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 청도 감말랭이 60g - 감말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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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 쫄깃하고 달콤하다. 하지만 양이 적다. 그래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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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5-10-22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맛있지만 양이 적으면 슬플 것 같은데요.
그래도 맛있는 것 같으니, 다음에 한번 상품소개를 읽어보겠습니다.^^

꼬마요정 2025-10-23 11:22   좋아요 1 | URL
요게 몰캉하고 달달해서 손이 가는데 먹다보니 없더라구요 ㅋㅋㅋ 사실 많으면 또 물릴 것 같은데 사람 욕심이 그래도 많아야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 욕심쟁이ㅠㅠ
 
[전자책] 사탄탱고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 알마 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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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가 끝나거나 한 체제가 끝나거나 한 개인의 삶이 끝나갈 때 느껴지는 불안감이 있다. 홍콩이 반환되기 전이나 소련이 해체될 때 그들의 문학이나 영화 등에서 강렬하게 느꼈던 불안감. 이 감각을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헝가리 역시 1980년대 말 중앙계획경제체제에서 자유시장경제체제로 바뀌었고, 당연히 사회는 불안해했으며 이 책은 그 시대를 살던 한 '몰락'해가는 집단농장을 이야기 한다. 


이 책은 너무나도 유명한 작가의 문구를 제사(題詞)로 넣었다. "그러면 차라리 기다리면서 만나지 못하렵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성>에 나오는 K의 대사다. 내가 가진 펭귄클래식 <성>에서의 대사는 "그렇다면 그를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차라리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인데 내가 딱 8장까지 읽었기에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이 무슨 운명 같은 우연인가 하고 혼자 신기해하면서 번역의 중요성을 또 한 번 느꼈다. 


이야기는 종소리로 시작한다. 종소리에 일어난 후터키는 슈미트 부인과 함께 잠들었다 깨어났다. 이른 시각에 집에 돌아온 슈미트에게 불륜 현장이 딱 들키나 싶다가 상간남인 후터키가 재빨리 도망친 뒤 때마침 집에 온 것마냥 밖에서 문을 두드려서 슈미트에게서 받을 돈을 요구하는 모습은 조금은 웃기고도 슬픈 장면이었다. 몰락해가는 집단 농장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떠나지 못하고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비는 오고 도로는 진창이다. 


술집에는 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있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셈을 가지고 술을 마시며 질척인다. 호르고시 부인이 막내딸인 에슈티케를 찾으러 오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은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탱고를 추다가 해가 뜨자 지쳐 잠든다. 그리고 이리미아시가 페트리너와 함께 술집으로 들어선다.


술집에는 에슈타케와 의사가 없다. 에슈타케는 소외되고 또 소외되다 죽음마저 이용당하는 소녀다. 의사는 외부에서 마을을 끝까지 바라보고 기억하려는 존재다. 


1부는 1장부터 6장까지, 2부는 6장부터 1장까지로 구성되어 이야기는 하나의 원으로 닫혀 버린다. 후터키와 슈미트 부부가 실랑이를 하는 동안 마을에는 엄청난 소식이 퍼진다. 1년 전에 죽은 줄 알았던 이리미아시가 살아돌아왔다는 것. 마을의 구원자로 여겨지던 그가 돌아오자 사람들은 갑자기 희망을 가지기 시작한다. 


집단 농장에서 전체주의적 삶을 살던 사람들은 자꾸만 잘못된 생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 같았다. 애초에 마을 사람들이 함께 일해서 번 품삯을 받아 온 슈미트는 크라네르와 함께 마을에서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다가 후터키에게 걸린 것이었는데, 이처럼 모두들 마을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음을 알던 그들이 이리미아시가 돌아왔다는 말에 갑자기 모든 일이 해결된 마냥 희망에 찼는데... 구원자로 등장한 이리미아시는 그저 공산당의 감시자일 뿐이며 그의 보고서에서 마을 사람들은 그저 보고서로 올리기 민망한 단어들이 나열된 똥멍청이일 뿐이다. 


술집의 거미줄은 이제 이 마을에서 다른 곳으로 번져나간다. 자신들이 거미줄이 된 줄도 모르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스스로 살아가지 못한 채 살아가겠지. 이데올로기는 종교와 같아서 맹목적이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리미아시와 페트리너, 에슈티케의 오빠이자 악마 같은 서니는 도시를 향해 가던 중 폐허가 된 성에서 종소리인지 윙윙거리는 소리인지를 듣고 하늘에서 내려 온 반투명한 하얀 베일을 마주한다. 에슈티케가 발견된 곳에 도착하자 그 소리는 죽은 소녀의 웃음소리로 바뀌었고 분명 관에 넣었던 소녀의 시체를 발견한다. 시체는 하얀 베일이 사라진 것처럼 사라진다. 그들이 들은 것과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야기의 시작은 종소리였다. 그리고 마지막도 종소리다. 진작에 종탑은 무너져 종이 울릴리가 없지만 종소리는 계속 들려온다. 그 종소리를 후터키도 들었고 마을 사람들도 듣고 의사도 들었는데, 정작 그 소리의 진원지를 찾은 것은 의사 뿐이었다. 


종소리의 실체를 확인한 의사는 돌아와서 다시 일기를 쓴다. 희망도 기회도 없는, 몰락을 마주하는 일기를. 그리하여 끝은 다시 처음이다.  


무너진 종탑과 종소리, 죽은 소녀의 웃음소리와 시체의 환영은 어쩌면 집단이 믿고 있던 풍요의 허상과 희생양을 향한 죄책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소리의 실체는 천국이 아닌 지옥이었으며, 미래를 품고 있던 어린 소녀는 천사가 되어 오빠를 도와주고자 했으니까. 이 사람들에게 죄책감이라는 게 있을까 싶지만 희망을 가져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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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자서전
마리-헐린 버티노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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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기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개개인은 섬이고 남이고 화성이고 금성이고 외계인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다시 펼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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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0-10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중의 하나인데 다시 읽고 싶어도 어디에 두었는지 당최 기억이 나질 않네요ㅜ.ㅜ

꼬마요정 2025-10-11 01:25   좋아요 0 | URL
앗, 찾으셔야할텐데요. 여러 번 읽고 싶은 책이잖아요ㅜㅜ 꼭 찾으시길 바랍니다!!!!
 
첫 여름, 완주 듣는 소설 1
김금희 지음 / 무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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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아닌 곳은 시골일까. 고층 건물이 빼곡하고 도로에는 차들이 쉬지 않고 달리는 곳이 도시라면, 고개를 들면 하늘이 보이고 옆을 보면 나무와 들판이 보이는 곳은 시골일까. 많은 낯선 사람들 속에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곳이 도시라면, 아는 사람은 많지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은 시골일까. 그렇다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정이 넘치고 여유로워 보이는 시골을 동경할 것이고,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처럼 보이는 도시를 부러워할 수도 있다.


열매는 빌려 준 돈을 갚지 않은 채 사라진 고수미를 찾으러 수미의 고향인 완주로 향한다. 열매가 그곳에서 만난 사람은 어쩌면 자기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낮에는 산 사람들을, 밤에는 죽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수미 엄마나 외계인인지 산신령인지 알 수 없는 어저귀, 혼자만의 성에 사는 것같지만 반려견과 치열하게 살아가는 배우 정애는 열매가 알지 못한 삶의 방식을 알려준다. 열매는 완주에서 오래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떠올린다.


할아버지는 열매의 지지자이다. 열매의 마음 속에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해주는 자아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영화 <마스크>의 자막을 읽어주며 할아버지와 쌓은 친밀감, 유대감, 즐거움, 자신감 등은 이곳 완주에서 열매를 맺었다. 이제 열매는 좀 더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겠지.


세상 만물은 모두 좋고 나쁨을 가졌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이며 이는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 나에게 한없이 좋은 사람도 누군가에겐 한없이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 또는 돈과 관계 되면 그 사람의 사정 따위는 저 멀리 사라진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면 '호구'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는데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이익과 손해를 완벽히 따져가며 살 수 있을까 싶었다. 이익과 손해를 따지기보다 베풂과 감사를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열매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보며 나 역시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나의 엄마는 나와 동생을 외할머니집에 자주 맡겼는데, 그럴 때면 늘 나는 외할머니에게 책을 읽어드렸다. 맨날 함매 함매 하면서 동화책부터 그리스로마신화까지 외할머니 옆에서 펼쳐들고 읽었더랬다. 물론 책 한 권을 다 읽은 건 얇은 책 몇 권 뿐이었지만 나도 외할머니도 즐거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할머니가 제일 좋아했던 건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받아적어 알려드린 거였다. 아직도 난 주현미 노래나 현철 노래 가사가 기억난다. '신사동 그사람', '봉선화 연정' 등은 여전히 따라부를 수 있다.


개발 논리에 잠식된 검은 돈이 방화한 것 같은 그 산불은 어저귀의 자취를 없앴다. 어저귀는 어디 있을까. 그 장면을 보며 난 내가 사는 동네에서 재개발 재건축 플랜카드가 한창 걸려있을 때 동네에 있던 커다란 느티나무가 뽑혀 나간 것이 떠올랐다. 내가 이사왔을 때부터 거대한 나무였고 마을의 수호신 같은 느낌을 주는 나무였는데 어느 날 사라졌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백 년은 넘게 그 자리에 있던 나무였는데 이제는 도로의 일부가 되었고 나는 그 자리를 지나갈 때마다 느티나무를 생각한다.


어쩌면 어저귀는 살면서 닮고 싶고 종국에는 되고 싶은 모습이 아닐까 싶다. 세상은 인간만 사는 곳이 아니니까. 사계절을 사는 우리는 삶을 계절에 비유하곤 하는데, 그 계절마다 나를 뭉클하게 하는 것들을 간직하면 좋겠다. 혼돈과 상실의 고통을 지닌 여름을 지나며 열매는 가을을 맞이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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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0-05 0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년전에 제가 어릴적에 살던 동네가 재개발 되는 모습을 직접 본 기억이 있어요.살던곳은 이미 빌라가 되었고 인근 산동네가 아파트 재개발로 철거중이었는데 어릴적 친구가 살던 집이 철거되어 빈집이 되어 한번 들어가 보았습니다.친구네 창문 밖으로 본 옛 동네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 그립기도 하면서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더군요.

꼬마요정 2025-10-09 22:28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저는 아직 제가 살던 집이 포함된 곳이 재개발 된 적은 없어요. 여전히 똑같은 집이 있는데 점점 낡아가긴 합니다. 근데 저도 친구가 살던 집이 재개발 되어서 지금 아파트가 제법 많이 올라갔는데요, 볼 때마다 그래도 성공해서 다행이네 싶어요. 분담금 때문에 골치 아프다지만 그래도 엎어지는 것보다 성공하는 게 낫잖아요. 하지만 여전히 재개발이라는 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희선 2025-10-05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책 제목 보고 달리기를 끝까지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완주는 지역 이름이었군요 제가 사는 곳과 가까운 곳이기도 하지만 가 본 적 없는 듯합니다 할아버지와 열매를 보고 꼬마요정 님과 할머니를 떠올리셨군요 어릴 때 할머니한테 책을 읽어드리시다니 좋은 기억이네요

개발하면 예전 건 거의 다 사라지는군요 남기는 것도 있으면 좋을 텐데...

꼬마요정 님 남은 명절 연휴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꼬마요정 2025-10-09 22:30   좋아요 0 | URL
저도 읽기 전에 처음 이 책 제목 들었을 때 달리기를 끝까지 하는 건가 했네요. 그런데 이중적인 의미이기도 한 듯 해요. 완주라는 곳에서 삶을 완주할 힘을 얻는다는 느낌이랄까요. 아마 열매는 끝까지 삶을 스스로 살려고 노력하면서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아요. 외할머니께 책 읽어드리고 노래 가사 적어드린 건 정말 행복한 기억입니다^^

명절이 끝나버렸네요ㅠㅠ 그래도 주말이 다가오니까요, 연휴 마무리 잘 하시고 힘찬 주말 맞이하시길 바라요^^

감은빛 2025-10-06 0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희선님처럼 그 완주를 생각했는데, 완주군이었군요.
완주는 적정기술 취재하러 딱 한 번 가봤었네요.
지금은 연락이 끊겼는데, 지인 중에 완주가 고향인 사람이 있었네요.

꼬마요정 2025-10-09 22:33   좋아요 0 | URL
다들 같은 생각이로군요. 근데 완주라는 게 이중적인 의미인 듯 합니다. 완주에서 얻은 경험과 정이 열매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어줄 거거든요. 저는 완주는 가 본 적이 없어요. 정확히 어디있는지도 모르지만, 가보고 싶어졌답니다. 이 책 덕에 지인이 떠오르셨네요. 책의 힘인가봐요. 기억이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게 말이죠.^^
 
도쿄 기담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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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처음 접한 건 <상실의 시대>였다. 그 이후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쳐다도 안 봤는데, <도쿄기담집>은 아니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책으로 인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책들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키는 '불가사의하고 기묘하며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일어날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을 때론 유쾌하게 때론 무심하게 때론 씁쓸하게 조곤조곤 말한다. 하루키가 말한 대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고독하고 혼란스러우며 잊거나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헤쳐가고 있다. 무미건조한 어투로 담담히 써 내려간 이야기는 한없이 우울한 이야기를 한층 비극적이게 한다. 반면에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아주 그럴싸하게 놀랍지 않냐는 어투로 말해서 나도 모르게 신기하단 생각이 들게 한다. 하루키는 뛰어난 이야기꾼이었다.


<우연여행자>는 어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다. 하지만 그 세 가지 우연은 세상이 이렇게 신비한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루키가 메사추세츠에 머물던 무렵 들른 재즈 카페에서 신청하고 싶던 곡이 흘러나왔던 우연과 <10 to 4 at the 5 spot> LP판 구입과 관련한 우연은 아무것도 아닌 듯하지만 묘하게 낯설지만 익숙한 느낌을 줬다. 이 우연은 어쩌면 운명처럼 예정되어 있던 걸까하는 느낌 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피아노 조율사인 '그'의 이야기는 이 두 가지 우연에 더해 신비감을 더 증폭시켰다. 화요일 오전마다 서점 까페에서 책을 읽던 그는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을 읽고 있었다. 우연히도 똑같은 책을 읽던 그녀를 만났다. 그와 그녀는 가까워졌으나 더 친밀해지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녀의 사연을 듣고 그는 자신의 누나를 떠올렸다. 인연을 끊었던 누나와의 통화는 그의 삶을 바꿨다. 이는 마치 예전에 선한 행동이 은혜를 갚는 것마냥 찾아 온 가슴 한켠이 따스해지는 우연의 결과였다. 가장 밑바닥까지 홀로 내려가야지만 구원받을 수 있단 하루키의 말이 와닿았다.


<하나레이 해변>은 하와이의 하나레이 해변에서 상어에게 아들을 잃은 사치의 이야기이다. 사치는 자신의 아들이 상어에게 물려 익사했다는 연락을 받고 하와이로 떠난다. 사치의 상실은 치유되지 않았고 그녀는 아들의 기일마다 하와이의 하나레이 해변을 방문한다. 자유롭게 살았던 자신처럼 아들 역시 하와이로 서핑을 하러 왔다가 죽었다. 그의 영혼은 어디 있을까. 우연히 만난 키다리와 땅딸이에게 친절을 베푼 그녀는 그들에게서 기이한 이야기를 듣는다. 감정의 기복이 없어보이는 사치의 메마른 어투는 조금만 건드려도 피가 철철 흘러넘치는 상처를 덮고 있는 듯 했다. 사치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내려가야 할까.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는 특이한 이야기였다. 계단에서 사라진 남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나'는 그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린다. 현대사회는 이상하다.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는가 하면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할 장소를 찾기도 한다. 가족이란 공동체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책임감과 지루함에 짓눌려 사라지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 계단은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는 통로인 것일까. 다른 곳의 거울보다 더 예쁘게 보인다는 그 거울은 보고 싶은 것을 보도록 해줄까.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은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비춰줄까. 내 주변에는 그런 '문'이 있을까. '나'는 그 문을 찾을 수 있을까.


<날마다 이동하는 콩팥 모양의 돌>은 꿈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액자식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가인 내가 쓰는 단편소설 속에서 여자는 능력 있는 의사지만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왜 불륜일까. 그래서 그 돌은 질질 끌려다니는 그 불쾌하고 끈적거리는 불륜이 뿜어내는 감정을 끊어낼 때까지, 진정으로 원하는 무언가를 찾을 때까지 따라다닐까. 그리고 아버지의 주술적 속박에 걸린 준페이는 연애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일생에 중요한 여자가 세 명이라는 말에 그는 누구에게도 그 세 번을 주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지나고나서야 그 여자가 첫 번째였구나, 두 번째였구나 이럴 뿐. 장엄미사곡을 떠올리게 하는 기리에(나도 이 이름을 보자마자 모짜르트의 레퀴엠을 떠올렸다)는 신비로운 여자였다. 그녀 신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둘은 서로에게 푹 빠졌다. 함께 하는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은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다. 사라진 기리에를 기다리던 준페이는 마침내 콩팥 모양의 돌이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갈지 알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삶은 죽을 때나 되어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시나가와 원숭이>는 기이한 이야기이다. 괴이한 존재와 질투에 사로잡힌 인간의 감정과 관련된 이야기라고나 할까. 미즈키는 일 년전부터 자신의 이름을 종종 잊어버렸다. 시나가와 구청에서 운영하는 '마음의 고민 상담실'에 상담을 받으러 간 그녀는 마침내 그 이유를 알게 되는데... 사람은 과거에 사로잡힌 존재이면서 그 과거를 끊고 앞으로 나갈 수도 있는 존재다.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알고 지낸 마쓰나카 유코와 얽힌 이야기를 꺼내자 상담사인 사카키는 번뜩이는 통찰력과 다른 존재를 볼 수 있는 눈으로 미즈키의 과거를 벗겨준다. 세상은 인간만 사는 곳이 아닌 건 확실하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자신에게 도사리는 어둠은 상실을 겪으면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누구나 홀로 그 어둠을 맞이해야만 한다. 어쩌면 그 어둠에 먹힐 수도 있겠지만 모두들 어떻게든 그 어둠을 받아들이고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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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0-02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자님 가라사대 군자는 괴련난신을 논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지요.그래서 공자님 말씅을 신주단주 모신 조선시대에는 기이한 글은 선비들이 쓰거나 읽어서는 안될 책이라고 여겨졌지요.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정조대왕으로 정조는 사서삼경등 중국의 성현이 쓴 글외에는 선비들이 읽어서는 안된다고 야단치셨다고 하지요.
하지만 유교 즉 문보다는 칼을 신봉한 일본의 막부시대에는 오히려 기이한 일들을 수록한 책들이 많이 읽혔다고 하는데 그 전통이 현대까지도 이어내려오고 있나 봅니다^^

꼬마요정 2025-10-04 10:08   좋아요 0 | URL
공자님은 그저 괴력난신을 논하지 않는다 했는데 조선시대 유학자들은 그 말을 괴력난신은 옳지 않다 혹은 나쁘다 라고 여긴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 마음이...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데다가 심지어 괴력난신은 재미가 있잖아요. ㅎㅎㅎ <설공찬전>이 소실되지 않고 그대로 전해졌다면 얼마나 재밌었을까 생각합니다. 아쉬워요.

일본은 기이한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져서 그런지 장르 문학도 엄청 발달했잖아요. 부럽습니다. 얼마 전에 일본 에도시대 괴담도 읽었는데 재밌더라구요. 그래도 우리에겐 <삼국유사>나 <용재총화> 같은 선집들이 있으니까요 ㅎㅎㅎ

새파랑 2025-10-04 1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안읽으신 하루키 작품이 많으시다니 부럽습니다~!
<상실의 시대>가 젤 유명하긴 한데, 다른 작품들도 좋은게 많습니다 ㅋ 장편, 단편, 에세이 마다 하루키 특유의 재미가 다양하게 있습니다~!!

꼬마요정 2025-10-09 22:37   좋아요 0 | URL
제가 <상실의 시대> 읽고 하루키는 쳐다도 안 봤답니다. 그런데 이 책이 제 편견을 깨버렸어요. 역시 사람은 하나만 읽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루키 좋아하시는 분들 왜 그런지 알겠더라구요. 이제 저도 하루키를 읽어보려구요. 새파랑 님 서재에 자주 놀러가서 하루키 찾아봐야겠어요!!! ㅎㅎㅎ

감은빛 2025-10-06 0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실의 시대]가 [노르웨이의 숲]이죠? 후자가 원제라고 들었어요.
제가 읽은 건 아마도 [노르웨이의 숲]이란 제목의 번역본이었던 것 같아요.
하루키 작품 중에 소설은 그거 딱 하나 읽었고,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2/3 정도 읽고 멈췄었네요.
이 책 장바구니에 담아갑니다. 재미있을 것 같아요.

꼬마요정 2025-10-09 22:39   좋아요 0 | URL
저는 <상실의 시대>를 읽었어요. <노르웨이의 숲>이랑 번역이 좀 다를라나요. 저도 그거 하나 딱 읽었는데, 이 책을 읽고 하루키를 더 읽고 싶어졌습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읽어봐야겠어요. 감은빛 님께도 이 책이 재미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