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 다음은 ? :
롯데리아 순실치킨 주세요 !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_ 라는 질문에 대해서 먹물로 일필휘지하며 교양을 뽐낼 생각은 추호도 없거니와 그럴 깜냥도 안된다. 무식하게 말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 쪽수의 힘 " 이다. 쪽수에 의한, 쪽수에 대한, 쪽수를 위한 제도가 민주주의'이다.
그러니까 권력을 쥔 소수와 권력과는 거리가 먼 쪽수(다수)가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상대 진영을 견제하는 것이 민주주의 제도라는 말이다. 누군가는 2004년 노무현 탄핵안 소추 발의안 가결을 두고 " 이게 민주주의냐 ? " 며 일성을 놓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게 민주주의의 민낯이다. 당시, 노무현 소추 발의안을 추진하고 가결했던 야당(당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사태를 들먹인 이유는 쪽수에 의해 승패가 갈라지는 민주주의 제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가장 이상적인 정치 제도'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히틀러 정권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탄생한 정권이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하지만 어쩌랴, 모든 제도에는 아킬레스건이 내재되어 있는 법.
간절히 원하면 우주의 기운이 도와준다고 했던가 ? 박근혜 대통령 임기 초기는 대구를 중심으로 한 콘크리트 지지율과 국회를 장악한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무소불휘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쪽수 싸움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최순실 정국으로 치닫는 이 몰락을 자초했던 주요 원인은 박근혜에게 적의를 보이는 정적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지지자들의 충성심(콘크리트 지지율) 때문인지도 모른다. 박근혜를 향한 충성이 박근혜를 향한 몰락이었다니 말 그대로 모순(矛盾)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는 그 어떤 창으로도 뚫을 수 없는 방패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세월호라는, 아주 날카롭고 아픈 창이 박근혜 심장을 향해 날아갔지만 견고한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지지 않자, 박근혜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그 어떤 창으로도 뚫을 수 없는 방패를 가졌다는 것은 천군만마를 얻는 것보다 더 귀한 재물이니까. 더군다나 의회 권력을 새누리당 의원이 장악했던 정국이 아니었던가. 방패에 대한 신뢰와 쪽수는 나의 편이라는 믿음. 하지만 방패는 뚫렸다. 지나가는 이의 외투를 벗길 수 있는 힘은 세찬 바람이 아니라 따사로운 햇님이었듯이, 어두컴컴한 바다 밑바닥에서 병든 산짐승처럼 웅크리고 앉아 구원의 손길을 기다라며 자그마한 혓바닥으로 제 상처를 핥았을, 조용하며 어린 촉(鏃)이 방패를 뚫은 것이다.
물이 들어오면 노를 저어야 하는 것은 사공으로서는 " 당연하지 ! " 세월호에 대한 집단적 트라우마가 여소야대를 만들었고, 의회 권력이 여소야대로 변하자 대중은 쪽수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눈치 보지 않고 노를 저을 수 있었고, 결국에는 박근혜의 심장에 비수를 꽂은 것이다. 박근혜에 대한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 소수 의견이 아니라는 확신에서 비롯1)된 것이다. 최근에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어떤 사람이 롯데리아에서 순살치킨을 주문한다는 게 그만 헛말이 나와서 순실치킨으로 주세요 _ 라고 주문했다는 에피소드는 현 정국의 사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 다음에는 하야가 와야 정답이다. 하야 다음에 다시 가나다라 마바사를 읊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제 박근혜가 해야 할 일은 하야'다.
각하, 애지중지 키운 애새끼 목구멍에 닭뼈 걸릴 수 있으니 정유라에게 사 줄 치킨은 항상 순실치킨으로 주문하시기 바랍니다. 안녕과 건투를 빕니다. 안녕 !
1) 독재 정권이 언론 통제를 하는 이유는 쪽수(다수)의 생각이 " 소수 의견 " 이라고 오인하도록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언론 조작에 의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소수 의견이라고 받아들여지면 대중은 침묵하게 된다. 침묵의 나선 효과'인 셈이다. 댓글부대가 하는 일도 댓글창을 조기에 선점해서 몇몇 의견이 대중 전체인 양 보이기 위한 수작이다. 1빠가 중요한 이유이다. 우리는 흔히 정치 기사에 댓글을 다는 부류를 키보드 워리어라며 조롱하지만 사실 여론을 주도하는 것은 키보드 워리어의 힘이다. 우습게 볼 사안이 아니다. 당신의 댓글 하나가 박근혜를 무너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