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구름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북포레스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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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사람들의 사랑인걸까. 한 쪽은 미친듯이 집착하고, 한 쪽은 그 집착을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얽매여 있다. 도대체 앨런이 얼마나 매력적이길래? 조제는 또 얼마나 매력적이길래?

사강은 ‘눈부신 아침 해가 아래로 떨어지면 밤의 그림자가 비행기를 향해 돌진해오고 색색의 구름들이 비행기 옆을 지나가는 그런 하늘 풍경들이 ‘삶을 소음과 격분이 가득한 어리석은 꿈’으로 요약하게 하는 뭔가가 있다.’고 한다.(p.152) 조제는 그렇게 외부에서 밀려오는 대로 반응하다 스스로의 선택이라며 어리석은 행동들을 하고 후회한다. 그러면서 다시 회피하고 방관자로 남고 싶어하다가 다시 앨런에게서 도망치려 한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그녀’(p.90)는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 원하는 삶이 어떤 건지 아는지도 모르겠다.

겨우 스물 일곱의 조제. 내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녀는 너무 어려보이고, 많은 걸 할 수 있을 용기와 체력이 있을 거라 생각하니 더 화가 난다…

다른 결이지만 문득 ‘보바리 부인’이 생각났다. 권태를 벗어나려 외도를 하는 엠마와 앨런의 뜻대로 혹은 앨런을 화나게 하기 위해 외도를 하는 조제. 조제가 생각하는 자유란 어떤 것일까.

놀랍게도 앨런에게는 부정적인 감정만 들었다. 어떻게 공감도 안 가고 이렇게 짜증날 수가 있을까. 그래서 조제가 떠나지 못하는 게 더 답답한 걸지도. 아무리 잘생겨도 저런 식이면 하루라도 견디기 힘들 듯.

그는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켰다. 그가 그녀를 지나치게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가 세상을 사랑하지 않고 세상을 자기 뒤로,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현기증 속으로 제쳐놓아서였다. 그가 그녀만을 보기 때문에 그녀도 그를, 오직 그만을 보아야 했다. - P105

그렇다, 사람들은 그녀를 사랑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 사랑을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다. - P90

사실 앨런의 입장은 이랬다. ‘내가 당신의 삶 전체를 공유해야 한다는 걸 당신은 받아들여야 해.’ 그리고 조제의 입장은 이랬다. ‘당신이 내 삶 전체는 아니라는 걸 당신은 받아들여야 해.’ - P113

30분 동안 비행기 안에서 눈부신 아침 해가 아래로 떨어지고,
붉어지고, 사라지는 모습을, 그러는 동안 밤의 그림자들이 비행기를 향해 돌진해오고, 둥근 창문들 밑으로 파란색과 연보라색 그리고 검은색 구름들이 열을 지어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단숨에 다시 밤이 되었다. 그때 그녀는 그구름들의 바다에, 공기·물·바람의 혼합물에 잠기고 싶은 신기한 욕구를 느꼈다. 그것이 어린 시절의 추억들처럼 그녀를 감싸면서 가볍고 부드럽게 피부에 닿는 것을 상상했다.
그 하늘 풍경에는 놀라운 뭔가가, 삶을 소음과 격분이 가득한‘ 어리석은 꿈으로 요약하는 뭔가가, 진짜 삶이어야 할 눈을 가득 채워주는 시적 평정을 희생해서 완수되는 꿈으로 요약하는 뭔가가 있었다. 이 순간 그녀는 해변에 혼자 누워 시간을 흘려보내듯이,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를 듣듯이,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주저하며 다가오는 여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삶에서 도망쳐, 사람들이 삶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도망쳐, 온갖 감정들로부터 도망쳐, 내 장점과 단점들로부터 도망쳐, 수없이 많은 은하수 중 하나의 100만분의 1 면적에서 잠시의 호흡이 되고 싶었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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