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설명서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열심히 일을 해서 목돈을 마련했다.  며칠 후, 냉장고 박스 크기 만한 상자와 함께 간략한 사용설명서가 동봉되었다. " fragile, 깨지기 쉬움. 취급 시 주의 !  " 나는 조심조심 상자를 개봉했다. HY 하이닉스 119 반도체 칩이 내장된 인공지능 로봇이 자태를 드러냈다. 눈이 부실만큼 아름다웠다. 로봇 피부는 티타늄 아리쉬티아늄 합성 금속으로 1800도 고열에도 견딜 수 있으며 철근 강도의 10000배를 자랑하는 고강도 합성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피식, 웃음이 났다. 무쇠보다 강한 로봇에게 깨지기 쉬우니 취급 시 주의하라니.......  나는 로봇 이름을 지니라고 지었다. 지니야 _ 라고 말하면 네 _ 라고 답했다. 지니는 언제나 공손했다. 주인에 대한 배려가 깊었다. 그리고 그는 강했다. 내가 출장을 가느라 집을 비운 사이에 도시가스가 폭발한 적이 있었는데 지붕이 내려앉은 와중에도 지니는 멀쩡했다. 흉터는 물론이요, 그을림조차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나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되었지만 지니는 내가 박스를 개봉했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지니야 _ 라고 묻자 네 _ 라고 대답했다. " 지니야, 그동안 궁금한 게 하나 있었다. 내가 너를 처음 집으로 들인 날, 너의 사용설명서도 함께 동봉되어 왔더구나. 내용은 별거 아니었어. 이렇게 써 있더구나. <  fragile, 깨지기 쉬움. 취급 시 주의 !  > 그런데 너는 그 누구보다도 강한, 불멸 불사의 존재이잖니. 궁금했어. 왜...... 너는 깨지기 쉬운 존재인지 말이다. " 지니는 예의 겸손한 표정과 자세로 내 말을 경청하다가 대답했다. " 주인님, 그 사용설명서는 HY 하이닉스 119 반도체 칩이 내장된 인공지능 로봇, 제품 번호 D 라인 3블럭 2464에 대한 사용설명서가 아닙니다. 그 사용설명서는 저의 고객에 대한 사용설명서였습니다. 제가 주인을 섬기는 데 있어서 참고해야 될 사항을 적은 기록입니다. 당신은 깨지기 쉬운 존재이니 조심히 다루어야 된다고 하더군요. 저는 주인님을 유리잔 다루듯이 조심히 모셨습니다. 그것이 저의 임무이자 당신을 향한 사랑입니다. " 나는 깊은 상념에 빠졌다. 그리고 말했다. " 음악 한 곡 듣고 싶군. 스팅의 fragile "  스팅의 음악이 흘렀다.


If blood will flow when fresh and steel are one :살과 쇠가 붙어서 피가 흐르며
Drying in the colour of the evening sun :저녁녘의 태양 빛으로 굳어진다면
Tomorrow's rain will wash the stains away : 내일 올 비가 피 얼룩을 지우겠지.
But something in our minds will always stay : 그러나, 언제나 우리 마음 속에 뭔가가 있어.
Perhaps this final act was meant : 아마 이 마지막 상황은 진짜였을 것이다.
To clinch a lifetime's argument : 생의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That nothing comes from violence and nothing ever could : 폭동과 그 아무것도 도움을 준 것은 없으니
For all those born beneath an angry star : 모든것은 증오스런 별 아래 태어났기에
Lest we forget how fragile we are : 우리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On and on the rain will fall : 계속해서 비는 내리리
Like tears from a star like tears from a star : 별이 떨어뜨리는 눈물처럼 별이 떨어뜨리는 눈물처럼
On and on the rain will say : 계속해서 비는 내리리
How fragile we are how fragile we are : 우리 인간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 지니야.... 그동안 고마웠어...... "  나는 오래 전에 헤어졌던, 어깨가 동그랗던, 가난했던 그녀 생각을 하며 마지막 숨을 내쉬면서 눈을 감았다. 사는 동안 내내 무거운 눈꺼풀이었다. 지니는 그때 가슴 한쪽이 깨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본사에서는 지니의 고통은 학습된 감정 목록에 없는 감정이기에 단순한 환상통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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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8-07-18 0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오한 글이네요. 제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싶어 습관적으로 댓글을 보게 됐는데, 알라딘에는 설명충이란 분들이 서식하지 않네요 ㅠㅠ 암튼 더위 잘 지내시기 빕니다. 꾸벅

곰곰생각하는발 2018-07-18 10:08   좋아요 0 | URL
생각하신 것 그대로입니다.. ㅎㅎ 로봇 사용설명서가 아니라 주인장 사용설명서라는..
 

 

 

                                                        

죽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겠니 ? :


미션:임파서블, 폴아웃



포장 택배 문화가 발달하다 보니 종종 박스 면에 " 유리잔 깨진 그림( Fragile Labels) " 이 그려진 경고 이미지를 자주 본다. 깨지기 쉬운 물품이므로 충격을 주지 않도록 지시하는 표시'이다. 박스를 뜯어 보면 대부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포장용 에어팩, 일명 뽁뽁이로 포장되어 있다. 공기층은 스펀지 역할을 해서 외부 충격을 분산시킨다.

뽁뽁이는 충격 완충제 역할뿐만 아니라 창문에 붙여서 단열재 역할도 한다. 이처럼 뽁뽁이는 다양한 재주가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공기방울을 터트리는 맛이 일품이다. 우리 몸에도 뽁뽁이와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 바로 피하(皮下) 지방이다. 말 그대로 피부 거죽 아래 붙어 있는 지방층을 말한다. 피하지방은 뽁뽁이처럼 오장 육부를 둘둘 감싸서 외부 충격으로부터 장기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체온을 36.5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체지방은 없어서는 안될 체내 성분인 것이다. 그런데 볼거리 산업 마피아들은 체지방을 미용 차원에서 < 미치광이 늙다리 > 나 < 리틀 로켓맨 > 따위로 취급한다.

마침내 체지방률 0%에 도전하세요 _ 라는 선정적 문구도 등장한다. 사람들이 체지방률이 낮은 몸매를 선망하는 이유는 지방이 없다 보면 근육이 선명하게 보여서 소프트한 맛이 일품인 아이스크림도 딱딱한 하드처럼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혀로 핥지 마세요. 깨물어 주세요, 남자 몸은..... 딱딱해야 맛있어요. 아잉. 야메떼구다사이 ~  < 식스팩 > 은 < 섹스·퍽 > 이다. 그러다 보니 섹스 어필이 인기의 척도인 배우 입장에서는 섹스·퍽으로 무장한 복근을 만들어서 스크린(or 티븨) 앞에 등장한다. 그들은 서사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무심한 듯 시크하게 하드바디를 선보이며 샤워를 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팔다리가 부들부들 떨릴 만큼 온몸에 힘을 준 상태에서 찍은 장면들이다.

무심도 아니요, 시크도 아니다. 영화 속 하드바디-들은 체지방률 0%인 몸을 자랑한다. 가수 비는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볼거리 강국 할리우드에서 영화 << 닌자 어쌔신 >> 을 찍을 때 자기 몸이 체지방률 제로 퍼센트'였다며 자랑을 하곤 했다.  살인병기라 불릴 만하다. 맷집 또한 훌륭하다. 그는 영화 속에서 무쇠로 만든 남자, 아니 닌자'였다. 가수 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개구라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생활에서도 그는 무쇠로 만든 닌자로 활동할 수 있을까 ? 현실은 정반대'다. 체지방률 제로 퍼센트가 된다는 것은 뽁뽁이 없는 유리잔 더미 박스요, 계란 판 없이 비닐봉지에 담긴 계란 한 판 꼴이다.

충격을 완화하는 에어팩이 없다 보니 주먹으로 복부를 한 대 맞으면 장기 파열로 응급실에 실려갈 수도 있다. 그리고 온도 조절을 하는 지방이 제로 상태이다 보니 겨울이 되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확률도 높다.  할리우드 볼거리 산업은 닌자(비)를 하드바디로 묘사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인 것이다. 실제로 권투선수들이 체지방을 12~17%로 유지하는 이유 또한 맷집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체지방률 제로 퍼센트인 권투선수가 권투시합을 한다는 것은 미션임파서블에 가깝다. 말 그대로 맞아죽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속사정이 이런 데에도 이런 글이 기사랍시고 등장한다. " 유오성은 2002년 영화 ‘챔피언’에서 실존 인물인 비극의 권투선수

김득구로 분해 체지방률 0%의 탄탄한 몸매를 자랑한 바 있다(한국경제신문). "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글로 먹고사는 놈치고 실력이 글로(러)먹은 놈이다. 운동 종목에서 체지방률을 최저치로 유지해야 하는 대표적 운동은 보디빌딩과 마라톤이다. 전자는 지방을 최소화해야 근육 자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고 후자는 몸무게를 최대한 줄여서 지구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그런 그들도 시합 전날까지도 그들이 도달할 수 있는 체지방률은 3%대'다. 3% 이하는 아사로 죽은 사람에게서나 나올 법한 체지방률인 셈이다.  볼거리 산업 마피아들이 체지방률 15% ~ 20%인 몸매조차도 돼지 취급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욕구 불만을 유도하기 위한 수작이다. 결핍이 곧 소비이기 때문이다.

" 사내새끼가 그 몸매 가지고 어디 가서 풀 죽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겠소 ? "  영화 << 미션임파서블, 풀아웃 >> 이 여러분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뽁뽁이 없는 유리잔 신세 주제에 허세를 부리니 할 말이 없다. 그래, 니 팔뚝 굵다. 스팅은 나 팔뚝 굵소이다 _ 라고 자랑하는 하드바디를 향해 노래한다. 인간은 얼마나 깨지기 쉬운 존재인가, 인간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존재인가. 노래 << Fragile >> 가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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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way 2018-07-17 0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득구와 체지방을 사랑하시는 멋진 말글 몸매분 ㅎ
글 잘 읽습니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7-17 12:12   좋아요 0 | URL
극찬이십니다... 그래도 기분은 좋군요.. ㅎㅎ
 

 

 

 

 


체지방률 0%의 탄탄한 몸매
















유오성은 2002년 영화 ‘챔피언’에서 실존 인물인 비극의 권투선수 김득구로 분해 체지방률 0%의 탄탄한 몸매를 자랑한 바 있다.  모 신문에 실린 기사'이다. 그런가 하면 이런 기사 내용도 있다. 정아름은 자신의 다이어트 경험담을 전하며 도전자들과 함께 발레 피트니스를 함께 했다.

이 과정에서 정아름은 체지방 0%의 군살없는 완벽한 보디라인을 선보여 놀라움을 자아냈다.  체지방률, 제로 ! 문득, 옛 친구가 떠올랐다. 내 글감에 자주 등장하는 친구는 아마추어 권투선수'다. 부모는 전라도 빈촌의 빈농 출신으로 상경하여 어머니는 작은 구멍가게를 하셨고 아버지는 환경미화원이셨다. 친구 또한 용돈벌이는 스스로 해결했는데 새벽에 신문을 돌렸다. 용돈벌이 겸 아침 운동인 셈이다. 아버지와 아들, 둘 다 새벽 일을 하다 보니 종종 부자는 동트는 길 위에서 우연히 마주하고는 했다(고 한다). 그 당시만 해도 환경미화원은 수레를 끌고 다녔기에 친구는 신문을 다 돌리고 나면 아버지 수레를 뒤에서 밀었다고.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덧대어 공부도 잘했으면 금상첨화였겠으나 신은 공평하시어 그에게 썩은 머리통을 주시었으니...... 할렐루야 ~  글로 먹고살기는 애초에 글로(러)먹었다고 생각한 친구는 연필 대신 글러브를 선택했다. 흙수저인 그가 학교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학교 일진인 농구부 선수를 박살 낸 사건이었다. 코리안 다윗은 검도와 권투로 익힌 각목과 주목(먹)으로 거대한 골리앗을 때려눕혔다. 코리안 다윗이 주먹을 휘두를 때 휘파람 소리가 났다. 와와, 우리는 열광했다. 주먹에서 휘파람 소리가 나던 친구는 나중에 농협 은행원이 되었다. 친구가 술을 마시면 자주 했던 말은 한 달에 10kg 감량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축구선수가 한 경기를 뛰고 나면 체중이 평균 4,5kg이 감량된다고 한다. 축구선수 체지방률이 평균 10% 내외에 불과하다 보니 시합 과정에서 지방이 연소되어 체중이 감량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운동 중에 근 손실이 발생했다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대체 4,5kg 감소는 어떻게 된 것일까 ?  정답은 땀(수분)이다. 그들은 4,5kg의 땀을 흘린 것이다. 수분 손실은 수분을 채우면 금세 복원된다. 내가 운동이 체중 감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운동으로 인해 감량된 부분은 대부분 땀의 무게'다. 오히려 운동(유산소 운동이 아닌 근력 운동)은 지방을 태우고 근육을 키우게 되는데 근육은 지방보다

무겁기 때문에 운동을 하면서 지방을 빼고 근육을 키우면 이론적으로는 체중이 증가한다. 반면, 아마추어 권투선수의 평균 체지방률은 12~17%다(프로선수는 이보다 조금 낮다). 영화 속 김득구를 연기하기 위해 유오성이 체지방률을 0%으로 맞춘 점과 비교해서 평가하자면 게으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체지방률 0%라는 수치는 아사로 죽은 사람의 체지방률보다도 낮은 수치'다. 가수 비가 티븨에 나와서 자신의 체지방률이 0%라고 말한 적이 있다(유튜브로 확인하시길....) 한마디로 개구라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약물의 도움으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체지방률 최대치는 3%가 한계다.  

인간은 3% 이하가 되면 지방 손실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평균적인 운동선수의 체지방률은 15%다. 이들이 지방을 유지하는 이유는 지방이 운동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 산업은 체지방을 원흉으로 낙인찍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체중 대신 체지방률을 체크하는 것은 이제 국민들의 놀잇감이 되었다. 인바디(체크)는 에브리바디가 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날씬하지만 속 돼지일 수 있다는 인바디의 경고는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들어서 이제는 날씬한 사람도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헬스장을 찾게 만든다. 다이어트 산업의 공포 마케팅이 제대로 통한 셈이다. 이제는 뚱뚱한 사람도, 비쩍 마른 사람도, 날씬한 사람도, 졸라 날씬한 사람도, 졸라 졸라 졸라 날씬한 사람도,

그리고 졸라 졸라 졸라 졸라 날씬한 사람도 체지방률 0%를 향해 허리 보호용 허리띠 졸라매며 졸라 운동을 한다. 미친 짓이다. 체지방률 0%는 불가능하다. 다이어트 산업 마피아들은 당신에게 날씬한 몸매를 선물하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그들은 당신의 몸매가 망가질수록 돈을 버는 집단이다. 이제는 하다하다 못해 날씬한 사람에게도 자기 몸에 대한 불안을 야기시켜서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사탕발림에 속지 마시라. 우리는 체지방률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


자연계에 존재하는 짐승들 대부분은 체지방률이 평균 15%라고 한다. 뚱뚱한 짐승의 대명사인 돼지와 하마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인위적인 조작(식단, 칼로리 계산, 보조 약품 사용)을 배제한 자연 상태에서의 건강한 체지방률은 15%로 일반인이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으로 쉽게 유지 가능한 체지방률이다. 반면에 12%대 이하는 닭가슴살과 계란 흰자 그리고 지옥의 하드트레이닝이 선행되어야 유지할 수 있는 몸매이다. 첫 번째 사진을 바탕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여성은 체지방률 15% 몸매를 선호했고 남성은 12% 몸매를 선호했다.  


체지방률 4% 인 보디빌더의 몸

 

 

 

이 몸매가 체지방률 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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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갱끼데스까, 와따시와갱끼데스   :



 








이놈의 집구석 !


 





 

​멜로의 정석 : 사랑하기에 멀리 떠난다는 당신



멜로(장르)는 어긋남을 전제로 한다. 이 장르는 " 버스 떠난 후에 손 흔들 때 "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멜로 영화의 랜드마크는 이별과 만남을 상징하는 길, 항구, 터미널, 공항 따위'이다. 멜로 속 주인공-들'은 한발 앞서 떠나거나 간발의 차이로 만나지 못한다. 기차는 7시에 떠나고 당신은 7시 0.00000001초 후에 그 역에 도착한다.

오고가다 다 만나면 그것은 멜로가 아니라 텔레토비'다.  꼬꼬마 친구들에게는 우연이고 나발이고 없다.  텔레토비 동산이 엎드리면 코 닿는 곳이다 보니 집 밖으로 한 발짝만 떼어 놓아도 꼬꼬마 친구들은 서로 만날 수밖에 없는 동네'다.  만날 약속 따윈 지나가는 민들레에게나 줘 !   이 만남은 우연도 아니요, 필연도 아니요......    에라이, 이놈의 집구석(텔레토비 동산)이 좁아서 생기는 일'이다. 이런 집구석에서는 훌륭한 러브 스토리를 뽑을 수 없다. 그래서 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는 대사가 없다.  유일하게 내뱉는 대사가 " 아이, 좋아 ! " 다.  아이구야, 그냥..... 좋댄다 ! 

그렇기 때문에 텔레토비는 얼라들이나 보는 프로그램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텔레토비가 꼬꼬마들이나 보는 방송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세상 밖으로 시야를 확장시켜야 한다. 멜로의 아우라는 거리에 비례하는 것이다. 가수 이정석이 부르는 쌍팔련도 노래 << 사랑하기에 >> 라는 노랫말은 멜로의 정석을 보여준다.  사랑하기에 / 떠나신다는 /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 / 사랑한다면 / 왜 헤어져야 해 /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                              가수 이정석은 헤어지자는 애인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절규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 있다.

사랑하기에 떠나야 한다. 그래야 두 남녀 간에 < 거리감 > 가 생기니까. 거리감 때문에 헤어지고 거리감 때문에 그리워하다가 거리감 때문에 다시 만난다. 이 거리감이 멜로의 이야깃거리이다.  우리는 이것을 우아한 아우라라고 부른다. 유식하게 말하자면 " 베리투머치디스턴트센스 " 다.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야말로 멜로의 정석이다.  에스케이 하이닉스 반도체 광고 2탄은 런닝타임이 고작 1분에 불과하지만 국경을 초월한 격정 멜로가 보여줄 수 있는 품격을 여러분에게 선사한다. 여자 주인공 HY310 반도체가 가장 사랑하는 반도체는 가장 멀리 있는 남자 반도체 119다. 

친구들이 가까운 나라에서 핫하게 지낼 때 사랑하는 사람은 저 멀고도 먼 극한 지방에서 쿨하게 지내고 있다. 그곳은 보고 싶다고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속담은 하이닉스 반도체 삼일공과 일일구에게는 억지에 가깝다. 그들은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북극 기지 어디쯤에서 다시 만난다.  두 연인이 만났으니 아아. 환희에 찬 두 연인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것은 눈발이더냐 눈물이더냐. 삼일공과 일일구가 재회하는 장면에서 나는 주책없이 박연폭포처럼 넓은 눈물이 쏟아냈다. 시바,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노라 애프런 감독이 연출한 <<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 에서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이 머무는 거주지가 각각 시애틀과 뉴욕이라는 설정(시애틀과 뉴욕은 극과 극에 위치한다. 거리가 3875km) 또한 멜로물과 거리감이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봉천동 남자와 신림동 여자의 운명적 격정 멜로는 좀 우습지 않을까 ?  한국 영화가 클래식 멜로'보다는 로맨틱 멜로와 코미디 장르로 발전하는 까닭은 순전히 땅덩어리가 좁다는 데 있다. 집구석이 좁다 보니 이들의 사랑은 뭔가..... 그러니까 팔팔 끓는 용광로 같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칠칠 끓는 냄비 같은 사랑이라고나 할까 ? 

<< 닥터 지바고 >> 나 << 카사블랑카 >> 처럼 웅장한 맛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만남은 (집)구석보다는 광장이라는 단어와 어울리기에 좋은 짝패다. 그래서 < 만남의 (집)구석 > 이라는 말은 없어도 < 만남의 광장 > 이라는 말은 흔한 까닭이다. 좁은 집구석 때문에 손해를 보는 쪽은 비단 멜로만은 아니다. 공포영화도 크기에 비례한다. < 하우스호러-물 > 하면 쉽게 연상되는 대저택, 넓은 마당, 다락방, 지하실을 갖춘 주거 공간을 한국에서는 쉽게 만날 수가 없다. 기껏해야 2,30평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한국식 주거 환경 때문에 영화감독은 멋진 공포물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한국 영화가 유독 공포 영화 장르에 취약한 이유이다).

단칸방에서 벌어지는 초울트라-고딕-블러드-호러물은 봉천동 남자와 신림동 여자의 국경을 초월한 격정 러브 멜로물만큼이나 우스운 꼴이다. 멜로물과 공포물은 모두 집구석에서 벗어나야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반대로 두 장르가 획득하려는 공간 감각은 서로 다르다. 멜로물은 사랑하는 사람이 멀리 있다는 사실에 슬퍼하는 영화이고 공포물은 두려운 사람(혹은 존재)이 너무 가까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끼는 영화이다. 전자는 부재가 핵심이고 후자는 실재가 핵심이다. 



  










+


문재인과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장면이 감동적인 이유는 < 정치 드라마 > 가 아니라 < 멜로 드라마 > 라는 데 있다. 이 만남은 국경을 초월한 브로맨스'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 곳에 사는 두 남자가 우여곡절 끝에 판문점에서 만난다. 유일한 분단국이자 휴전국(말 그대로 종전이 아니라 휴전 상태'이다)인 남과 북은 남극과 북극의 간격보다도 더 먼 장소'다. 사랑은 국경을 초월한다. 세계가 이 멜로 드라마에 열광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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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은 잠꾸러기



 



                                                                                      

내 친구는 일란성 쌍둥이로 형은 최공복이요, 동생은 최만복이다. 최씨 성 자체가 촌스러운 구석이 있는데 이름마저 - 복으로 끝나는 돌림이다 보니 21세기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크크. 졸라 촌스러워 !  문제는 얼굴도 촌스럽다는 데 있다.  그런데 못난이 형제는 서로 구별이 안 갈 만큼 닮았는데도 서로 자기 외모가 21세기 비주얼이라고 주장하고는 한다.  하는 짓을 보면 가관이다. 크크. 귀여워 !   못난이 형제는 내게 묻는다. " 누가 더 대세냐 ? " 나는 방긋 웃는다. 누가 더 대세인가를 논하기에 앞서 일단 삼천포로 가자.  

인간은 기운이 없으면(혹은 몸이 아프면) 보양식을 챙겨 먹지만 짐승은 인간과는 반대로 곡기를 끊는다. 집에서 개나 고양이를 키운 경험이 있는 이라면 내 말에 모두 다 동의할 것이다. 동의한다면 모두 부처 핸섬 ! yo~           어떤 이는 굶는 짐승을 보며 속으로 짐승이라서 미련하구나 _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미련한 건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다. 체내에 독소가 쌓일 때 몸은 아프게 된다. 피부 트러블도 체내 독소 때문에 피부에 병이 난 현상이다.  그렇다면 독소는 왜 쌓일까 ?   체내 독소를 해독하는 일은 오장육부 관할'이다. 이 부서는 음식에 들어 있는 독소를 해독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일감(음식물)이 너무 많다 보면 일처리가 늦어지고 일감이 쌓이게 된다. 결국에는 마감을 지키지 못해 유감이니 몸의 주인은 대략 난감. 이처럼 해독되지 않은 독소가 쌓일 때 몸(or 피부)은 아프게 된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인간은 먹고 기운을 차려야 한다며 보양식부터 챙겨 먹는다. 독에 독을 붓는 꼴이다. 보양식은 영양식이어서 독소가 아니라고 ?  천만에 !  누누이 하는 소리이지만 모든 음식물은 약(영양소)이면서 동시에 독이다.  짐승이 아프면 굶는 이유는 체내 오장육부가 해야 할 일감(음식물 분해)을 제로 상태로 만들어서 오장육부 노동자들이 오로지 독소를 해독하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음식 섭취 후 9시간이 지나면 위는 음식물을 아래로 내보내서 텅 빈 상태가 된다.  이때 나는 소리가 바로 " 꼬르륵 ~ " 이다.  꼬르륵 소리는 위가 최대한 수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위에 붙어 있는 찌꺼기를 털어내고 독소를 해독하는 시간인 것이다. 그러니까 꼬르륵은 몸이 공복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신호이다. 이 공복이 지속되면 회춘 유전자인 시트루인이 발생하는데 노화와 질병을 예방하고 수명을 늘려주는 일을 한다. 소리는 배가 고프다는 신호가 아니라 위가 청소 중이니 밥을 먹지 말라는 소리인데, 인간은 이 신호를 배가 고픈 것으로 착각한다. 학습된 인지 오류인 것이다. 

 

이 공복 상태를 지속시켜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간헐적 단식법인 것이다. 굳이 끼니를 굶는 간헐적 단식을 하지 않아도 공복을 12시간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저녁을 일찍 먹으면 된다. 예를 들어 저녁을 6시에 먹고 아침을 8시에 먹으면 공복 기간을 14시간 유지하게 된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소리는 꽤나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몸에 독이 쌓이면 제일 먼저 발생하는 현상은 피부 트러블이다. 피부 트러블이 생겼다는 것은 곧 체내 독소가 해독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12시간 공복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피부 변화이다.

기미, 잡티, 각질, 비듬 따위가 완벽하게 사라진다.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내 경우는 머리에 비듬이 많아서 어두운 계열의 옷은 일부러 피하곤 했으나 지금은 비듬 고민에서 해방되었다. 그리고 봄이 오면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해마다 피부과 병원을 다녔으나 지금은 꽃가루로 세수를 해도 열꽃이 피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공복의 힘인 것이다. 옛날에는 만복이 행복이었으나 지금은 공복이 행복이다. 당신에게 공복을 권한다. 체중 감량이라는 얄팍한 수작을 위한 권유가 아니다. 공복 유지로 인해 발생한 체중 감량은 깃털보다 가벼운 덤일뿐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굶으면 몸이 쇠약해진다는 쌍팔련도 서사는 이제는 버려라. 형제의 질문에 나는 뒤늦게 답한다.  " 21세기는 최공복이 대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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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동안 굶으면 몸은 비상상태를 선포한다. 이때 몸은 " 시트루인 " 을 호출한다. 시트루인은 회춘 호르몬으로 운동 신경을 강화시킨다. 그래야 사냥에 성공할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짐승도 마찬가지'다. 사자는 먹이를 실컷 먹으면 힘이 생겨서 더욱 빨리 달릴 것 같지만 정반대'다. 사자는 만복인 상태에서는 놀다가 2,3일 굶고 나서 비로소 사냥길에 오른다. 굶어야 피지컬이 최상인 상태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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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2 09: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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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2 10: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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