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 컬렉션 - 서편제 + 아제아제 바라아제 + 태백산맥 + 축제 + 춘향뎐
임권택 감독, 조승우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임권택, 작심하고 깐다



                                                                                                       한국 영화계에는 임권택이라는 까방권이 존재한다.  목소리가 허스키한 시베리아 바람이 전한 말에 의하면 영화계 내부 강령에는 임권택 까는 놈은 적패로 규정한다 _ 는 무시무시한 문장이 적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임권택 영화를 까서 왕따 당하는 영화인을 아직까지 본 적은 없어서 이 내부 방침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다. 웃자고 스웨그 좀 떨었다, 됐고 !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 나는 임권택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임권택 영화를 찬양할 때 흔히 마주하게 되는 한국적이어서 세계적인 영화라는 하마평을 들을 때마다 멍청아, 한국적인 것은 그냥 한국적1)인 것이야 _ 라는 개미평으로 응수하고는 한다. 정성일 같은 평론가가 임권택 영화를 거론하면서 인본주의를 거론할 때마다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내가 보기엔 임권택 영화는 인권 감수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 서편제 >> 를 예로 들어보자.

아버지의 사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딸에게 독약을 먹이는(눈을 멀게 하는) 범죄 행위를 단순하게 예술혼의 승화 따위로 설명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이러한 행위는 자식을 독립된 개체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에게 종속된 개체로 여길 때 발생하게 된다. 대한민국에서만 유독 두드러지는 가족 동반 자살도 같은 맥락이다. 이 영화를 사양길에 접어든,    판소리를 고수하려는 아버지의 빛나는 예술혼 따위로 포장해서는 안된다. 송화(오정해)는 가부장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소모되는 건전지에 불과하다. 관객은 눈먼 송화에 대해 연민을 느끼며 눈물을 흘리지만 아무도 가해자인 아버지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감독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연민을 느끼도록 영화적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임권택의 낮은 잰더 감수성은 영화 << 길소뜸 >> 제작 비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전라 노출 연기를 해야 했던 어린 배우 이상아의 나이는 고작 14살이었다. 어린 배우가 전라 노출 연기를 거부하자 임권택이 한 말은 꽤나 의외였다. " 너 돈 많니 ? " 즉, 돈 많으면 지금까지 찍은 제작비를 다 물어내라는 협박인 것이다(그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법 준수를 외치는 파업 노동자에게 파업에 따른 손배액 청구로 상대방을 윽박지르는 싸장님 마인드와 유사하다). 자신의 예술혼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딸에게 독약을 먹이는 소리꾼 아버지와 자기 영화의 예술적 완성도를

위하여 14살 어린 소녀에게 전라 노출 연기를 강요하는 임권택이 겹치는 대목이다. 임권택의 낮은 잰더 감수성은 << 하류 인생 >> 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 영화에서는 부부 강간 장면(따귀를 때리고, 옷을 찢는..)이 나오는데 화면이 전환되면 아내는 만족스러운 듯 남편 품에 안겨서 방실방실 웃는다. 이 황당한 장면 전환을 두고 비판하는 평론가를 본 적이 없다. 심지어 톤앤매너의 불균질을 지적하는 이조차 없었다. 남성 중심 사고'가 낳은 폐허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남성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젊은 여성'은 삼복에 더위 먹은 늙은 남자가 원기를 회복하기 위해 먹는 삼계탕 정도로 취급한다. 내가 임권택과 윤대녕을 싸잡아서 비판하는 대목이다.

자신이 한 행동이 " 가해 " 이지만 " 가해 " 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비단 임권택만은 아니다. 이창동 감독의 << 오아시스 >> 도 남성 중심 사고가 낳은 끔찍한 폐허'다. 자신(문소리)을 강간한 남성(설경구)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다룬 영화인데, 만약에 이 영화를 남성이 아닌 여성이 감독했다면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서사일까 ? 이창동은 남성의 사랑에 대해서는 너그럽지만 여성의 공포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이 영화는 예술을 빙자한 강간 판타지에 불과하다. 길에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祖師)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란 말이 있다. 훌륭한 영화는 전세대 아버지와의 단절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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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면 삭힌 홍어는 지구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 될 것이다. 한국적이라는 평가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과잉 해석을 지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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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7-06-06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서편제 보면서 딸 눈을 멀게 하는 것에 경악했습니다. 자기가 똥물을 먹든 자기 눈을 찌르든 그거야 자기 예술혼이고 딸 인생을 왜 그렇게 조종하는지요.. 소름끼치게 끔찍했어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6 17:16   좋아요 1 | URL
저는 그게 끔찍한 폭력이라는 사실을 좀 나이가 들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보니 정말 끔찍하더군요. ˝ 아니 왜 자기 욕망을 위해 딸에게 독약을 먹이지 ? 이렇게 나쁜 놈도 있나 ? ˝

2017-06-06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7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3시 2017-06-06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영화에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끔찍하네요
저런 사고방식을 가진 늙은 감독들이 만든 영화를 보면서 감동하는 사람도 많았겠지요

˝ 훌륭한 영화는 전세대 아버지와의 단절에서 나온다.˝

오늘도 배우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7 10:25   좋아요 0 | URL
배우고 가긴요.. ㅋㅋ
제 취향이 달라서인지 전 이 분의 색감부터 연기톤, 프레임 설정 따위가 너무 옛날 톤이어서
따분한 생각이 듭니다. 뭐든 만들면 블랙코미디예요..

포스트잇 2017-06-07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까운 현상이죠.
임 감독은 그냥 있으려해도 옆에서 밑받침에 자꾸 풍선바람 넣는 사람들이 나쁜거죠.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7 10:24   좋아요 0 | URL
풍선에 바람 넣는 꼴이죠. 아마 다들 이제는 임권택 영화가 낡고 후지다는 것을 다들 알 겁니다. 이걸 굳이 살아 있는 신화, 거장의 숨결 운운하며 빨아준다는 게 합당한지 의문입니다... 적당한 예의는 좋으나 그게 지나치면 거짓 숭배가 되죠..

yamoo 2017-06-08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한국영화를 어느 정도 보고, 임권택 영화를 거의 다 봤다면, 아마도 곰발님하고 같은 지점을 거론했을 겁니다. 서편제보고 저도 이건 가정 폭력의 극단인데...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만..

어쨌거나 저는 임권택 영화는 재미가 없어 못보겠더이다. 홍상수 영화도 마찬가지구요.. 그나마 재밌게 본 감독이 봉준호 정도..

어제 ‘나는 부정한다‘ 봤는데...정말 잘 만든 영화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한국영화 때문에 울나라에서 망한 작품인데, 이런 영화가 한국 영화 때문에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플뿐입니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0 14:23   좋아요 0 | URL
앗, 야무 님. 반갑습니다. 무탈하시지요 ? 알라딘계의 유일한 패션 블로거였는데... 주옥같은 패션이 눈에 아른거리는군요... 얼른 화려하게 무대 위로 등장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