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판단이 역사 인식에 있어 객관적 진실성을 해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역사를 삶의 과정으로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즉, 삶의 과정 그 자체가 바로 가치적인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소치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역사과학은 수학이나 자연과학과 같은 몰가치적 학문과는 차워니 다른 것이다. 만약 역사 인식의 객관성을 내세워 인식자의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사실만을 기술하는 것이 역사라고 한다면, (예컨대 몰가치설을 주창한 랑케처럼) 그같은 역사 서술은 죽은 사료들의 단순한 나열로서, 한갓 무의미한 사건 기록에 지나지 않아 사실에 대해 아무런 의미도 드러내주지 못할 것이다.-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