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여, 울어도 좋아요!

 

 

 

 

 

 

 

 

나에게, 풍경은 상처를 경유해서만 해석되고 인지된다. 내 초로의 가을에, 상처라는 말은 남세스럽다. 그것을 모르지 않거니와, 내 영세한 필경은 그 남세스러움을 무릅쓰고 있다. 풍경은 밖에 있고, 상처는 내 속에서 살아간다. 상처를 통해서 풍경으로 건너갈 때, 이 세계는 내 상처 속에서 재편성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데, 그때 새로워진 풍경은 상처의 현존을 가열하게 확인시킨다. 그러므로 모든 풍경은 상처의 풍경일 뿐이다.

–김훈, 풍경과상처

김훈의 정의에 의하면 <풍경> 은모두 <상처>다. 그러므로 그의 풍경은 생채기다, 고름이다, 전치 5주, 상해, 골절, 타박, 손상’이며, “아파, 죽겠어 !”다. 그는 풍경에서 아름-다운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픔-다운 것을 본다. 김훈의 즉물적 사고는 냉정하지만 동시에 뜨거운 감성을 갖는, 위악의 냄새가 난다. 나는 설악산 아래 모텔에서 일 년’을 살았다. 봄에는 상춘객들로 모텔 객실이 만원이었고, 여름에는 해수욕장을 찾아온 피서객으로 붐볐으며, 가을에는 단풍과 겨울에는 설경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로 붐볐다. 하지만 나의 객실’을 노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곳에 머무는 동안 바닷물에 발을 담근 적이 없고, 단풍 구경을 한 적도 없으며 산정상에 오른 적도 없다. 산중턱 양지 바른 곳에 앉아서 한 여자를 기다렸으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도록 여자는 오지 않았다. 그해 이른 봄에 폭설이 내렸다.

 

 


 

 

누군가 나에게 <풍경> 에 대한 정의를 내려달라고 하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풍경이란 느리게 볼 때 비로소 보이는 투명한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굴참나무 아래에서 오랫동안 한 여자’를 기다리다가, 어느 날 그 나무를 유심히 바라보게 됐다. 대한민국 야산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였다. 하지만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나무이기도 했다. 나무를 만졌다, 스무 살 여자의 젖가슴처럼 포근했다. 나무가 살아온 날들은 나무의 키보다 더 오래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길>은 바로 그 나무’에 대한 이야기다.

여자의 이름은 <젤소미나> 다. 그녀는 바보다. 사탕과 금화 중 어떤 것을 가지겠니, 라고 물으면 냅다 둘 다 가져서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는 하지만, 젤소미나’는 바보가 맞다. 왜냐하면 서커스 유랑 극단의 으라차차 차력꾼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는 착하지도 않고, 친절하지도 않으며, 무뚝뚝하며 거칠다. 안소니 퀸이 연기한 차력꾼’는 한 마디로 나쁜 남자다. 젤소미나는 그런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다, 바보처럼! 영화 줄거리는 다들 아시리라. 차력꾼은 바보를 몰래 버리고 떠난다. 그가 보기엔 이 여자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쓸모없는 잡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훗날, 이곳 저곳을 떠돌던 차력꾼은 어느 마을에서 낯익은 노랫소리’를 듣는다. 젤소미나가 늘 부르던 그 노래다. 사이렌의 노래에 홀린 어부처럼, 그 소리를 찾아간 차력꾼’은 낯선 아낙네’가 그 노래를 부르고 있음을 목격한다. 젤소미나 ?! 아, 그래요. 그 여자 이름이 젤소미나’였던 것 같네요. 단발머리에 눈이 동전처럼 동그란 처녀였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린다고 했어요. 그러다 병이 나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어요. 하여튼 그 여자는 늘 이곳에 앉아서 이 노래를 부르고는 했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자는 후회가 밀려오면 술을 마신다. 그리고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시비를 건다. 사람들이 이 사내의 멱살을 잡고 거칠게 바닥에 내팽개친다. 풀썩! 아지랑이처럼 모락모락 먼지가 날린다. 이 클리쉐’는 만국공통어’인 모양이다. 남자는 초라한 여자를 생각하며 운다. 파도 소리’는 더욱 쓸쓸하다. 위로란 행복한 자의 기만이 아니던가? 우리는 그저 한 남자의 통곡에 통감할 뿐이다. 어깨에 손을 얹으며 그를 위로하지 마라.

나이가 들면 나무가 좋아진다. 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예쁜 꽃술로 유혹하지 않아도, 나무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우리가 나무의 풍경을 알지 못하는 까닭은, 느리게 오랫동안,나무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 속 남자’가 통곡하는 까닭은 꽃을 보느라, 단풍을 보느라, 숲을 보느라 정신이 팔려서 한 그루 나무의 소박한 풍경을 놓쳤기 때문이다. 남자는 깨닫는다. 여름에는 그늘이 되어 주고, 겨울에는 장작이 되어 주며, 마지막은 그루터기’가 되어 준다는 사실. 그는 나무를 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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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5 22: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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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5 22: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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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내가 하루키'를 싫어하는 이유는 그의 부르주아적 근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만 골라서 좋아한다는 점도 큰 몫을 차지했다. 그는 노골적으로 자신의 문학적 취향을 자랑하고는 했다. < 해변의 카프카 > 에서 카프카가 그렇고, < 1Q84 > 에서의 조지 오웰'이 그렇다. < 1Q84 > 에서 Q'는 일본어로 큐( 9 )'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작품을 조지 오웰에게 헌사한 것이다. 주접이다. 솔직히 말해서 부르주아적인 하루키가 프롤레타리아적인 조지 오웰'을 동경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한번 미운 놈은 뭘 해도 밉다. 르포 문학의 최고 걸작 중 하나인 <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은 영국 광부들을 밀착 취재한 기록'이다. 이 작품은 르포이면서 동시에 부르주아였던 자신에 대한 참회록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부르주아'였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한 지식인이었다. 이러한 그의 신념은 < 카탈로니아 찬가 > 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 1984 > 를 통해 공산주의자'를 혐오하는 반공주의자처럼 보였지만 사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식민주의자'에 대한 혐오였다. 그 스스로가 인도 식민지의 경찰 간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증오는 뼈저린 자기 반성인 것이다. 그는 전형적인 실천적 지식인'이었다. 한국의 김수영 시인처럼 말이다. 이 자리에서 고백하자면, 조지오웰은 셰익스피어'보다 위대하다. 내가 운명의 주사위'를 던지는 신이라면 1초의 주저함도 없이 조지 오웰을 선택할 것이 분명하다. 그가 바라본 거대 악'은 식민주의'였다. 내가 봉준호 감독의 < 살인의 추억 > 을 보면서 제일 먼저 생각난 사람은 조지 오웰이었다.

 


 

 

 

미국 백작’으로부터 온 편지 !

 

 

1. 향숙이는 정말 예뻤을까?

향숙이는 예뻤다. 소소리바람에 볼이 발그댕댕해지면 물오른 복숭아처럼 보기 좋았다. 가슴도 제법 커서 아이 넷은 어미의 젖만으로도 무럭무럭 키울 수 있을 만큼 풍만했고젖꼭지도 지우개 연필 끝에 달린 지우개처럼 크고 곧고 말캉해서 보기에 좋았다. 백광호는 향숙이 생각을 할 때마다 어릴 때 놀이동산에서 먹던 솜사탕을 떠올리고는 했다. 아, 저 아름다운 젖가슴 ! 만지면 터질 것 같은 저 작약. 백광호는 향숙이 생각을 하면 자주 아랫도리가 근질거리면서 오줌이 마려웠다. 그런 향숙이’가 죽었다. 그래도...... 이 동네에서 향숙이가 제일 예쁘다- (고 백광호는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관객은 향숙이’를 본 기억이 없다. 향숙이가 영화 속에 등장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백광호가 취조실에서 과거를 회상할 때에도 나는 향숙이의 얼굴을 본 기억이 없다. 내가 기억하는 향숙이’는 논 수로 안에 손과 발이 묶인 채로 죽은 모습이 전부였다.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향숙이는 예뻤다고 하니 예쁜 것만은 분명한 모양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토록 마음 착하고 예쁜 향숙이를 잔인하게 죽였을까, 누가?

 

2. 식스팩 없는, 80년대 남자 이야기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은 “수컷의 무능”에 대한 이야기’다. 울타리 속의 양들은 울타리 밖의 들짐승’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국가에서 파견된 양치기 개’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농장을 감시하지만 아무 소용 없다. 괴물’은 수컷들의 무능을 조롱하듯 좀더 잔인한 방식으로 힘 없는 양들을 할퀸다. 5년 동안 9명이 잔인하게 죽었고, 2건의 모방 범죄’가 발생했다. 손과 발은 희생자의 스타킹이나 브래지어’로 포박당했고, 입에는 돌멩이를 넣은 스타킹에 재갈이 물렸으며, 눈은 팬티’로 가려졌다. 그리고 희생자의 질 속엔 온갖 것들이 삽입되어 있었다. 복숭아 9조각, 포크, 숟가락, 연필, 칼, 우산......

감독은 시골 형사 박두만과 서울 형사 서태윤’의 얼굴을 빌려 무능과 속죄’에 대한 고해성사’를 한다. 특히 박두만으로 분한 송강호의 얼굴은 백 마디 대사보다 물오른 표정 하나’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봉준호의 인물 클로우즈업’은 달리와트랙킹을 이용한 히치콕의 그것보다 우아하지는 않지만 종종 그것보다 강렬할 때가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운 배우의 얼굴은 희생자에 대한 죄의식’으로 가득하다. 진심을 담은 얼굴은 일종의 프레스코 벽화와 같다. 수컷의 무능은 곧 울타리 속 자기 새끼를 지키지 못한 초라한 아버지의 무능으로 전이되고, 영화가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에서는 대한민국 자체의 무능으로 확대된다. 우리는 범인을 잡아놓고도 범인을 증명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과학적) 장치’가 없음을 목격한다. 희생자의 옷에 묻은 괴물’의 정액 유전자 감식을 위해서는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미국에서 우편이 발송되기만을 기다리는 무능한 경찰서 내부의 풍경을 본다. 사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유전자 감식 결과가 용의자인 박해일의 유전자와 동일한가, 가 아니다. 그것은 부차적인 조건이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죄수를 처형하기 위한 미국의 승낙’이다. 그 사이 꽃다운 여중생’이 마지막 희생자가 된다. 희생자의 질 속에는소녀의 가방 속 필통에 있던 필기구들이 꽂혀 있다. 그러니깐 이 영화에서의 마지막 희생자’는국가의 무능이 죽인 참사’다. 더군다나 사건이 발생한 11월 15일은 공교롭게도 민방위 훈련 등화관제의 날이었다. 국가의 강압적 지시에 의해 각 관공서와 상점 그리고 가정집에서 불을 끄고 상가의 셔터’를 닫을 때 죄 없는 여중생’은 무참히 죽는다. 소녀는 한 줄기 빛도 보지 못한 채, 춥고, 어둡고, 서러운, 동정 없는 세상’에서 천천히 죽어 간다. 어떤 면에서 보면 국가는 이 소녀의 죽음에 대해명백하게 유죄’다. 어둠 속 괴물’은 국가가 친절하게 마련한 어둠/등화관제’ 속에서 한 소녀를 농락한 것이다. ( 실제로 여중생’은 등화관제가 있던 11월 15일에 희생당한다. )

 

 

3. 미국으로부터 온 편지

도대체 그토록 기다렸던 < 미국으로부터 온 편지 > 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 왜 우리는 손 놓고 미국의 메시지’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기차 터널 앞 격투 장면’에서, 우리는 분노에 찬 김상경’이제우스의 판결 없이 살인자의 머리에 총을 겨루며 처형’을 거행하려는 순간을 지켜본다. 이때 그토록 기다리던 편지’가 마침내도착한다. 처형은 잠시 미루어진다. 물론 다들 아시다시피, 미국의 메시지’는 <혐의 없음, 사건 종결> 이다. 아버지의 말은 곧 법이다. 미국의 메시지는 곧 법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 충격적 결과를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누군들 믿으랴.제우스의 아들들은 아버지의 선고 앞에서 당황한다. 거역할 것이냐, 순종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

이때 갑자기 어두운 터널에서 기차가 튀어나오면서 무능한 두 남자와 한 명의 용의자’를 양쪽으로 가른다. 기차는 아버지의 두 번째 메시지’다. ( 기차가 남근에 대한 은유라는 사실은 개나 소나 다 안다! 많은 영화에서 제국주의에 대한 상징으로 기차’가 등장한다. ) 제우스는 기차의 형상’으로 변하여 지상에 내려온 것이다. 첫 번째 메시지가 사건 기각’이라면, 두 번째 메시지는 첫 번째 메시지’를 어길 경우에 따른 무시무시한 응징’이 있을 것이라는 아버지의 경고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 아픈 장면’은 바로 어둠 속 터널 안’으로 도망가는 용의자’를 향해 형식적으로 터널 속 허공을 향해 쏘는 세 방의 총 소리’다. 그렇게 함으로써 형사는 상징적 처형’을 감행한다. 아버지의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억울하고, 더럽고,치사하고, 분통이 터지고, 미치겠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죽은 희생자’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이 허공을 향한 총 소리’가 죽은 자의 넋을 달래기 위한 조총 소리’처럼 들린다.그것은 김상경이 죽은 자에 위해 마련한 위령제’다.

 

4. 그래도 향숙이는 예쁘다.

향숙이는 예뻤다. 상고 졸업해서 읍내 은행 직원이 되었다. 돈을 꼬박꼬박 모아서 아버지 백내장 수술비를 마련했으며, 어머니에게는 대용량 냉장고도 사 드렸다. 향숙이는 얼굴이 예쁘고, 심성이 고왔으며, 더군다나 가슴도 예뻐서 많은 남자들의 청혼 대상이었다. 향숙이가 결혼하는 날 백광호’는 울었다. 결혼한 그녀는 잘생긴 아들과 어릴 때부터 남다른 가슴 발육을 보인 딸’을 두었다. 나이 마흔 하나’에 아파트 한 채를 샀고, 그날 그 동안 고생한 것들을 생각하며 가족과 함께 울었다. 그 밤엔 남편과 달콤한 섹스’를 했고, 그 후’에도 행복하게 살았다. 그녀가 그날 괴물에게 희생당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그렇게 살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향숙이의 죽음과 백광호의 자살이다. 어쩌면 우리는 향숙이의 불행과 백광호의 자살에 대해 모두 공범자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를 단 한번도 본 적 없지만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 향숙이는 참, 예쁘다. 안 봐도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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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도서관 : 퉬른으로 가는 길, 좀비와 그 악당들

 

 

 

 

 

 

        

 

 

 

 

 

 

 

 

 

 

 

 

 

 

 


 

 

 

 

The King’s Speech by Tom Huveners

 

내가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 돼지표 본드 " , " 감기약 러미날 ", " 부탄 가스 " 나아가 " 엑스타시 ", " 히로뽕 "을 복용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내가 말한 약물이란 항우울증 치료제이다. 이 약의 특징은 사람을 몽롱하게 만든다. 요즘 꿈을 많이 꾸는데 이 꿈이 실제 꿈인지, 아니면 내가 혼자 상상에 빠져서 놀던 것이지가 분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심할 때는 내가 지금 잠을 자고 있는 것인지 깨어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약물 부작용인데 잘 견디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옛날에는 일일이 알약의 효능을 알아서 그때 상황에 따라서 골라 먹고는 했는데 지금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보네거트의 말투를 빌리자면 죽거나 말거나 세상은 잘도 돌아간다네. 죽거나 말거나 !

 

 

2011년 12월에는 " 1박 2일 " 이 폐지된다. 겨울 강물에 입수하다가 맴버 중 한 명이 심장마비'로 죽었기 때문이다. 약의 부작용이 낳은 환각이다. 하여튼 일박이일'은 폐지되고 나영석 피디'는 업무상 과실치사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는다고, 나의 뇌하수체'가 말한다. 아쉽다 ! 그런가 하면 도스토예프스키, 제임스조이스, 멜빌, 이 세 사람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고 있는 중이다. 뭔가 하고 들여다보았더니 하나님께서 이들 대문호 3명에게 하나님 위인전'을 집필하도록 명을 내린 바, 셋은 모두 자신의 문장이 최고라며 드잡이하고 있는 것이다.

 

 

멜                   빌 : ( 손을 하늘 높이 쳐들며 ) 이놈, 도스토예프스키 !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해서 가족을 쫄쫄 굶긴 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지랄을 하는구나. 너의 문장은 온통 욕투성이가 아니더냐. 이놈의 새끼 !

도스토예프스키 : ( 멜빌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제임스조이스에게 ) 내 당신의 율리시즈'를 3년 동안 읽고 있으나

                             아직까지 다 읽지 못하고 있소. 한 줄 읽으면 졸리고, 한 줄 읽으면 졸리고....

                             그 따위 문장'으로 어디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겠소 !

                             ( 멜빌의 궁시렁에 멜빌을 향해 ) 닥쳐 ! 멜빌. 어디서 뱃놈이 운이 좋아서 작가가 된 주제에 !

                             자네는 비린내나는 생선들과 놀라구. 내가 조이스 선생과 토론하는 게 안 보이나 ?

                             망할 놈의 뱃놈 ! 하여튼 " 하나님 자서전 " 은 내가 주도 하에 진두지휘하겠소 !

멜                  빌 : 이 더러운 소련 놈 !!!!

도스토예프스키 : 마더퍼킹 멜빌 ! 샷업 !!! 유어 페니스 배리배리 스몰. 오케이? 언더스탠드 ? 오, 지져스 크라이스트, 퍽킹 맨 !!!

                             ( 구석에 쭈그리고 앉은 조이스를 향해 ) 이봐요 ! 조이스. 당신 아까부터 뭘 하고 있는 것이요 ?

조       이       스 : 화염병을 만들고 있소. 내일 IRA 도시 게릴라전'이 있어서 지금 바쁘게 만들고 있는 중이요.

                            얼어죽을 무슨 " 하나님 위인전 " 이요. 난 하나님보다 더블린 시민이 더욱 소중하오 !!!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으시더라. 이렇게 3명을 짝패로 붙이면 골치 아프다. 서로 잘났다고 하니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걸작이 아니라 졸작이 나올 것임에 틀림없다. 짝패란 서로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관계일 때가 최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3인 조합은 하루키와 마광수와 이문열'이다. 특히 세상에서 자위 얘기만 하는 하루키와 세상에서 가장 글을 못 쓰면서 여자의 젖가슴만 논하는 마광수가 만나 마초 이문열과 결합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반대로 내가 생각하는 황금 콤비'는 보르헤스와 줄리언 반즈와 스티븐 킹의 조합이다. 이들 세 명이 힘을 합친다면 가장 위대한 텍스트는 탄생하리라.

 

 

문학에 대한 고집이라면 보르헤스 또한 도스토, 멜빌, 조이스'에 버금간다. 단 한 글자'라도 수정되는 꼴을 못 볼 것이다. 하지만 보르헤스가 누군가 ? 눈먼 장님이 아니던가 ! 보르헤스가 구술로 텍스트를 이야기하면 줄리언 반즈는 복기한다. 하지만 줄리언 반즈는 보르헤스의 텍스트를 그대로 복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텍스트'를 비비꼰다. 그것이 바로 줄리언 반즈의 특기가 아니던가 ? 이 사실을 눈먼 보르헤스가 알리가 없다. 여기에 스토리 전개의 마술사 스티븐 킹'이 나서서 독자의 구미에 맞게 최종적으로 수정한다.

 

 

" 이보게, 줄리언 반즈 선생 ! 독자들이 보기엔 217쪽부터 230쪽까지는 지루한 면이 있네 그려. 이쯤에서 독자는 책을 덮고 잘걸세. 물론 율리시즈처럼 사놓고 평생 읽지 않는 책은 아니지만 우리들의 명성에 독자들이 읽던 책을 잠시 덮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아니 그렇소 ? 자존심의 문제야. 그러니깐 이 부분에 좀비를 등장시킵시다 ! 내 경험 상 지루하다 싶으면 무작정 좀비를 출연시킨다오. 거, 누구냐. 카버가 그랬던가 ? 첸들러가 그랬던가 ? 독자가 지루하다 싶으면 권총이 불을 품으면 된다고 말이오. 튈른으로 가는 대목에서 느닷없이 고양이 좀비가 나타나 마차가 뒤짚어지는 것이오.

 

 

결국 작가는 이 전복 사고로 인해 정신을 잃소 ! 날마다 원고 청탁을 하던 출판사 편집장은 그 자리에서 죽소. 하지만 좀비에 물려서 좀비가 되지요. 어떻소 ? 책을 덮으려고 하던 독자는 눈이 똥그레져서 밤을 샐 것이오. 나머지는 반즈 선생이 알아서 하시오. " 반즈 선생도 빙그레 웃으며 동의한다. 그러니깐 줄리언 반즈'는 보르헤스의 텍스트와 스티븐 킹의 텍스트'를 혼합하여 포스토모던한 책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책 제목은 이렇다. " 보르헤스의 도서관 " 소설 속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1인칭 작가는 나, 줄리언 반즈'다. 그는 보르헤스의 흔적을 찾아서 튈른으로 향하던 중 좀비들의 습격을 받는다. 마차가 전복되어 정신을 잃은 소설 속 줄리언 반즈 선생, 깨어나 보니 침실이다. 이때 한 여인이 나타난다. 창밖에는 천둥이 친다. " 이제 깨어나셨군요. 열흘 동안 잠만 주무셨어요. 제가 그동안 간호를 해드렸죠. 제이름은 미저리'예요. 오하라, 오하라 미저리 ! "

 

 

줄리언반즈 선생은 미저리의 간호로 몸을 회복하고, 그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보르헤스'는 미저리의 집에 에 갇혀 지냈던 것 !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의 미발표 작품이 미저리 집에 산더미처럼 쌓여서 불쏘시개'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는 미저리의 강요로 글만 쓰다가 죽은 것. 반즈 선생은 이 대재앙을 막기 위하여 페루애 씨'에게 전화를 거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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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등장하는 작가는 모두 실명이다. 환각에 대해서는 버로우즈의 " 벌거벗은 점심 " 을 권한다. 보네거트의 작품 중에는 " 갈라파고스 "를 권하며, 도스토예프스키의 모든 작품은 걸작이다 제임스 조이스 선생의 율리시즈는 유감스럽게도 나의 취향이 아니다. 양해바란다. 맬빌의 " 백경 " 은 세익스피어의 명성을 능가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의 백경은 가장 파격적이며 실험적인 포스트모던한 작품임을 밝힌다.보르헤스'는 내가 가장 경이롭게 생각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을 읽지 않고 현대 소설을 논한다는 것은 프로이트'를 읽지 않고 라캉을 논하는 것과 같으며 맑스를 읽지 않고 알뛰세르를 논하는 것과 같다. 보르헤스는 반드시 읽어야 할 성서와 같은 작품이다. 현대 작가 중 가장 재미있는 글솜씨를 뽐내는 작가를 뽑으리만 단연 줄리언반즈와 스티븐 킹이다. 반즈의 플로베르의 앵무새'는 반즈의 작품 중 최고이며 다른 작품 또한 최고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자, 이제 내가 사랑하는 스티븐 킹'이 남았다. 독자를 웃기기 위해서는 옷이라도 벗고 춤출 위인. 판타지 소설이나 쓰는 통속 작가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만큼 재미있게 소설을 쓰는 사람도 없으리라. 그의 최고작은 " 애완동물 공동묘지 "이다. 최고임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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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이상문학상.

 

 

 

 

 

 

 

 

 

 

 

 

 

 

 

 

 

 

 

 

 

 

1. 프랑스를 대표하는 권위있는 문학상은 공쿠르' 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르노도'가 될 것이다. 영국은 부커상이고, 미국은 팍스아메리카'답게 내셔널북어워드'다. ( 혹은 퓰리쳐 ? ) 그리고 스페인어권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우는 세르반테스문학상이 있고, 일본은 나오키상 ( 혹은 아카타카와상 ) 이 대표적인 문학상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 이상문학상 ? 동인문학상 ?

 

 

2. 아마 여러분들 중엔 내가 던진 물음표'가 매우 삐딱한 성격을 띤 도발적 질문이라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도 있으리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인 이상문학상의 선정 기준은 중,단편'에 한해서 이다. 동인문학상도 마찬가지다.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이상문학상은 이상단편문학상이고, 좀 더 길게 풀어쓰자면 " 이상 - 장편소설을제외한단편소설상 " 이고 " 동인 - 장편소설을제외한단편소설상 "이다.

 

 

3. 단편소설의 형식을 독립된 문학의 한 영역'이라고 최대한 좋은 점수를 줘도, 단편 소설'만을 상대로 해서 뽑는 문학상'을 한국의 대표 브랜드'라고 선전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 소설의 진수는 긴 호흡의 서사'이지, 하나의 에피소드'로 풀어내는 짧은 플롯이 아니지 않은가 ? ( 세계 문학의 흐름은 장편 소설이지 단편 소설이 아니다. 훌륭한 소설은 모두 장편'이다. 예외가 있다면 카프카의 " 변신 " 과 그리고 보르헤스의 작품들 ! 참고로 보르헤스는 단편'을 쓴 것이 아니라 장편 분량을 압축해서 단편으로 풀어쓴 언어의 마술사다. 천재니깐 가능한 재주이다. ) 젊은 영화학도들이 단편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단편 고유의 미학'에 매료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장편'으로 넘어가기 위한 하나의 입문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편 소설도 마찬가지 아닐까 ?

 

 

4. 공쿠르상'은 " 장편소설을제외한단편소설만을위한상 " 이 아니다. 부커상은 " 장편소설을제외한단편소설만을위한상 " 이 아니다. 세르반테스문학상 또한 " 장편소설을제외한단편소설만을위한상 "이 아니다. 나오키상은 ? 아쿠타카와상은?

 

 

5.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상문학상은 한국 최고의 소설'에게 주어지는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 아니라 문예지에 발표된 단편 중 그나마 나은 글'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좋은 투수란 9회 내내 상대편의 공격을 슬기롭게 막아낼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훌륭한 투수이지, 1회 한 회 동안만 잘 던진다고 훌륭한 투수는 될 수 없는 법이 아니다.

 

 

6. 2011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는 " 공교롭게도 " 공지영'이다. 반복하지만 공교롭게도 공지영'이다. 황금심이나 구봉서 같은 원로 선배들에게 돌아가던 공로상'이 느닷없이 공지영에게 돌아간 것이다. 신경숙과 함께 가장 많은 소설을 팔았던 대중작가에게 보내는 문단의 뒤늦은 화해 신청'인가 ? 문단의 중심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었던 공지영의 이번 수상은 한마디로 이변이라 할 만하다.

 

 

7. 내가 문학판 슈퍼스타 케이의 심사위원'이라면 공지영에게 이런 따끔한 충고'를 던지겠다. " 일단, 공지영 씨는 노래에 감정을 싣는 것까지는 좋은데, 감정을 오버하면 노래가 느끼해집니다. 아니 왜 울면서 노래를 해요 ? 하여튼 제 점수는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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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이치도 (순정)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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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 술도가에서 엿도가까지, 모두 나와라 !

 

 

 

 

" 아아아, 지미랄 것, 너희 똥도 못 처먹는 개새끼들, 다 나와. 너 술도가 나와. 너 농약가게 하는 놈 나와. 너 고무신 장수 나와. 너 기름 팔아처먹는 놈 나오고 떡쳐서 파는 놈, 말고기를 소고리라고 속여 파는 놈 나와. 쌀 배달 하는 놈, 소리사 하는 놈 다 나와. 철공소, 목공소, 철물점, 대장간, 도장집, 문방구, 성냥공장, 엿도가, 고물상 나와라. 우체국, 경찰서, 읍사무소,세무서, 소방서 다 나오란 말이다. 개새끼들아, 나왔으면 일렬로 서. 이놈의 새끼들, 내 마누라하고 재미본 그 대가리들, 잘 놀게 내가 그냥 놔둘 줄 알았냐. 야, 너 흔들거리는 놈, 똑바로 서 ! 내가 땜장이라고 우습게 봤어. 사나이 봉달이를 우습게 봤다 이 말이야. 내가 오늘부터 너희 대가리에 헛구멍난 걸 몽땅 때우겠다 이 말씀이야. 너희 마누라들, 그 구멍도 다 때워버리겠어. 이눔의 새끼들, 똑바로 안 서 ! 차렷, 열중 쉬어, 차렷, 경례 ! "

 

 

걸죽한 입말의 향연'이 압권이다. 욕을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소설 속 봉달이'는 좀 띨띨한 물자지'다. 사내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오죽했으면 봉달이 마누라의 욕정'을 온 동네 남정네들이 채워줬겠는가. 봉달이 마누라는 방석집 작부였다. 내가 < 순정 > 에 나오는 욕 배틀을 보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직업의 다양성'이다. 아, 그 옛날의 사라진 가게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물자지 봉달이 아저씨는 저잣거리에 서서 일렬로 늘어선 상점'을 일일이 호명하는 것 : ① 술도가 ② 농약가게 ③ 고무신 장수 ④ 기름 파는 장수 ⑤ 떡 쪄서 파는 장수 ⑥ 말고기 장수 ⑦ 쌀 가게 ⑧ 소리사 가게 ⑨ 철공소 ⑩ 목공소 ⑪ 철물점 ⑫ 대장간 ⑬ 도장집 ⑭ 엿도가 ⑮ 고물상'이 달동네 저잣거리'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처음 듣는 낱말도 많을 것이다. 술도가는 술을 만들어 도매하는 집을 말하고, 소리사'는 얼마 전에 종적을 감춘 레코드 가게'를 말하며 엿도가는 엿 만들어 파는 가게를 말한다. 킁킁, 한 마디로 엿 먹으라는 거지. 그리고 철공소, 철물점, 대장간'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르다. 아마 요즘 어린이들은 쌀 가게'가 독립적 형태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잘 모를 것이다. 여기에 두부집, 국수집 등등의 집집집'을 합치면 옛날에는 정말 다양한 가게'들이 골목에 포진했다. 그렇다면 현재는 ? 딱 세 가지 있다. 치킨집, 핸드폰 가게, 커피숍. 피씨방, 교회...... 이게 다다.

 

이처럼 골목 상권'은 세월이 흐를 수록 다양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라져버렸다. 옛날에는 술도가가 고무신 장수에게 고무신을 사면, 고무신 장수는 그날 번 돈으로 옆집에서 기름을 산다. 그리고 기름을 판 기름 장수 만식 씨'는 봉달 씨 마누라가 하는 막걸리집에 가서 막걸리'를 마신다. 말귀'가 빠른 사람들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의 요점을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돈의 흐름이 골목 상권을 중심으로 해서 주거니 받거니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깐 그 당시의 상거래는 일종의 품앗이'다. 봉달 씨가 기름 팔아줬으니 만식 씨 또한 막걸리집에 가서 막거리 한 사발 마시는 거다. 돈, 돌고 도는 것 !

 

그런데 이러한 상권'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거대 공룡 < 이마트 > 의 출현이다. 이마트가 입점하는 순간 술도가에서 시작해서 엿도가까지 모두 엎드려야 한다. 납작, 엎드려야 한다. 술도가'는 엿도가'가 파는 가격의 절반으로 판매하는 이마트 엿을 먹기 위해 그곳에서 엿 먹어 ! 도장 가게, 쌀 가게 주인도 모두 이마트 엿 먹어 ! 그렇게 되면 수입이 줄어든 엿가게 만식 씨'는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가던 이발소를 석 달에 한 번 가게 된다. 그렇다면 이발소는 ? 이런 식으로 나가면 한순간에 이 저잣거리'는 불황이 닥친다. 수입이 시원치 않으니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가장 저렴한 이마트 가서 라면을 사는 것. 저잣거리는 이런 식으로 폐허가 되는 것이다.

 

이마트가 위험한 이유는 쌍끌이 전략 상술뿐만이 아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옛날에는 돈이 돌고 돌았다. 엿도가가 번 돈은 술도가의 주머니로 들어오고, 술도가는 그 돈으로 엿도가 마누라가 하는 막걸리집에 가서 술을 마신다. 그런데 이마트'가 등장하고부터는 이 거대 기업에서 벌어들인 돈은 서울 본사로 직행한다. 돈은 지역에서 번다. 그리고 이 돈들은 삼성 가문 자제들'이 프랑스 백화점에 가서 루이비통을 사는 데 소비된다. 지역 사회'는 돈이 풀리지 않으니 장기적으로 불황이 닥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마트 구조가 골목 상권을 망하게 만든 주범이다.

 

우리는 흔히 이마트 같은 거대 할인 마트'를 서민들의 천국이라고 생각한다. " 싸잖아 ! " 내가 이마트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면 하나같이 하는 소리'가 이마트'보다는 백화점'을 공격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그런데 나는 정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클린턴은 " 병신아, 문제가 경제야 ! " 라고 말했듯이 나 또한 " 멍충아, 문제는 백화점이 아니라 이마트야 ! " 라고 말하고 싶다. 이마트'는 친서민 기업이 아니다. 이건희'는 1억짜리 옷을 입어야 한다. 이건희에게 우리가 10만 원 양복을 입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폭력이다. 이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것은 백화점 고객들의 사치가 아니라 배가 고파서 자신의 꼬리'를 야금야금 먹고 있는 이마트 이용자들이다.

 

조금 더 불친절하고, 조금 더 비싸도 골목 상권을 위해서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착한 소비'다. 그래야지 술도가, 도장집, 소리사, 말고기 주인, 엿도가들이 다시 나타나서 왁자지껄 거리를 물들게 할 것이다. 비록 그들이 봉달 씨 마누라'와 그짓을 했어도 용서해야 하지 않을까. 소설 속 의기양양하던 봉달이 아저씨'는 사고'로 죽는다. 불쌍한 봉달이 아저씨,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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