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있는 이 땡스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 쓰바.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를 이제야 읽으려고 주문해서 받았는데 오늘 아침 문득 이런 젠장, 이 책을 주문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곰곰발님 리뷰 때문이었는데 리뷰에 감동 먹고 그냥 주문해서 그냥 받았다. 

도대체 언제부터 땡스투를 말아드셨을까?

생각이 닿지 못한 이 맹함을 뭘로 설명해야 할까. 

다른 분들이 내게 한 땡스투가 그냥 나를 스쳐 지나간 것이다. 보고도 생각이 닿지 않은 이상한 경험. 

땡스투, 땡스투, 땡스투.... 자극받아 읽어볼 마음을 먹게 해주시고 기어이 구입까지 하게 해주신 알라딘의 많은 분들께 땡스투다. 늦었지만 땡스투. 

다음부터는 절대 잊지 않고 땡스투. 


존 윌리엄스의 또다른 책이 나왔다고? 

당장 주문하진 못하지만(스토너도 아직임) 조만간 읽으려고 소개해준 그분께 땡스투했다. 

땡스투. 


















이상의 [오감도] 전작 해설서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가 도서관에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공공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에 이 책이 없다. 아 쓰바. 

구입해야 하나?

가격도 장난아니구만. 헤헤. 

일단 함돈균의 [시는 아무것도 모른다 : 이상 시적 주체의 윤리학]부터 빌려다 읽어보고 결정해야겠다. 


이상의 [오감도]는 이상 자신이 쓴 수천편의 시에서 30편을 골랐고 그 중 15편만이 공개된 것(신문에 연재하다 독자들의 항의에 중단되었다는데 독자들이 얼마나 격렬하게 싫어했다는 건가 ...)이라니 이상이 생각한 조감도를 짐작해볼 일이다. 


















멍청한 머리로 정신분석학과 철학쪽을 들여다보느라 고생이 많다. 

올 한해도 넉달 남았다는 거 아닌가. 

그래, 21세기 첫 10년을 넘기고 또 10년의 후반부도 살게 해줄 것 같은 시간에게 졸라 땡큐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9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구 보니 탱스투 안 누른지가 오래되었네요.
요즘은 온라인 서점이나 오프라인이나 가격 차이가 안나서 서점 가서 책을 고르다 보니.... 탱스투 누르는 경우가 별로 없네요.
별로 없다기보다는 항상 잊습니다...


포스트잇 2016-08-19 10:38   좋아요 0 | URL
아, 곰곰발님. 땡스투~입니다. 다음부터 진짜 잊지 않고 누르겠습니다 ^^
 

언제나 사태가 끝난 뒤에야 도착해 한탄하거나 감탄하거나 하는 나는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를 읽으면서 비로소, 

2000년대 중반 우리 시단에 '나'라는 자의식 강한 고백류의 시가 진부해지고, 서정과 정념으로 '소통'하고자 한 시와는 다른 흐름이 있었음을 배운다. 이미 10여 년 전 일인데, 지금도 그러한지는 모르겠다. 

환상과 초현실적인 언어감각으로 시를 쓰는 일군의 시인들을 신형철은 뉴웨이브 시로 묶는다. 

중심의 부재, 진리에 대한 무감각 또는 조롱, 심층이 아니라 표층에서 건져올려진 새로움, 모색. 

새로운 감각. 익숙해진 것들과의 결별. 신선한 자극. 이런 것들에 목말라 했다면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들. 

난해함과 이해부득의 곤경을 뚫고 도달하는 어떤 감각. 


기꺼이 이제서야 2000년대 중반의 시들을 찾아 읽어보고 싶고, 다시 랭보, 이상을 더듬거려봐야 할 것만 같고, 한참이나 지나 때늦게 다시 돌아온 그들을 나는 어떻게 읽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독서일 것 같다. 





















이상의 [오감도] 15편 전편을 볼 수 있는 시집이 흔치 않은 것 같다. 

15편 전편을 아직 본 적이 없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나풀나풀 스웨터를 벗는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상추를 사고 깻잎을 사고 나는 스웨터를 벗고 원피스를 벗고 피어오르는 솜털들을 벗고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닦고 있던 거울에 매달려 낮잠을 잔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검은 페인트로 정원수를 칠하고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심이 까만 연필을 밤새 깎는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흑연가루에 목이 메어 눈에서 구름을 뚝뚝 흘린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배꼽을 어루만지고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붉은 신호등을 어깨에 매달고 달려간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산부인과에 다녀오고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연탄불을 피워 가스에 질식된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구급차에 실려가고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의사를 사랑하고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자궁을 꿰매고 애인은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고기를 사고 나는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구두를 닦고 애인은 스무 해째 고기를 사고 나는 애인이 있는 정육점을 지나 스무 해째 훨훨훨 공중으로 하관되는 엘리베이터를 오르고 애인은 정육점에 배달된 나의 엘리베이터를 끄르고.


                                   - 이민하, 「애인은 고기를 사고」, 『음악처럼 스캔들처럼』(2008, 문학과 지성사) - 



흥미로운 시였다. 신형철은 " '애인'의 완강한 동일성과 '나'의 끝없는 전락이 대립"되면서 형성되는 긴장을 지적했다. 

2005년에 발표된 시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5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좋은대요. 애인은 고기를 사고..

신형철은 뉴웨이브라 하고 권혁웅은 미래파라 하고...
전 감성이 둔한지 확 와닿지는 않습니다만... 몇몇 작가는 좋습니디ㅏ. 황병승의 시는 이상하게 좋더군요..
이민하 시집 한 권 사서 읽어야 겠습니다...

포스트잇 2016-08-05 14:11   좋아요 0 | URL
좋죠? ㅎ 시집에서 몇편이라도 건진다면 되는거죠..곰곰발님의 시 해설도 좋습니다^^ 조만간 몇편 쓰실거라 기대해봅니당~
 

중고책 구입을 많이 하는 편이다. 

특히 알라딘직배를 주로 이용한다. 

중고책 구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 

양장본인 경우 반드시 표지가 있을 것. 


지방으로 온지 7개월하고 반이 지났다. 

서울은 특별시다. 

턱별하다. 

서울이 그립다. 

각종 공연들. 보고 싶은 공연들. 그곳에 가면 볼 수 있던 것들. 

막상 서울을 떠나자 몹시 그리운 것들. 

있을 때 즐겨라.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2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지방에 내려가면 유독 아쉬운 점은 공연-들을 볼 수 없다는 점이죠..

포스트잇 2016-08-02 11:53   좋아요 0 | URL
떠나고나니 아쉽네요ㅠ 시간이 더 지나버리면 옅어질라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탈서울에서 오는 이점도 많잖습니까..

포스트잇 2016-08-02 13:12   좋아요 0 | URL
아직은 ...찾아봐야죠..잘하면 내후년 돌아갈수 있도록 잘해야합니다 ㅎ
 

나는 사랑하노라.

몰락하는 자로서가 아니라면 달리 살 줄 모르는 사람들을.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늘 몰락한 자들에게 매료되곤 했다. 생의 어느 고비에서 한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사람은 참혹하게 아름다웠다. 왜 그랬을까. 그들은 그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전부인 하나를 지키기 위해 그 하나를 제외한 전부를 포기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텅 빈 채로 가득 차 있었고 몰락 이후 그들의 표정은 숭고했다. 나를 뒤흔드는 작품들은 절정의 순간에 바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표정들은 왜 중요한가. 몰락은 패배이지만 몰락의 선택은 패배가 아니다. 


- 신형철, 몰락의 에티카, 책 머리에 - 




이제는 너무 유명해졌다고 할까...

몰락하는 자들에 대한 이 매료가.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2008, 문학동네)를 다시 읽고 있다. 

가히, 2016년 여름의 독서라 하겠다. 

2009년에 읽었을 때는 시를 다룬 부분을 읽지 않았다. 

다시 읽는 책머리에서 부터 프롤로그, 그리고 1부에 이르는 글들은 새삼 감탄을 자아낸다.(상투적인 말밖에 쓸 수 없는 나의 무능함을 한탄한다).


이번에는 드디어 시를 다룬 2부를 읽기 시작했는데 ... 2000년대의, 법이 없는 '엽기적 시공간'이 주는 인식론적 불가해함과 '변태스러움을 즐기는(듯해 보이는)' 미학적 당혹스러움과 이 '즐기는 듯하는' 주체들에게서 느껴지는 비애감이 주는 상실감을 풀어가는 그의 논리를 따라 가노라면... 역시 난해하면서도 그냥 아름답다. 



...오늘날의 주체들은 큰 타자가 몰락한 곳에서 자유롭게 정체성의 유희를 즐기고 있다는 식으로 결론짓는 것은 얼마나 순진한가. '정체성의 유희'라는 비평적 상투어는 이론적 허상에 불과하다. 그들은 포스트모던하게 유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앓고 있다. (210)


현실이 전반적으로 가상화되면서 실재(the Real)에 대한 열망은 강해졌고 그것은 도착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드러났다. 그들은 사라져가는 '나'를 확인해야 했고 구별되지 않는 '나'를 증명해야만 했을 것이다. 이런 곤경이 얼마간 도착증적 태도를 초래했고 이런 환경이 새로운 시를 촉발했다. '나'를 말할 수 없다는 불가능의 상황이 역설적이게도 '나'를 다르게 말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해도 좋다. 그들의 과제는 도착증을 실연(實演)하면서 도착증과 실연(失戀)하는 것이었다. (211)


- 진실은 앓는 자들의 편에 : 2005년, 뉴웨이브 진단 소견, [몰락의 에티카]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탄한다. 

존 쿳시의 [엘리자베스 코스텔로](2003)를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내가 왜 이 소설을 읽고 싶어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어디선가 언급된 것을 보고 읽고 싶어했을텐데 무엇이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존 쿳시의 작품은 최근 [추락](Disgrace, 1999)을 본 게 전부인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나는 여전히 소설의 주요인물인 루시가 택한 결정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아니 이해 못할 바도 아니지만 그건 머리로만 가능한 것이다. 

당분간 이 작가의 소설들 몇 권을 보고자 한다. 











나의 독서가 체계없이 흐르고 있다. 

한정된 시간, 한정된 능력으로 욕심부릴 일이 아니건만 그저 부려놓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독서의 연쇄속에 각각의 이유들이 고리처럼 연결돼 있는데(그냥 집어들고 읽는 경운, 내게는 그다지...아니 거의 없는 것 같다) 그 고리들을 어디선가 잃어버리고 만다. 


체계적인 기록이 내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0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쿳시 굉장히 인상적인 작가입니다.. 저는 요즘 신화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더군요..

포스트잇 2016-07-20 14:05   좋아요 0 | URL
추락이..처음이지만 인물들의 결정이 쉽게 이해되진 않았습니다.안티고네생각도 나더군요. 비교해볼만한듯요....
그나저나 신화에 묻힌 금맥은 언제 바닥난답니까?..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