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까 예의가 없는 것들 :
나는 관대하도다
내가 국어사전 님에게 띄어쓰기 규정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자 국어사전 님께서 쿨하게 말씀하셨다. " 각 단어는 띄어 쓰고 조사는 붙여 쓰느니라. 단, 예외가 < 쪼까 > 있느니라. " 아, 이토록 명쾌하고 간략한 정의. 띄어쓰기는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쉽구나_ 라고 생각하는 순간 꼬이기 시작한다. 띄어쓰기는 붙여 써야 하지만 " 붙여써야 " 는 띄어 써야 한다. 또한 " 띄어써야 " 는 띄어 써야 한단다. 그러니까 띄어쓰기를 띄어 쓰지 말고 붙여 써야 하며 붙여 쓰기는 붙여 써야지 띄어쓰기를 하면 안 된다는 말씀. 참.... 쉽죠잉?
< 쪼까 > 의 범위는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짜장면을 기다리다 지쳐 중국집에 항의 전화를 할 때 카운터 직원이 " 방금 출발했습니다. " 라고 말할 때 < 방금 > 과 닮았다. 국어 문법에서의 " 예외 " , 중국집에서의 " 방금 " , 부동산 광고에서의 " 10분 " 1) 은 믿으면 안 된다. 예외'란 일반적 규칙이나 정례에서 벗어난 예'인데, 예외'가 예외의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예외 조항이 많다면 그것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쪼까 예의가 없는 것이다. 조사는 붙여 쓴다 했는데 띄어 쓰는 경우는 허다하다. " 하늘만큼 높다 " 에서 만큼은 붙여 쓰지만 " 노력한 만큼 얻는다 " 라는 문장에서는 띄어 쓴다.
난처한지 조사라는 이름 대신 " 의존명사 " 라는 이름을 부여한다. 조사이면서 동시에 의존명사인 단어는 허다하다. 이게 쪼까 예외 사항인가.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피어싱인 셈. 여기에 본용언이냐 보조 용언이냐에 따라서 띄어쓰기는 또 달라진다. 띄어쓰기도(원칙) 하고 붙여쓰기(허용)도 가능하단다.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고 두 손으로 비벼도 된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이 정도면 일정한 원칙이 아니라 팔도 비빔면'이다. 국어사진 님 왈, " 나는 관대하도다, 나는 관대하도다, 나는 관대하도다 ! " 순수한 명사'라고 해도 붙여쓰는 경우도 있다. 1음절 단어가 연속으로 나열될 때 붙여서 쓸 수 있다.
< 좀 더 큰 새 것 > 은 < 좀더 큰 새것 > 으로 쓸 수 있다는 것. 이것도 팔도 비빔면이다. 두 손으로 비벼도 되는 팔도 비빔면의 압권은 < 며칠 > 이라는 명사'다. 이 친구는 꽤 복잡한 캐릭터'다. 몇일'이라는 명사는 틀린 철자'다. 몇 일'이라고 띄어 써도 마찬가지'다. 틀린 구성이다. 그런데 몇 날은 가능하다. 소오오오름. 日이 날 일'이라는 뜻이니 몇 일과 몇 날은 같은 말인데 몇 일'이라고 쓰면 빨간펜 선생님이 오답으로 간주하지만 몇 날'이라고 쓰면 정답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왜 이런 예외를 두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예외를 허용하는 횟수(범위)가 넓으면 그것은 예외가 아니다.
차라리 각 단어는 띄어쓰고 조사는 붙여쓴다는 원칙을 예외로 두는 게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답은 하나다. 명사고 조사고 본용언이고 보조 용언이고 나발이고 중국어나 일본어처럼 한 문장 전체를 붙여 써야 한다. 씌여쓰기가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한 규정이라고는 하나 한국어가 모두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장 공장장이다.”이란 문장이 아니다. 자간을 어느 정도 확보한다면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아보기 쉽다. 다음은 모두 붙여쓰기를 한 문장-들'이다(단, 문장부호 다음에는 띄어쓰기를 했다).
밀로스포만감독이연출한영화<< 뻐꾸기둥지위를날아간새 >>에서는“ 뻐꾸기 ”가등장하지않는다. 뻐꾸기는커녕뻐꾸기날리는장면도없을뿐더러, 배우들은뻐꾸기에대해입도뻥끗한적없다. 붕어빵에붕어없고새우깡에새우없는광고에익숙해서인지는모르겠지만, 뻐꾸기가등장하지않는다고해서불만은없다. 영화를보고나면" 불만 " 대신묵직한“ 포만 ”감이몰려온다. 밀로스포만, 이름값은하는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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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철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이라는 광고는 뛰어서 10분으로 정정되어야 한다.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는 선전은 열에 아홉은 거짓말이다. 실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짐/상점'은 도보로 3분 거리'라고 광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