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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 덕수는 고민 있을 때마다

아버지  -  유령을 호명하는가    :



 

끝까지 깐다 시리즈


 



영화 << 국제시장 >>



                                                                                                        영화를 " 더럽게 못 만드는 감독 " 이 있는가 하면 영화를 " 더럽게 만드는 감독 " 이 있다.  전자는 < 불후의 걸작(傑作) > 를 만들고 싶었으나 결심과는 달리 < 불우한 걸작(乞作) > 을 연출한 감독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 하는 유형에 속하고, 후자는 이도 저도 둘 다 용서가 안 되는 유형에 속한다.

한마디로 윤제균 감독은 영화를 매우 더럽게 만드는 감독'이다. 이 방면에서는 강우석과 함께 독보적 발자취를 남긴 감독으로 남을 것이다. 질이 낮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질이 나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용서할 수 없다. 언어유희를 섞어서 말하자면 질이 낮은 영화는 上品의 문제이고, 질이 나쁜 영화는 性品의 문제이다. 전자가 영화라는 상품으로써의 물성'에 대한 지적이라면 후자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애티튜드'에 방점을 찍는다. 영화 << 국제 시장, 2014 >> 은 욕하면서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보다 보면 흥겨워서 라라 _ 하게 된다. 

이런 영화가 천만 관객'을 찍었다는 사실은 이명박과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이유를 설명하기에 좋은 자료를 제공한다. 쉬운 말을 뱅뱅 돌려서 말했지만  :  뚜껑 열고 bang-bang 쏘면서 말하자면 윤제균 사단 영화는 대부분 " 좆같은 영화 " 다. 윤제균 영화는 코미디와 신파를 섞어서 < 한국형 ㅡ 패밀리 플롯 > 을 구성하는데, 그 맛이 똥맛이라. 윤제균의 초기 코미디 영화1)에서 코믹한 설정은 주로 폭력으로 점철된 슬랩스틱에서 얻는데 그 대상은 남성'이다.  << 두사부일체 >> 에서 대가리(정운택 분)는 계두식(정준호 분)에게 쉴 새 없이 맞는데 이 폭력은 주로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렇기에 남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 아픈 척하는 웃기는 폭력 " 이다.  여기에는 리얼리티가 없다. 아크로바트만 남을 뿐이다. 신파 요소도 코믹과 마찬가지로 폭력을 이용해서 슬픔을 끌어낸다. 코미디 요소로서의 폭력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대상이 주로 여성'이라는 데 있다. 남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리얼리티 없는 몸 개그'라면 2)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 리얼리티한 폭력 > 이다.  영화 속 이은주(오승은 분)는 남성들에게 과도하게 구타를 당한다.  영화 << 1번가의 기적 >> 에서 하지원이 여자 복서 명란을 연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복서 명란은 남성들에게 마른 북어처럼 구타를 당한다.

이 아저씨가 만든 초기 영화 - 들에서 여자들은 오로지 맞기 위해서 존재하는 인물-들이다. 영화 << 국제 시장, 2014 >> 은 명랑 코미디'라는 장르 때문에 매 맞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 영화에서 여성이 어떤 방식으로 소모되는가를 살펴보면 보다 악질적이다. 흥남 철수 때 잃어버린 << 막순 >> 은 덕수네 가족이 불행해지는 단초를 제공하는 인물로 사용된다. 막순 때문에 아버지는 가족 서사에서 제거되어 그 후로는 유령으로서만 존재한다. 영어를 모르는 덕수가 투비 낫투비 _ 하며 방황할 때

덕수 아버지는 스크린 앞에 햄릿의 유령처럼 홀로그램으로 등장해서 이북 사투리로 이 종간나 새끼 ! 투비는 하되, 낫 투비는 허지 말아야지비. 아니그럼 ?  너는 이 가문의 장남이고 가장이야 !  _  라고 지껄인다.  김슬기 배우가 연기한 끝순이라는 캐릭터도 덕수 인생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 영화에서 끝순은 철딱서니가 없다기보다는 자신의 결혼 혼수를 위해 오빠를 사지로 보내는 악녀에 가깝다. 덕수는 끝순의 혼수를 장만하기 위해 월남으로 향한다. 덕수모'도 있으나 마나 한 여성 캐릭터'다. 덕수가 투비_ 할 것인가 낫투비 _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할 때마다 그가 호명하는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라 죽은 아버지 - 유령이다(어쩌면 진짜 유령은 죽은 아버지가 아니라 산 어머니인지도 모른다).

윤제균이 여성 캐릭터를 부정적으로 다루는 방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가 월남에서 다리를 잃게 되는 결정적 계기는 베트남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드는 장면으로,  결국 다리에 총을 맞는 일이 발생하고 그 후유증으로 다리를 잃는다. 국뽕 휘날리는 장엄한 서사의 유치찬란을 논하기에 앞서 이 장면은 매우 악질적이다. 덕수가  물에 빠진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드는 장면에서 생각을 멈추고, 그가 베트남에 도착했을 때 벌어졌던 자살 폭탄 테러 사건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 거리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을 때 그를 죽음에서 구해준 이는 베트남 남자아이'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여자아이는 덕수를 죽음으로 이끌고 남자아이는 덕수를 죽음에서 구해주는, 이 선명한 대조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이 장면이야말로 윤제균의 잰더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단서'다. 그가 배역을 선정하고 배분할 때 잰더 역할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민했다면 이런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덕수는 항상 징징거린다. 그는 고민이 있으면 죽은 아버지 유령과 대화를 나누거나 친구 달구(오달수 분)와 상의할지언정 어머니와는 대화를 하지 않는다.  결정에 따른 통보만 할 뿐이다.  덕수가 "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 ​ 라는 대사를 내뱉을 때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 어쩌라고, 어 ?! " 

윤제균, 이 인간 영화 참 더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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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독이라 부르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냥 아저씨라 부르겠다.

2)   윤제균 영화에서 남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크게 웃음을 유발하게 위한 폭력과 남성을 거룩한 희생양으로 묘사하기 위한 판타지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남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여성에게 가해질 때 발생하게 되는 리얼리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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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레   와          벤   츠     :











 스카이 캐슬





                                                                                                       << 스카이 캐슬 >> 이라는 제목으로 이 글을 쓴다. 피에르 바야르의 변증법을 적용하자면 이 드라마 리뷰는 보지 않은 드라마에 대해 말하는 중이다. 스포일러 노출은 없다, 당연하다. 이 드라마를 본 적이 없으니까. 설령, 종영된 드라마의 스포일러가 노출되었다 한들 그게 무슨 걱정이랴. 걱정은 내려놓으시라.

그렇다고 깊이가 없으리라 지레짐작하는 것도 우려에 불과하다. 이 드라마를 본 적이 없으나 본방을 사수한 당신보다 더 깊이 있게 파고들 자신이 있다. 라캉은 속지 않는 자가 속는다 _ 라고 말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너무 많은 것을 아는 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렇기에 << 스카이 캐슬 >> 을 1회부터 20회까지 " " 본방 - 사수 " 한 당신은 " 무방 - 부사수 " 한 나를 이길 수 없다. 나는 보지 않았기에 본질을 꿰뚫 수 있다. 드라마는 끝났다. 종편 드라마 시청률이 24%에 육박했다. 이 정도(지상파 아닌 종편 드라마)면 대박을 뛰어넘는 초,  초초초초대박이다.

사교육 업계 광고 시장이 들썩거렸다.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방영 중인 드라마 중간 광고'에는 염정아 사교육 업계 광고 모델로 등장하여 사교육을 권장하고 있다.  매의 눈으로 단 시간에 최상위 레벨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하고 있는 중이다.  매우 이상한 현상이다.  한국 사교육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드라마 상영 도중 중간광고에 사교육 광고가 상영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곧 드라마에 출연했던 조연들도 사교육 업계의 광고 시장을 독점할 것이다.  동종 업계 광고 출현의 화룡점정은 김서형(김주역 역)이 될 것이다.  그는 용의 눈에 검은 점을 찍을 위인이 분명하다. 그는 소비자를 향해 이렇게 주문할 것이다. "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 "

드라마는 가진 자의 볼썽사나운 꼴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욕망에 불을 점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염정아가 웅진 싱크빅 모델이 되고,  여기저기서 " 입시 코디 " 와 " 학종 문의 " 가 쇄도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재벌의 더러운 욕망을 비판하는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재벌을 다룬 티븨 드라마(혹은 영화) 는 재벌은 항상 불행하고 가난한 당신은 가진 것은 없으나 마음만은 행복한 계급이라고 강조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가난한 당신은 재산 싸움이나 하는 재벌보다 더 불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눈물의 양이 똑같다고 해서 슬픔의 질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거리에서 수레를 끌며 우는 것과 강남대로를 달리는 벤츠 자동차 안에서 우는 것은 다르다. 이런 종류의 드라마들이 아편과 같은 이유는 사실을 왜곡한다는 데 있다. 드라마가 재벌을 제대로 비판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재벌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해야 한다. 설령, 그들이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불행해질 확률은 매우 높다. 내일의 쉼터가 없고, 일용할 양식도 없고, 병을 치료할 약값조차 없는 데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과대망상'이다.

반대로 돈이 많아서 불행에 빠질 확률은 매우 낮다. 행복하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는 있다. 그렇기에 재벌은 가난한 당신보다 행복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해피엔딩은 서민 편이 아니라 재벌의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팩트 체크'이다. 반신반의하는 이가 있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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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대의 유령




 



                                                                                                                                                                                          근대화의 특징 중 하나는 " 개인의 발견 " 이다.  전근대가 인간 - 몸'을 국가나 신에게 예속된 신체로 취급했다면 근대는 이것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했다.

한국 사회에서 전근대를 사로잡은 것은 효(孝)와 충(忠)이다. < 효 > 가 부 父를 향한 복종이라면 < 충 > 은  국부 國父나  대부 代父를 향한 맹세다. 국부(혹은 대부)는 아버지의 아버지, 혹은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이다. 이 수식이 꼬리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어질수록 대타자로서의 아비는 절대자에 가깝다.  < > 는 子(아들)이  耂(노인) 을 등에 엎은 꼴로 젊은이가 노인을 위해 희생해야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고, < 忠 > 은 중심(주류)을 위해 변방(비주류)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권력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부류가 老(늙은 정치인)와 中(중앙 권력)이라는 점에서 충효 사상은 주인에 대한 맹세와 복종에 불과하다 할 수 있다.  그런데 근대화 과정은 아버지에 예속된 인간의 몸을 독립된 개체로 해방시켰다.  그것이 바로 개인으로서, 시민의 탄생'이다.  집단(集團)에서 개인(個人)으로 분산되어 개성(個性)을 획득하는 과정이 근대화 과정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근대화는 언제였을까 ?  우리는 박정희(정권)를 " 근대화와 산업화의 아버지 " 라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박정희 시대는 산업화는 성공했지만 근대화는 실패한 정권이었다.

왜냐하면 박정희는 전근대의 유물인 충효를 정치 철학으로 계승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에게 그는 아버지였고,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의 아버지였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였다. 다시 말해서     :     한국 사회는 전근대를 지나 근대화를 거치지 않고 산업화로 점프 컷 했으며,  곧바로 현대화에 다다른 기형적 형태를 보인다.  근대화 과정이 생략된 한국 사회가 지금의 현대성이다. 근대화 과정이 전근대의 유령들을 제거하는 문화 혁명에 속한다면, 한국 사회는 전근대의 유령을 제거하지 못했기에 지금도 곳곳에서 전근대화의 유령들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성복 시인은 아버지 아버지 씹새끼 입이 열이라도 할 말 없어 _ 라고 저항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여전히 강력하다. 아버지는 아들 앞에서 광선검을 꺼내며 호통을 친다. 이놈, 내가 네 애비닷 ! ! ! !               이명박근혜 정권 때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 명량, 2014 >> 과 << 국제시장, 2014 >> 을 관통하는 이데올로기가 바로 충과 효'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박근혜가 죽은 아버지의 유령을 되살려 놓았다는 데 있다. 이 경험들은 매우 불쾌한 것이다. 영화 << 명량 >> 은 선내에서 노를 젓는 노잡이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한 걸 후손들은 알까?  " 

죽은 자의 생색내기는 << 국제 시장 >> 을 관통하는 열쇳말이기도 하다.   덕수(황정민 분) 는 울먹이며 말한다.  "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   덕수는 아버지를 향해 넋두리하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은 극장을 찾은 아들 - 들이다.  두 대사가 내포하고 있는 속내는 명확하다.  그들은 모두 아들-들에게 충효를 강요한다.  나만 고생할 수는 없지 _ 라는 심보가 잃힌다.  나는 이 충고가 같잖다.  누가 나에게 근대화를 20자 내로 요약하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아버지, 아버지 씹새끼 입이 열이라도 할 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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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 미스테리 하드보일드 투머치 울트라 액션 탐정 활극    :



오리무중입니까








                                                                                                     버스를 타고 가는데 라디오에서 긴급 속보가 흘러나왔다. 내용은 이렇다   :   교도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가 지병을 핑계로 형 집행 정지 신청을 했는데 법원이 승인하는 바람에 박근혜는 교도소를 벗어나 일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박근혜는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세상 밖으로 탈옥하는 전무후무한 사태가 발생한다. CNN 뉴스와 시나이 중국 통신은 이 사실을 긴급 속보로 보도했다. 긴급 뉴스를 알려드립니다. 살다살다 대통령이 감옥을 탈옥하는 어, 어어어어어어처구니없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발생했습니다. 나는 버스 안에서 세계의 조롱거리로 전락할 대한민국 국격을 슬퍼하며 차에서 내렸다. 게시판과 전봇대에는 박근혜 수배령이 붙은 수배 전단지가 붙어 있었다. 수사 전문가들은 박근혜가 한 달 안에 잡힐 것으로 내다보았다. 대한민국 국민이 박근혜를 모르면 간첩이니깐 말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박근혜는 오리무중이었다.

경찰총장은 마음이 다급해져서 묻곤 했다.


ㅡ 박근혜 소식은 ?

ㅡ 오리무중입니다 !

ㅡ 오리무중 ?!

ㅡ 네, 오리무중입니다 !

ㅡ 자넨, 닭을 잡으라고 했더니 한가하게 오리 사냥이나 하고 있나 ?


그렇다, 닭은 종적을 감췄다. 여기저기서 제보가 쏟아졌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현상금은 그와 비례해서 올라갔다. 가장 많은 현상금을 내건 사람은 유튜버 블러드하운드'였다. 그는 여성으로 박근혜와 나이 또래가 엇비슷했지만 정치 성향은 정반대였다. 그녀는 전재산을 털어 박근혜를 쫒고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진보 진영을 후원하는 촛불 시민들이 내는 후원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10억으로 출발한 현상금은 이제 100억에 육박했다. 박근혜는 이제 인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로또'였다. 나는 블러드하운드와 함께 쏟아지는 제보들을 분석하고 단서가 될 만한 정보를 고르는 일을 했다.

하지만 박근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나는 점점 회의에 빠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100억이란 현상금을 내건 블러드하운드는 막상 박근혜를 잡는데 그닭 열의가 없어보였다. 아니, 그는 오히려 박근혜는 절대 잡히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후원금을 노린 사기꾼일까 ?  어느 날이었다. 한 장의 팩스가 도착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가 자신은 탈옥한 박근혜의 성형수술을 집도한 의사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성형한 박근혜의 몽타쥬가 그려져 있었다. 그는 블러드하운드였다. 이보다 훌륭한 신분 세탁이 있을 수 있을까.

스스로 닭 잡는 사냥개가 되어 자신을 저주하는 적으로부터 막대한 후원금을 받아 부를 축적하다니. 박근혜는 세간의 평과는 달리 영특하고 교활했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애비나 딸이나 신분을 세탁하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는 혈통이었으니까. 사무실 불을 끄고 밖으로 나왔다. 새벽 거리는 온통 안개가 자욱했다. 나는 서서 담배를 물고 라이터 불을 켰다. 어찌나 짙은 안개였는지 오 리까지 희뿌연 안개로 덮여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안개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블러드하운드'였다. 모습이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리다 보니 비로소 그녀의 목소리가 박근혜를 닮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 페루애, 아직도 박근혜를 찾지 못했습니까 ? " 나는 대답했다. " 네, 아직도 오리무중1)입니다 ! " 블러드하운드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 여전히 오리무중입니까 ? " 나는 죽음을 예감했다. 안개 속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멀리서 피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사냥개의 발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덧대기

오리무중이라는 사자성어에서 오리가 그 오리(duck)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청기 내리고 손 올려, 어섯 !


​                         

1)  오리무중 五里霧中 : 오 리나 되는 짙은 안개 속에 있다는 뜻으로, 무슨 일에 대하여 방향이나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 후한서 >> 의 < 장해전 > 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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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모르텔 2019-01-30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큭~캭 ㅋㅋㅋㅋㅋㅋ
아후..오늘 짜증나는 일때문에 두부김치에 막걸리 한잔 ~들이키며 읽다가..캑캑,,, 우겔겔
..... 마음이 관대해지려 하네요! 아, 재밌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01-30 16:04   좋아요 0 | URL
좋군요. 두부김치에 막걸리라.. 고즈넉한 시골에서의 밤에 말이죠..

임모르텔 2019-01-30 0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리무중!! 에 대한 에피소드가 기억납니다.
제가 39살적에 선운사 말사인 ㅇㅇ사에 사고로 뇌를 다쳐 요양했었는데
그때 친했던 스님의 별칭이 오리무중! 염불하시다가 늘 몽상을 하셨거든요! 순수하셔서 결국 절에서 파계를 하셨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01-30 16:04   좋아요 0 | URL
오리무중이라니.. ㅎㅎㅎㅎㅎㅎㅎㅎ
 

 

 

 








아무 말 대잔치










1

버스를 타고 가는데 라디오에서 긴급 속보가 흘러나왔다. 내용은 이렇다 : 교도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가 지병을 핑계로 형 집행 정지 신청을 했는데 법원이 승인하는 바람에 박근혜는 교도소를 벗어나 일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전직이 무려 " 대통령 " 이다보니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박근혜는 세상 밖으로 탈옥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나는 버스 안에서 인류 역사상 대통령이 탈옥하는 사건을 두고 세계의 조롱거리로 전락할 대한민국의 국격을 슬퍼하며 차에서 내렸다. 아니나 달라, 전봇대에는 온통 박근헤 수배령이 붙은 전단지가 붙어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속삭였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데, 이 엄동설한에 잘 지내고 계시는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꽃 중의 꽃, 박근혜 꽃 !  형광등 백 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여 !  오갱끼데스카 ? 와따시와 갱끼데스 !  눈을 떴을 때,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꿈이었다.  개꿈인데 꿈에 닭을 보았으니 개꿈이닭 ! 만약에 박근혜가 아니라 이명박이 개꿈에 나왔다면 ? 개꿈이쥐.



2

인간의 몸은 화력발전소와 같다. 음식을 불질해서 열 에너지(열량 cal)를 얻는다. < 불질 > 을 유식한 언어로 번역하자면 < 대사 작용 > 이다. 물질대사, 신진대사, 대사증후군 할 때 " 대사 - " 가 바로 " 불질 " 이다. 탄수화물(포도당)은 숯과 비슷하다. 쉽게 불이 붙고, 불이 붙어도 연기가 나지 않아서 최상품 땔감에 속한다. 반면에 지방은 장작에 속한다. 불을 붙이기도 쉽지 않거니와 젖은 장작으로 불을 피우면 연기가 많이 난다. 그래서 몸은 숯(탄수화물)을 제일 먼저 연소시키고 나서 숯이 모자라면 어쩔 수 없이 뒤늦게 장작(지방)으로 불질한다. 그렇다면 숯과 장작도 없다면 ? 그때부터는 몸에 붙은 비곗덩어리(체지방)을 태우게 된다. 이 원리를 알면 고탄저지, 저탄고지, 황제 다이어트(엣킨스 다이어트) 식단이 서로 제각각 다르지만 살이 빠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엣킨스 다이어트는 저탄고지 식단과 비슷하지만 방점이 지방이 아닌 단백질에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엣킨스 다이어트는 단백질을 집중적으로 먹는 다이어트 식단법이다. 단백질만 먹다 보니 몸에 숯과 장작 공급이 되지 않아 결국에는 체지방을 태우게 된다(단백질은 탄수화물과 지방과는 달리 열에너지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땔감인 숯과 장작이 동이 나면 근육에 있는 단백질을 포도당으로 만들어 에너지를 생성하는데 효율이 워낙 떨어져서 열효율은 매우 미미하다). 엣킨스 식단이 단백질 중심 식단이라면 저탄고지 식단은 지방 중심 식단이다. 이 식단을 꾸준히 실천하면 몸에는 장작만 쌓이게 된다. 장작(지방)을 땔감으로 사용하니 지방이 체지방으로 저장될 리 없다. 문제는 장작(지방)의 품질이다. 참나무를 말린 장작은 그을음이 발생하지 않지만 젖은 땔감은 그을음이 심하게 발생할 수 있다. 저탄고지에서 중요한 것은 " 좋은 지방 " 을 섭취해야 된다는 점이다. 자칫, 잘못하여 젖은 땔감을 연료로 사용하다가는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반면, 고탄저지 식단은 장작을 없애고 오로지 숯만 가지고 열 에너지를 생성한다. 장작이 완전 연소되어 재가 되는 시간보다 숯(탄수화물)이 완전 연소되어 재가 되는 시간이 2배나 빠르기 때문에 지방보다 더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저탄고지, 고탄저지, 엣킨스 다이어트는 서로 다른 영양소를 사용해서 체중 감량을 하는 방식이다.  

고탄저지 식단 :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저탄고지 식단 :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엣킨스   식단 :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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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 용감한 편이다, 꿈속에서만 !  평소에는 소심한 시민이었다가도 꿈만 꾸면 블록버스터'다. 꿈에 박근혜가 다시 나타났으면 좋겠다. 용감하게 그네의 멱살을 잡고 속삭일 것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 ? 일이 바빠서 점심을 굶었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일이 바빠서 단식을 못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기자들이 자유한국당의 5시30분짜리 단식 릴레이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한다는 소리가 하는 일이 워낙 많아서 단식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하는 일이 많다면 오히려 단식할 기회가 더 많아지는 것 아닐까 ?  등신새끼들, 단식 릴레리 ??!  그러니까 사람들이 얼레리 꼴레리'라고 놀리는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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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황교익이 백종원의 악질 안티'라고 말을 하는데 사실 황교익보다 더 많은 비판 글을 쓴 사람은 바로 나다. 내가 그를 비판하는 대목은 방송이 어느 순간 갑자기 성장드라마에서 피카레스크 소설로 업종을 변경했다는 데 있다. 그러니까 방송사가 일반인을 상대로 휴먼드라마가 아니라 불한당 드라마를 찍고 있는 것이다. 제목도 골목 식당이 아니라 골목 악당'이 어울린다. 피해는 고스란히 출연자의 몫이다. 그들은 뻔뻔하고 게으르며 거짓말을 일삼는다. 문제는 이러한 이미지 생성은 방송 편집에 따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이 진실을 왜곡하는 방식에 매우 쉽다. << SBS 긴급출동SOS24,  찐빵소녀 편 >> 조작방송'이 대표적이다. << 골목식당 >> 에서 진정한 빌런은 장어구이 사장1)도 아니고 경양식당 사장도 아니다. 백종원이야말로 진정한 빌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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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수동 장어집 사장은 지난 28일 개인 방송을 통해 “우울증, 대인기피증까지 왔다. 방송(골목식당)에 조작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성수동 뚝섬편에 출연했던 경양식당 사장 역시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식당 사장의 실수를 제작진이 부각해 편집한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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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01-30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민주노동당 시절 강기갑 의원의 단식을 조롱하던 부류들이 이제 와서 다섯 시간씩 릴레이로 단식을 한다니까 그 모양새가 참으로 우습더군요. 어떻게 저런 족속들이 애국이나 민생과 같은 말들을 지껄이고 참칭하고 다니는지 한심하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01-30 16:03   좋아요 0 | URL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일을 열심히 해서 단식할 시간이 없다네요.. ㅎㅎㅎㅎ
이게 도대체 무슨 논리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