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의 1

ㅡ 오래전에 폐간된 잡지 kino를 들추다가 문득 이 글을 쓴다

       

                                                                       21세기 이탈리아 막장 정치'의 아버지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다. 그는 총리 시절, 10대들과 붕가붕가 섹스 파티'를 열어서 이탈리아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그뿐이 아니다. 그와 관련된 세금 포탈, 직권 남용, 뇌물 수수 따위로 열린 심리(審理)만 2500번이 넘는다고 한다. 진보 진영에서는 그를 " 엄마 뻐꾹 " 이라고 부른다. 엄마 뻐꾹'이 무슨 뜻이냐고 ?! < 엄마 뻐꾹 > 에 대한 질문은 할리우드 배우 사무엘 잭슨 형님에게 물어보시라. 그가 누구인가, 미국판 김수미'가 아니었던가.  입만 열었다 하면 " 마더 퍼커. " 를 날려주시니, 그를 키운 건 팔 할이 마더 뻐꺼'였다. 영화계 악동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한 << 재키브라운2 >> 에서 사무엘 잭슨은 엄마 뻐꾹을 쉴 새 없이 내뱉는다.  

엄마 뻐꾹, 엄마 뻐꾹, 엄마 뻐꾹, 엄마 뻐꾹, 엄마 뻐꾹, 엄마 뻐꾹, 엄마 뻐꾹......  듣다 보면 무릎 탁, 치고 아, 하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아프로 아메리칸(AFRO-American) 엄마 뻐꾹이다.   " 욕보셨습니다, 행님. "   진보 진영에서 보자면,  베를루스코니'가 이탈리아 엄마 뻐꾹이라면 이명박은 헬조선 아빠 떡국이요, 박근혜는 엄마 떡국 같은 존재'였다. 둘 다 언론을 장악했다는 점과 사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치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그들은 닮은 구석이 있다.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졌다.   2013년, 붕가붕가 왕 베를루스코니가 다시 정계에 진출하려고 하자,  이탈리아 지식인 그룹에서 붕가붕가 정당의 붕괴를 위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때,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정치를 이야기하는데 느닷없이 똥파리가 날아든 것이다.

그의 이름은 광대 베페 그릴리'다. 그는 실제로 유명한 코미디언으로 전국을 돌며 강연 정치를 펼친다. 그는 베를루니코스는 물론이고 기존 정당을 신랄하게 비판해서 젊은이들에게 열광적 호응을 얻었던 인물이다. 그의 등장으로 표는 분산되었다. 과반수 득표를 얻은 정당은 없었다. 좌파 연합의 득표율은 31% 였고, 붕가붕가 당은 30.5%를 얻었다. 스파게티 뷔페(부패)의 왕, 붕가붕가 씨는 당당하게 재입성에 성공한 것이다. 한쪽에서는 나라를 팔아먹어도 " 나는 박근혜만 찍어예 ~ " 라고 말하는 콘크리트 지지율 30%가 있는가 하면,  지구 반대편에서는 " 나라를 팔아먹어도 나는 베를루니코스만 찍어스파게띠 ~ " 라고 말하는 마카로니 스파게티 지지율 30%가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   붕가붕가 섹스 파티의 제왕인 베를루스코니를 증오했던 베페 그릴리는 역설적으로 베를루스코니를 살려준 인물이 되었다. 그는 좌파, 우파, 대파, 쪽파, 실파, 양파 까니 눈 아파 모두 까기 전략을 펼쳤다. " 모든 정당에 반대한다 ! " 그는 기존 정당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모든 정당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그의 정책 목적은 반-정당'인 셈이다.  그가 내세운 정강정책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국회의원 수 감소와 의원 세비 감축을 주장했다. 쉽게 말해서 기성 정치는 개판이니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월급을 삭감하겠다는 주장이었다. 아빠 떡국도 싫다, 엄마 떡꾹도 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를 지지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 대목에서 어떤 기시감을 느낀다면 당신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2012년 대선 당시에 안철수가 내세운 공약이 바로 국회의원 수와 국회의원 세비 감축'이었다. 의회 정치를 불신하는 대중의 심리를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안철수와 베페 그릴리는 포퓔리스트'요, 국민의당은 베페 그릴리가 급조한 정당인 오성운동과 같다. 둘 다 총선을 노린 신생 정당이다. 베페 그릴리가 붕가붕가 왕의 재림을 도왔다면, 안철수는 여당의 대선 후보를 돕고 있다. 김무성이 국민의당'을 향해 극찬을 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보다 못한 안철수의 안심캠프는 약자를 위한 정치 대신 약자를 이용한 정치에 골몰하는 것처럼 보인다. 안철수는 야권이 분열되면 필패라는 비판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 뭉치면 다 죽습니다 ! " 그런 그가 이승만 묘지를 찾아가 참배를 드린 것은 참으로 웃기는 짬뽕이 아닐 수 없다. 이승만의 그 유명한 어묵,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 "

뭉치면 다 죽는다고 엄살을 부렸던 놈이 뭉쳐야 산다고 엄포를 놓았던 놈을 숭배하니 이상한 일'이다.  다당제를 선택한 나라에서 야당 연합은 매우 자연스러운 전략'이다. 연합을 이상하게 보는 국가는 없다. 그러니까, 야당 연합을 이합집산이라며 맹비난하는 것은 여당 프레임이라는 소리이다. 안철수는 바로 이 프레임을 가지고 야당을 공격한다. 국민의당은 정당이라기보다는 숭그리당당 숭당당'에 가깝다.  그가 지향하는 중도에 대한 판타지'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란 기본적으로 편애와 편견의 반영이다.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정치'이다.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는 중도라는 말이 아니라 " 라이트한 우파 혹은 라이트한 좌파 " 라는 뜻이다. 그걸...... 모르나 ?

종종, 선택하지 않을 권리를 내세우며 그것 또한 정치적 의사 행위'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 프레임은 틀렸다. 투표 행위는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시민의 의무'다.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며 후원금을 내놓은,  젊어서 가난한 유권자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 당신은 왜 남의 일(버니 샌더스)에 관심을 가지는가 ? " 그 청년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 그것은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입니다 ! "

 

 

 

덧 ㅣ 어제 안철수가 " 버니 샌더스랑 나랑 비슷해... " 라는 식으로 말했다. 예언 하나 하련다. 국민의당으로 모인 국회의원 중 몇 명은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길 것이다.






​                                           

 

1. 제목 코미디의 왕은 마틴 스콜세이즈 감독이 연출한 영화 제목(1983年) 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마틴 스콜세이지가 만든 영화 가운데 최고 걸작'은 아니지만 2000년대 이후의 스콜세이즈 영화(들)보다는 뛰어난 영화'다. 그는 이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좋아한다. 코미디언 지망생이자 백수 건달인 루퍼트 펍킨은 영화 속에서 다음과 같은 고백을 한다. "  Better to be king for a night than schmuck for a lifetime.. 난 평생 얼간이로 살기보다는 하룻밤이라도 왕이 되고 싶었소 ! " 폐간된 지 오래된 영화 잡기 kino에서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읽다가 문득 이 대사와 함께 안철수가 떠올랐다. 그는 똑똑한 " 쎌럽 " 이자 " 멘토 " 였지만, 정치권으로 발을 내딛자 바보가 되었다.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는 웅변과는 거리가 멀었고, 주뼛거리며 망설이는 태도 또한 정치가의 자세는 아니었다. 그는 왕이 되고 싶은 광대'다.

 

 

2. 개인적으로 타란티노 감독의 최고 걸작은 재키 브라운'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타란티노ㅡ스럽지 않은 영화이지만, 불만은 없다. 악동은 이제 어른이 되기로 결심한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의집 2016-02-05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뻐국때문에 한참 웃었다는...

13년에 붕가붕가당이 재입성에 성공했다면 지금 저 양반은 어찌되었나요? 재판중인가요?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후진국 대접 받던데... 거기도 한국처럼 부패정권 지지하는 30%가 존재하나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2-05 00:12   좋아요 0 | URL
뭐 돈 쳐바르면 다 무죄죠.. 붕가붕가 왕은 여전히 정치가로 잘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 신기합니다.
이탈리아와 한국은 굉장히 닮았죠. 가부장 사회인 것도, 가족주의인 것도... 나라를 팔아먹어도 우린 베를누리코스파게띠다잉... 뭐, 이런 분이 30%는 존재하죠. 서구 사회에서 가장 썩은 정치를 보여주는 나라가 이탈랴라고 하죠 ?


참고로 그릴리가 주장했던 것 중 하나가 주당 근무시간이 20시간입니다. 하루에 4시간 근무를 정치 공약이랍시고 .... 참.. 말세입니다. 말세...

또 하나, 젊은이에게 인터넷 공짜로 사용하게 하겠다고공약을 했다고 합니다... ㅎ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6-02-05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기승전안 매우 마음에 듭니다. 저는 ˝국민˝을 붙였을 때부터 새똥2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름이 아니어도 당색은 그냥 제2꼴통당이라고 봐요. 오죽하면 천원인가 만원인가 최소금액 내고 더불어민주당 당원가입 할 지 말 지 망설이고 있겠어요. 저도 그당 별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덩어리 큰 이익단체(새무리와 새무리2?)를 견제하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나저나 곰발님 책장 욕심나서 자꾸 침 흘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05 01:11   좋아요 0 | URL
책장 맘에 들죠 ? 앞뒤로 두 줄로 쌓을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 책장 곱하기 2개의 역할을 해서 공간을 줄이고 책은 두 배를 넣을 수 있어서 좋더군요.. 그리고 시발.. 국민의당이 뭡니까 ? 국민의당이...
차라리 숭그리당당이라고 짓던가..

내가 하도 안철수 까니깐 민주당원인줄 아는데 전 민주당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냥 야권 지지자일 뿐이고 거의 대부분은 진보 정당 후보에게 투표한 1인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란 이름은 신의 한수라는 생각이 종종 드네요. 처음에는 이 무슨 개뼈다귀 가은 당명이냐 했는데 가만 보면 좋은 이름임..

민생은 더불어민주당.. 이런 식으로 같다붙이기좋잖습니까..
청년 일자리와 더불어민주당.. 이런 식...

기억의집 2016-02-05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보다 더 사진과 글을 보충하셨네요. 저는 작년에 이사 오면서 키노 다 버렸어요. 창간호 한권 있어요. 그리고 더불어당은 개구라당 싫어서 지지하는 거죠. 오죽하면 제가 당원이 되었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05 12:51   좋아요 0 | URL
읽다 보면 자꾸 사진을 넣어서 좀 그럴듯해이고 싶다는 강박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책 읽을 때 삽화 들어가고 그러면 기분 좋더라고요..ㅎㅎㅎ...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개구라당만큼은 저지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stella.K 2016-02-05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키노라는 잡지 아직도 가지고 계신가 봐요.
저도 어디 찾아 보면 있을 것도 같은데...
그거 폐간돼서 구하기 힘들다고 해서 기념으로 간직하고 있었는데
다시 찾으려면 먼지 땜에 쿨럭거려야 할 것 같아 거드리지도 못하겠네요.
사진 좋네요. 저 죽기전에 저런 책장에 책을 세워서 보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하긴, 저 죽으면 기증해야지 세워둘 것까지야 뭐가 있겠습니까?

<코미디의 왕>은 못 본 것 같고, 오래 전 <특근>이란 영화 마틴이 만든 것 같던데
전 그 영화 정말 재밌게 봤어요. 두 번 본 것 같은데...

곰곰생각하는발 2016-02-05 12:52   좋아요 0 | URL
깍... 특근 보셨군요.... 이거 엄청 재미있죠. 저도 봤는데...
무척 독특하고 흥미롭고, 저예산 특유의 아기자기한 맛이 있죠.
이 영화 마틴 영화치고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인데 어찌 아셨남유?

stella.K 2016-02-05 13:27   좋아요 0 | URL
주말의 명화에서 해 주던데요?ㅋㅋ
이 영화 하도 괜찮아서 예전에 공 비디오 테이프에
녹화 떴는데 지금은 볼 수가 없어요.ㅠㅠ

제가 그 사람 영화를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순수의 시대>가 그 사람의 필모 중 가장 독특하지 않나 싶기도 해요.
가장 마틴럽지가 않잖아요. 거의 대부분 마초 영환데.
전 첨에 딴 사람이 만든 줄 알았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05 16:07   좋아요 0 | URL
마틴의 숨겨진 수작이죠. 이 작품 참 좋스비다.
이 영화를 주말 영화에서했군요..
저도 다시 보고 싶네요...

하긴, 마틴이 순수의 시대 같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납득이 안 가죠.
마틴이야말로 완전마초 영화만 찍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