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 기 로 운 감 방 생 활 :
꿈 - 이야기
곰탕 집에서 나는 곰탕 대신 술을 진탕 마시고 있었다(그곳은 지금은 불에 타 없어진 인사동 육미집이었다). 이때 한 무리의 주당이 몰려와 뒷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면서 나에 대한 지청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해병대 가스통 할베들이었다.
내가 사과 요구를 하자 해병대 육각모를 쓴 자가 설렁설렁 사과를 했다. " 죄송합니다아, 우리 곰곰발 님. 옛다, 사과 요구르트. " 주당 일동, 크하하하하하하하하. 태도가 무례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내민 것은 사과가 아니라 바나나였다. 나는 탁자를 탁, 치고 어 ? 분연히 일어나 소리쳤다. " 뭐야, 이따구 설렁탕. " 내가 소리치자 그들은 벌떡 일어나 떼거지로 으름장을 놓았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빨간색 육각모가 하이에나처럼 웃으며 말했다. " 우리 곰곰발. 쫄았냐 ~ " 나는 희미한 미소를 어둠 속으로 삼키며 조용히 말했다. " 내가 무릎을 꿇은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어, 이 바보야 " 1)
나는 들소가 되어서 그들에게 빛의 속도로 달려들었다. 슉, 슈슈슈슈슈슈슉. 그리하여 곰탕 집에서 진탕 취한 사내 넷이 설렁탕처럼 싸우는 꼴이 발생했다. 탁자가 어? 엎어지고, 술병이 깨지고, 시뻘건 깍두기 국물이 사방에 튀었다. 장관이었다. 한 단계 레벨 업 되면 총리가 될 판이었다. 깍두기 국물을 뒤집어쓴 나는 영화 << 캐리 >> 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보였다. 머리 위에 붙어 있던 당면이 떨어지면서 콧등에 얹혔다. 툭 ! 내 콧등이 워낙 블레이드해서 당면이 둘로 갈라지며 땅에 떨어졌다. 나는 이를 악 물고 괄약근을 꽉 조이며 다짐했다. 내 너희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그런데 그때 느닷없이 경찰들이 나타나서 무전취식 및 주취 폭력으로 나를 체포했다. 나는 그 길로 감빵으로 향했다. 억울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으이구. 이 박복한 인생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경찰서 임시 보호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곳에 갇힌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같은 처지처럼 보였다. 한때는 꼴뚜기였던 문어들. 그때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봤더라 ?! 그의 몸에서는 화장품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기초는 설화수 퍼펙팅 쿠션 브라이트닝에, 메이크업 베이스는 샤넬 복숭아 메베. 그리고 립밤은 디올 어딕트 딥글로우로 마무리한 촉촉한 입술. 품격이 느껴지는 화장술이었다. 그가 입은 쥐색 양복도 품격 있는 고급 수트'였다. 고개를 들라. 놀랍게도 그는 이명박이었다. 그는 다스 사건 재판 중이어서 구치소에 갇힌 것이었다. 오, 주여 !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나는 밤새 그 옆에 앉아서 그를 괴롭혔다. 그 앞에서 재롱도 부렸는데 주로 성대모사를 했다. 쇳소리에서 방언처럼 허튼소리가 터져나왔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 마,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 저, 이명박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뿜빠라 뿜빠. 쁌뺘뺘. 이명박은 처음에 주눅이 들어서 맞대응을 자제했으나 나중에는 화가 났는지 나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곰탕 집에서 싸우다가 깍두기 국물을 뒤집어쓴 내가 말했다. " 죄송합니다아, 우리 이명박 각하. 옛다, 사과 요구르트 ! " 빵잽이 일동. 크하하. 감방 생활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로구나. 이명박과 함께라면 감방 생활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치소에 갇힌 무전취식자와 주취폭력자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서 이명박 앞에서 재롱을 부리기 시작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한낮이었다. 이명박의 쇳소리가 이명처럼 남아 있었다. 어제는 지인 몇 명과 함께 " 필동분식 " 에서 술을 마셨는데 과음을 한 모양이었다. 방바닥에는 컵라면 용기와 맥주 2병 그리고 오리온 다이제스트 과자가 뒹굴고 있었다. 집에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린 모양이었다. 필름이 끊긴 사실로 보아 어제도 진탕 마신 모양이었다. 꿈에서 깨어났지만 여전히 이명박의 체취가 남아 있어서 한동안 구토증으로 고생했다. 썩은 생선을 향기로운 종이로 포장했을 때 풍기는 악취라고나 할까. 나는 그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각하, 오래 사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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