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화입니다, 행님 !
박범신, 박진성, 박주택 그리고 기타 등등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추문을 보다가 문득 이 박씨 수난사는 " 박남철의 저주 " 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진성의 미래는 박남철이고, 박남철의 왕년은 박진성인 셈이다.
이 사태를 야기한 본질은 가래처럼 물컹물컹한 혓바닥이나 문어 촉수처럼 끈적거리는 손바닥이 아니라 문단 권력을 만드는 등단 제도에 있다. 등단 제도가 있어야 등단이라는 이름의 자격증 장사를 할 수 있고, 문학적 상거래가 이루어져야 선생과 학생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동안 어르신-들'은 등단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권력을 유지했다. 문학창작과라는 근사한 교수직이 만들어지고, 기성 작가나 평론가에게 열려 있는 심사위원 위탁 자리가 만들어지고, 각종 문예지 편집위원 자리가 만들어진다. 등단이라는 제도가 있으니 이런 자리가 마련되는 것이다. 그들이 변변한 작품 하나 없는 주제에 순문학 한답시고 대중성을 외면하는 데에는 등단 제도가 만들어내는 각종 " 자리 보전 " 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비록 그 자리가 돈은 되지 않는 명예직이라 해도 아랫것들에게 이래라저래라할 수 있는 권력은 비루한 현실을 상쇄시키는 문학적 히로뽕이요, 피곤할 때 한 대 맞는 프로포폴이다. 선생의 지도 편달이라는 이름으로 " 이래라저래라 " 하면 문하생은 알아서 " 일하고절하니 "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프란츠 파농의 용어를 빌리자면 성폭력은 수직 폭력에 해당된다. 거의 모든 권력을 남성들이 장악했다는 점에서 문단 내 진입을 노리는 미등단 여성에게는 남성 문인은 위압적 존재인 셈이다. 김명인 문학평론가는 " 문단이라는 곳은 등단 과정과 서열, 지명도, 세대, 각종 인맥 등에서 매우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곳이며 그 안에서 문인들 간에 권력 격차가 매우 크다" 며 "성추문의 온상이 되기 매우 쉬운 곳"이라고 지적했다.
반기를 든답시고 " 임춘애입니다, 행님 ! " 이라고 말했다가는 대뜸 쇠파이프가 당신의 후두부를 후려칠 것이 분명하다. 고상하신 문학 선생도 화가 나면 부들부들 떠는 법. " 내, 내내내내내가 혀, 혀혀혀현정화..... 하면 현정화야. 이 씹때기야.. " 그렇다, 乙에게 임춘애라는 이름은 입 밖으로 꺼내면 안되는 블랙리스트이다. 반면, 현정화는 언제는 스페셜리스트'다. 비단 문단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특별 대우는 아니다. 권력자는 항상 스페셜리스트만을 편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