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관 갑옷을 입다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조동신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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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감찬은 고려사에서 독특한 인물이다. 우리에게 귀주대첩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사실 그는 36세의 나이에 무관이 아닌 문관으로 급제하였다. 그런 그가 대량원군(현종)을 알게 되고 그를 지지하면서 고려의 역사는 반짝이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대량원군이 왕의 자리에 오르기 전 이야기이다. 강감찬과 좋은 인연은 아니었던 양주 지방의 호족 김웅의 동생인 김현이 이른 아침 그를 찾아왔다가 죽게 되면서 사건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광증을 보이며 죽은 그에게서 검은 가루가 발견되었고, 김현의 장례식에서 양주 목사 김치상이 말에 차여 죽었는데 마찬가지로 검은 가루가 발견되었다.


일련의 사건들은 갑자기 신혈사에 있던 대량원군에게까지 미치게 되는데, 강감찬은 대량원군에게 진행 중인 독살 시도를 간파해내고 여러가지 사건에 함께 휘말리면서 서로를 알아가며 인정하게 된다. 그 유명한 현종, 대량원군은 왕족의 족보를 엄청나게 꼬운 채 태어난 인물이었다. 아버지는 왕욱, 어머니는 왕욱의 조카인 헌정왕후였는데, 왕욱은 왕건의 아들이고 헌정왕후는 왕건의 손녀였다. 어찌보면 이미 7대까지 내려 온 목종의 입장에서 보면 현종이야말로 태조 왕건의 피를 가장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니 천추태후가 얼마나 싫어했을까. 하지만 결국 현종은 왕위에 오르고 말았다. 왕권 경쟁에서 광종에게 밀린 왕욱은 결국 왕위를 차지하지는 못했는데, 그 아들이 왕위에 오르다니 인생은 정말 알 수가 없다.


일련의 사건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벌어졌고, 무엇을 위한 것일까. 과연 그들은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역사가 이미 그들이 살아남게 됨을 알려줬지만, 그 경로가 창작과 사실이 절묘하게 섞여 있어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강감찬은 사태를 파악하는 능력과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뛰어났기에 문관이었지만 불과 석 달 출정했던 귀주대첩에서 엄청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그런 그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였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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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10-25 0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나라도 비슷했는데, 고구려 왕조도 거의 근친혼이었던 듯합니다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바깥 사람과 결혼한 사람 있는 듯해요 강감찬이 문관이었다는 거 알았을 때 그랬구나 했네요 예전에 역사 시간에 들었을지도 모를 텐데, 그건 잊어버리고 몇달 전에 알고 그랬구나 했군요


희선

꼬마요정 2024-10-27 14:22   좋아요 1 | URL
옛날 왕조들은 혈연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영속화 하려 했나 봅니다. 서양 합스부르크 가문도 근친혼 때문에 부와 권력이 막강하긴 했지만 유전병 장난 아니잖아요. 그나마 고려 중기 이후부터는 바깥 사람과 결혼하고 성리학 때문에 근친혼이 수치스럽다고 여겨져서 근친혼은 점점 사라지게 된 것 같아요. 강감찬이 문관이라는 건 알고 있어도 그저 놀랍습니다^^
 
[eBook] 열려있는 유리문 - 블랙버드클래식 블랙버드클래식
사키 / 크레센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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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틀은 휴양차 시골 마을을 찾는다. 새플턴 부인 집을 방문했는데 마침 부인의 조카 여자아이가 그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창문 너머에 있는 사연을 들려준다.

하나의 생각에 사로잡히면 그 다음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하나의 생각으로 귀결된다. 신경쇠약을 앓던 너틀의 행동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그 행동을 유발한 조카 소녀가 더 비정상 같아 보이기도 한다. 천연덕스럽게 새플턴 부인에게 대꾸하는 그녀가 귀신보다 더 무서워보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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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비실
이미예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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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비호감인가 겨루는 모습이 씁쓸했다. 오디션을 소재로 한 이야기. 누구나 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어떤 모습이 사람들에게 ‘빌런’으로 비치는 걸까. 그렇게 ‘낙인’을 찍고 비웃으면 기분이 나아질까. 남에게 비치는 내 모습은 어떨까. 회사에서 업무가 아닌 사적인 일로 서로를 짧게 마주치는 탕비실은 누군가를 알아가기에 충분한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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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10-22 0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도 이상한 점이 있을지도 모를 텐데... 자신은 잘 못 보고 다른 사람을 이상하다 여기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은 하면서...


희선

꼬마요정 2024-10-23 23:41   좋아요 1 | URL
맞죠… 저도 생각은 그렇게 하는데 사실…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하고 내뱉는 말들도 참 그럴 때가 있습니다. 얼마나 마음을 닦아야 안 그럴까요. 인간인 이상 벗어날 수 없는 걸까요…
 
시티 뷰 -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우신영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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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메운 땅, 수많은 유물을 덮어버리고 높은 건물들을 지은 강남처럼 수많은 생명들을 덮어버리고 만든 도시. 그 곳은 화려하고 잘 짜여진 고급 태피스트리 혹은 휘황찬란한 샹들리제 같은 곳이다. 밤에도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달빛을 가리고 공포를 이겨내는 탐욕을 쌓아가다 마침내는 가슴 내밀한 곳에 숨겨진 욕망 그 자체가 되어 버린 곳이라고나 할까.


처음부터 그런 곳에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다. 로펌 대표 변호사이자 IMF 때 망한 부동산을 사들여 돈을 번 아버지와 무용을 전공하고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우아한 어머니를 둔 수미 같은 사람. 그녀는 발레를 전공했고, 유학을 다녀왔으며, 지금은 의사 사모님으로 자신의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한다. 돈 걱정은 해 본 적도 없고, 할 일도 없을 사람. 오로지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이 중요한 사람. 자신의 지위, 자신의 재력, 자신의 외모가 자신감의 전부인 사람. 


수미의 남편은 섬에서 나고 자란 가난한 의대생이었다가 어엿한 의사가 된 석진이다. 그는 남자 신데렐라였다. 대형병원에서 솜씨 좋게 내시경을 하다가 처가의 재산 수억을 들여 자신의 병원을 개원한 남자. 등산을 즐겼고 탈모를 걱정하며 적당히 자신의 일 외의 일에는 무관심한 사람. 적당히 책임감 또는 죄책감이나 죄의식과는 거리를 두는 그런 사람. 하지만 가진 것이 부담스러워 적당히 자신을 낮추기도 하는 사람.


그에 반해 유화나 주니는 애초에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유화는 연변에서 온 조선족이었고, 주니는 헬스장에서 회원들의 퍼스널 트레이닝(P.T)을 해주는 헬스 트레이너였다. 그런 그들이 모두 함께 살며 욕망을 불태우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유화나 주니가 자신들의 처지를 달가워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것처럼 수미는 '산다는 것의 맨얼굴'을 견디지 못했다.(p.216) 누군가의 삶이 수미에게는 견디기 힘든 맨얼굴인 것이다. 하지만 온갖 시술과 성형과 마사지와 운동으로 만든 몸은 '늙음'을 유예했을 뿐 없애지 못했다. 심지어 과도한 다이어트 및 운동 강박으로 인한 체지방 부족으로 폐경이 빨리 오고 갱년기가 빨리 찾아왔다. 수미는 자신의 늙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젊은 남자의 생기를 빨아들인다고 젊음이 찾아질까. 


그에 반해 석진은 자신의 욕망을 유화에게서 보았다. 어딘지 자신과 닮은 듯한, 아니 자신이 내려다 볼 수 있는 처지의 여자. 가짜 산을 타는 그와는 다르게 진짜 빌딩을 타다 추락한 남자를 연인으로 둔 여자.


이들은 모두 '몸'으로 먹고 살면서 너무 달랐다. 수미와 석진은 몸으로 부와 명예를 얻었으니 몸을 잃으면 시선에 의해 살해당할 것이다. 유화와 주니는 몸을 잃으면 말 그대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 


모든 것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곳에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자체가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강박과 취향이 한끗 차이라지만,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 치열한지 무서웠다. 출산을 위해 병원을 갈 때에도 힐을 신고, 가슴 성형을 하러 갈 때에도 완벽하게 화장을 하고 레깅스를 입고, 가슴 마사지를 할 때에도 비명 하나 지르지 않는 그 강박. 남에게 남보다 잘나보여야 하는 그 강박. 도대체 그 밑바닥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수미는 보여지는 몸을 위해 단 것을 멀리했지만 석진의 어머니는 먹지 못해 먹을 수 없었다. 죽음을 앞두고서야 마침내 마음껏 단 것을 먹게 된 그녀는 마치 이 도시의 또 다른 면인 것만 같았다. 유화가 면도날을 삼키게 된 이유처럼, 공장 견학 때 철저하게 소독된 공간만을 보여주고 진짜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은 비위생과 냉방 때문에 철저하게 숨기는 것같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위화감을 느꼈다. 문득 책을 읽으며 행복해하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에. 한가한 일요일 오후, 날은 춥지만 방은 따뜻하고, 고양이들이 옆에서, 발치에서, 머리맡에서 골골거리며 잠들어 있고, 좋아하는 원두로 내린 커피와 달콤한 롤케익 한 조각을 두고 책을 읽고 있었으니까.  

석진은 자신이 꿈꾸었던 궁전에 대해 생각했다. 최고급 대리석이 깔린 미진 내과, 먼지 한 톨 없이 반짝이는 우아미 필라테스. - P228

나를 가장 기쁘게 하는 건 뭘까. 수미를 가장 기쁘게 하는 건 뭘까.
.......
칼을 먹는 유화가 섭식장애일까, 남의 시선을 먹는 수미가 섭식장애일까.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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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0-21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샀어요, 꼬마요정 님. 책 읽기 전에 일단 꼬마요정 님 리뷰를 읽었습니다.훗.

꼬마요정 2024-10-22 01:10   좋아요 0 | URL
사셨군요. 다락방 님이 풀어주실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여기… 순대국밥 나와요. 연변 순대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먹어보고 싶습니다!!^^

희선 2024-10-22 0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2024년에 상을 두 가지나 받았군요 어린이문학상인 황금도깨비상과 혼불문학상... 작가는 2024년 잊지 못하겠네요 꼬마요정 님은 책을 보는 그 시간이 좋으셨군요 커피와 롤케이크 그리고 고양이가 있어서...


희선

꼬마요정 2024-10-23 23:39   좋아요 1 | URL
작가가 상을 두 개나 받았군요. 정말 2024년을 잊지 못할 듯 합니다. 저 책 읽다가 갑자기 문득 저들은 행복할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저런 궁전 같은 집은 아니어도 책과 커피와 고양이가 있는 제 집이 무척이나 좋고 거기 있는 자체가 행복하더라구요. 참 좋았습니다.
 
사바삼사라 서 세트 - 전2권
J. 김보영 지음 / 디플롯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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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아는 건, 우주를 아는 것과 같다. 찰나 찰나 스쳐가는 생각을 붙잡을 수도, 놓을 수도 없는 인간들이 사는 세상. 그래서 사바세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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