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죽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겠니 ? :
미션:임파서블, 폴아웃
포장 택배 문화가 발달하다 보니 종종 박스 면에 " 유리잔 깨진 그림( Fragile Labels) " 이 그려진 경고 이미지를 자주 본다. 깨지기 쉬운 물품이므로 충격을 주지 않도록 지시하는 표시'이다. 박스를 뜯어 보면 대부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포장용 에어팩, 일명 뽁뽁이로 포장되어 있다. 공기층은 스펀지 역할을 해서 외부 충격을 분산시킨다.
뽁뽁이는 충격 완충제 역할뿐만 아니라 창문에 붙여서 단열재 역할도 한다. 이처럼 뽁뽁이는 다양한 재주가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공기방울을 터트리는 맛이 일품이다. 우리 몸에도 뽁뽁이와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 바로 피하(皮下) 지방이다. 말 그대로 피부 거죽 아래 붙어 있는 지방층을 말한다. 피하지방은 뽁뽁이처럼 오장 육부를 둘둘 감싸서 외부 충격으로부터 장기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체온을 36.5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체지방은 없어서는 안될 체내 성분인 것이다. 그런데 볼거리 산업 마피아들은 체지방을 미용 차원에서 < 미치광이 늙다리 > 나 < 리틀 로켓맨 > 따위로 취급한다.
마침내 체지방률 0%에 도전하세요 _ 라는 선정적 문구도 등장한다. 사람들이 체지방률이 낮은 몸매를 선망하는 이유는 지방이 없다 보면 근육이 선명하게 보여서 소프트한 맛이 일품인 아이스크림도 딱딱한 하드처럼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혀로 핥지 마세요. 깨물어 주세요, 남자 몸은..... 딱딱해야 맛있어요. 아잉. 야메떼구다사이 ~ < 식스팩 > 은 < 섹스·퍽 > 이다. 그러다 보니 섹스 어필이 인기의 척도인 배우 입장에서는 섹스·퍽으로 무장한 복근을 만들어서 스크린(or 티븨) 앞에 등장한다. 그들은 서사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무심한 듯 시크하게 하드바디를 선보이며 샤워를 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팔다리가 부들부들 떨릴 만큼 온몸에 힘을 준 상태에서 찍은 장면들이다.
무심도 아니요, 시크도 아니다. 영화 속 하드바디-들은 체지방률 0%인 몸을 자랑한다. 가수 비는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볼거리 강국 할리우드에서 영화 << 닌자 어쌔신 >> 을 찍을 때 자기 몸이 체지방률 제로 퍼센트'였다며 자랑을 하곤 했다. 살인병기라 불릴 만하다. 맷집 또한 훌륭하다. 그는 영화 속에서 무쇠로 만든 남자, 아니 닌자'였다. 가수 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개구라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생활에서도 그는 무쇠로 만든 닌자로 활동할 수 있을까 ? 현실은 정반대'다. 체지방률 제로 퍼센트가 된다는 것은 뽁뽁이 없는 유리잔 더미 박스요, 계란 판 없이 비닐봉지에 담긴 계란 한 판 꼴이다.
충격을 완화하는 에어팩이 없다 보니 주먹으로 복부를 한 대 맞으면 장기 파열로 응급실에 실려갈 수도 있다. 그리고 온도 조절을 하는 지방이 제로 상태이다 보니 겨울이 되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확률도 높다. 할리우드 볼거리 산업은 닌자(비)를 하드바디로 묘사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인 것이다. 실제로 권투선수들이 체지방을 12~17%로 유지하는 이유 또한 맷집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체지방률 제로 퍼센트인 권투선수가 권투시합을 한다는 것은 미션임파서블에 가깝다. 말 그대로 맞아죽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속사정이 이런 데에도 이런 글이 기사랍시고 등장한다. " 유오성은 2002년 영화 ‘챔피언’에서 실존 인물인 비극의 권투선수
김득구로 분해 체지방률 0%의 탄탄한 몸매를 자랑한 바 있다(한국경제신문). "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글로 먹고사는 놈치고 실력이 글로(러)먹은 놈이다. 운동 종목에서 체지방률을 최저치로 유지해야 하는 대표적 운동은 보디빌딩과 마라톤이다. 전자는 지방을 최소화해야 근육 자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고 후자는 몸무게를 최대한 줄여서 지구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그런 그들도 시합 전날까지도 그들이 도달할 수 있는 체지방률은 3%대'다. 3% 이하는 아사로 죽은 사람에게서나 나올 법한 체지방률인 셈이다. 볼거리 산업 마피아들이 체지방률 15% ~ 20%인 몸매조차도 돼지 취급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욕구 불만을 유도하기 위한 수작이다. 결핍이 곧 소비이기 때문이다.
" 사내새끼가 그 몸매 가지고 어디 가서 풀 죽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겠소 ? " 영화 << 미션임파서블, 풀아웃 >> 이 여러분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뽁뽁이 없는 유리잔 신세 주제에 허세를 부리니 할 말이 없다. 그래, 니 팔뚝 굵다. 스팅은 나 팔뚝 굵소이다 _ 라고 자랑하는 하드바디를 향해 노래한다. 인간은 얼마나 깨지기 쉬운 존재인가, 인간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존재인가. 노래 << Fragile >> 가사 내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