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불행에 대해서는, 호호호 :
박근혜, 누가 오리를 죽였나 ?
조용한 남자(존 말코비치), 그가 인적이 드문 호숫가에서 플라스틱 조립용 사제 총으로 사격 연습을 한다.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오리 사냥꾼(들)이 총소리를 듣고는 그 남자에게 다가간다.
깃털처럼 가볍고 하얀 조약돌보다 반짝거리는 조립식 플라스틱 권총. 오리 사냥꾼이 조용한 남자에게 무엇에 쓰는 물건이냐고 묻자 남자는 심드렁하게 대통령을 암살할 생각이오 _ 라며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와우, 대통령 암살 ?! 오리 사냥꾼이 의아하다는 듯 되묻는다. " 왜요 ? " 조용한 남자는 말한다. " 댁들은 이유가 있어서 오리를 죽였나 ? " 카메라는 오리 사냥꾼과 조용한 남자의 얼굴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준다. 오고가는 눈빛, 아차 싶은 순간, 두 번의 총소리가 울린다. 조용한 남자는 천진난만한 질문을 던진 오리 사냥꾼들을 죽인다. 이유는 없다, 그냥.
볼프강 페터젠 감독이 연출한 영화 << 사선에서, 1993 >> 에 나오는 장면이다. 인상 깊은 대목이다. 이유 있는 악행보다 더 끔찍한 악행은 이유가 없다. 세월호 7시간을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추측이 난무하다 보니 억측도 양산되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저잣거리에 떠도는 설은 대략 다음과 같다. ㉠ 수면제 복용설 : 수면제를 복용해서 깨어나지 못했다. ㉡ 프로포폴 성형 시술설 : 오전에 성형 시술을 받아서 깨어나지 못했다. ㉢ 마약 중독설 : 마약에 취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인신 공약설 : 청와대에서 굿을 벌였는데 박근혜가 최태민으로 빙의했다.
㉤ 밀회설 : 애인을 만나느라 청와대를 비웠다(연락이 불통이었다). 이 목록에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추측도 있고 비논리적 추론인 억측도 있다. 모두 제각각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 을 제외하면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심신 미약에 준하는 상태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다섯 가지 가설은 모두 용서가 불가능한 결론이기에 앞서 추측과 억측의 기본 전제가 " 조치를 취하지 못할, 피치 못할 사정 " 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진짜 중요한 추론 하나를 놓쳤다. ㉥ 평상시와 다름없었다. 이 마지막 가설은 논리 모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 비상시 " 를 " 평상시 " 처럼 행동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불난 집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상황인 것이다. 지금까지 제시한 6가지 추론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떨어지는 억측에 해당된다. 우리의 오류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견된다. < 가능한가 ? > 라는 질문은 < 박근혜이니까 가능할 수 있다 > 라 변경해야 한다. 위에 열거한 6가지 추론 가운데 마지막 추론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결론이다. 전자가 윤리적 문제였다면 후자는 악마적 본성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박근혜는 타자의 고통과 불행에 대한 공감 의식이 결여된 정신 세계를 가진 사람이다. 박근혜는 세월호에 탑승한 승객 304명이 죽든 말든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전형적인 소시오패스'다. 다시 말해서 박근혜는 " 사태의 심각성 " 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 생명의 중요성 " 자체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1분, 1초가 아까운 골든 타임에도 타인의 죽음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미용사를 불러서 머리 손질이나 했던 것이다.
당신은 박근혜에게 묻고 싶을 것이다. 304명의 목숨보다 올림머리가 더 중요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 그 질문에 대해 박근혜는 평화로운 얼굴로 대답할 것이다. " 댁들은 이유가 있어서 오리를 죽였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