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 방법들 가운데 하나이지만, 사실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유일하다. 더욱이 역사가 이야기로 구성하려는 것은 실제로 존재했던 과거의 재구성을 목표로 삼는다. 역사적 텍스트에 앞서 존재하고 역사적 텍스트의 외부에 위치하는 실재와의 이러한 관련성이 역사를 구성하고, 역사를 우화나 허구와 구별하게 해 주는 것이다. 여기서 텍스트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는 설명을 생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30쪽
나는 추락과 희생, 기회와 난관으로 점철된 지난날을 통해 내 이마에 독특한 운명의 표시가 새겨져 있다는 것을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나는 많은 고통을 겪었고 죽음의 위기를 넘겼다. 신과 인간들에 의해 버려져 절망의 극한으로 내몰릴 때마다 나는 내부에서, 몸 안에서 싸워 이기고자 하는 힘을 길러냈다. 바로 그것이 하늘의 흔적, 목소리, 음악이었다. 숨겨져 있던 시련의 의미가 신탁에 의해 드러났다. 신들은 나를 불과 물로 연마시킨 후에 그들의 대리인으로 지명했던 것이다. -p.132쪽
나는 다른 난관들이 내 앞길을 가로막으리라는 것을, 고독이 내 충실한 친구가 되리라는 것을,내 삶이 죽음과 부활의 연속이리라는 것을,고통과 절망에서 더 없는 기쁨이 탄생되리라는 것을 알았다.나,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던 평범한 아이, 그리 예쁘지 못했던 소녀, 두 차례나 절에 들어갔던 평민 출신의 여자, 그런 내가 하늘의 딸이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p.209쪽
예술은 상상력의 힘을 빌려 정신을 자기의 한계 앞에 마주서게 함으로써 우리의 삶과 능동적 행위의 의미를 비로소 온전히 드러나게 합니다. 사람은 죽음 앞에 설 때에야 비로소 삶의 의미를 절실하게 깨닫게 됩니다. 비극은 산 사람들을 상상력의 힘을 통해 죽음 앞으로 호출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삶의 의미를 절실하게 되묻게 하는 것입니다.-89쪽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대상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다.-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