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변기
이 자리에서 여러 번 했던 말이지만, 나는 박근혜가 " 항문기 고착 성격 장애 " 를 앓고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몇 년 전, 유승민이 국감에 나온 청와대 관계자에게 " 청와대 얼라들이 시켰슴꽈 ? " 라고 호통을 쳤을 때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던 사람은 비단 문고리 3인방과 십상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 아이콩 ! " 관저에서 혼밥을 처먹으며 < 시크릿 가든 > 을 보던 박근혜 씨도 심장이 콩, 뛰었으리라.
꽃 중의 꽃이라거나, 형광등 백 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라거나, 이 나라 국모의 현현이라고 말했던 사람에게는 하늘이 무너질 소식이다. 항문기 고착이라고 하니 어렵게 생각하는데 네 살짜리 아이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박근혜의 성격은 미운 네 살 아이 성격과 비슷하다. 혹여, 아이를 키운 적이 없는 독신이라면 내 사례를 들어 항문기 고착 성격 장애를 설명할까 한다. 나...... 또한, 항문기 고착 장애 환자이니까. 망신살 뻗치는 커밍아웃이지만 당신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리라.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고나 할까 ? 박근혜를 보자마자 감이 왔다. 항문기 고착 증상을 길게 설명하기보다는 전에 써 두었던 글로 대신하련다. 제목은 < 박유천과 나 > 이다.
오늘은 " 더러운 이야기 " 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 나 > 에 대한 이야기'이니 이 글은 내 삶의 스포일러'인 셈이다. 기행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그리고 끝난 시점도 알쏭달쏭하다. 아마도 가랑비에 옷이 젖듯 내가 저지른 이상한 행동도 작은 행위들이 쌓여서 만든 결과이지 않을까 싶다.
곤혹스러웠다. 나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볼 때는 반드시 옷을 벗어야 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 바지를 벗고 똥 싸야지, 그럼 바지 입고 똥 싸냐 ? " 이보게 ! 누군가 씨, 끝까지 듣게나.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 바지를 벗고 똥을 싸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홀라당 벗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지를 내리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 상의는 물론 양발도 벗어야 했다. 화장실에서 벌거숭이 상태가 되지 않고서는 일을 치룰 수 없었던 것이다. 묻지 마라. 강박 장애'란 딱히 명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니까. 그냥 내 괄약근이 남들보다 섬세하다고 하자.
진짜 문제는 공중화장실을 사용할 때 발생한다. 참을 만큼 참았다가 집에 와서 해결하면 좋지만 생리 현상이라는 게...... 휴.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 벗었다. 어느 빌딩 공중화장실에 들어간 나는 우선 바지를 벗어고, 다음은 라운드 티셔츠를, 시계를, 모자를, 빤스를, 양말을 벗고 나서야 항문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1평짜리 공간에서는 한 사내가 벌거숭이가 되어 열공하는 우등생처럼 항문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날, 내 인생에서 결코 잊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괄약근에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우선 참을 만큼 참을 수 있는가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괄약근으로 쏟아지는 압력의 크기를 가름한 결과 공중화장실에서 해결해야 된다는 메시지가 뇌하수체를 거쳐 좌측 뇌에 전달되었다. 삐리리 ~ 당신의 괄약근이 똥의 압력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15분. 집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23분. 결론 : 공중 화장실로 가라 ! 나는 교보빌딩으로 들어가 화장실을 찾았다. 문을 열자마자 옷을 벗기 시작했다. 문제는 겨울이라는 데 있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화장실 안에 걸린 옷걸이는 달랑 하나.
부피가 큰 외투를 걸면 끝. 생각 끝에 바지를 옆 칸막이(공중화장실 칸막이는 대부분 위가 뚫려 있다) 위에 걸쳐 두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벌거숭이가 된 나는 변기 위에 앉아 괄약근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후두두두두두두..... 툭 ! 불길한 예감. 천장을 보니 칸막이 위에 걸어두었던 바지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솜씨 좋은 소매치기의 짓이리라 ? 후후. 소매치기의 짓일 리 없다. 남이 입던 바지를 훔치는 소매치기는 본 적이 없으니까. 칸막이 위에 걸쳐 두었던 바지가 무게 균형을 잃고 옆 칸으로 떨어진 것이다. 후두두두둑은 바지주머니에서 빠진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였고, 툭은 바지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질 때보다 천 배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나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장고에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 똑, 똑, 똑 ! " 여보떼여 ? " 화장실 칸막이를 사장실 문처럼 조심스럽게 두들겼다. 응답하라, 옆 칸에서 똥 싸는 이여 ! 응답하시라 ~ 하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옆 칸막이에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리스 비극에 대한 정의를 10자평으로 요약하자면 " 엎친 데 덮친 격 " 인데 내 꼴이 그러했다. 이런 쉬이이이이이발 ! 내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화장실에서 나는 울고 싶었고 고독했다. 일단 용무를 마치고 옷을 입었다.
바지만 빼고. 영락없이 바바리맨이라. ① 아무도 없을 때 화장실 문을 잽사게 열고 옆 칸으로 옮겨 재빨리 잠근 후, ② 그곳에서 바지를 입는다. ③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문을 열고 화장실을 빠져나온다. 끗. 나는 일단 화장실 문에 귀를 기울인 후 사람이 있나 없나를 확인했다. 조용했다. 이때다. 기회는 한 번뿐이다. 다행히도 내 예상은 적중했다. 아무도 없었다. 나는 잽싸게 나와서 바지가 떨어진 칸의 문을 힘껏 열었다. ???????!!!!! 그런데 열리지가 않는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곳은 화장실 비품을 두기 위해 건물 사용자가 평소 잠금 장치를 해둔 것이 아니겠는가 ㅡ
라고 해야 재미있겠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나는 잽싸게 문을 열고 들어가 바지를 입고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나는 다짐했다. 첫째, 벗은 바지는 절대 칸막이 위에 걸쳐 두지 않는다. 둘째, 화장실 옷걸이에 걸어야 할 옷의 우선 순위는 무조건, 무조건, 무조건 바지가 우선한다. 바지가 안전해야 가족이 화목하고 나아가 나라가 산다. 화장실에서의 기행은 세월이 흐르자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제는 옷 입고 똥을 싸는 경지에 이르렀다. 스스로 대변스럽게 생각한다. 오타다. 대견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바지는 내리고 싼다. 여기까지가 더러운 이야기의 전부'다.
-< 박유천과 나 > 에서 발췌
항문기 시기인 아이는 배변 문제로 부모와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자기중심적 사고가 정점에 달해서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떼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 정도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파업을 하기 일쑤다. 배변 문제도 그렇다. 문제는 육체와 함께 정신도 동반 성장해야 하는데, 항문기 고착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육체는 성장하지만 정신은 네 살 아이에 머문다는 점이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도 배변 문제로 고생을 하게 된다. 최근 박근혜를 둘러싼 " 변기 교체 " 일화를 접했을 때, 나는 격하게 동질감을 느꼈다. 박근혜가 인천 시장 시장실에서 잠시 머물렀을 때 변기를 새것으로 교체했다거나
영국 외교 순방 일정에서 하룻밤 머물 호텔의 변기를 뜯어냈다는 사실은 똥을 싸기 위한 최적의 상태를 고집하는 네 살 아이의 똥고집을 그대로 닮았다. 닮은 점은 그뿐이 아니다. 싸는 것이 까다로우면 먹는 것도 까다로운 법이다. 박근혜가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밥을 먹는 스타일을 고수하는 이유도 미운 네 살 아이와 닮았다. 이런 아이들은 나눔을 몰라서 성인이 되면 탐욕스러워지는데 이 또한 박근혜의 전형성이라. 이래저래 박근혜는 네 살 아이 수준에 머물러 있는 대통령이다. 당최, 이게 뭐래 ! 여기저기서 탄핵 이후를 생각하자며 대한민국의 건설적 담론을 생산하자고 말하지만,
나는 정말....... 탄핵 이후의 박근혜가 걱정스럽다. 인천 시장 시장실의 화장실 변기를 떼어 새 변기로 변경하고, 영국 오성급 호텔의 변기를 떼어 내는 판에, 박근혜는 과연 교도소 내 변기를 견딜 수 있을까 ? 견딜 수 없으리라. 배설이란 시간과 압력의 싸움이어서 참고 참고 또 참는다 한들, 밀려드는 똥덩어리를 괄약근이 막을 힘은 없다. 참고 참고 참다가 괄약근이 열릴 때, 비로소 그는 " 세상의 비참 " 앞에서 눈물을 흘리리라. 그래서 탄핵 이후, 박근혜를 걱정한다. 모두 다 돌을 던진다 해도 나는 던지지 않을 생각이다. 느낌,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