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의 [나귀가죽]을 1백여 페이지 가량 읽고 있다. 

발자크 소설은 [고리오영감] 딱 하나 본 것이 전부인데 이 [나귀가죽]은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역시 고전이고 거장이다, 비록 발자크가 최고의 작가는 아니라 할지라도 그의 장광설에 가까운 묘사의 힘은 무시못할 흥미를 자아낸다. 

고전은 어쨌든 보상을 준다. 

그게 고전을 읽게 만들고 읽어야 하는 힘일 것 같다. 

그런데 발자크의 주요작, [외제니 그랑데]가 아직 완역본이 나오지 않았다. 

[사촌 베뜨]는 딱 한 종이 있는데 상태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어서 완역과 새로운 번역본이 나오길 기대한다.  






 

 


 


P. S. 발자크의 여성관이 얼마나 형편없고 우스꽝스러운지 읽는 재미도 있음.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여자들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 2부 '무정한 여인'은 시작부터 라파엘의 개인사로 시작해 자신에게 유독 무정한 여인들에 대한 가차없는 비평이 이어진다. 뒤끝작렬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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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 그림 속으로 들어간 남자.

그곳에서 그를 안내한 마르타 라는 여자는 창문으로 들어오라는 말을 건네며 말한다. 

"...창문으로 들어오게 해서 죄송합니다만, 르네가 워낙 문을 싫어해서요." (68)

이 대사가 묘하게 웃겨서 맥락없이 큭큭 웃었다. 
<빛의 제국>에는 문이 있고 창문도 있다, 물론 열려 있는 문은 없지만.
르네 마그리트가 진짜로 자신의 작품에 문 그려넣는 걸 싫어했는지 모르지만 소설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아직은 모르겠다.이제 절반 가까이 읽었으니까. 

정말 오랫만에 그야말로 최신 소설을 읽고 있는데(무려 2009년작이다) 기원전과 19세기에서 서성이던 거에 비하면 완전 타임슬립해서 미래로 간 것 같다. 흐흐흐
매우 낯설다. 상대적이라고 할까, 한동안 읽던 문장에 비해 문장 하나하나가 가볍게 느껴져서 뭔가 미끄덩거리듯 잘 들어오지 않는 기이한 경험을 하고 있다.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시간만큼 거리가 느껴지는 체험이다. 
얇은 분량의 책이라 금방 읽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더디다. SF라기보다는 초현실적 환상소설에 가까운듯한데 끝까지 읽어봐야 이 작가의 특성을 알 것 같다. 

본문에 나온는 말이라는데 

산산조각난 존재, 덧없기 짝이 없는 운명에게 비상탈출구를 열어주고 
또다른 세계를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예술가들의 역할이 아닌가..

라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번듯한 문이 아니라 창틀 넘어 들어가야 할 창이라도 기꺼이 넘어가고 싶다. 

프랑스 작가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는 실제로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을 보다가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구상했다는데 예술작품에 감동이나 충격을 받아 격렬하게 흥분하거나 어지러움을 등을 느끼는 증상인 스탕달 증후군처럼, 증상은 조금 다르겠지만 어쨌든 예술작품을 보고 또다른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결과를 냈다. <빛의 제국>이 <빛의 집>으로 좀 쪼그라든건가? 웃자고 한 얘기다.

르네 마그리트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20세기 화가인데 2000년도에 수지 개블릭이 쓴 책을 구입해서 읽었는데도 그의 그림 외에는 기억나는 게 거의 없다. 이리도 순수할 수 있냐, 이리도 깨끗해 ㅎㅎ 책이 깨끗한 걸 보니 구입만해놓고 읽지 않았던 듯도 하고... 


















이탈리아 문학의 거장이라는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권태](1960)를 좀 들여다보다가 뒀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호기심 때문이었는데 사실 모라비아는 장 뤽 고다르의 영화 때문에 오래전에 알고는 있었던 작가지만 직접 읽어보지는 못하고 오랜 세월 뒤에 어떤 경로를 통해 비로소 읽어볼 기회가 온 것이다. 

결론은 접기로 했다는 것. 

내 취향에는 맞지 않는듯하다. 

몇 페이지 읽지 않았지만 정말 권태스러웠다. 권태롭지 않게 권태로 이끄는 아이러니를 수행하지는 못하는 듯했다. 

그야말로 권태스러웠다. 

초반에 예술로도 구원되지 못하는 권태를 보여준다. 주인공은 그림에 빠져들었다가 그림을 그만둔다. 권태 때문에.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슬금슬금 마음 한켠을 차지하기 시작하고 있는데 이 또한 시간이 좀 지나면 권태스러워질지 모르지만 읽고 싶다는 마음이 몽글몽글 거린다. 

국일미디어에서 펴낸 책으로 초반 '스완네 집쪽으로' 정도를 읽은 게 전부다. 


현재는 민음사애서 6권 게르망트쪽으로, 까지 나왔고, 동서출판사에서는 민희식 번역으로 완역된 모양이다. 

하릴없이 책 구경만 하고 있다. 

































<빛의 제국> 연작 중 1954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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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10-0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재미있을 것 같군요.. 하긴 르네의 문은 아예 없거나 너무 작죠..ㅎㅎㅎ

포스트잇 2016-10-01 15:13   좋아요 0 | URL
저도 이제 반쯤 읽은터라,,;; 일단 한번 그림속에 들어갔다 나왔구요..ㅎ, 그맛을 못잊어 다시 돌아가려 시도한다는데..마저 읽고요 ㅋㅋ

다락방 2016-10-05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림들이 다 참 너무 좋아요..

포스트잇 2016-10-05 10:57   좋아요 0 | URL
마그리트 그림들은 대개가 음미할만한듯요. 특히나 <빛의 제국>은 작명부터 흥미롭죠.
 

주절이 주절이 썼다가 지웠다. 

새책 나왔네. 

1권을 구입했는데 읽다가 뒀다.  

총 6권으로 나올 예정이라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발자크를 읽으려고 계획했는데 [고리오영감] 한권 읽고 쉬고 있다. 

계속 읽어야 하나 망설이다가 잭 매니건의 [고전의 유혹]에 나온 [고리오영감] 글을 읽다가 깔깔 웃었다. 

잭은 발자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ㅋㅋ

무모하게도 발자크 작품 전체를 섭렵하고자 욕심을 낸 듯하다. 고투했지만 결국 [인간희극]의 4분의 1도 읽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더구나 독서의 '보상'에도 의문이 생겼다. 

발자크는 '삶에 대한 탐구'에서 '내면적으로 파고들기보다는 수평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고, '인류학적이라고 할 수는 있어도 그런 열독을 지속시킬 만큼 충분히 심리학적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248)

'(이를테면 도스토예프스키, 프루스트, 포크너 작품을 2천 페이지 읽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난 잭의 말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한번 가보긴 가봐야하지 않겠나. 

요즘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완독해보고 싶다. 

환절기에 내 몸은 한번 뒤집어졌고 여전히 가라앉고 있다. 

그래서인지 프루스트가 읽고 싶다. 맥락이 닿는 얘긴지 모르겠지만. 


저 [나의 투쟁]도 이 계절 교체기에 읽어볼까. 보상을 받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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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kim 2017-07-2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 내서 읽기로 해요

포스트잇 2017-07-22 16:38   좋아요 0 | URL
아. 네, 발자크 읽은지 벌써 1년이 돼가네요. .. 네. 힘내서 읽기로 합시다~

bgkim 2017-07-22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위 잘 이기시고요.

포스트잇 2017-07-22 16:4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한창 더울때네요, 더위에 지치지 마세요^^
 

아이스퀼로스 비극 오레스테이아(오레스테스 이야기) 3부작 중 [아가멤논]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을 읽었다.
이 두극에서 가장 강렬한 인물은 역시 클뤼타임네스트라다.
그녀는 아가멤논의 아내이자 오레스테스의 어머니다.
그녀는 또한 트로이아 전쟁의 계기가 된 헬레나와 자매이다.

그녀는 그리스군 총사령관으로 전쟁터로 나간 남편 아가멤논이 신의 미움을 받아 바다에서 역풍을 만났을때 제물로 딸 이피게네이아를 바치자 남편에게 복수를 할것을 결심한듯하다.

정부 아이기스토스와 함께 전쟁터에서 돌아온 아가멤논을 살해한다. 그리고 당당하게 자신의 살인이 정당함을 주장한다.
아가멤논과 클뤼타임네스트라 두 가문에 얽힌 기가막힌 그야말로 막장의 행태는 기함할 지경인데 여튼 신과 인간이 뒤섞여 난장을 벌이던 시대로 생각하고 넘어가더라도 이 여인은 거의 남성 영웅의 모습이라 해도 별로 이상할 거 없다.

아들 오레스테스까지 팔아넘겨 추방시킨 그녀는 결국 아버지의 복수를 신탁받은 아들에게 살해 당한다.
오레스테스가 나그네로 변장해 어머니인 그녀를 만났을때 아들은 어머니에게 아들의 죽음을 전한다.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아들의 죽음의 소식을가져온 나그네를 환대하라 이르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문제는 다음에 집안에서 나오는 유모의 말이다.
유모는 자신의 손으로 기른 오레스테스의 죽음 소식에 슬퍼하며 아들의 죽음을 들은 어머니 클뤼타임네스트라가 겉으로는 슬퍼했지만 웃음을 지었다고 전한다.

[비극의 비밀] 강대진은 아들잃은 어머니의 감정이 그다지 거짓되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고 ˝아마 그녀는 아들이, 그저 자기를 위협하지만 않으면, 어디선가 잘 살기를 원했을 것이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 이해할 수 없는 엄마, 딸 이피게네이아의 죽음에대해 그렇게도 원한 맺혔던 엄마가 아들 오레스테스와 딸 엘렉트라에게는 모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게 대했다는 점도 선뜻 이해가 안된다. 자식차별인가?
아가멤논을 비롯한 집안과 집안에대한 문제가 자식 문제보다 더 강한 작용을 하는 인물 아닐까?
신의 제물에 복종하지 않은 여인이고, 전쟁이라는 국가사태에 아랑곳하지 않은 여자다.
갑자기 어디서 모정이 끼어들 틈이 있을지 난 잘 모르겠다.
물론 미리 처리하지는 않았다는 점, 그걸 모정이라 할 수 있을라나..
강대진 식의 해석이 클뤼타임네스트라라는 인물을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만들진 모르겠지만 이 여인은 그러지 않았을것 같다.

이 외에도 나와 다르게 보는 부분들이 있다. 강대진의 책은 처음 보는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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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은데 주석이 바로 가까이 달려 있었다면 한결 수월하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주석도 많은데 일일이 뒤를 확인하며 읽어야한다.
380페이지 두께를 쥐고 말이다.
어느 순간 짜증이 확 밀려오는거다.
아, 내 뭣같은 성격탓인가.
비극이여.

좀 편하게 하는 독서는 안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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