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패션의 정석은 수트 :

 

옷이 날개'여 ! 


                                                                                                 어떤 표현에 대해 사람들이 공감할 때, 즉 공감 지수가 높아질 때 속담은 만들어진다. 요셉 말(요샛말)로 속담은 " 캐공감 " 인 셈이다. 시간적 제약을 뛰어넘은 < 캐공감 > 은 살아남아서 속담이라는 명예를 얻는다. 하지만 따봉()을 많이 얻었다고 해서 저잣거리 입말이 모두 속담으로 승천하는 것은 아니다. 문장 속에 혜안과 통찰 그리고 지혜를 담지 못하면 < 유행어 > 에 그칠 뿐이다.

어제 구약성경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내가 즐겨 쓰는 낯익은 한국 속담이 전도서'에 있는 것이다. "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 (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  알고 보니 이 말은 한국 속담이 아니라 성경 구절이었던 것이다. 아, 내가 잘난 척하며 쏟아냈던 지난 < 말 > 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우리나라 속담에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잖아, 우리나라 속담에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단 말이 있어,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여, 기타 등등......   왜, 청자(聽者)들은 내 말에 토를 달지 않았을까 ?    누군가, " 현정화가 아니라 임춘애입니다, 행님 ! " 이라고 지적했다고 해서 내가 박근혜처럼 배반, 배신, to부정사 운운하며 성질을 낼 줄 알았나 ?  응?! 말해보라고, 승질 뻗쳐서 증말...

 

 

 

종종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는 말을 즐겨 쓰는 사람을 보게 된다. 주로 표절 시비'가 발생하면 표절 의혹을 받는 작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레토릭'이다. 신경숙과 박민규 작가도 전가의 보도처럼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가 욕이란 욕은 몽땅......         창조적 우라까이1)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 문제는 받아쓰기 숙제(ctrl+c, ctrl+v) 가 아니라 변형의 기술에 달린 것이다.  예술이란 결국  옛것을 가지고 새것을 만들어내는 기술인 셈이다. 신화는 현대 서사의 원형'이다.  그러니까 미래지향적으루다가 우주의 기운을 받아 창조 미래 소설이나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새로운 서사'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영화 << 시빌 워 >> 는 철갑 수트 입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서로 편을 갈라 다구리나 치는 허무맹랑한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리스 신화 속 신(神)을 우라까이 한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의 무기인 방패는 제우스 신이 들고 다니는 방패 아이템을 훔쳤고, 아이언맨이 쏘는 광선 또한 제우스의 번개를 우라까이 한 것이다. 이처럼 신화 속에서 신들이 하늘을 날거나 신체를 변형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능력'이다.  영화 << 시빌 워 >> 는 만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SF 영화 같지만 서사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우라까이 했다. 즉, 신들이 내 편 네 편 갈라 다구리를 치는 영화인 것이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노인들이 장기 두다 성질나서 서로 네 편 내 편 갈라 싸우는 스토리를 21세기 관객들이 좋아할 리 없고 스탠 리(원작자)도 모를 리도 없다.

명색이 마블인데 학습 만화를 그릴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렇다 보니, 곰방대 물며 노인정에서 장기나 두던, 수염 난 노인에게 간지 철철 넘치는 철갑 수트를 입히고 라텍스 재질의 쫄쫄이 입혀서 " 슬림핏 " 하게 내놓은 상품이 바로 << 시빌 워 >> 다.  그리스 신화와 슬림 핏의 조화. 창조적 우라까이'는 바로 이런 것이다.  신경숙과 박민규가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며 징징거릴 때 할리우드는 발 빠르게 호랑이 담배 피던 서사를 " 에, 쓰, 에, 푸, 적, 으, 루, 다, 가 "  변형시켰다. 이 영화의 주제는 간단하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의 주제를 거창하게 말하던데,  내가 보기에 이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명확하다.  " 옷이 날개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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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라까이  :  신문·방송 현장 일본말 속어. 신문에서 기사 마감에 임박해 다른 신문사의 기사(특종 포함) 일부를 대충 바꾸거나 조합해 새로운 자기 기사처럼 내는 행위를 '우라까이 한다'라고 말한다. 방송에서는 적당히 외형만 바꿔서 자기 것처럼 만들어 방송하는 것, 혹은 일부를 그렇게 하는 것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우라까이 (영상 콘텐츠 제작 사전, 2014. 9. 17.,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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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pingtom 2016-05-04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호. 곰님이 즐겨 사용하시는 우라까이. 잘 읽었습니다. 요즘 뜸하셔서 궁금했던 차였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4 11:55   좋아요 0 | URL
인생 뭐 그까이꺼 우라까이 아니것습니까..

마립간 2016-05-04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두 시각 ;
플라톤-노자주의의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 는 관점과
디오게네스-양주주의의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는 관점은
사람의 두 다리와 같겠지요.

곰곰발 님의 평가가 그리 좋지 않아,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줄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4 11:56   좋아요 0 | URL
오, 아닙니다. 이 영화 재미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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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과 디오게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겁니까 ?

마립간 2016-05-04 12:08   좋아요 0 | URL
플라톤-노자주의와 디오게네스-양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양립되어야만 하는 것이죠. (제 주장은,) 진리 또는 사물의 서로 다른 측면을 이야기합니다.

여성이 남성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것과 같습니다. 새가 양날개로 날듯이, 사람이 두 다리로 걷듯이 말입니다.

이 글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얼마전 다른 분의 서제에서 주관, 객관은 글도 읽었는데,
세상 모든 것은 `간주관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관`, `객관`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4 18:54   좋아요 0 | URL
오 그럼 저도 마립간 님계입니다.
뭐 창조적 우라까이도 두 진영의 평화적 합의 아니겠습니까.
창조적이 양주주의라면 우라까이는 노자주의이니 두 개의 결합이 창조적 우라까이...

stella.K 2016-05-04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회는 안 다니셔도 그 정도는 아시는 줄 알았는데 모르고 계셨군요.
그래도 요즘 구약도 읽으시고... 혹시 신앙에로 복귀를...?! ㅋ

요즘 미국 히어로물들이 신화의 변형이라는 건 저도 알고는 있었는데
솔직히 마음에 안 들어요. 그래봤자 다 비주얼이지 깊이도 없고,
힘 있는 미국만이 세상을 구원할 거다. 뭐 그런 메시지를 주입하고 있잖아요.
더구나 트럼프 섀끼 계속 망발만 늘어놓고. 트럼프 보면 저 물건이야 말로 노욕이다 싶더군요.
거기에 환호를 보내는 공화당 떨거지도 웃기고. 미국도 다 됐다 싶어요.

재작년인가? 영국 BBC가 제작한 아틀란티스 시리즈 방영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적어도 영화를 만들려면 그렇게는 만들어야지. ㅉ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4 18:51   좋아요 0 | URL
정말 몰랐습니다. 전 여기껏 이게 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이야, 성경을 의역하다니 심한 걸 했다가
혹시나 찾아보니 의역이 아니더군요.. 개충격 먹었습니다.. -_-



뭐, 만화 영화에서 무슨 깊이를 찾겠습니다. 그냥 재미로 보는 거죠. ㅎㅎㅎㅎㅎ
저도 이런 영화 그저그렇게 보는데 의외로 활동사진으로써의 잔재미가 있습니다.
글구 수컷은 원래 로봇 변신 이런 거 무지 좋아합니다.. 저도 수컷인지라...

samadhi(眞我) 2016-05-04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 아래 큰 것 없네 땅 위에 새 것 없네... 이런 민요가사도 있답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4 19:16   좋아요 0 | URL
음.. 그것도 성경 우라까이 했네요.. ㅋㅋㅋㅋㅋㅋ
진아 님 요즘 잘 지내시고 계십니까 ? 어째 좀 뜸하신 거 같습니다..

samadhi(眞我) 2016-05-04 21:42   좋아요 0 | URL
네 요즘 무기력 상태라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5 16:06   좋아요 0 | URL
그럼 진아님에게는 유기력이 필요한 시점이군요.. 유기력에 유산균이 필요합니다..

samadhi(眞我) 2016-05-05 17:03   좋아요 0 | URL
유산균은 무지 먹어대는데도 기력이 나질 않아요. 제가 발효식품 밝힘증이거든요. 똥강박증이 있어서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5 19:39   좋아요 0 | URL
비극이네요 ㅋㅋ 동병상련을 느낍니다.
전 장트러블 때문에... ㅠㅠ

채송 2016-05-06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요. 글이...^^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6 13:20   좋아요 0 | URL
잼있게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