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40가지 사건 역사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7
강부원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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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하지만 꽤 근사한 플랫폼 얼룩소에서 유려한 문장을 자랑하시는 강부원 님께서 <<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40가지 사건 >> 이라는 책을 내셨다. 책 한 권을 만드는 일은 산통과 같은 것, 벌써 여러 권의 책을 만드셨으니 자식 농사에 자부심을 가지실 만도 하다. <<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40가지 사건 >> 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굵직굵직한 사건을 다루면서도 거시적 서사에서는 아쉽게도 빠질 수밖에 없는 미시적 서사의 사건들도 적재적소에 배치를 함으로써 가독성을 높인다. 

개인적으로 거시사보다는 미시사에 흥미를 가지고 있던 터라 읽는 내내 흥미롭게 읽었다. 마치 옛날 신문의 사건 사고를 스크랩해서 모은 스크랩북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건이 소개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광주대단지 사건(1971)를 다룬 챕터 < 유기당한 빈민들의 원한과 분노가 낳은 도시 > 다. 박정희 정권은 수도 서울의 경관을 미화하기 위하여 빈민들이 모여 살았던 청계천과 서울역(그 외 기타 등등) 빈민들을 하루아침에 차에 태워 내쫓는다. 명분은 있다. 새 삶을 살 수 있는 약속의 땅에 살 수 있도록 장만을 했다는 것. 

도착한 곳은 서울 동남부 외곽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 하지만 약속의 땅이라는 정부의 말은 거짓이었다. 그것은 허허벌판이었고 집은커녕 상하수도와 전기 시설도 없는 곳이었다. 국가의 폭력이 낯선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폭력적일 줄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주도했으니 이것이 바로 " 광주대단지 사건 " 이다. 저자는 광주대단지 사건을 두고 " 한국 빈민운동의 원점이자 기원 " 이라고 평가한 후 " 한국 현대사에서 가난을 주체화하고 빈곤을 사회화한 역사적 기점이라고 기술한다. 

내가 정작 이 사건을 두고 깜짝 놀랐던 것은 < 광주대단지 > 가 바로 성남이라는 곳이다. 천당 아래 분당과 강남 옆에 판교가 있다는 성남의 유년이 고스란히 각인된 사건, 그리고 이재명이 인권 변호사로서 활동한 곳이 바로 광주대단지였던 것이다. 두 개의 지역적 중첩이 묘하게 멜랑꼴리하다. 돌이켜보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안락은 사회적 약자의 희생 없이는 얻을 수 없는 삶이다. 광주대단지의 빈민운동이 지금의 인권 의식 향상을 가져왔고, 똥물 세례까지 뒤집어쓰며 투쟁했던 동일방직 여직공의 위대한 투쟁이 없었다면 지금의 노동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현세대는 전 세대의 불행을 먹고 사는 기생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세대론에 갇혀서 전 세대를 단순하게 86세대라거나 꼰대라고 지적하기에 앞서 그들의 희생으로 이룩한 성장의 뒷면을 살펴볼 때이다. 





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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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4-02-2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무척 재밌을 거 같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일인칭 가난 - 그러나 일인분은 아닌,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온(on) 시리즈 5
안온 지음 / 마티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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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인칭 가난 >> 이라는 낯선 제목의 에세이가 있다. 분량도 200페이지가 되지 않아서 1,2시간이면 완독할 수 있는 책이지만 연필로 꾹꾹 눌러 쓴 문장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블로그 이웃의 짧은 리뷰를 읽고 호기심이 생겨서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미리 보기로 프롤로그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무식하게도, 아아 천박하게도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 와, 씨이발.... 이거 뭐야 ??? "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내 입에서 (책이나 영화를 볼 때) 욕이 튀어나온다는 것은 극찬을 의미하는 것이니 말이다. 눈이 매섭게 내리던 날,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구매했다.
좋은 영화의 필수 조건이 라스트 씬이라면 좋은 책의 필수 조건은 첫 문장이 아닐까. 그 책의 프롤로그를 보면 전체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이 책이 그렇다. 제 3자의 시선이 아닌 1인칭 시점으로 묘사된 " 나의 가난 " 에는 신파가 없다. 최대한 감정의 언어들은 배제한 채 가난의 편린들을 나열할 뿐이다. 주관적 서사이지만 철저하게 가난의 구조적 문제를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훌륭하다. 여기에 저자의 압도적인 문장력은 그의 가난에 품격을 높인다. 나에게 안온의 << 일인칭 가는 >> 은 벼락 같은 축복과 같은 책이다.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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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인드 - 무의식이 이끄는 부의 해답
하와이 대저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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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look.so/posts/rDtwoYq ㅣ 무의식의 자기계발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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