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범 이 아 니 라 주 범 :
공갈과 삥 사이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서 한 목소리로 박근혜에게 " 하야 " 를 주문할 때마다 이게 과연 모범적인 대안인가 _ 라는 생각을, 지우개도 아니면서, 지울 수 없다.
물론 (물밑 거래 없는) " 조건 없는 하야 " 가 가장 좋은 결과이기는 하나, 박근혜는 청기와에서 백기 들며 쫒겨나는 순간에 불소추특권이 사라진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 삥 뜯기의 달인인 박근혜가 정치적 거래가 없는 " 조건 없는 하야 " 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칠공주인 박근혜는 "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카드 " 를 사용하기 위해서 버티고 버티고 버티며 저항할 것이다. 입 안에서 혓바닥으로 면도칼 굴리는 솜씨에...... 아, 현기증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야당이 내건 " 명예로운 퇴진 " 이나 " 질서 있는 퇴진 " 이라는 구호는 < 무조건 하야 > 가 아니라 < 조건부 하야 > 방식이다.
알기 쉽게 저잣거리 입말로 말하자면 하야, 명예로운 퇴진, 질서 있는 퇴진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것은 " 목숨만은 살려줄께, 꺼져 ! " 이다. 자수해서 광명 찾으라는 말이다. 명색이 대통령에 대한 예우랍시고 혜택은 많다. 좋은 예가 이승만이다. 이승만은 물밑 거래로 하야를 조건으로 망명을 할 수 있었는데 해외에 빼돌린 자금으로 넉넉한 삶을 살았다. 프란체스카와 함께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 수없이 많은 양민을 학살한 살인마치고는 꽤나 행복한 말년이었던 것이다. 박근혜도 똑같은 조건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명색이 유력 대통령 후보라는 자가 명예로운 퇴진을 돕겠다고 발 벗고 나설 때 진심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박근혜가 하야를 조건으로 모히또로 망명을 가서 최순실과 함께 몰디브 한 잔 하는 상상을 해보시라. 정치권에서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죗값을 묻지 않는 선에서 국내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합의를 본다면 상황은 더욱 아름다운 방향으로 흐른다. '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임 시 보수의 95%에 대한 연금을 지급받고 경호는 물론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지원, 나아가서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에 대한 국고 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게 야권에서 말하는 명예로운 퇴진의 의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야보다는 탄핵이 정답이다. 왜냐하면 하야는 정치적 고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거래 방식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게이트에서 분명한 것은 삥녀는 최순실에게 놀아난 꼭두각시가 아니라는 점이다. 박근혜는 공범이 아니라 주범이고, 최순실은 주범이 아니라 공범이며, 문고리 3인방과 부역자들 또한 종범이자 공범이며 주범이라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청기와에서 한다는 짓이 삥이나 뜯고 있었으니 " 삥녀 " 인 셈이다. 부끄럽구요. 권력을 뜻하는 단어인 팔루스(Phallus)는 발기한 남근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비롯된 단어다(phallicism-남근 숭배, phallocentric-남근 중심주의, phallocrat-남성우월주의자). 그러니깐 속된 말로 권력이라는 본질은 < 좆 > 이다.
좆이란 힘이 있을 때는 딱딱하고 우람하지만, 이 하드-바디(hard-body)의 아이덴티티는 뼈대도 없는 물렁물렁한 살덩어리이면서 뼈대 있는 놈처럼 으스대는 의태성(擬態性)에 있다. 니미, 좆도 아닌 것이 좆도 ....... 그렇기에 손에 쥔 팔루스를 빼앗긴 권력자는 한순간에 좆같은 새끼이거나 좆만 한 새끼가 된다. 누군가는 양심이 있으면 국민의 하야 요구를 받아들이라고 말하는데, 박근혜 씨가 일말의 양심이 있는 인간이었다면 애초에 최가박당 게이트 따위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삥이나 뜯는 삥녀에게 양심 운운하는 것은 무리한 주문이다.
삥녀에게 하야'라는 고상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박근혜를 지나치게 품격 있는 인간으로 대우하는 태도이다. 머리끄댕이 잡아끌어서 광화문 네거리에 내동댕이쳐야 한다. 나와라,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11월 26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