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 - 개정판
설민석 지음 / 휴먼큐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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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주제들을 엮었다. 모든 이야기를 한 권에 담을 수는 없을테니 주제 선정에 많은 공을 들였을 것 같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없지만 필요한 이야기들은 하고 있다. 제법 재미있어서 술술 읽었다.

문화 부분이 좀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세시풍속은 어느 나라나 신기하고 흥겨운 것들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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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구름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북포레스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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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사람들의 사랑인걸까. 한 쪽은 미친듯이 집착하고, 한 쪽은 그 집착을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얽매여 있다. 도대체 앨런이 얼마나 매력적이길래? 조제는 또 얼마나 매력적이길래?

사강은 ‘눈부신 아침 해가 아래로 떨어지면 밤의 그림자가 비행기를 향해 돌진해오고 색색의 구름들이 비행기 옆을 지나가는 그런 하늘 풍경들이 ‘삶을 소음과 격분이 가득한 어리석은 꿈’으로 요약하게 하는 뭔가가 있다.’고 한다.(p.152) 조제는 그렇게 외부에서 밀려오는 대로 반응하다 스스로의 선택이라며 어리석은 행동들을 하고 후회한다. 그러면서 다시 회피하고 방관자로 남고 싶어하다가 다시 앨런에게서 도망치려 한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그녀’(p.90)는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 원하는 삶이 어떤 건지 아는지도 모르겠다.

겨우 스물 일곱의 조제. 내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녀는 너무 어려보이고, 많은 걸 할 수 있을 용기와 체력이 있을 거라 생각하니 더 화가 난다…

다른 결이지만 문득 ‘보바리 부인’이 생각났다. 권태를 벗어나려 외도를 하는 엠마와 앨런의 뜻대로 혹은 앨런을 화나게 하기 위해 외도를 하는 조제. 조제가 생각하는 자유란 어떤 것일까.

놀랍게도 앨런에게는 부정적인 감정만 들었다. 어떻게 공감도 안 가고 이렇게 짜증날 수가 있을까. 그래서 조제가 떠나지 못하는 게 더 답답한 걸지도. 아무리 잘생겨도 저런 식이면 하루라도 견디기 힘들 듯.

그는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켰다. 그가 그녀를 지나치게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가 세상을 사랑하지 않고 세상을 자기 뒤로,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현기증 속으로 제쳐놓아서였다. 그가 그녀만을 보기 때문에 그녀도 그를, 오직 그만을 보아야 했다. - P105

그렇다, 사람들은 그녀를 사랑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 사랑을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다. - P90

사실 앨런의 입장은 이랬다. ‘내가 당신의 삶 전체를 공유해야 한다는 걸 당신은 받아들여야 해.’ 그리고 조제의 입장은 이랬다. ‘당신이 내 삶 전체는 아니라는 걸 당신은 받아들여야 해.’ - P113

30분 동안 비행기 안에서 눈부신 아침 해가 아래로 떨어지고,
붉어지고, 사라지는 모습을, 그러는 동안 밤의 그림자들이 비행기를 향해 돌진해오고, 둥근 창문들 밑으로 파란색과 연보라색 그리고 검은색 구름들이 열을 지어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단숨에 다시 밤이 되었다. 그때 그녀는 그구름들의 바다에, 공기·물·바람의 혼합물에 잠기고 싶은 신기한 욕구를 느꼈다. 그것이 어린 시절의 추억들처럼 그녀를 감싸면서 가볍고 부드럽게 피부에 닿는 것을 상상했다.
그 하늘 풍경에는 놀라운 뭔가가, 삶을 소음과 격분이 가득한‘ 어리석은 꿈으로 요약하는 뭔가가, 진짜 삶이어야 할 눈을 가득 채워주는 시적 평정을 희생해서 완수되는 꿈으로 요약하는 뭔가가 있었다. 이 순간 그녀는 해변에 혼자 누워 시간을 흘려보내듯이,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를 듣듯이,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주저하며 다가오는 여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삶에서 도망쳐, 사람들이 삶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도망쳐, 온갖 감정들로부터 도망쳐, 내 장점과 단점들로부터 도망쳐, 수없이 많은 은하수 중 하나의 100만분의 1 면적에서 잠시의 호흡이 되고 싶었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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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야사로 보는 고려의 역사 1 야사로 보는 고려의 역사 1
최범서 지음 / 가람기획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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띄어쓰기가 너무 안 되어서 사람 이름 구분할 때는 조금 힘들었다. 그래서 별 셋을 줄까 하다가 그래도 다채로운 고려 이야기를 볼 수 있어 별 하나를 얹었다.

1편은 태조 왕건부터 명종 시대까지 이야기들이다. 고려를 세웠기에 분량이 제일 많다. 게다가 시경에서 주 무왕의 선조들을 신화한 것처럼 왕건의 증조부, 조부 등이 용의 딸이든 호랑이의 자손이든 신이한 존재들과 엮인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또한 당시 유명했던 도선 선사와 왕건을 엮기도 한다. 야사는 이래서 재미가 있다.

읽다 보니 북쪽 지방 이름을 잘 몰라 아쉬웠다. 왕건이 견훤과 싸울 때 서해에서 치고 내려온다는데 아, 그랬겠구나 싶었다.

야사는 승자의 기록이 아니라는 데 매력이 있다. 현재 우리의 삶과 밀착되어 있고 어쩌면 그래서 지혜의 보고寶庫일 수 있어 야사는 정사보다 인간의 파노라마가 훨씬 사람냄새를 풍긴다. 그래서 오늘도 강자의 왜곡된 기록에 맞서 야사의 기록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 P7

봄바람 길손의 옷자락에 불 때
길손은 멍청히 서서 빈 터를 바라보네
서방 궁궐 모두 사라지고
무너진 담, 쓰러진 주초, 눈물만 나누나
밭머리에 꿩이 하늘로 날고
산 위에 뜬 구름 한가하구나
그 옛날 문종이 행차하던 그날,
산같이 큰 일산 바람에 날렸으리
송도에서 절까지 긴 비단장막 늘일 때
장안의 모든 눈은 여기로 쏠렸네
역적의 횃불 초토로 변할 때
고운 그림 기둥 어디에서 찾을고
흥망성쇠 그 누가 만들었느뇨
오직 그 자취 청사에만 남으리
옷깃을 여미고 옛일을 조상할 때
발길 떨어지지 않아 갈 수 없구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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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 / 산돼지 지만지 한국희곡선집
김우진 지음 / 지만지드라마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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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찬미’로 유명한 윤심덕과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알려진 김우진의 희곡이다. 둘이 연인 사이는 결코 아니었다고 하던데 같은 날 같은 배에서 사라졌으니 이야기가 많을만도 하다. 사실 여부를 떠나 둘은 사람들에게 연인이자 생의 마지막을 함께 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여러 장르의 소재로 활용되었고, 그 중에서 난 이종석, 신혜선 주연의 드라마 <사의 찬미>를 좋아한다.

집안과 자아실현 사이에서 고뇌하는 지식인. 집에 돈이 많다한들 원하는 글을 쓸 수 없고, 독립을 위해 애쓸 수 없고, 자신이 생각하는대로 살 수 없는 삶에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다른 상황이지만 같은 처지인 윤심덕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그럴 법 했더랬다.

연인이 아니라 하고 같이 자살할 이유를 모르겠다지만, 이 책을 읽으니 어쩌면 정말 자살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파>는 마치 <성 앙투안느의 유혹>의 일부를 보는 듯 했다. 결론은 완전히 다르지만, 자신 안의 갈등이 넘쳐 흐른다. 원하는대로 살 수 없게 하면서 왜 낳았을까. 그렇다면 ‘비비’처럼 삶을 스스로 꾸려가도록 해야 하겠지만 ‘시인’은 그러지 못한다. 자신이 속한 세계와 저 멀리 있는 ‘이상’ 사이에서 그는 끊임없이 흔들리다 ‘난파’를 선택한다.

<산돼지>는 그래도 희망이 있다. <난파>에서의 ‘비비’는 허상이지만, 여기 ‘정숙’은 살아있다. ‘원봉’은 ‘정숙’과 더 넓고 새로운 세계에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1막과 2막에서는 산돼지처럼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지만 ‘원봉’은 집돼지마냥 본성을 누르고 갇혀 있다. 심지어 출생의 비밀도 있다. 출생의 비밀마저 알게 된 ‘원봉’은 3막에서 산돼지 탈을 받아들이며 돌아 온 ‘정숙’과 <봄 잔디밭 위에>를 낭송한다. 지식인인 ‘원봉’이 ‘정숙’을 깨우치고, ‘영순’도 깨우치고 다들 사회라는 한계 속에서도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옛글이 참 읽기 어렵다.

詩人(시인) 하지만 내게도 그럴 힘이 잇슬가요.
비비 잇구말구요. 손톱 끈는 것보다두 더 힘업시 어머니와 離緣(이연)만 해 버리면
詩人(시인) 해 보리다. 하지만 난 詩人(시인)얘요. 保險(보험)統計書(통계서)는 몰음니다. 讓渡證書(양도증서) 맨들쥴도 몰으고, 나는 過去(과거)를, 꿈을, 버릴 수 업슴니 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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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1-09 2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드라마 봤어요
시대의 우울함이 마음 아팠던...

꼬마요정 2022-01-10 01:00   좋아요 1 | URL
드라마가 참 예쁘고 아팠어요. 이 드라마에서 김우진의 ‘어린아이였더라면’ 시를 읊는데 참 좋더군요. 그래서 김우진의 희곡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읽게 되었네요. 개인적으로 <난파>가 좋았어요^^
 
[블루레이] 팬텀 스레드 : 일반판
유니버설픽쳐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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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와 레이놀즈 두 사람은 정말 영혼의 짝인 듯. 다음 생이란 게 있다면 둘이 꼭 다시 만나길. 다른 사람은 감당 안 될테니.

버섯 요리 먹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 눈빛과 표정이 정말 압권이다. 인터뷰 말미에 그런 그를 떠올리며 미소 짓는 빅키 크리엡스 역시 대단하다. 두 사람 연기와 영화 내내 흐르는 음악이 보는 사람을 미치게 한다.

‘나는 저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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