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동물종도 다른 종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구는 어떤 한 종의 소유가 아니에요.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생명체가 똑같이 지구의 주인이죠. 어떤 종도 스스로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고 여길 권리는 없어요. 인간도 고양이도 마찬가지죠.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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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이런 거야. 가령 말이야, 자네가 결혼을 했고 부인을 사랑하고 있어. 그런데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끌렸다면. "
"잠깐 가만있어봐, 나는 그런 말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어. 그것은 마치...... 내가 지금 배가 부르면서도 빵집 앞을 지나가다가 빵을 훔친다는 것과 같은 얘기니까 말야. "
스테판 아르카디이치의 눈은 여느 때보다 한층 더 빛났다.
"왜 그래? 때로는 빵이 못 견딜 만큼 좋은 냄새를 풍기는 수도 있을 거 아냐. "
.......
레빈은 웃었다.
"그렇지, 끝이야. " 오블론스키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할 수도 없지 않냐 말야. "
"빵을 훔쳐선 안 되지. "
(pp. 8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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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 연대기 8 - 아더 왕의 죽음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북스피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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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카멜롯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날 때를 기약하며.

커다란 영광을 가졌던 왕국은 그 영광만큼 무참하게 패배했다. 많은 기사들이 죽고 음모와 배신이 난무한다.

여신의 가호 없이, 신성한 상징 없이 왕국은 존재할 수 없다. 아더가 귀네비어를 잃고 신성한 왕권의 상징인 엑스칼리버를 내던진 순간, 아더는 아무도 아니다. 검이 사라진 현실에선 왕국도 없다.

란슬롯이 성배를 찾지 못했던 것은 그에게 성배는 곧 귀네비어였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귀네비어보다 아름다울 수 없고, 성스러울 수 없다.

아더 왕의 왕국이 일어나 번영하고 몰락하기까지 모든 것을 알고 있던 멀린이 제일 가련하다. 알면서 막을 수 없고, 알면서 말할 수 없고, 알지만 또 그 상황을 맞닥뜨려야 한다. 괴롭고 괴로웠을테지. 그래서 미쳤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기 위해 다시 나타나야 했다. 아아, 사랑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많은 것을 알지만 바꿀 수는 없었던 예언자.

"말이란 아무 의미도 없는 거랍니다.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삶과 죽음이란 똑같은 현실의 두 가지 면모에 불과한 것입니다."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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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을 빼앗기고 안락이 사라지고 희망이 사라져도 사랑은 거기에 남아 있었다. 사랑은 신이다. (p.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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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10-05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 엄ㅊㅓ~엉 두꺼워 보이네요
역시 요정님!!

꼬마요정 2017-10-05 23:11   좋아요 1 | URL
엄청 두껍긴한데 금방 읽힙니다. 만약 그리스도교 신자라면 이 책의 첫 장과 마지막 장에 감동할거라 생각합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닥터 지바고 동서문화사 세계문학전집 100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지음, 이동현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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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마도... 범우사 책이 좀 더 로맨틱한 것 같다. 친정 가서 가져와야겠다.


시간이... 유리와 라라의 사랑이 내게 남긴 흔적을 왜곡했을지도 모른다.


그 찰나의 순간, 우연히 닿아 느껴지는 온도에, 서로를 느끼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욕망과 금지된 시간들에 느끼는 짜릿함. 순간을 영원처럼 살다 못 볼 것을 예감하고서도 각자의 길을 가야했던 연인들.


혁명과 전쟁은 그들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목숨을 내 놓으라고 위협한다. 같이 있어도 결국 함께할 수 없는 그들이었기에, 유리는 라라의 목숨을 살리기로 하고 보내지만... 뒤에서는 애타게 부르짖는다. "잘 가거라, 오직 하나뿐인 내 사랑이여, 영원히 잃어버린 사람이여!" '안녕, 라라, 저세상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나의 아름다움이여, 안녕. 나의 기쁨, 결코 마르지 않는 나의 영원한 기쁨이여.' '이제 두 번 다시 그대를 만나지 못하리, 이 세상에서는 영원히 그대를 만나지 못하리.'


김소월 시인의 <초혼>이 떠올랐다.


부르다 내가 죽어버릴 것 같은 이름, 하늘과 땅 사이는 넓고 설움에 겹도록 불러도 허공에 흩어져 버리는 이름... 선 채로 돌이 된다 해도 잊을 수 없는 이름...

 


세상에서 약자들은 능욕당하고, 물건 취급을 받고, 하찮게 여겨졌다. 그들의 목숨 따위는 땅 위의 돌마냥 걷어채여 어디에나 피를 쏟고 있었다. 그래서 스트렐리니코프는... 파샤는 혁명에 투신했다.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그를 만난 유리는 그와 함께 또 다시 그녀를 떠올린다. 파샤를 사랑했던 라라, 유리를 사랑했던 라라... 그리고 파샤는... 하얀 눈밭을 붉은 피로 물들인다. 


사실, 이 책은 사랑만을 이야기 하기 힘들다. 당시 러시아에서 자행됐던 끔찍한 일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욕정이 아닌 순수한 사랑이 있었다는 건 희망일지도 모른다. 너무 끔찍한 일이 많아 사랑만을 보게 되는 것일지라도. 

  

(라라)"아, 유로치카, 너무해요. 나는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데 당신은 마치 살롱 객실에 있는 것처럼 빈말만 하는군요. 내가 어떤 여자냐고요? 난 이미 금이 가 버린 여자 - 한평생 금이 간 채 살아야 하는 여자예요. 난 너무 어린 나이에 용서할 수 없을 만큼 빨리 여자가 되어 버렸어요. 그것도, 전 시대의 자신감 넘치는 중년남자, 뭐든지 누릴 수 있고 뭐든지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기생충으로부터, 거짓되고 추악한 해석을 통해 최악의 바닥에서 인생을 알게 된 여자라고요."

(유리)"짐작은 하고 있었어.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 그것에 대해 슬퍼해야 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이라고. 어찌하여 한발 늦었던가, 그때 내가 당신 곁에 있었더라면 그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테니까. 정말로 그것을 슬퍼하며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망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나야...." (p.464)

(유리)"...당신 화장대 위의 물건들에 대해, 당신의 살갗에 배어 나온 땀 한 방울, 당신에게 달라붙어 당신의 피에 해를 줄지도 모를, 공중에 떠돌고 있는 전염병에 대해서까지 나는 질투하고 있는거야. 언젠가는 그자가 당신을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닌가, 언젠가는 나의, 혹은 당신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어. 난 알고 있지만, 당신은 내가 알 수 없는 소리만 잔뜩 늘어놓고 있다고 생각할 거야. 그것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난 미칠 듯이 모든 것을 잊고 한없이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 (p.467)

(라라)"...남은 것은 오직 한 가지, 비일상적인 아무짝에도 못 쓸 힘뿐이에요. 그 힘은 발가벗긴 채 입을 것도 빼앗긴 다정한 마음이에요. 그리고 그것만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 다정한 마음은, 언제 어느 시대에나 추워서 얼어붙어 오들오들 떨면서, 바로 옆에 있는, 마찬가지로 벌거벗은 외로운 사람들에게 손을 뻗고 있었기 때문이죠. 당신과 나는 마치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 같아요. 두 사람은 세상이 시작될 때 몸을 가릴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또 지금의 우리 또한, 마찬가지로 세계의 종말 속에서 몸에 걸친 것도 살 집도 없이 떨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과 나는 무수한 위대한 것에 대한 추억이에요. 그 위대한 것은 이 세상에서 수천 년에 걸쳐, 그 세월과 우리 사이에서 창조된 것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이 사라진 기적을 기념하기 위해, 지금 호흡하고, 사랑하고, 울고, 그리고 서로 부둥켜안고 서로 달라붙어 있는 거예요." (p.469)

실내는 어둡고 음침했다. 유리 안드레예비치는 장작과 물을 나르면서 끊임없이 집 안을 살펴보며 자꾸만 새로운 것을 찾아냈다. 그러면서 그는 장작을 나르고 물을 길어오는 등,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라라의 집안일을 도와주었다.
이런 저런 일을 하느라 바삐 움직이다 우연히 손이 닿으면, 두 사람의 손은 서로의 손 속에 남아, 운반하기 위해 들고 있던 무거운 짐을 바닥에 내려 놓고, 목적지까지 가지 못한 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맹렬하게 끓어오르는 다정한 마음의 발작에 몸을 맡긴다. 그러면 모든 것이 두사람 손에서 빠져나가고 의식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몇 분 몇 시간이 지나가고, 그러다가 너무 늦어 버린 것을 알고 제정신을 차린 두 사람은 오랫동안 혼자 내버려두었던 카테니카를, 물도 건초도 주지 않은 말을 생각해 내고는 깜짝 놀라, 멈췄던 일에 다시 허겁지겁 뛰어들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미안해 했다. (pp.51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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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8-18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문 몇 개만 보고 판단하는 거지만, 동서문화사 번역에서도 올드한 느낌이 나는군요. 그리고 쉼표로 이어지는 긴 문장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

꼬마요정 2017-08-19 15:36   좋아요 0 | URL
읽다가 숨이 찼어요.. 문장이 끝이 안 나는 겁니다. 그래서 읽다가 누구 얘긴지 다시 읽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구요. 친정 가서 범우사 책을 가져 와야겠습니다. 비록 귀여운 통통이가, 고양입니다, 쉬를 했지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