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랫동안 위가 없이, 장이 없이, 폐가 거의 없는 상태로, 식도가 갈라진 채로, 방광이 없이, 또는 갈비뼈가 부러진 채로 살았고, 또 가끔 음식을 삼킬 때 자기의 인두를 함께 삼켜 버리기도 하는 등의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신성한 기적이 파괴되었던 것을 원상 복귀시켰고, 그래서 그가 남자로 남아 있는 동안에는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놀랄 만한 일들은 오래 전에 끝났고 대신 그의 여자다움이 강해졌다.

 

- 편집증 환자 쉬레버, 프로이트

 

 

 

 


 

 

 

 

 

 

내장 없는 신체들.

 

 

 

 

 법원장 쉬레버'는 자신이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망상에 시달렸다. 그는 자주 자신이 여성이 되어서 남성과 음탕한 짓을 벌리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바텀 " 이 되어서 건장한 남성에게 깔리는 상상을 하는 것. 하지만 남자가 여자가 될 가능성은 없다.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결국 그의 병을 일으킨 원인은 동성애적 리비도'였다. 평소 그의 금욕적 생활과 사고는 자신의 동성애 성욕과 싸우다가 결국은 터져버린 것이다. 아, 불쌍한 쉬레버 할아버지 ! 그런데 이  신경 쇠약 직후의 남자는 교묘하게 사이코의 노먼 베이츠'와 겹친다.

 

영화 사이코에서 주인공 노먼 베이츠'는 여성 복장 도착자'이다. 그는 살인을 할 때 항상 엄마 옷'을 입으며 목소리를 흉내낸다. 그것은 " 더블 " 이다. 이런 설정은 < 사이코 > 의 성공 이후 많은 상업 영화들에 의해 차용된다.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 드레스 투 킬 > 에서 정점을 찍었으며, 조나단 드미 감독의 < 양들의 침묵 > 에서는 변형된 여성 복장 도착자'가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노먼 베이츠이다.  실제로 법원장 쉬레버는 웃통을 벗고 머리에 리본이나 싸구려 목걸이를 주렁주렁 매달아 거울을 보고는 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들 여성 복장 도착 행위가 여성성에 대한 숭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혐오에서 발생한 것이란 사실이다. 노먼 베이츠'는 여성성'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외양만 빌린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젖가슴과 자궁이 아니라 거죽 옷/clothes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내장 없는 신체'다. 내장 없는 신체'란 말 그대로 내장을 발라낸 거죽 껍데기'이다. 속이 텅 빈 거죽 껍데기'를 입는 순간 금기'는 사라진다. 그것은 필요할 때에만 옷장에서 꺼내 입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혹적이다.

 

▦  버펄로 빌은 여성 옷 대신 여성 피부'로 만든 가죽 옷을 입는다. 그가 키우는 나방 이름은 a clothes moth 이다. 위에서 언급한 쉬레버 박사는 자신의 내장들을 발라내고 살갗이 여성화'되는 것을 욕망한다.

 

내장 없는 신체는 곧 박제와 동일시된다. 박제 기술이란 내장을 제거한 후 그 속에 방부제'를 넣어서 형태를 보존하는 것이다. 영화 사이코'에서 노먼 베이츠의 모텔 사무실은 온통 내장 없는 새의 거죽 껍데기들로 진열되어 있다. 이 지점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바로 쟈넷 리'가 연기한 메리언 크레인이라는 이름이다. 그녀는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불사조 이름과 똑같은 피닉스에서 왔다. 더군다나 그녀의 이름인 크레인'은 학'이다. 그녀는 이미 내장 없는 신체가 되어 박제가 될 운명인 것이다.

 

히치콕은 자신의 영화 < 사이코 > 를 블랙코미디'라고 말하고는 했는데 마리온은 " marry on crane " 처럼 읽힌다. 아마도 히치콕은 그녀의 이름을 생각하고는 낄낄거렸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마리온'은 결혼하지 않은 여자'로 설정되지만 그것은 단지 60년대 검열을 피하기 위한 자체 검열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영화 오프닝에서의 정사 장면은 뭔가 불법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기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타락한 아이의 어머니'이면서 새이다. 메리언 크레인과 새'를 동일시하는 노먼의 태도는 메리언과의 식사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쉼없이 새'에 대해 말을 한다

 

" 당신, 당신은 새처럼 먹는군요... 어쨌거나 나는 새처럼 먹는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그건 실제로는, 말, 말,말,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왜냐하면 새들은 정말 엄청나게 먹어대거든요. "

 

 

노먼은 새가 엄청나게 먹어댄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쉴새없이 재잘거린다, 라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이다. 먹다와 말하다는 모두 입의 기능이니 말이다. 새는 주로 멍청한 여성들을 조롱할 때 쓰였다. 심술궂은 어린 여자를 거위라고 하거나 새대가리라는 식이다. 꽥꽥거리다는 곧 잔소리'다. 그러니깐 엄청나게 먹어댄다는 말의 속뜻은 쉴새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것은 쉴새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 어머니'에 대한 불만이다.

 

▦  박제된 새와 박제된 어머니에서 알 수 있듯이 노먼은 새, 어머니, 여성'을 동일한 범주'로 가둔다. 그런데 오이디푸스 신화 속 괴물인 스핑크스는 새이면서, 어머니이면서, 여성'이다. 얼굴은 여자이고 몸은 독수리의 날개를 가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스핑크스의 뜻이 똥구멍이라는 점이다. 스핑크스의 어원이 괄약근이라는 사실은 이 오이디푸스 괴물이 항문기'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항문기 아이'의 신체를 책임지는 사람은 바로 어머니다. 어머니는 항문기 아이의 배변과 청결을 책임진다. 그러므로 스핑크스의 정체는 어머니 괴물이다. 이 오이디푸스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스핑크스'를 제거해야 한다. 노먼은 어머니, 새, 여성'을 제거함으로써 오이디푸스'를 완성한다.

 

▦  스핑크스 수수께끼에 대한 도발적 해석 : 아침에는 네 개의 다리, 점심에는 두 개의 다리, 저녁에는 세 개의 다리'로 걷는 것은 ? 오이디푸스의 말에 의하면 정답은 < 인간 > 이다. 이 수수께끼의 열쇠는 < 저녁에는 세 개의 다리 > 인데 지팡이에 의지해서 걷는 노인'을 뜻한다고 오이디푸스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런데 이 수수께끼'는 다른 식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아침의 은유는 구순기이고, 점심은 항문기이며, 저녁은 남근기이다. 항문기일 때 아이들이 첫걸음을 걷기에 두 개의 다리'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남근기'에서의 세 개의 다리는 ? 발기다. 페니스는 세 개의 다리 가운데 하나'이다.

 

새에 대한 노먼의 불만은 재미있게도 법원장 쉬레버'에게도 나타난다. 쉬레버는 자신의 망상 속에서 < 말하는 새들 > 가 쉴새없이 말을 하는 통에 머리가 아프다고 불평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는

  

" 나는 남아 있는 새들의 영혼을 구별하기 위해 그것들에게 농담으로 여자 이름을 붙여 주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호기심이 많다든가 관능적인 성향이 있다든가 하는 점에서 어린 여자들과 꽤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들 이름 중 몇몇은 신의 빛살이 인정하여 해당되는 새의 영혼을 가르치는 이름으로 남게 되었다. "

 

- 편집증 환자 쉬레버 중

 

 

라고 말한다.  많은 평론가들이 노먼을 어머니와의 근친상간'에 주목했지만 사실 그는 동성애 드랙 퀸'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그는 어머니를 사랑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오이디푸스의 삼각관계'는 깨진다. 아이 노먼'은 어머니의 침대를 노리기 위해서 아버지'를 경쟁자'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곁을 차지하기 위해서 어머니를 경쟁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어머니를 제거함으로써 아버지의 곁에 머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  영화는 정신과의사의 진단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가 당시 유행하던 프로이트 이론을 끌여들었다는 것은 원작자 로버트 블록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실제로 일어났던 엽기적인 연쇄살인법 에드 게인 사건을 기초'로 프로이드풍으로 멋지게 연결지었다. 아마도 그가 염두에 둔 프로이드의 등장인물은 법원장 쉬레버'가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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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과 진단 - 문학 삶 그리고 철학
질 들뢰즈 지음, 김현수 옮김 / 인간사랑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들뢰즈'에게 빅엿을 !

 

 

그는 미스테리한 인물이었다. 한겨울이었는데도 가을 바바리에 검은 양복 바지가 전부였다. 말도 거의 없었다. 점심은 굶는 모양이었다. 비쩍 마른 몸에 퀭한 눈, 콧구멍 사이로 삐져나온 콧털 ! 유독 광대뼈가 튀어나온 그는 웃을 때마다 썩은 이'를 드러냈는데 웃음소리는 내지 않았다.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남자였다. 그는 직원이 아니라 일이 바쁠 때 일손을 거들기 위해 긴급 투입된 나이 든 아르바이트생이었다. 며칠만 일하기로 했는데 일이 꼬여서 몇 개월을 그와 함께 하게 된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의 허리띠 " 바클 " 이었다. 서울대 문양'이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그가 서울대를 나온 운동권 학생으로 수배가 되어서 자신의 신분을 속인 채 도망 중이라는 설도 있었고,  출소하자마자 이곳에 왔다는 소문도 있었다. 가을에 잡혀서 다음해 겨울에 풀려나, 옷은 가을 옷 하나가 전부라는 그럴 듯한 추론도 덧붙여졌다. 내가 그 형'과 친하게 된 이유는 들뢰즈 때문이었다. 나는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고 들뢰즈의 < 앙띠 오이디푸스 > 을 읽고 있었는데 그가 오더니 무슨 책을 읽느냐고 물었다. 내가 그에게 책을 보여주었더니 그는 소리 없이 웃으며 들뢰즈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들뢰즈에 대한 상식이 없으면 묻지 못할 질문들이었다. 그날 이후로 그는 한 가지 소문이 더해졌다. 서울대 철학과'라는 소문이었다. 며칠 후 그가 내게 오더니 책을 몇 권 내밀었다. 들뢰즈의 책 3권이었다. < 소수집단의 문학을 위하여 > < 의미의 논리 > 그리고 그 문제의 < 비평과 진단 > 이었다. 빌려주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자신에게는 필요없는 책이라며 가지라고 했다. 들뢰즈 그룹 스터디 때 사용하던 책이라 낙서'가 많다는 귀뜸도 해주었다.

 

책 < 비평과 진단 > 은 마치 편집 교정자의 작업 같았다. 밑줄과 책 모서리를 접은 양이 무척 많았다. 그리고 잘못된 띄어쓰기를 표시하기 위해 v 자를 표시하고, 온갖 교정 부호들이 페이지마다 가득했다. 그뿐이 아니다. 엄청난 메모'가 페이지마다 가득했다. 소문은 도망 중인 서울대 철학과 운동권'에서 전직 출판사 교정 직원'으로 바뀌었다. 내가 보기엔 이 책은 그룹 스터디의 흔적이 아니라 교정자의 작업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기는 읽었으나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제 9장 < 어린이들이 하는 말 > 에서 번역가는 문장에 的을 남발했다. " 부모적인 형태 " , " 부모적 인물들의 단순 확대 " , " 지도 제작적 개념 " , " 인칭적... " , " 천상적 상황 " 등등... 이 짧문 시론에 과녁 적이 넘쳐났다. 태어나서 만파식적에 대해서는 들어봤으나 " 지도 제작적 개념 " 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도통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이해 못하면 덮는 게 상책이다. 책을 덮고 났더니 묘한 컴플렉스가 생겼다. 하여튼 그는 그렇게 몇 개월을 함께 하다가 사라졌다. 그와 함께 이 책도 책장 어딘가에 박혀서 몇 년 동안 먼지만 쌓이고 있었다. 내가 다시 이 책을 꺼내서 읽게 된 계기는 < 필경사 바틀비 > 때문이었다. 읽다가 문득 들뢰즈'가 이 책에 대해 언급했다는 기억이 떠올라 찾아보니 그 옛날 < 비평과 진단 > 에 수록되어 있었다.

 

그때는 멋모르고 읽었을 때이니 다시 읽으면 이해가 가리라. 그런데 웬걸 ?! 여전히 무슨 소릴 하고 있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이 책과 관련된 글을 찾다가 로쟈 님'의 페이퍼'를 보게 되었다. 아이구야, 그런 문제가 있었구나. 다음은 < 비평과 진단 > 에 수록된 " 바틀비 혹은 상투어 " 에 나오는 문장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사하게 처신하는 소송대리인의 비정상적 행동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어찌 그를 제대로 알 수 있을까 ? 소송대리인은 중요한 직업상의 승진을 한다. 사장 슈레버(Schreber ) 또한 승진하고 나서야만 정신착란을 면할 수 있음을 상기해 볼 수 있다.

- p 137

 

로쟈 님의 친절한 해석에 의하면 사장 슈레버'가 아니라 법원장 슈레버'라고 한다. 프로이트에 나오는 그 유명한 법원장 슈레버 말이다. 그런데 번역가는 법원장을 동네 사거리 사장님'이라고 번역을 했다. 솔직히 나는 이 문장을 읽었지만 그냥 동명이인이려니 했다. 법원장 슈레버'는 프로이트를 대충 알아도 알 수 있는 인물이니 번역가가 실수를 한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맙소사 ! 들뢰즈의 서적을 번역할 정도이면 들뢰즈에 대한 기본적 상식은 갖추어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알뛰세르의 책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맑스에 대해 해박해야 하고, 라캉의 책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먼저 프로이트에 대해 알아야 한다.

 

 

 

 

 

 

 

 

 

 

 

 

 

 

 

 

 

 

 

들뢰즈의 책 번역도 마찬가지다. 들뢰즈는 < 앙띠 오이디푸스 > 와 < 천 개의 고원 > 을 썼을 정도이니 프로이트는 기본이 아닐까 ? 프로이트는 1911년 < 편집증 환자 쉬레버 - 자서전적 기록에 의한 정신분석 > 이라는 중요한 글을 발표한다. 설령 번역가가 프로이트를 읽지 않았다고 해도 들뢰즈는 < 앙띠 오이디푸스 > 에서 " 기관 없는 신체 " 를 다루면서 그 사례로 법원장 슈레버'를 중요한 인물로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라캉도 법원장 슈레버에 주목했다. 이런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겠지만 법원장 슈레버'는 편집증 환자의 슈퍼스타였다. 그런데 어떻게 법원장 슈레버'를 동네 아무개 회사 사장님이라고 소개를 할 수가 있는 것일까 ?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그것은 마치 프로이트의 딸 안나 프로이트'를 프로이트의 아내로 소개하는 꼴과 무엇이 다른가. 번역가가 들뢰즈에게 빅엿을 먹인 꼴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책에 그어진 수많은 밑줄과 메모 그리고 교정 부호들은 인쇄가 잘못되어 발생한 오탈자'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이상한 번역으로 인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문장에 대한 재해석이었던 것은 아닐까 ? 저 위의 문장을 책에서 찾아보니 사장 슈레버'라는 문장 앞에 밑줄을 긋고는 물음표 ( ? ) 두 개가 신경질적으로 써져 있다. 그나저나 그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을 지 궁금하다. 한겨울 가을 베이지색 바바리와 검은 양복 바지 하나'로 겨울을 버티던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 여전히 수배 중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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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과 사이코
스티븐 레벨로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히치콕과 관련된 책은 의외로 많다. 그만큼 히치콕에 대한 현대인의 열광'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히치콕에 대한 가장 탁월한 저서는 트뤼포가 히치콕을 인터뷰한 < 히치콕과의 대화 > 다. 이 인터뷰는 위대한 스승/히치콕'에 대한 제자의 존경/ 트뤼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인터뷰어의 미덕은 겸손이다.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은 좋으나 단정적이서는 안 된다. 주체는 인터뷰이/감독이지 인터뷰어/평론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정성일은 질문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그가 박찬욱과 영화에 대해 말할 때 그는 언제나 박찬욱보다 많이 안다는 전제로 대화를 시작한다. 미친 짓이다. 지첵의 < 삐딱하게 보기 > 도 명불허전이다. 지첵은 히치콕을 통해 라캉으로 가는 길을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이 책과 함께 < 항상 라캉에 대해... > 도 읽어볼 만하다. 그리고 < 여성 괴물 > 과 < 너무 많이 알았던 히치콕 > 은 여성적 시각으로 히치콕 영화를 해부한다. 끝으로 < 히치콕 > 은 히치콕을 다룬 전기 중 가장 꼼꼼하다.

 

 

 


 

 

 

 

 

 

 

 

" 그건 영화에서 흔히 쓰는 방식이지 ! "

 

 

 

왕가위와 히치콕은 서로 정반대의 작업 스타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왕가위는 편집에 목숨을 걸었고, 히치콕은 촬영에 목숨을 걸었다. 사실 < 동사서독 > 은 자신의 영화에 대해 스스로 신뢰를 할 수 없어서 우왕좌왕한 결과였다. 영화 촬영 도중 내용이 바뀌어 동사 역을 맡은 배우가 서독을 하고, 서독을 연기하던 배우는 동사 역을 하게 되었다. 한 달 동안 찍었던 촬영은 없던 일이 되고 다시 찍기를 반복했다. 제작 기간이 2년 가까이 소요되자 왕조현은 자진 하차'를 하고 사막을 떠난다. 왕가위는 자신이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 몰랐던 것 같다. 그는 산더미처럼 쌓인 필름을 편집실에 가지고 가서 100분 분량으로 간추리는 작업에 몰두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당연히 서사는 엉망이었다. 하지만 왕가위는 행운아였다. 과정은 엉망이었지만 결과는 언제나 훌륭했으니깐 말이다. 그가 원한 것은 서사가 아니라 이미지'였기 때문이었다.

 

반면 히치콕은 만약을 대비해서 다양한 설정으로 찍는 어설픈 짓따위는 하지 않았다. 철저한 계산 아래에서 촬영이 되었기 때문에 자투리 촬영 필름을 남기지 않았다. 사실 영화사가 자투리 필름으로 편집실에서 장난을 치는 꼴사나운 짓을 보고 싶지 않으려는 마음이 더 컸다. 영화사는 마음에 들지 않는 장면을 들어내려고 해도 그 장면을 대체할 촬영분이 마땅히 없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제작했던 데이빗 셀즈닉은 히치콕의 이러한 꿍꿍이를 두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히치콕의 촬영 방식을 < 직소 퍼즐 > 이라고 불렀다. 직소퍼즐 게임이 1000조각 중 하나'라도 없으면 완성이 안 되듯, 히치콕 영화 또한 한 조각이라도 없으면 완성이 되질 않았다. 아이구야, 화가 난다. 화가 나 !!!

 

 

영화 < 사이코' > 는 히치콕 입장에서 보면 저예산 영화'에 가까웠다. 총제작비로 80만 달러'가 들어갔다. 티븨 30분 단막극 하나에 평균 10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는 티븨용 90분짜리 특별판'이라고 해야 된다. 그는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서 실제로 티븨 드라마 촬영 팀'과 작업을 했다. 이유는 촬영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였다. 티븨 제작 시스템에 익숙한 기술자들은 히치콕의 의중을 쉽게 이해했고 일을 빨리 빨리 밀어붙였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 영화의 흥행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위의 영상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지금 보아도 파격적인, 6분짜리 사이코 예고편이다. 그는 이 예고편에서 관객을 철저하게 속인다. 히치콕은 부인의 방'을 안내한 후 침대를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여긴 그 여자의 방입니다. 침대에는 그녀가 누웠던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오메, 후덜덜덜덜 ! " 그는 예고편에서 존재하지 않는 부인'을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설명한다. 그것은 자신의 트릭을 감추기 위한 계산이었다. 더군다나 예고 끝에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은 쟈넷 리'가 아니라 베라 마일즈'이다. 예고편이란 영화를 보기 전에 상영되는 것이 아니었던가 ! 영화 < 사이코 > 를 보기 전이었던 관객들은 베라 마일즈'가 살해당하는 것으로 알았을 것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영화 속에서는 최고의 스타 중 하나였던 쟈넷 리가 30분 만에 살해당한다. 이처럼 예고편은 온통 거짓말투성이'다.

 

 

            

 

내가 히치콕의 샤워 씬'에서 가장 궁급했던 장면은 샤워 꼭지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정면에서 찍은 장면이었다. 정면에서 찍었다면 물방울이 카메라 렌즈에 튀어서 흔적을 남길 텐데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아서 늘 궁금했었다. 거기에 대한 해답은 위의 동영상 속 남자가 비밀을 가르쳐준다. 정답은 샤워 꼭지의 가운데 구멍을 막고 꼭지 원 둘레에만 물이 나오도록 고안한 장치'이다. 그러니깐 물줄기는 모두 카메라 바깥으로 흘러내리고 정작 중심부는 물이 내리지 않는 구조가 된 것이다. 태풍의 눈처럼 말이다.

 

히치콕이 즐겨 사용했던 말 가운데 하나는 " 그것은 영화에서 즐겨 쓰는 방식이지 ! " 였다고 한다. 완곡하게 거절을 하지 못했던 히치콕은 돌려서 < 진부하고 뻔한 것 >을 < 즐겨 쓰는 방식' > 이라고 돌려서 말했다. 그것은 곧 거절의 뜻이었다. 50년이 지난 이 영화를 지금의 관점에서 보자면 쇼킹'하기보다는 오히려 클래식'하다. 이제 그가 사용했던 영화 기술은 표준이 되어서 이제 즐겨 쓰는 방식이 되어 버렸다. 시간은 이처럼 새로운 것을 낡은 것으로 만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간이 지나도 마스터피스'는 영원하다는 점이다.

 

 

▦ 참고로 영화 속 피는 초콜릿 시럽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칼이 " slashing " 하는 소리는 칼로 수박을 찌를 때 나는 소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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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 당연히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읽지 않은 책 > 이며 < 처음 읽으면서 (사람들에게) 꼼꼼하게 다시 읽는 중이라고 말하는 책 > 이다. 일단 고전‘은 재미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재미있다. 여기, 여러분에게 재미있는 고전 탐정소설 작가’ 한 분을 소개하기로 한다. 바로 프로이트다. 프로이트가 추리소설가 ?! 나는 그의 고리타분한 학술서’를 흥미진진한 탐정소설‘로 읽는다. 그의 저서’를 읽다 보면 < 다빈치코드 > 는 " 정말 " 재미가 없다. 탐정소설의 내러티브는 대개 이런 식이다 : 1. 고객은 탐정을 찾아가 자신의 곤경’을 이야기한다. 2. 탐정은 의자에 앉아서 고객의 하소연‘을 듣는다. 3. 영민한 탐정일수록 그 자리에서 문제는 해결된다. 범인의 윤곽은 이미 이 상담 과정에서 드러난다. 다만 입증을 하기 위해서 현장을 방문할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도’도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이 아닌가 ? 위의 문장에서 고객과 탐정을 각각 환자와 (정신과) 의사'로 바꾸어보자.  1. 환자는 의사를 찾아가 자신의 곤경’을 이야기한다.  2. 의사는 의자에 앉아서 환자의 하소연‘을 듣는다. 3. 훌륭한 의사일수록 그 자리에서 문제는 해결된다.  이처럼 프로이트'는 자신의 직업이 탐정가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환자를 치료한 사례 연구 논문을 보면 논문이라기보다는 마치 탐정소설처럼 읽힌다.  어느날 환자는 프로이트를 찾는다. 그녀는 자신이 경험한 이상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괴하다. 독자인 우리는 환자의 이상 행동에 호기심을 갖는다. 왓슨인 우리는 도통 모르겠다. 다만 프로이트만 뜻모를 웃음을 짓는다.

 

결국은 명탐정 프로이트'는 상담실 의자에 앉아서 우리에게 사건의 전말을 풀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 이봐, 곰곰생각하는발 ! 성실한 형사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지. 반면 뛰어난 탐정은 책상에 앉아 조용히 추리를 하지. 두 사람 다 범죄 현장을 찾아. 하지만 각자의 속내는 다르다네. 형사는 증거를 얻기 위해 현장을 찾고, 탐정은 자신의 추리'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간다네 ! " 하지만 명탐정 프로이드'에게도 실패의 경험이 있다. 바로 < 도라 사례 > 이다.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해 돌아버릴 지경이 되었다. 프로이트‘가 남겨놓은 다섯 편의 중요한 분석 사례, 꼬마 한스, 쥐 사나이, 쉬레버 박사, 늑대인간 그리고 도라 가운데 유일하게 실패한 정신 치료 분석이 < 도라 케이스 > 이다. 도라는 느닷없이 분석 치료 해지 통보’를 프로이트에게 보낸다. 프로이트의 명성을 감안한다면 도라‘의 일방적인 분석 해지 통보‘는 프로이트에게 있어서는 치욕스러운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 상담은 실패했을까 ?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서 어떤 틈이 발생한 것일까 ?


정신 분석이란 대부분의 의학‘과는 달리 대화의 과정에서 원인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심리적으로 치료하는 방식이다. ( 암 세포‘를 제거하는 행위가 아니다. ) 그러니깐 오고가는 말의 서사‘가 분석의 주요 틀’이라는 말이다. 이들의 관계에서는 신뢰‘가 중요한데 이 관계’에 의심과 불신이 끼어들면 환자‘는 상담를 거부하게 된다. 그리하면 분석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실패의 주요 원인은 의사와 환자 간에 발생하는 < 전이 > 의 발생이 큰 몫을 차지한다. 전이란 " 어떤 특정 대상에게 느낀 슬픔, 분노, 사랑, 증오 따위‘의 감정을 특정 대상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제 3자’에게 느끼는 심리 행위로, 일종의 투사‘다. " 이 전이는 일종의 빙의다. 제 3자’ 위에 특정 대상‘이 입혀진다. 프로이트와 도라의 관계’에서 도라는 프로이트‘를 자신과 애증 관계에 있는 K 씨와 동일시’함으로써 더이상 의사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 없었던 것이다. 상담은 이로써 파기된다.  

 

 

 


 

 

 

 

 

 


 

그 어디'에도 없는 남자.


 

브루스 윌리스'는 성공한 아동 상담 의사'다. 어느날 그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소년을 상담한다. 그의 명성에 비하면 소년의 사례'는 웃으면서 코 팔 수 있는 수준이다. 잇힝, 한다. 너무 뻔한 증상이라는 말이다. sbs < 우리 아이가 이렇게 변했어요 > 에 나와서 소년에게는 아버지가 없으니 애착 대상의 결핍에 따른 불안 장애'라고 하면 된다. 꼬마가 유령을 본다고 ?! 그것은 부모에게 관심을 받기 위한 어린이의 흔한 거짓말이라고 말하면 된다. 이래저래 종합하면 애정 결핍이다. " 아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세요 ! " 그것은 마치 술 담배는 몸에 해롭습니다, 라는 의사의 경고와 비슷하다.  뻔하다는 말이다. 전형적인 헐리우드 식 성장 스토리‘다.  

 

꼬마'는 상담 의사’를 자신의 아버지‘와 동일시한다. 베테랑답게 브루스 윌리스‘는 소년의 전이’를 간파하고는 슬기롭게 대처한다. 아동심리 분석의 최고 권위자‘가 아니었던가. 그는 환자’에게 귀신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니 무서워하지 말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라는 처방’을 내린다. 그의 처방은 효과가 있었다 !  아이는 치유되는 것처럼 보인다. 아, 후후후후뭇하다. 우리가 안심하고 가족 서사’에 심취하는 사이, 영화는 우리가 상상했던 안전망을 벗어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갑자기 찾아온 반전은 너무 강렬해서 혼란스럽다. 유령은 브루스 윌리스'였다. 그러니깐 소년을 찾아오는 유령 가운데 하나가 바로 브루스 윌리스인 것이다. 당신은 이 지점에서 팬티 속에 손을 넣어 엉덩이를 긁다가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난다. 다스베이더가 " 내가 네 애비다 ! " 이후 두번째이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소년의 성장 스토리'는 한순간에 뒤죽박죽이 되었다. 기존의 역할 모델'은 재배치를 통해서 다시 정립이 되어야지만 이 영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기 위한 주변부 캐릭터로 등장하던 유령'은 이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되어버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령이 꼬마를 찾아오는 이유'이다. 귀신이란 외로운 존재'다. 유령이 꼬마'를 찾아오는 이유는 꼬마'에게 하소연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니깐 꼬마'는 귀신의 하소연'을 듣는 위치에 있다. 위에서 지적한 " 말하기와 듣기의 관계 " 로 보자면 꼬마는 의사이고 환자는 유령이 된다. 그렇다면 브루스 윌리스'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가 된다. 그는 꼬마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꼬마가 그를 치료하는 것이 된다. 결국 그는 꼬마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병을 고친다. ( 그는 뒤늦게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유령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

 

브루스 윌리스의 병명‘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병이었다. 자, 이 지점에서 의사’는 역전이 상태에 놓인다. 환자는 소년이 아니라 자신’이었다. 의사가 소년에게 내린 < 귀신을 두려워하지 말고 대화를 나누라는 말 > 은 처방이 아니라 유령이 인간에게 요구하는 하소연'이다. 자신의 얘기를 들어달라고 하는 것 ! 이 영화에서는 모든 관계가 뒤바뀐다. 의사'는 알고봤더니 환자이고, 소년은 환자가 아니라 의사가 된다. 그리고 의사는 인간이 아니라 유령'이다. 또한 의사는 소년의 상담 거부'를 소년의 전이 때문이라고 인식했으나 사실은 자신의 역전이 때문이다.

 

▦  브루스 윌리스'는 그 어디에도 없는 남자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는 유령/nothing 이다. 영화 < 세븐 > 에서 케빈 스페이시'가 바로 nothing이다. 극중 이름인 John Doe 는 의사들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사체'를 기록 카드에 적을 때 쓰는 이름이다. 그러니깐 J. Doe 는 그 어느 곳에도 없는 존재다. 이처럼 nothing이 출몰하면 현대의 질서'는 뒤죽박죽이 된다.

 

다시 프로이트의 < 도라 케이스 > 로 돌아오자. 프로이트는 이 분석 상담의 실패‘가 도라의 전이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후기 프로이트 주의자’는 반론을 제기한다. 가장 대표적인 분석학자‘가 바로 라캉이다. 그는 이 상담이 실패한 배후’로 도라‘의 전이가 아니라 프로이트‘의 역전이’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프로이트‘는 의사로서 환자인 도라’를 지켜본 것이 아니라 k씨의 성적 판타지‘로 도라’를 지켜본 것이라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K 씨의 입장에서 도라를 훔쳐본 것이다. 그리고는 프로이트는 소녀가 자신의 페니스를 구강성교하는 판타지에 젖는다. 그러니 결과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자신이 역전이’의 상태였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 상담 분석 실패의 주범은 바로 프로이트‘였던 것이다. 라캉은 바로 그 점을 지적한다.

 

영화 식스센스'에서 < 유령'>을 신경증을 유발하는 오브제 역할로 두면 식스센스는 마치 < 도라 케이스 > 의 번안극 같다. 도라 케이스'에서 도라의 불안은 중년 남자 k와의 관계 때문이었다면, 꼬마의 불안은 유령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이 상담 과정에서 환자(들)은 모두 의사 = 중년 남자 k,  브루스 윌리스 = 유령'으로 동일시한다. 프로이드와 브루스 윌리스'는 모두 이것을 환자의 전이'라고 판단하지만 사실은 상담자의 역전이'가 일어난다. 프로이드가 상담 과정에서 자신을 중년 남자와 동일시해서 도라와의 성적 판타지'를 상상하듯이, 브루스 윌리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령과 동일시해서 꼬마'를 치료하려고 한다. 이처럼 영화 < 식스 센스 > 는 프로이트의 < 도라 케이스 > 와 함께 읽으면 텍스트가 풍부해지는 영화'다. 대중성과 예술성 그리고 학문적 성과까지 골고루 갖춘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 강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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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그림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 엇박자 비대칭" 이라고 할 수 있다. 모나리자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은 미소를 짓고 있는데 눈은 웃고 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뿐이 아니다. 모나리자의 왼쪽 입은 입꼬리가 올라가며 웃고 있는 표정인데 오른쪽 입술은 꽉 다문 무표정이다. 눈 부분과 입 부분을 따로 따로 절개해서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비웃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천사의 우아함을 발견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악마의 미소를 경험하기도 한다. 내가 보기엔 팜므파탈의 표독스러움을 간직한 여자 같다. 이 그림의 제목인 모나리자 ( Mona Lisa )에서 mona는 madonna의 약자인 monna로, 이탈리아어로 부인을 뜻하지만 비속어'로 여성의 은밀한 부분을 뜻하기도 한다. 풀어쓰자면 34인치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암캐 혹은 푸시캣 리사 정도가 되지 않을까 ? 성녀'라고 하기에는 제목의 어감이 상당히 그라비아적이다.

 

인지과학적 측면에서 보자면 모나리자의 미소'는 가짜에 가깝다. 왜냐하면 가짜 미소'는 비대칭을 이루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썩소'라고 말하는 한쪽만 올라간 입꼬리'는 가짜 미소'다. 이처럼 가짜 감정'을 연기할 때는 표정이 비대칭적인 구도가 된다.  예를 들면 가짜-분노'에서는 왼쪽 눈썹이 더 낮게 내려가고, 가짜-혐오 표정에서는 코주름을 잡을 때 더 왼쪽으로 기울어진다고 한다. 모나리자의 미소가 가짜 미소라는 증거는 비대칭성 이론'을 제외하더라도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짜 웃음과 미소'가 사용하는 얼굴 근육은 눈 부위의 근육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진짜 미소' 근육이 작동되면 자연적으로 눈 근육에 영향을 준다. 반면 가짜 미소'는 입꼬리를 움직이는 근육만을 사용할 뿐이기 때문에 눈' 근육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미소 짓는 척 할 뿐이다. 그러니깐 모나리자는 미소 짓는 척하는 푸시캣 리사'다.

 

여기에 푸시캣 리사 부인은 전형적인 오른손잡이'일 확률이 높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가짜미소를 흉내낼 때 왼쪽 입꼬리'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또 있다. 좌뇌사용자/오른손잡이'는 손깍지를 하거나 팔짱을 낄 때 오른손 엄지와 오른팔이 위로 올라간다. 그림 속 손의 위치를 보면 그녀의 오른손은 왼손 위에 올려져 있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그녀는 지독한 좌뇌 사용자'라는 계산이 나온다. 누군가는 이러한 추측을 이현령비현령'이라고 딴지를 걸지도 모른다. . 하지만 딴지는 박근혜의 당선으로 저, 저어, 저어어어어어기 어두컴컴한 미국에서 쓸쓸히 지내고 있을 김어준에게 해라. 나는 단지 과학적 상식'을 나열했을 뿐이다.

 

 

 

 

 1. < 모나리자 -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모나리자의 역사 > 는 학술적 접근이 아닌 명품의 탄생에 방점을 찍는다. 꽤나 재미있다.  2. < 얼굴의 심리학 > 은 얼핏 보기엔 심심풀이 호기심 심리학'처럼 보이지만 사실 비언어 의사 소통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다. 심심풀이를 원했던 사람이라면 실망할 것이다. 3. 대니얼 맥닐의 < 얼굴 > 은 많은 부분을 < 얼굴의 심리학 > 의 저자인 폴 에크먼의 얼굴 표정 작업'에 할애한다. 4. < 인간에 대한 오해 > 는 자연과학서'로도 훌륭하지만 인문학서로도 매우 훌륭하다. 탁월하다. 5. < 전기 양... > 은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이다. 제목을 살짝 바꾼다면 <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가지고 싶어하는가 ? > 가 더 정확할 것이다. 주인공 릭 데커드'가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은 가짜 전기 양'이 아닌 진짜 살아 있는 양'이다. 하지만 진짜 양은 너무 비싸다. 결국 살아 있는 양은 루이비통 가방과 비슷한 명품이다. 릭'은 바로 이 명품 양'을 가지기 위해서 현상금이 붙은 안드로이드'를 살해한다는 내용이다. 6 < 필립 딕 시리즈 > 필립 딕'은 확실히 미쳤다. 그것은 그의 업적이 놀랍다는 것이 아니라 진짜 미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의 서사는 종종 전혀 종잡을 수가 없다. 어느 때는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그게 바로 필립 딕의 매력이다.

 


 

  Blade Runner by meanwhilesghost

 

 

 

블레이드 러너 : 뿅망치 하나면 충분하다 !  

 

형사 데커드'는 가짜와 진짜'를 구별해야 한다. 그는 진품명품 프로그램에 나오는 고미술 감정평가사'이다. 다만, 그 대상이 모나리자가 아니라 복제인간이라는 점이 다르다. 그는 리플리칸트/복제인간'을 색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 작업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왜냐하면 인간과 복제인간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가 대상과의 심문 과정'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거짓말'을 찾는 것이 목적이라면 차라리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했을 것이다. 형사 데커드'는 말을 하는 대상의 얼굴 표정에 집중한다. 조사하면... 다 나와

 

 

             더듬거나...

         

                                                                       당당하거나...

 

 

곰곰생각하는발'이 인지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모나리자의 미소가 가짜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고 하는 것처럼, 심문자 또한 모든 과학적 측정'을 통해서 대상자의 기억'을 테스트한다. 일종의 아이큐 테스트'다. 똑똑한 놈은 별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정답을 맞추지만 멍청한 놈은 땀을 뻘뻘 흘리며 정답을 맞춘다. 다시 한번 반복하지만 영화 속 테스트의 핵심은 진짜 기억과 가짜 기억, 진실과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은 기억력 테스트, 즉 아이큐 테스트'다.  머리 나쁜 놈은 탈락된다 !  이 과정을 통과하면 제 2 관문이 기다린다. 이런 식으로 측정은 계속된다. IQ 측정, 동공 측정, 골상학, 두개계측학......

 

그런데 이 위대한 SF 걸작 < 블레이드 러너 > 는 매우 큰 헛점 하나가 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아마 내가 이 소릴 하면 당신은 아, 할 것이다. 그리고는 오, 할 것이며, 끝내는 와, 할 것이다. 좀더 열광적인 반응을 예상한다면 와와, 정도 ?! 이 영화는 그 수많은 담론들이 오고갔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다 빼먹었다. 인간과 복제를 구별할 방법이 딱히 없다는 사실은 < 차이 > 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굳이 차이를 찾고자 한다면 심문 대상자 몰래 느닷없이 뿅망치'로 무릎을 치면 답이 나온다. 무릎의 무조건 반사 !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아니던가. 이 유전적 본능마저 이식이 되었다면 리플리칸트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결국 이 영화는 인간 VS 복제의 대결이 아니다. 처음부터 인간 VS 인간의 갈등이었다.

 

그렇다면 데커드'는 왜 온갖 계측학'을 끌여들었을까 ? 복잡하게 말이다.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데커드'는 측량으로 인해 얻은 척도'로 그들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차이'를 만듦으로써 우월과 열등의 서열을 만들려는 것이다. 그것은 오래 전, 앵글로색슨 양키'들의 못된 습성이 몸에 이식되었기 때문이다. IQ는 백인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한 테스트'였다. 그들은 글자도 잘 모르는 흑인이나 아시아인, 혹은 문명적 사고와는 전혀 다른 야생적 사고를 가진 타 인종의 아이큐를 테스트해서 그 측정값으로 백인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그 측정값은 고스란히 식민주의의 정당성을 위한 증거가 되었다. 하지만 흑인이나 다른 인종의 아이큐가 낮게 나오는 것은 가난한 환경 때문에 배우지 못했거나 사고 체계가 다른 탓이다. 그런데 백인들은 흑인이나 아시아 사름을 멍청한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잘못된 측정값을 악랄하게 사용한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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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식 혈액형도 마찬가지다. 히틀러식 우생학은 B형 피'는 나쁜 피'라는 결론을 내렸다. B형은 범죄자가 많고, 머리가 나쁘고, 성격이 사납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유럽인은 O형과 A형의 전체 혈액형의 80~ 90%를 차지한다. 반면 아시아인은 B형과 AB형이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제국주의자들의 식민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한 측정값이다. 히틀러 식 우생학 논리가 맞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인종은 페루의 인디언이다. 이들은 O형이 100%다. 만약에 당신이 B형 남자들은 괴팍해, 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나치들이 즐겨 사용했던 상투어'였음을 상기해야 한다.

                       

                         

 

영화 < 블레이드 러너 > 는 제국주의자들의 식민주의'에 대한 반성이다. 리들리 스콧이 그런 좌파적 지식인'일리는 없으나 영화는 공교롭게도 그렇게 흘렀다. 촬영에 꼭 필요한 바람이 느닷없이 불 때 고다르는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자연이 예술을 위해 마련한 작은 선물과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걸작은 종종 그렇게 탄생한다. 영화는 이런 제국주의자의 측량법'이 허구란 사실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인간과 리플리칸트의 차이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종이로 만든 말'이 상징하는 것은 결국 데커드 또한 리플리칸트'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결론은 하나다. 둘 다 인간이거나 둘 다 리플리칸트'다. 차이는 없다. 백발의 로이가 죽어가면서 데커드의 손을 잡을 때 그들은 서로 다른 차이가 아니라 서로 같은 동료임을 각인시킨다. 로이가 팔을 뻗어 데커드의 손을 잡는 접촉 / SKINSHIP은 같은 가족/ KINSHIP의 표시다.  이 세상 모든 인간은 하나의 종'이다. 인간은 휴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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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3-04-02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잘 봤습니다. (영화도 잘 봤구요.)

전 데커드가 리플리칸트를 심문할 때 막 화가 났었어요. 무슨 근거로 자기 자신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게 태어났으니 자신이 사람인지 아닌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건가. 아니면 사람으로 태어난 복을 그저 누리는 건가. 라고 말이죠. 인간 생체 속에 기생해서 인간을 뚫고 나와 인간을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과 모든 면에서 같고 생각도 하고 사랑도 하고 온갖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인데, 왜 굳이 잡으려 하는 건지. 도대체, 무슨 권리로!!!

곰발님이 위에서 언급해주신 잘못된 측정값의 설명에 공감해요. 자신이 우위를 가르는 쪽에서 위쪽에 있는 경우, 아래쪽의 불평등이나 억울함에 눈돌리기가 쉽지는 않을테니까요. 그것도 개인 대 개인이 아닌 집단이나 민족, 나라까지 영역이 확대되는 경우는 더욱 더.

전 4년 시한'이라는 감옥에 갇힌 리플리칸트 쪽에 서서 영화를 봤던 것 같애요. 간절히 바라는 그것이 그토록 안되는 일인가. 그토록 위험한 일인가..라고 생각하면서 실은 우리 인류가 저 상황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었죠. 4년 시한'이라는 보이는 장치 말고 보이지 않는 장치'에 갇힌 인류는 이 그물을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위에서 언급하셨듯이 인간 대 인간의 상황으로 전환시켜서 말이죠.

영화를 보다보면 한없이 먹먹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져서 끊임없이 눈물이 흐르는데요. 그렇게 울고 나면 또 왠지 정화가 되는 듯한.. (아..정말 고마워요. 실은 이 영화는 제가 가슴에 품는 (아직까지는) 유일한 하나거든요. ^^ )

곰곰생각하는발 2013-04-03 16:47   좋아요 0 | URL
전 울지 않았습니다. 사실 82년의 영화적 기술력을 생각하면 기적 같은 작품입니다.
다시 보았는데도 여전히 세련되었어요. 신기할 따름이에요.
리들리스콧은 정말 에일리어과 블레이드러너 두 편에서 모든 에너지를 다 쏟은 듯합니ㅏ.
확실히 걸작이에요. 이 작품..

노이에자이트 2013-04-04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굴드처럼 사이비 과학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하는 사람이 많이 필요합니다.우리나라에도 두뇌가 크면 영리하다느니 혈액형에 따라서 성격이 결정된다느니 하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이 21세기에도...
혹시 마이클 셔머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읽어보셨어요? 이 책도 읽을 만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4-04 21:02   좋아요 0 | URL
오홋 감사합니다. 책 추천 제가 무지 좋아해요. 자주 추천부탁드립니다. ㅎㅎ.
저도 혈액형에 대한 맹신에 대해 상당히 불쾌합니다.
b형 나쁜 남자 이야기'는 결국 아시아 사람 열등하다 그거거든요.
이런 이야길 해도 여전히 혈액형이 뭐냐고 물어요. 참 답답하죠.
굴드'는 정말 글도 재미있게 쓰지만 양심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
사호학서로 읽어도 무방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