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이가 무지개별을 건넜다.

 

14년 하고도 10개월을 통통이로 살던 까맣고 하얀 고양이는 이제 더 이상 내 곁에 없다.

 

2005년 3월, 울 집 계단에 집을 만들어주고 돌보던 길냥이 복죽이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낳고는 세상을 떠났다. 엄마 잃은 작은 고양이는 그 때부터 우리집 귀염둥이가 되었다.

 

혼자 가출해서 며칠 동안 찾아다닌 적도 있었다. 고양이면서 담벼락에서 떨어져서 꼼짝도 못하고 있던 녀석을 데리고 오던 날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많이 춥고 배고팠는지 밥과 물을 한 가득 먹고 난로 앞에서 꿈쩍도 안하던 통통이가 그렇게나 고마울 수가 없었더랬다...

 

결혼하면서 통통이랑 떨어졌는데, 어느 순간 신장이 안 좋다고 해서 몇 번이나 병원을 들락거렸다. 하지만 비뇨기 관련 먹이를 주고 물을 많이 주는 것 외엔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가 엄마가 강아지 한 마리를 구조하셨고, 덕분에 통통이는 외롭지 않았을까...?

 

얼마 전 통통이가 많이 안 좋다고 했다가 다시 좋아졌다고 해서 통통이 보러 가야지 했는데, 오늘 아침 엄마한테서 연락이 왔다.

 

"통통이가 갔다..."

 

너무 놀라 뛰어갔다.

 

항문이 열렸으면 말을 하지... 엄마는 너네 힘들까봐 말 안했다고 하셨지만 끝내 마지막을 보지 못해 미안하고 미안했다.

 

어릴 때부터 마냥 고양이가 좋았다.

 

언제나 고양이는 내게 웃음을 주었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그리고 떠나보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나와 함께 한 삶이 행복했으면...

 

어떤 생명체든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이렇게 또 내게 소중한 존재가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본다. 새삼 살아있을 때 그 존재가 내게 얼마나 큰 기쁨이었는지 느낀다.

 

잘 가라 통통아.... 내게 기적 같던 고양이야...

어쨌든 우리 모두는 행복이라는 큰 선물을 받은 사람들처럼 함께 아름다운 저녁을 보냈다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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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9-12-31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있던 반려동물들이 마중나온다는 얘기가 있다.>
저도 고양이 기르는 입장에서 언제가 맞이할 아픔에 대하여 위안삼는 문구입니다.

꼬마요정 2019-12-31 15:03   좋아요 0 | URL
위로 고맙습니다. 먼저 간 그 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길 바랄 뿐입니다.
함께 해서 행복했다면 좋겠어요. 고맙습니다.

blanca 2019-12-31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키우고 싶은데 이별이 무서워서 시도 못하겠어요. 통통이가 좋은 곳으로 갔기를...

꼬마요정 2019-12-31 15:04   좋아요 0 | URL
저도 이별은 무서워요, 하지만 이 아이가 길에서 떠돌다가 생을 마치는 것보다는 살아있는 동안 배 부르고 등 따시게 지냈으면 해서 데려왔답니다. 같이 있는 시간들이 행복했다면 좋겠어요...
위로 고맙습니다.

stella.K 2019-12-31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저희는 개를 16년째 키우고 내년이면 17년차 들어가는데
노견치곤 비교적 아직은 건강한 편이긴한데 언제든 마음의 준비는 하고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 그렇지 녀석이 가곤하면 얼마나 허전할까 생각만하면 아찔하죠.

그래도 통통이 꼬마요정님 같은 좋은 주인 만나서 행복했을 겁니다.
그렇게 위안 삼으시길...
새해 잘 맞이하시구요.^^

꼬마요정 2019-12-31 15:08   좋아요 1 | URL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건강하다니 다행입니다. 건강이 최고에요.
늘 있었는데 빈자리를 보니 계속 울컥 울컥 하지만 괜히 내가 발목 잡아서 갈 길 못 갈까봐 잘 가라고 빌기만 하네요.

위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프레이야 2020-01-01 0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냥이와 15년을 함께한다는 게 어떤 걸까요. 통통이를 보내고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요 ㅠ 저도 반려하고 있는 냥이녀석 생각할수록 말 못하는 그 생명이 짠한데 앞으로 더더 오래 언제까지 함께할지 모르겠네요. 통통이 아픔 없는 곳에 가 있기를 바라요 님. 그동안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행복했을거에요. 님 토닥토닥.

꼬마요정 2020-01-01 10:1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행복했겠죠? 밖에서 힘든 삶을 사는 것 보다 집에서 함께 한 시간들이 행복했길 바랄 뿐이에요. 아직 옆에 있는 냥들이 5마리나 더 있는데 더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그 전까지 최선을 다해 잘 해주려구요. 프레이야님 반려냥이 건강하게 오래 오래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고마워요.

초딩 2019-12-31 2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꼬마요정 2020-01-01 10:18   좋아요 0 | URL
초딩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0-01-01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4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