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싸고통제안되는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의 영화평론집 << 에센셜 시네마 >> 를 읽다가 흥미로운 제목을 가진 영화'를 발견했다. << 빠르고 싸고 통제 안 되는 >> 이라는 영화'다. 원제는 " Fast, Cheap & Out Of Control, 1997 " 이다. 남들이 재미있다는 영화는 못 참고 영화관 문 박차고 나오고, < 남 > 들이 재미없다는 영화는 낄낄거리며 보는 편이라 자신이 있었는데 , 아..... 이 영화는 지루함의 < 끝 > 을 보여준다.
① 사자 조련사의 인터뷰, ② 동물 모양 정원수(庭園樹)를 조각하는 정원수(庭園手)의 인터뷰, ③ 두더지(처럼 생긴?!) 를 연구하는 학자의 인터뷰, ④ 로봇과학자의 인터뷰가 교차 편집된다. 네 명의 인터뷰이'는 그 어떠한 교집합'도 없다. 접점을 찾아야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을 텐데, 그들은 각자 사자에 대하여, 정원수에 대하여, 땅쥐에 대하여, 빠르고 싸고 통제 안되는1) 허접한 로봇에 대하여 말할 뿐이다. 당최, 감독이 무슨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지려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속으로) 외쳤다. 햐...... 무슨 개수작이야 ! ㅡ 그런데 접점이 없어보이는 네 명의 인터뷰이'에게는 뚜렷한 공통분모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 동물 >> 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동물원 조련사는 사자를, 정원수(庭園手)는 기린 모양을, 동물학자는 쥐를, 로봇과학자는 동물(다지류)을 닮은 로봇을 내놓는다. 아차, 싶었다.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다. " 크아아아아, 재밌네 ! " 만약에 내가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면 " 같은 듯 같지 않지만 결국 같은 " 네 명의 인터뷰이에 덧대어 한 명을 더 추가했을 것이다. 바로 안철수'다. 2011년에 그가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는 예측 가능하고, 고급스러우며, 진중하고 무거운 이미지'였으나 지금은 " out of control(통제 안 되고) " 하며 " cheap(싸구려, 천박한, 저질스러운, 하찮은 ) " 하고 " fastfood " 같은 인물로 바뀌었다. 그는 레밍'을 닮았다. 벼랑인 줄 알지만 돌진하는, 죽어도 좋다고 말하는 안철수 식 정치는 지나치게 가볍고 천박하며 통제 불가능한 레밍 정치'다.
그가 총구를 겨룬 쪽은 여당이 아니라 야당'이다. 그가 이룩하고자 하는 것은 새정치가 아니라 야권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 야당 심판론 > 을 내세우듯이, 공교롭게도 야당인 국민의당도 < 야당 심판론 > 을 내세운다. 살다살다 이런 아사리판은 처음이라.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형사들이 제일 먼저 참고하는 것은 원한 관계'가 아니라 살인 사건'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자'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레밍의 집단 자살 사건(야당 대패론)에서 이득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를 살펴보면 된다. 안철수 입장에서 보면 문재인이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진다고 했으니 야당의 대패'는 유력한 대선 후보자인 문재인의 컷오프'인 것이다.
그렇기에 < 그 > 는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 대승 " 하기를 바란다. 점수 차이'가 많이 날수록 안철수에게는 유리한 대목'이다.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을 한방에 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그는 왼쪽 깜빡이를 켠 채 우회전 하는 돌아이-버(driver)'다. 이성계가 북진하다가 말 머리를 돌려 남쪽으로 향했듯이 말이다. 새누리당은 30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야당을 지지한다는 훈훈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 새누리당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응원합니다 " 이 화기애애한 적장의 훈수 앞에서, 이 뻔뻔한 새누리 식 이이제이 전략 앞에서 안철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 그는 조롱인 듯 진심인 것 같은 환대 앞에 이의 제기(異意 提起)할까 ? 새누리당은 안철수를 지지한다는 말과 함께 다음과 같은 메시지도 덧붙였다.
"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신념으로 새정치를 실현해 내시기를 기원합니다. " 이 사실은 이번 총선이 < 일여다야 > 가 아니라 < 이여다야 > 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골리앗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인 셈이니 여권연대가 아닐까. 새누리당 중앙 컨트롤타워'는 내색은 하지 않지만 내심 안철수가 이준석을 이겨 여의도에 입성하기를 바랄 것이다. 이준석을 얻을 때 가지게 되는 이득'보다는 이준석을 버릴 때(안철수 당선) 가지게 되는 이득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에 노원병 유권자'라면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겠다. 그에게 메시지도 띄우겠다. " 나는 이준석 새누리당 후보를 응원합니다. "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문장도 덧붙이겠다. "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신념으로 새정치를 실현해 내시기를 기원합니다. " 이 말은 조롱이 아니라 진심'이다.
안철수 식 새정치보다는 차라리 이준석 식 새정치'가 낫다. 안철수가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다면 대선에서도 똑같은 짓(분열 야기)을 반복하리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농사에 경험이 없는 사람은 벼와 피(잡초)를 구별하기 힘들어서 피를 뽑는다면서 애꿎은 벼를 뽑아버린다고 한다. 생장 속도도 비슷해서 키도 엇비슷하니 말이다. 피 입장에서 보면 벼의 외형을 흉내 내는 것은 생존 전략일 수 있지만, 농사꾼 입장에서 보면 뱁새 둥지의 뻐꾸기 알'인 경우다. 이처럼 안철수는 얼핏 보기엔 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피'다. 그 피에서 이삭을 주울 생각을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레밍의 외형은 공교롭게도 이명박과 닮았다. 이명박의 아바타'는 안철수'가 아닐까 ? 화려한 명성들은 모두 이명박 정권 때 얻었으니 말이다.
나 또한, 샛길로 빠졌다. << 에센셜 시네마 >> 리뷰를 작성한다는 것이 공교롭게도 안철수 비판으로 빠진 꼴이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의 평론은 가볍지 않고 신중하며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품격을 갖췄다. 특히 << 뒷마당의 윤리학 ㅡ 히치콕의 이창 >> 은 명불허전2)이다. 이 평론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다만, 헐리우드 대중 영화 위주로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지루할 평론3)이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한 비평과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한 평론과 관심 없는 사람에게 받는 프로포즈는 모두 애정이 생기지 않는 법이니까.
1) 싸고 빠르고 통제 안 되는 - 이라는 표현은 로봇과학자가 자신이 만든 로봇을 지칭하며 한 말이다. 영화와는 무관하게 제목'만 보고 떠오른 인물은 < 안철수 > 였다
2) 이 리뷰는 256쪽까지 읽고 썼다
3) 왜냐하면 대중적인 영화에 대한 평론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상영 시간이 8시간이 넘는 << 사탄 탱고 >> 를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