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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이글턴의 [문학을 읽는다는것은](책읽는수요일) 읽는데, 185페이지에서 책이 떡실신하듯이 양옆으로 쫙 퍼져버렸음.
아주 가르마타지듯 접착부분이 다 드러나버렸음.
곧 한장 한장 낱낱이 분해될지경.
책 좀 튼튼하게 만듭시다 거.
책의 적나라한 가르마 보고 싶지 않슴다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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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문의 비밀 -상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에 무척 관심 깊고, 재미있게 보고 있다.

내가 흥미롭게 보는 것은 추리소설로서의 기법이나 솜씨 보다는 아무래도 그 근저에 깔린 것들이다. 백탑파 지식인들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다. 백탑파라고 총칭되는 그룹 속에도 다양한 사상적 스펙트럼이 있겠는데 저자는 일단 이들이 낡고 경화된 지배권력층과는 다른 새로운 군주 정조와 함께 새로운 조선을 만들고자 하는 의욕과 열정에 가득찬 지식인들임을 설정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방각본 살인사건]은 정조 집권 초기와 백탑파들의 인물과 이들의 성향, 문화 그리고 소설의 거대한 배후인 18세기 조선을 소개하는 입문서에 해당한다면 두 번째 이야기 [열녀문의 비밀]은 보다 전개된 갈등과 깊어가는 시대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크게는 두 가지 축이 있다.

그것은 암흑의 핵심처럼 드러나지 않으면서 소문으로만 무성하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환상과 두려움을 동반하는 것이며 그것은 백탑파 특히 김진이 부딪혀야 할 거대한 시대의 아젠다이다. 황제가 자신을 칭하는 짐朕이라는 단어가 이 두 가지 축을 설명하는 데 꽤나 적절한 용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 희미한 상태를 말한다. 사물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아 다만 형태만을 느낄 수 있을 상태.

두 축은 짐朕으로써 소설 전체를 지배한다. [방각본 살인사건]에서 은 정조였다. 정조는 자신의 등극 자체가 위협이 되는 노론 일부 세력의 도전에 맞서며 집권 초반 왕권을 장악해 나가는 주도면밀하고 노회한 왕으로 묘사되었다.(정조가 백탑파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후반은 정조의 위엄과 권위를 동반한 두려움의 분위기를 물씬 담고 있다.)

[열녀문의 비밀]에서 은 김아영이다.

 

김아영은 생전에 그녀를 만난 모든 인물들이 김진과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진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조사자 김진에게 그 모든 진술은 거짓과 진실이 교묘히 결합된 언어들이다. 그 언어 속에서 김아영은 조선유교가 공고하게 구축해 놓은 여성의 길을 성실하게 따라간 열녀이며 또한 학식과 예술적 안목을 두루 갖춘 지식인이자 과감하게 배운 것을 실천한 경영자이기도 하고 시문 뿐 아니라 소설을 짓는 작가이기도 하다.

소설이 결말을 향해 갈수록 김아영은 시대가 감당할 수 없는 길을 간 여성이었음이 드러난다.

 

열녀문은 정조의 공맹사상으로 구축된 구조물이어야 했으며 야소교의 가르침을 끌어대어 새로운 삶과 질서를 선양하기 위한 구조물이 될 수는 없었다. 소설 후반부에 복명을 위해 정조를 알현하는 자리에서 김진이 주청한 열녀문이 결코 구조될 수 없는 것은 김아영이 극복할 수 없었던 한계였으며 정조의 한계이자 시대의 한계였다. 백탑서생들 역시 이 벽에 부딪쳐 좌절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곧 정조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김진을 비롯한 백탑파의 견해가 갈리는 지점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는 핵심이다.

 

한 쪽에는 혁신적이지만 여전히 공고한 자신의 왕국을 고수하는 정조의 시대가 있으며 다른 한 쪽에는 그 공고함을 근본부터 무너뜨릴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시대가 있다. 한 쪽은 노회하며 다른 한 쪽은 열정적이고 참신하나 세를 얻지 못하는 한 영원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채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위태로운 환상이다.

 

이 사이에서 백탑서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과연 다음 이야기에서 나의 이러한 생각은 확인될 수 있을지 이것이 이 시리즈의 다음을 기다리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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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 2005-10-0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정말 멋진 리뷰네요^^

포스트잇 2005-10-11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용휴 글 중에서 "제 스스로의 목소리로 우는 가을 벌레의 울음소리가 혀가 잘린 앵무새의 노래보다 나은 법이다"는 말로 자신의 시를 긍정한 문구가 있네요.저 또한 그저 제 흥취에 써본 감상입니다.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폴크스바겐 스토리
페르디난트 피에히 지음, 김태영 옮김, Car Vision 감수 / 생각의나무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보통의 책 판형보다 다소 큰(16.2X24.5 cm)판형에 하드커버, 총 페이지 수 366.  꽤나 무거운 책이다. 왜 이렇게 책을 만들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물론 사진들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꼭 이렇게 무겁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야 했을까? 수요가 한정될 거라고 생각해서 단가를 높인 측면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소장을 위해 일부러 만드는 책도 있겠지만, 가능하면 많은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한국 출판시장에 바라는 바가 많다.

이 책은 Cars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 관련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의 상당부분은 자동차 기술관련 용어, 차의 시스템 등에 대해 기술되어 있어서 나처럼 문외한인 사람들에겐 다소 난해하고 흥미를 떨어뜨리는 측면이 있었다.

가장 난감했던 점은 자동차 산업에서 기술개발과 생산과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사건들의 저간의 사정,평가 등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없다보니 이 페르디난트 피에히의 신념이 과연 적합한 것인지를 판단하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굉장히 저돌적이고 자신감으로 한치의 타협이나 양보없이 자신의 뜻을 관철시켜 나가는 이 인물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이 책에는 상당히 많은 사건들이 나온다. 그 사건들의 중심에 있었던 피에히 자신은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느니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느니 식의 일종의 '변명'이 많은 것 같다.

유명한 자동차회사의 창업자를 가족으로 둔 한 야심만만한 남자의 거칠것 없는 자신감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조화를 중시하진 않는' CEO, 자신과 코드가 맞는 핵심역량을 선발하여 팀워크 중심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대개 자서전류가 컨텐츠는 본인이 제공하지만 직접 저술은 이 분야 전문가가 하는 것이 많은데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많은 부분은 피에히 자신이 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소 거칠고, 사업상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주변상황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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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논리 - 문예과학총서 38
토마 나르스작 지음, 김중현 옮김 / 예림기획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너무 심한 책 아닌가? 출판사가 이 책을 회수했길 바란다. 글을 등록하려니 상품만족도 별에 표기를 해야한다고 해서 표기는 하지만 이건 별 한개도 주기 싫다. 이 책을 출판하려고 했던 기획의도에 별 하나 주는 것으로 하겠다.

80년대도 아니고 90년대도 아닌 2003년에 발행된 책이다. 한마디로 어이없는 책.

엄밀하게 저작권을 사서 번역자가 진짜로 번역한 것인지도 의심간다. 김중현씨가 번역을 한 게 맞다면 양심상 출판을 거절했어야 한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출판사에 최종 출판되기 전에 수정원고를 확인했어야 하고, 시정을 요구했어야 한다. 그만한 양식정도는 가져야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것 아닐까?

원서로 읽고 싶다. 흥미있는 내용을 담은 저작물인 것 같은데 이 책으로 읽으면 사사건건, 페이지 페이지마다, 화나는 걸림돌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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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에서 배우는 위기관리의 리더십
오인환 지음 / 열린책들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에 대한 마이리뷰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홍보가 전혀 안돼서인가, 저자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인가, 아님 조선왕조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읽을 가치를 못느끼는 건가? 물론 난 조선왕조에 관심이 많고 특히 요사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리더십'이라는 단어까지 함께 있으니 선뜻 집어들었던 책이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리더십'관련 서가에 배열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위기관리란 처한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정보에 대한 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모색-여기에는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주변 인물들의 조직도 포함해야- 등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거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와 성격인 것 같다. 특히 조선의 왕들은 왕위에 오르는 정황이 어떠했는지가 국가운영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곧 후계구도에 대한 기획 역시 리더로서 가져야 할 덕목이 된다. 거기에 조선을 둘러싼 대외관계까지, 이것은 반드시 정치의 문제만이 아니라 개인의 일, 사업, 인생을 조직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할 문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되는 것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는 왕들에 대한 평가를 요약하는 데서 시원함을 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태종의 경우 '정치 9단'이라는 평가,  소현세자에 대해서는 ' 조선은 (성리학의 구속을 벗기고 개방으로의) 창문을 여는 역할을 할 소현세자라는 카드를 너무 손쉽게 잃어버렸다'는 평가, 정조는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주위에 흩어져 있는 구슬을 실에 꿰어 보물을 만들 수 있는 역사의 기회를 놓친 지도자'라는 평가 등은 시의적절하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후의 전개과정에 대해서 읽다보면 당시 조선 정치가 얼마나 무능하고 부당했는지 씁쓸할 정도다. 가끔씩 조선왕조가 처한 상황과 현재 한국의 정세를 비교하며 고찰하는 부분들 중에도 생각할 여지를 주는 대목들이 많다-예를 들어 임진왜란 당시 명과 청의 문제, 해방 후부터 현재까지 대미관계- . 이미 기존의 평가나 알려진 것들이 많아서 신선함이 반감되는 점도 있지만 그러나 이 책의 재미를 전혀 위협하지 않는다. 조선의 당쟁, 당파, 성리학의 이해득실에 대해, 그 영향에서 지금 우리는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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