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평 - 퇴짜 맞은 명저들
빌 헨더슨, 앙드레 버나드 지음, 최재봉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한 국   문 학 의   팔   할 은  :





 


플로베르는 작가도 아니다 !



  

                                                                                                                                                                                                                                                                                            민머리에 풍성한 백발 수염, (나이 든) 그는 얼핏 보면 찰스 다윈'을 닮았다. 뭐, 어디까지나 내 직관에 기댄 인상 비평에 지나지 않지만 풍모뿐만 아니라 성격도 비슷한 면이 있다.

그도 인간을 원숭이 취급하는 부류였으니까.  그는 교사 생활을 하며 틈틈이 완성한 원고를 여러 출판사에 보냈지만 번번이 퇴짜를 받다가 스물세 번째로 방문한 출판사'에서 가까스로 합격점을 받는다. 이 소설을 출간한 출판사의 문학적 안목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이 원고를 처음 검토한 출판사 직원은 와사비 같은 20자평을 남긴다. 그 직원은 좋은 문학을 보는 자신의 안목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찔렀다고 한다. 출판사는 그 점을 높이 샀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가 보낸 편지 위에 짤없고 칼 같이 냉정한 의견을 첨부하길 좋아했다(고).  이 맛에 문학을 있어요. 호호호.                        그녀가 남긴 코멘트는 다음과 같다.

식민지에 원자폭탄이 폭발해서 뉴기니 근처 정글 지대에 한 무리 아이들이 상륙한다는 허황되고 지루한 판타지.  별 볼 일 없고 따분함. 요령부득         

하지만 출판사 직원 중에 갓 입사한 젊은 편집자'가 의욕적으로 이 작품을 밀자, 출판사 대표는 젊은 직원의 사기를 꺾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출간을 하기로 결정한다. 일종의 직원 복리 후생 지원 차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 소설 원고는 마침내 빛을 보게 되어 << 파리 대왕 >>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다. 월리엄 골딩, 그가 처음 문학에 입봉한 나이가 42세'였으니 늦깎이 데뷔인 셈이다. 이 소설에 대한 뉴요커(誌)의 반응은 냉담했다. ...... 불쾌하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 소설은 훗날 월리엄 골딩에게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명예를 안겨주었다. 이 작품에 대해 별 볼 일 없다며 요령부득이라고 악평을 쏟아냈던 그 출판사 직원은 지난 일을 생각하며 별 볼 일 있는 밤마다 이불킥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위대한 걸작이 빛을 보지 못했다면 스티븐 킹의 가상 마을 캐슬록1)이 배경이 된 작품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 벌교 " 없는 << 태백산맥 >> 을 상상할 수 없듯이, " 캐슬록 " 없는 스티븐 킹 소설 또한 상상할 수 없는 로컬리티'이다. 이처럼 고전(古典)은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하는 시기(신간)일 때  평단의 세계에서 고전(苦戰)하는 경우가 많다.  악평 중에서도 인상에 남는 " 헬 오브 악평 " 은 르 피가로(誌)'가  플로베르의 << 마담 보봐리 >> 에 쏟아낸 평일 것이다. 플로베르 씨는 작가도 아니다 !                이 뾰족한 말풍선'은 꼭 너는 인간도 아니다  _  라는 뉘앙스처럼 들려서 생각할 때마다 낄낄거리게 된다. 이런 맛에 악평을 읽는다.

고전 혹은 앞으로 고전이 될 명저'에 쏟아진 악평이라고 해서, 나는 그 악평을 모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일리 있는 악평도 꽤 많다. 예를 들면 : 한 출판사가 어느 작가에게 보낸 출간 거절 편지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되뇌었던 불평이다. 친애하는 동료여, 제가 아둔패기라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봐도, 주인공이 잠들기 전에 침대 위에서 뒤척이는 모습을 묘사하는 데 서른 페이지나 필요한 이유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변학도라면 이 문장(침대 위에서 뒤척이는...)에서 남녀가 응응 하는 상상을 떠올리겠지만 문학도라면 어느 정도 눈치를 챌 수도 있다.

바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에 대한 악평이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사로잡는 악평은 바이런 경이 제임스 호그에게 보낸 편지에서 언급한 뒷담화'이다.

 

셰익스피어의 명성은 황당할 정도로 지나치게 높아져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바닥으로 떨어질 거예요. 제 말을 믿어도 좋습니다. 그에게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없어요. 아예 없습니다. 그는 옛날 소설들에서 얼개를 가져와서는 그 이야기들을 극적인 틀에 맞출 뿐이에요. 그가 들이는 노력이라고는 당신과 내가 그의 희곡을 다시 산문적인 이야기로 바꿀 때 드는 정도에 지나지 않아요.

 

바이런의 길고 길고 길고 긴 불평을 르 피가로 스타일로 압축하자면 셰익스피어는 작가도 아니다, 시바.                   격하게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바이런 씨와 내 악평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의 명성이 바닥으로 떨어질 날은 오지 않을 모양새'다, 앞으로 영원히 !   그런데 좋은 문학을 나쁘게 평가하는 악평보다 나쁜 영향을 끼치는 쪽은 오히려 나쁜 문학을 좋게 평가하는 호평'이다. 한국 문학을 망친 것은 악평보다는 주례사 비평이나 정실 비평이 아니었던가. 끼리끼리 모여서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도토리 키재기 놀이에 열중하고 있으니 한국 문학이 발전할 리가 없다.

짜고 치는 고스톱에서 노름 돈을 독차지하는 쪽은 서로 짜고 치는 타짜뿐이니까. 그래서 나는 한국 문학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안으로는 자주 독립을, 밖으로는 꿋꿋하게 악평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한국 문학의 팔 할은 쓰레기다. 너무 심했나 ? 고쳐 쓴다, 한국 문학의 육 할은 쓰레기'다 


 





                        

1)   스티븐 킹이 기회가 될 때마다 독자에게 추천하는 책이 바로 << 파리대왕 >> 이다. 영국 출판사에서 출간된 월리엄 골딩 100주년 기념판의 추천사'를 스티븐 킹이 썼다.  킹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가상 마을 캐슬록'은 소년 잭의 요새 이름 캐슬록에서 비롯되었다. 미저리, 스탠 바이 미, 캐슬록의 비밀, 쿠조, 미스트, 쇼생크 탈출, 그것 등은 모두 가상의 마을 캐슬록과 연관이 있다. 캐슬록은 스티븐 킹 세계관을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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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8-28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핵재밌겠다, 저 책....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8 11:06   좋아요 0 | URL
어느 책 말씀인가요 ? 악평 아니면 파리대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 둘 다 핵잼입니다..

syo 2017-08-28 11:44   좋아요 0 | URL
악평이요. 그거 읽고 더 열심히 악평하고 다녀야겠어요. 작품을 잘못 본 건 등신같지만 일단 악평을 하기로 맘 먹었다면 탈탈 털어야지 싶은....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8 11:46   좋아요 0 | URL
ㅎㅎ 재미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악평을 좋아하거든요. 별 다섯 착한 서평 남발하는 블로거보다는 차라리 별 하나 남발하는 블로거 글이 더 재미있더군요..

책한엄마 2017-08-28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악평도 애정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저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래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8 11:19   좋아요 1 | URL
서평도 착한 서평보다는 칼칼한 서평이 눈에 쏙 들어오죠.. ㅎㅎㅎㅎㅎ

2017-08-28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8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7-08-2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간은 다른 얘기입니다만 김신용 시인도 최승호 시인의 도움이 없었다면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1988년에 김신용 시인은 마로니에 공원 근처에서 보도블럭 까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인사동의 어느 대폿집에서 김선유라는 시인에게 자신이 일하면서 썼던 시들을 보여주었고, 김선유는 크게 고무되어 그당시 ˝현대시사상˝이라는 시잡지를 창간 준비하던 최승호 시인에게도 보여줍니다. 최승호 시인은 김신용 시인을 직접 만나서 작품의 게재 동의를 구하고는 창간호에 김신용의 시들을 싣게 됩니다. 바로 이 작품들이 곰곰발님께서도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양동시편 연작이지요. 그의 나이 44세 때의 일입니다.
김신용 시인도 자신의 작품들을 (윌리엄 골딩처럼) 여러 출판사나 신문에 투고를 했을 것이고 아마도 호평을 듣지는 못했을 듯합니다. 그는 26세 때부터 시를 썼다고 하던데 스무 해 가까운 세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글을 활자화했지요. 만일 최승호나 김선유가 없었다면, 그가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8 15:38   좋아요 0 | URL
아, 네에.. 저도 그 내용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나네요. 어디서 들었더라 ? 술자리에서 수다맨 님이 저에게 말씀하셨었나 ? 아마.. 그런 것 같기도. 잘지내시고 계시죠 ?

김신용, 탁월하죠. 한국 문학 특유의 문창과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난... 뭔가... 이 사람의 세계야말로 순문학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죠. 오히려 문단에서 순문학이라고 추켜세우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잡탕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전 묘하게 김신용과 손창섭이 겹쳐집니다..

2017-08-29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30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긁적 2017-09-19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딴건 몰라도 파리대왕에 대한 출판사 직원의 코멘트는 맞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첨언하자면, 그리고 글쓴이의 마지막 대목을 흉내내어 한마디 (진실을) 남기자면, ˝노벨문학상의 구할은 쓰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