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랫동안 위가 없이, 장이 없이, 폐가 거의 없는 상태로, 식도가 갈라진 채로, 방광이 없이, 또는 갈비뼈가 부러진 채로 살았고, 또 가끔 음식을 삼킬 때 자기의 인두를 함께 삼켜 버리기도 하는 등의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신성한 기적이 파괴되었던 것을 원상 복귀시켰고, 그래서 그가 남자로 남아 있는 동안에는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놀랄 만한 일들은 오래 전에 끝났고 대신 그의 여자다움이 강해졌다.

 

- 편집증 환자 쉬레버, 프로이트

 

 

 

 


 

 

 

 

 

 

내장 없는 신체들.

 

 

 

 

 법원장 쉬레버'는 자신이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망상에 시달렸다. 그는 자주 자신이 여성이 되어서 남성과 음탕한 짓을 벌리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바텀 " 이 되어서 건장한 남성에게 깔리는 상상을 하는 것. 하지만 남자가 여자가 될 가능성은 없다.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결국 그의 병을 일으킨 원인은 동성애적 리비도'였다. 평소 그의 금욕적 생활과 사고는 자신의 동성애 성욕과 싸우다가 결국은 터져버린 것이다. 아, 불쌍한 쉬레버 할아버지 ! 그런데 이  신경 쇠약 직후의 남자는 교묘하게 사이코의 노먼 베이츠'와 겹친다.

 

영화 사이코에서 주인공 노먼 베이츠'는 여성 복장 도착자'이다. 그는 살인을 할 때 항상 엄마 옷'을 입으며 목소리를 흉내낸다. 그것은 " 더블 " 이다. 이런 설정은 < 사이코 > 의 성공 이후 많은 상업 영화들에 의해 차용된다.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 드레스 투 킬 > 에서 정점을 찍었으며, 조나단 드미 감독의 < 양들의 침묵 > 에서는 변형된 여성 복장 도착자'가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노먼 베이츠이다.  실제로 법원장 쉬레버는 웃통을 벗고 머리에 리본이나 싸구려 목걸이를 주렁주렁 매달아 거울을 보고는 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들 여성 복장 도착 행위가 여성성에 대한 숭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혐오에서 발생한 것이란 사실이다. 노먼 베이츠'는 여성성'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외양만 빌린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젖가슴과 자궁이 아니라 거죽 옷/clothes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내장 없는 신체'다. 내장 없는 신체'란 말 그대로 내장을 발라낸 거죽 껍데기'이다. 속이 텅 빈 거죽 껍데기'를 입는 순간 금기'는 사라진다. 그것은 필요할 때에만 옷장에서 꺼내 입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혹적이다.

 

▦  버펄로 빌은 여성 옷 대신 여성 피부'로 만든 가죽 옷을 입는다. 그가 키우는 나방 이름은 a clothes moth 이다. 위에서 언급한 쉬레버 박사는 자신의 내장들을 발라내고 살갗이 여성화'되는 것을 욕망한다.

 

내장 없는 신체는 곧 박제와 동일시된다. 박제 기술이란 내장을 제거한 후 그 속에 방부제'를 넣어서 형태를 보존하는 것이다. 영화 사이코'에서 노먼 베이츠의 모텔 사무실은 온통 내장 없는 새의 거죽 껍데기들로 진열되어 있다. 이 지점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바로 쟈넷 리'가 연기한 메리언 크레인이라는 이름이다. 그녀는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불사조 이름과 똑같은 피닉스에서 왔다. 더군다나 그녀의 이름인 크레인'은 학'이다. 그녀는 이미 내장 없는 신체가 되어 박제가 될 운명인 것이다.

 

히치콕은 자신의 영화 < 사이코 > 를 블랙코미디'라고 말하고는 했는데 마리온은 " marry on crane " 처럼 읽힌다. 아마도 히치콕은 그녀의 이름을 생각하고는 낄낄거렸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마리온'은 결혼하지 않은 여자'로 설정되지만 그것은 단지 60년대 검열을 피하기 위한 자체 검열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영화 오프닝에서의 정사 장면은 뭔가 불법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기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타락한 아이의 어머니'이면서 새이다. 메리언 크레인과 새'를 동일시하는 노먼의 태도는 메리언과의 식사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쉼없이 새'에 대해 말을 한다

 

" 당신, 당신은 새처럼 먹는군요... 어쨌거나 나는 새처럼 먹는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그건 실제로는, 말, 말,말,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왜냐하면 새들은 정말 엄청나게 먹어대거든요. "

 

 

노먼은 새가 엄청나게 먹어댄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쉴새없이 재잘거린다, 라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이다. 먹다와 말하다는 모두 입의 기능이니 말이다. 새는 주로 멍청한 여성들을 조롱할 때 쓰였다. 심술궂은 어린 여자를 거위라고 하거나 새대가리라는 식이다. 꽥꽥거리다는 곧 잔소리'다. 그러니깐 엄청나게 먹어댄다는 말의 속뜻은 쉴새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것은 쉴새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 어머니'에 대한 불만이다.

 

▦  박제된 새와 박제된 어머니에서 알 수 있듯이 노먼은 새, 어머니, 여성'을 동일한 범주'로 가둔다. 그런데 오이디푸스 신화 속 괴물인 스핑크스는 새이면서, 어머니이면서, 여성'이다. 얼굴은 여자이고 몸은 독수리의 날개를 가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스핑크스의 뜻이 똥구멍이라는 점이다. 스핑크스의 어원이 괄약근이라는 사실은 이 오이디푸스 괴물이 항문기'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항문기 아이'의 신체를 책임지는 사람은 바로 어머니다. 어머니는 항문기 아이의 배변과 청결을 책임진다. 그러므로 스핑크스의 정체는 어머니 괴물이다. 이 오이디푸스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스핑크스'를 제거해야 한다. 노먼은 어머니, 새, 여성'을 제거함으로써 오이디푸스'를 완성한다.

 

▦  스핑크스 수수께끼에 대한 도발적 해석 : 아침에는 네 개의 다리, 점심에는 두 개의 다리, 저녁에는 세 개의 다리'로 걷는 것은 ? 오이디푸스의 말에 의하면 정답은 < 인간 > 이다. 이 수수께끼의 열쇠는 < 저녁에는 세 개의 다리 > 인데 지팡이에 의지해서 걷는 노인'을 뜻한다고 오이디푸스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런데 이 수수께끼'는 다른 식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아침의 은유는 구순기이고, 점심은 항문기이며, 저녁은 남근기이다. 항문기일 때 아이들이 첫걸음을 걷기에 두 개의 다리'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남근기'에서의 세 개의 다리는 ? 발기다. 페니스는 세 개의 다리 가운데 하나'이다.

 

새에 대한 노먼의 불만은 재미있게도 법원장 쉬레버'에게도 나타난다. 쉬레버는 자신의 망상 속에서 < 말하는 새들 > 가 쉴새없이 말을 하는 통에 머리가 아프다고 불평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는

  

" 나는 남아 있는 새들의 영혼을 구별하기 위해 그것들에게 농담으로 여자 이름을 붙여 주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호기심이 많다든가 관능적인 성향이 있다든가 하는 점에서 어린 여자들과 꽤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들 이름 중 몇몇은 신의 빛살이 인정하여 해당되는 새의 영혼을 가르치는 이름으로 남게 되었다. "

 

- 편집증 환자 쉬레버 중

 

 

라고 말한다.  많은 평론가들이 노먼을 어머니와의 근친상간'에 주목했지만 사실 그는 동성애 드랙 퀸'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그는 어머니를 사랑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오이디푸스의 삼각관계'는 깨진다. 아이 노먼'은 어머니의 침대를 노리기 위해서 아버지'를 경쟁자'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곁을 차지하기 위해서 어머니를 경쟁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어머니를 제거함으로써 아버지의 곁에 머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  영화는 정신과의사의 진단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가 당시 유행하던 프로이트 이론을 끌여들었다는 것은 원작자 로버트 블록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실제로 일어났던 엽기적인 연쇄살인법 에드 게인 사건을 기초'로 프로이드풍으로 멋지게 연결지었다. 아마도 그가 염두에 둔 프로이드의 등장인물은 법원장 쉬레버'가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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