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심 위픽
전건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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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한 적이 있는가. 그 죽이고 싶은 마음, 앙심은 언제까지 지속되었는가. 결국 그 미운 사람이 죽는다면 평안을 얻을 수 있는가.


후덥지근한 여름밤, 나의 연인인 K는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더운 날엔 무서운 이야기가 제격인데다 K가 심령 현상을 믿지 않기 때문에 도대체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했던 나는 K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예전에 노숙자 쉼터에서 알바를 했던 K는 우연히 최 씨를 도와주었는데, 최 씨는 고맙다며 누군가를 죽여주겠다고 했다. 딱 한 사람, K가 이름을 쓰면 지목된 사람은 죽는다는 거였다. 말로야 누구는 귀신이 안 잡아가나 하지 실제로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자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하필 그 당시, K는 앙심을 품은 사람이 있었다. 지금 이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도 내가 앙심을 품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짧기도 하지만 재미있어 한 번 잡으면 끝을 볼 때까지 죽 읽게 되는 이야기였다.


누군가를 저주하여 목숨을 앗아가면 나 역시 잃는 것이 있을텐데 감당할 수 있을까. 정말 그 사람이 죽는다면, 나는 평안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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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9-01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름을 쓴다고 하니 데스노트가 생각나네요 누군가를 죽게 하면 자신도 안 좋은 일이 일어나겠지요 그런 거 생각하고 참아야 할지, 벌 받으면 되지 할지... 두 가지 마음이 싸우겠습니다


희선

꼬마요정 2025-09-01 23:11   좋아요 0 | URL
이름도 쓰고 생년월일도 써야 해요. 데스쪽지 입니다. ㅎㅎ 어려운 일이죠. 내 손에 피 안 묻힌다는 점에서 혹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나에게 준 피해가 죽을 정도의 죄일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서바이벌 태스크포스 -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최우수상 수상작
황수빈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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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어느 회사에나 있을법한 무능한 상사와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낸 신입사원, 그리고 그 사이에 끼여 있는 김 대리의 이야기이다. 물론 그들이 회사에서 어떻게 일하고 어떤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어느 직급까지 올라가냐의 이야기가 아니다. 갑자기 나타난 좀비에 맞서 누가, 어떻게 살아남느냐 하는 이야기이다.


대한민국을 휩쓰는 좀비들을 다룬 이야기는 아주 많다. 소설, 영화, 드라마 등등에서 어느새 우리 생각 깊숙히 들어와 있는 좀비는 K-좀비이다. 해외 드라마에서 보던 느린 좀비가 아닌 아주 빠른 좀비. 살아서나 죽어서나 먹을 것에 진심인 좀비다. 


회사로 출근한 김 대리가 출근하자마자 몹시도 퇴근이 하고 싶었던 그 날, 회사 건물 전체가 좀비에게 점령당했다. 서로 알고 지내던 동료들이 좀비가 된 모습은 끔찍했는데, 하필 함께 살아남은 사람이 평소 빌런이었던 박 부장과 신입사원 최였다. 차라리 김 대리도 좀비가 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만큼 극악한 사람들이었는데 김 대리는 과연 그들과 함께 무사히 건물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빌런이든 천사든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것 같다. 박 부장과 최가 아무리 싫어도 혼자 살아있는 것보단 함께 있는 편이 버티기 쉬울지도. 그리고 멀쩡한 사람이 달랑 셋만 있더라도 무너진 세상 속에서 스스로 규칙을 세우고 조직을 만들게 된다. 극한 상황에서도 루틴이 생기고 여전히 정신 못 차리는 사람이 있다. "나 때는 말이야"와 "제가요?"를 앵무새마냥 반복하는 그들은 바뀐 세상에서 두려움에 떨면서도 그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 고군분투하는 김 대리는 이들과 함께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하는지 보는데 '어유 저 빌런들 버릴 수도 없고'라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지옥 같던 회사가 또다른 지옥 같은 곳으로 변하고, 함께 일하고 호감을 갖던 사람들이 좀비가 되고 나서도 좀비가 되기 직전의 행동인 "집에 가고 싶다"를 중얼거리며 회사 복도를 배회하는 장면은 짠했다. 그리고 좀비 바이러스 창궐 전 일상을 살던 김 대리의 설렘 가득한 '달방아커피' 방문이 끊긴 것도 안타까웠다. 좀비 데이가 김 대리가 헬스장에서 다친 어깨를 치료하기 위해 갔던 '닥터윤정형외과'에서 닥터 윤에게 반해 병원 밑 커피점을 들락거리다 마침내 닥터 윤과 인사를 나눈 직후였으니까.


김 대리 회사에서는 김 대리를 포함한 세 명이 살아남은 듯 했고, 회사 건물 저 쪽에 역시 누군가 살아남았다. 이제 김 대리는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 그 사람과 접선하고, 구조를 받기 위해 건물 옥상으로 가려고 하는데... 


만약 이 책이 닥터 윤 시점으로 쓰였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물도 부족하고 남자와 달리 여자는 생리도 하는데 어떻게 그 상황을 버텨나갈 수 있을까. 가끔 재난 영화를 보면 임신한 여자도 있는데 진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좀비에겐 영혼이 있을까. 좀비가 된 존재는 좀비 이전의 인간과 동일한 존재일까. 좀비는 구원받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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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26 0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이젠 오피스 좀비물도 나오나 보네요.오피스 좀비물은 제 기억에 일본 만화에서 먼저 시도하지 않았나 싶어요^^

꼬마요정 2025-08-26 10:57   좋아요 0 | URL
일본 만화에서 그린 오피스 좀비물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ㅎㅎ 왠지 한국형 오피스 좀비물은 좀비들이 회사에서 일 하고 있을 것만 같았는데 그건 아니라서 다행이랄까요. ㅎㅎㅎ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카스피 2025-08-28 02:36   좋아요 1 | URL
좀100(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 )란 만화로 온 세상이 좀비 천지가 되자 블랙기업에 다니고 있던 직장인이 좀비로 변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일을 한다는 내용의 만화입니다^^

꼬마요정 2025-08-29 16:24   좋아요 0 | URL
오~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일 100가지요? 버킷리스트로군요. 100가지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험난한 여정이겠습니다. 재밌겠어요 ㅎㅎㅎ

희선 2025-09-01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좀비가 되고 몇 사람만 괜찮다니, 그 사람들 살 수 있을까요 집에 가기 어려울 것 같은데... 싫어하는 사람과 남으면 싫어도 힘을 합쳐야겠네요


희선

꼬마요정 2025-09-01 23:0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싫어도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입니다. 굳이 좀비가 나오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힘을 합쳐야 할 일이 많은데 싫은 맘을 잘 다스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경성지옥 - 녹차빙수 컬트 단편집
녹차빙수 지음 / 구픽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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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에서 온 존재가 우리를 위협하는가, 공존을 청하는가. 알 수 없는 존재와 알 수 없는 한길 사람속이 버무려진 이야기. 얼토당토 않다 여겨지다가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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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5-08-25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녹차빙수?!
처음 듣는 작가네요?
녹차빙수는 제가 좋아하는 빙수 중 하나입니다만.ㅋㅋㅋ

꼬마요정 2025-08-25 11:16   좋아요 1 | URL
호러, SF 장르 소설을 쓰시더라구요. <바깥 세계>나 <에덴브릿지호텔 신입직원들을 위한 행동 지침서> 재밌게 봤어요. 제가 또 나폴리탄 괴담 좋아하거든요. 녹차빙수 맛있죠. 저는 팥빙수 좋아합니다. ㅎㅎㅎㅎ

유부만두 2025-09-10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거 정말 쎄다! 싶었어요.
전 <바깥세계>가 더 나았는데(너무 무섭고 너무 내 살에 와 닿는 느낌!) 어쩌면 이번 소설이 더 독자인 저를 흔들었을지도 몰라요.

꼬마요정 2025-09-10 10:30   좋아요 1 | URL
저도 <바깥세계>가 더 재밌긴 했어요. 아무래도 미지에 대한 공포는 좀 아리송할 때도 있더라구요. 그런데 곱씹을수록 싸해지는 게 또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유부만두 님이랑 취향이 비슷해서 신나요^^
 
드립백 도서전 그 원두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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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맛이 단맛을 잡아먹은 느낌. 하지만 곧 은근하게 헤이즐넛 향이 느껴져서 쓴맛이 가려졌다. 산미가 없어 묵직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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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25 0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 이름이 상당히 재미있네요.그나저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드시는 분들이라면 5개 7,000원이란 가격이 큰 부담이 없으시겠지만 저처럼 저럼한 1리터 아메리카노를 사서 물에 타서 먹는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비싸서 살 엄두를 못 낼것 같아요.
하지만 여러가지 맛이 있다고 하니 한번 쯤 먹어보고는 싶네요^^

꼬마요정 2025-08-25 10:13   좋아요 0 | URL
이름만으로 사고 싶게 만드는 커피였습니다. 별 넷인데 별 다섯으로 되어 있네요ㅠㅠ 요즘은 스벅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하더라구요. 저도 안 가게 되더라구요. 원두를 사서 집에서 내려 먹으니 좋습니다. ㅎㅎㅎ 가끔 밖에서 마시는데 프랜차이즈 커피 보다는 동네 커피가 더 맛나요. 그리고 일할 때는 최강 믹스커피가 짱이죠^^

Falstaff 2025-08-25 0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맛감각은 개별적입니다. 저는 이 커피 쓰기만 하던걸요. ㅎㅎㅎ

꼬마요정 2025-08-25 10:10   좋아요 1 | URL
아아악 별 넷이요 별 넷인데 왜 다섯 개가 되어 있죠? 손이 미끄러졌나봅니다ㅠㅠ 이 커피는 쓴데 가끔 헤이즐넛 향이 느껴져서 먹을 만 했습니다. 근데 전 달그리다가 더 좋았어요 ㅎㅎㅎ
 

더운 여름엔 공포 이야기가 제격이다. 요즘은 밤에도 그렇게 시원하지 않아서 선풍기 틀어놓고 누워서 책 보다가 불 끄러 가기 싫어서 괜히 더 보다가 늦게 자곤 했다. 무서운 이야기를 읽었는데 꿈이라곤 하나도 안 꿨다. 세상에, 너무 피곤했나봐....


 어떤 이유에서인지 문어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하필 그 문어는 며느리가 있는 방에 들어갔고, 장지문에 비친 문어 그림자는 외간 남자처럼 보였다. 너무나도 쉽게 며느리는 부정한 여자라는 누명을 쓰고 시댁에서 쫓겨났다. 아무도 그 외간 남자의 정체를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고, 며느리의 이야기도 듣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귀신이라고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게 사람이 아니었던가. 일제강점기가 끝났을 무렵, 바닷가 마을에 있는 신씨네 가문은 그 지역의 유지였다. 하지만 십여 년 전에 며느리와 손자를 제외한 집안 식구들이 모두 행방불명된 이후 방계 친척 일호가 그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신씨네 저택에 들어왔다. 그 집에는 며느리와 아들, 며느리를 모시던 하녀의 딸만이 살아남아 일호와 함께 살았다.


신씨네 종손인 영휘는 어릴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아 가문의 명맥을 잇기는 어려울 듯 했기에 신식 병원에서 진료를 위해 간호사인 에스더를 데려왔다. 일호는 입원을 권하는 에스더에게 영휘가 혼인한 뒤 아이가 생기면 그 때 병원에 가겠다고 한다. 한 개인의 건강이나 생명보다 집안의 대를 잇는 것이, 집안의 평판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결정에 영휘의 엄마인 서천댁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다.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건 방계일지라도 남자인 일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경계에 구멍을 낸 건 새로 온 며느리와 영휘 행세를 하게 된 지겸이었고, 아예 허물어 버린 건 외부의 존재였다. 마지막까지 대를 잇겠다는 대의(?)를 위한답시고 추잡한 속내를 숨긴 일호와 노동자를 위하는 세상을 이야기하면서 며느리의 희생에 눈을 감고 동지를 모른 채 한 지겸의 말로는 아쉽지 않았다. 다만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의 공존은 요원한 것만 같아 안타까웠다. 인간은 같은 인간끼리도 서로를 갈라 배척하고, 인간 아닌 존재도 배척한다. 


 에도 시대 괴담들 중 일본괴담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을 선별해서 모아 둔 책이다. 각 이야기 끝에 출처를 적어두었고, 삽화도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유명한 이야기들도 있고, 아는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에도 시대 역시 조선 시대와 비슷하게 속박당하는 여자들이 원혼귀가 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게다가 지배층들이 농민들을 가혹하게 수탈하고 옥죄는 경우가 많아 그들의 원한 역시 사무쳤다. 이룰 수 없는 사랑 이야기도 있었고, 전쟁 때 죽은 원혼들이 비파를 타는 승려를 홀려 버린 이야기도 있었다. 


심지어 너무 사랑해서 여자가 자신의 머리(머리카락이 아닌 머리)를 잘라 들고 다녀 달라는 이야기는 너무 끔찍했다. 스님에게 집착한 여자 요괴 이야기 역시 끔찍했다. 인과응보에 관한 이야기들은 권선징악 혹은 개과천선과 연결되어 통쾌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에도 시대 때 방귀를 대신 뀌어주던 직업인 '헤오이비쿠니' 이야기도 있었으면 했다. 아무리 직업이라지만 대신 방귀를 뀌었다 하고 멸시 받은 사람도 있을텐데 말이다.


어쨌든 바람 피우지 말고, 다른 사람 억울하게 만들지 말고, 정신 차려서 귀신에게 홀리지 말아야 괴담을 계속 읽을 수 있겠지. 라프카디오 헌의 단편들을 더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코스믹 호러 계열이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세계의 존재가 어떻게 우리의 세계에 침투하여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는가.


<우주에서 온...>에서 외계 존재는 인간을 아주 열등하다고 생각했다. 계속 한숨을 쉬며 너네가 모자라서 그렇다느니 다 알면서 와 놓고선 왜 폐를 끼치냐며 쏘아대는데, 마치 진상 민원인을 보는 것 같아서 소름끼쳤다. 외계 존재인데 왜 인간 같지?


<나와 세그웨이 트윈테일과 동생>은 너무 짠하고 웃겼다. 웃픈 괴담 같은 이야기라고나 할까. AI가 작가 지망생인 '나'의 글들을 아무리 솎아내고 엮어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다니... 반성문이라도 잘 썼다는 게 어디인가. 창작의 고통이란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자살강자>는 시간에 갇혀 같은 날을 사는 '나'가 고통 없이 죽기 위해 실험하는 내용이 안타깝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무엇이 '나'를 그토록 죽고 싶도록 만드는 걸까. 그 시간을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수많은 '나'의 죽음은 해답이 아니었다. '나'는 정말 죽고 싶은 걸까, 고통에서 해방되고 싶은 걸까.


<점례아기본풀이>는 우리네 무가(巫歌)와 크툴루 신화를 결합한 이야기다. 처음엔 진짜 있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유교를 숭상하는 시대에 무당이란 한없이 비천한 존재이니 그들이 어떤 희생을 치르든 아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희생을 떠넘겨 원하는 것을 얻으려 했다. 하나의 종교로 자리잡지 못하고 미신으로 치부되는 민속신앙이 좀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하긴, 크툴루 신화에서 인간이 뭐 그리 중요한 존재겠는가.


<경성지옥>은 제국주의에 희생된 식민지의 참상을 지옥에 빗댄 이야기이다. 조선의 신묘한 기물들을 수집하여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을 열고자 하는 키하라.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끔찍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문을 열고 본 곳은 지옥이었다. 지옥이란 인간군상들이 만들어 낸 '형상(形象)'이라지만 우리는 언제쯤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역시 사람이 제일 무섭다. 사람이 불러 온 온갖 욕망들이 불행을 몰고 오고, 엄한 사람들을 제물로 바친 뒤 결국 그 욕망에 잡아먹힌다. 


누군가와 사주를 바꿔 목숨을 이어간다든지, 절대 풀려나서는 안 될 귀신을 봉인한 산에서 지킴이로 사는 사람들 이야기 같은 것들은 괴담 읽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게 해줬다.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다기에 간 중고샵에서 사람이 사라진다든지, 아들을 낳게 하기 위해 손녀를 무당에게 몰래 보낸다든지, 이기적인 이유로 불법 입양해서 아이를 학대하는 이야기들은 괴담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현실 같아서 끔찍했다.


어쩌면 지금도 누군가는 인간이 아닌 존재와 조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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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25 0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역시나 무더운 여름에는 등골을 오싹하게 해줄 공포소설이 제격인것 같아요^^

꼬마요정 2025-08-25 10:09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ㅎㅎㅎ 행복한 독서였습니다^^

책읽는나무 2025-08-25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혹시 요정 님. <긴키지방의…>일본 호러 소설 읽어보셨나요? 저 그거 오디오북으로 듣다가 무서워서 계속 멈춤 했다가 또 재생했다가 반복 중인데요. 근데 자꾸 끌리는 거에요.
요정 님 올려주신 4권의 책들도 무서울 것 같은데도 또 좀 끌리네요.^^

꼬마요정 2025-08-25 11:17   좋아요 1 | URL
아, 저 그거 밀리의 서재에 있길래 이북으로 읽는 중인데 좀 산만해져서 종이책으로 봐야겠다 싶어서 도서관 들락거리는 중입니다. 인기 많더라구요. 영화도 나왔다는데 책 읽고 나중에 볼까 싶기도 하구요. 오디오북으로 들으면 더 무서운가요?? 저도 시도해봐야겠어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5-09-10 09:17   좋아요 2 | URL
두 분 대화에 제가 끼어듭니다. ^^;;;
전 긴키지방을 오디오로 들으며 설거지를 하다가 흐익 그릇을 깰 뻔 했어요. 그래서 종이로 읽었는데 ... 흠 마지막 결말이랄까 공포 근원지의 사연이랄까가 중간부터 너무 보여요. 그리고 그게 우리나라 예전 공포영화 풍이에요.

오디오북이 더 생생합니다. 종이론 더 안전해요. (화이팅)

꼬마요정 2025-09-10 10:32   좋아요 2 | URL
오, 그렇단 말이죠? 저 이북으로 읽다가 도서관에 책 반납되는 날짜 기다리면서 대기 타고 있었는데 결국 다른 사람이 빌려가서 다시 2주 동안 기다리는 중이었거든요. 오디오북으로는 인터뷰 하나 들었는데 듣다가 자는 바람에...ㅠㅠ 다시 도전해보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5-09-10 11:47   좋아요 0 | URL
긴키…오디오북 듣고 있음 더 무서운 거 맞죠? 저는 어느 부분이었더라?
계속 반복해서 자기한테 오라고 하던 부분이었나? 반복해서 듣고 있으니 소름이 확 돋으면서 진짜 곁에 서서 그 목소리로 말 하는 느낌이 들어 오디오로 듣는 게 왜 무섭지? 내가 넘 심약한가 보다.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책을 읽은 사람들도 무섭다는 평이 많더라구요. 이북으로 읽으니까 또 이게 연결이 좀 안되어(제가 드문드문 읽기도 하지만요.) 반정도 읽긴 했는데 현재 멈춤 상태네요.
종이책으로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이 책을 돈 주고 사긴 좀 아깝고…이북으로 첨부터 다시 읽어볼까? 싶기도 하구요.
도서관에서도 인기가 많은 책이군요.
저는 지금 그 댐 이야기만 무수히 나오는 부분을 읽다 말았는데 우리 나라에도 저수지나 댐관련 괴담이 많은데 그런 건가? 하면서 이유가 궁금하여 끝까지 읽고 싶긴 하네요.ㅋㅋㅋ
우리나라 공포물과 비슷하다니…그래도 궁금하네요.ㅋㅋㅋ
요정 님의 도서관에서 긴키 책 득템을 바라며. 저도 어디 한 번 도서관에 책 사냥 한 번 나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