽지 못하고 그냥 되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므로. 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내게 묻곤 한다. 왜 인도 여행을 하는가? 스무 시간이 넘는 버스 여행, 마흔 시간이 넘는 기차 여행을 하고 처음 만나는 도시에 들어섰을 때 마음속으로 나마스테! 인사를 한다. 당신이 사랑하는 영혼이 있다면 그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을 내게도 조금 나눠주시길. 난 이 도시에 처음 들른 외로운 이방인이니까. 나 또한 당신이 사랑할 인간 중의 하나이니까. 이렇게 인사를 하는 동안 마음은 한없이 사랑스러워지고 설레게 된다. 내가 사랑할 세상이 이 지구 어딘가에 꼭 있으리라는 추상이 마음 안에 새겨지는 것이다. (162)

 

이런 구절만 읽어도 '내가 사랑할 세상이 이 지구 어딘가에 꼭' 있으리라는 확신이 드는 것이다.

 

그때서야 오래전 봄날 이 길을 스쳐 지나간 적이 있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마음 안이 어둡던 그해 봄길 참 아름다웠지요.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길을 따라 걷다가 마음 안의 어둠이 사라졌습니다. 어두운 인간의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약이 길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지요.(219)

 

 

마지막 문장을 읽고 또 읽는다. 어, 이건 내 생각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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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여행 01 : 단양 그리고 영월 아는여행 1
어반플레이 지음 / 어반플레이(URBANPLAY)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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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전문서점인 새한서점이라고 해서 헌책만 있는 건 아니다. 이 책은 새 책이다. 작은 다이어리만한 크기의 책으로 표지디자인이 독특해서 손에 집어들었는데 꼭 사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생협에 가면 공정무역 설탕과 커피가 있듯 이 책은 공정무역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도시의 대형서점에서는 절대로 다둘 것 같지 않은 책이다. 제호 자체도 <단양 그리고 영월>이다. 단양과 영월에 살거나 그곳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집어들 리 없는 그런 소박한 책이다.

 

'다섯 사람의 로컬 큐레이터

그들이 아는 단양과 영월'

 

다섯 명의 로컬 큐레이터로는 초등학교 교사, 고등학생, 영화감독, 브랜드 파머(농부), 천문학자가 등장해서 자신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 먹거리 등을 소개한다. 뒷 부분에는 쉴 거리도 소개하고 있어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머물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책자가 되리라고 본다.

 

서울만이 살 곳이라고 여기는 사람들 눈에는 절대로 띌 수 없는, 아주 눈 밝은 독자에게만 보이는 작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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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20대를 보낸 동네.

일찍이 피자가 시작된 곳.

골목 골목에 친구네 집이 있었다.

우리는 '국제도시'에서 살고 있노라고 자조적으로 말하곤 했다.

 

 

어느 주차장에 있는 건물 뒷모습. 몇 년 전부터 카메라에 담고 싶었던 곳.

 

 

 

 

 

 

고향 방문만큼이나 즐거운 스마트폰 앱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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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9 16: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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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9 20: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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