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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태스크포스 -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최우수상 수상작
황수빈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평점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어느 회사에나 있을법한 무능한 상사와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낸 신입사원, 그리고 그 사이에 끼여 있는 김 대리의 이야기이다. 물론 그들이 회사에서 어떻게 일하고 어떤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어느 직급까지 올라가냐의 이야기가 아니다. 갑자기 나타난 좀비에 맞서 누가, 어떻게 살아남느냐 하는 이야기이다.
대한민국을 휩쓰는 좀비들을 다룬 이야기는 아주 많다. 소설, 영화, 드라마 등등에서 어느새 우리 생각 깊숙히 들어와 있는 좀비는 K-좀비이다. 해외 드라마에서 보던 느린 좀비가 아닌 아주 빠른 좀비. 살아서나 죽어서나 먹을 것에 진심인 좀비다.
회사로 출근한 김 대리가 출근하자마자 몹시도 퇴근이 하고 싶었던 그 날, 회사 건물 전체가 좀비에게 점령당했다. 서로 알고 지내던 동료들이 좀비가 된 모습은 끔찍했는데, 하필 함께 살아남은 사람이 평소 빌런이었던 박 부장과 신입사원 최였다. 차라리 김 대리도 좀비가 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만큼 극악한 사람들이었는데 김 대리는 과연 그들과 함께 무사히 건물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빌런이든 천사든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것 같다. 박 부장과 최가 아무리 싫어도 혼자 살아있는 것보단 함께 있는 편이 버티기 쉬울지도. 그리고 멀쩡한 사람이 달랑 셋만 있더라도 무너진 세상 속에서 스스로 규칙을 세우고 조직을 만들게 된다. 극한 상황에서도 루틴이 생기고 여전히 정신 못 차리는 사람이 있다. "나 때는 말이야"와 "제가요?"를 앵무새마냥 반복하는 그들은 바뀐 세상에서 두려움에 떨면서도 그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 고군분투하는 김 대리는 이들과 함께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하는지 보는데 '어유 저 빌런들 버릴 수도 없고'라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지옥 같던 회사가 또다른 지옥 같은 곳으로 변하고, 함께 일하고 호감을 갖던 사람들이 좀비가 되고 나서도 좀비가 되기 직전의 행동인 "집에 가고 싶다"를 중얼거리며 회사 복도를 배회하는 장면은 짠했다. 그리고 좀비 바이러스 창궐 전 일상을 살던 김 대리의 설렘 가득한 '달방아커피' 방문이 끊긴 것도 안타까웠다. 좀비 데이가 김 대리가 헬스장에서 다친 어깨를 치료하기 위해 갔던 '닥터윤정형외과'에서 닥터 윤에게 반해 병원 밑 커피점을 들락거리다 마침내 닥터 윤과 인사를 나눈 직후였으니까.
김 대리 회사에서는 김 대리를 포함한 세 명이 살아남은 듯 했고, 회사 건물 저 쪽에 역시 누군가 살아남았다. 이제 김 대리는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 그 사람과 접선하고, 구조를 받기 위해 건물 옥상으로 가려고 하는데...
만약 이 책이 닥터 윤 시점으로 쓰였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물도 부족하고 남자와 달리 여자는 생리도 하는데 어떻게 그 상황을 버텨나갈 수 있을까. 가끔 재난 영화를 보면 임신한 여자도 있는데 진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좀비에겐 영혼이 있을까. 좀비가 된 존재는 좀비 이전의 인간과 동일한 존재일까. 좀비는 구원받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