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뻐꾸기'는 둥지가 없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 밀로스 포만 감독이 연출한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 라는 영화'에서는 " 뻐꾸기 " 가 등장하지 않는다. 뻐꾸기는커녕 " 뻐꾸기 날리는 " 장면도 없을뿐더러, 배우들은 뻐꾸기에 대해 입도 뻥끗한 적 없다. 뻐꾸기 선생, 어디 가셨나 ? 붕어빵에 붕어 없고 새우깡에 새우 없는 허위 광고에 익숙해서인지는 몰라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속았다는 생각보다는 묵직한 감동에“ 포만 ” 감이 몰려온다. 밀로스 포만, 이름값은 하는 감독이다.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 뻐꾸기는 뱁새 둥지에 알을 놓고 도망가는 철딱서니 없는 떠돌이 철새이니, 뻐꾸기 둥지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인 것이다. " 알박기 " 의 원조인 뻐꾸기는...... 애초에 둥지가 없어요. 그렇다면 이 제목에는 심오한 의미’가 있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 찾아 보니 " 뻐꾸기 둥지(cuckoo nest) " 는 정신병원에 대한 은유'라고 한다. cuckoo라는 단어가 “ 미친 사람, 얼간이, 띨띠리, 맹꽁이, 띨빵, 영구, 맹추...... ” 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뻐꾸기에게는 둥지가 없으니 여기서 말하는 뻐꾸기 << 둥지 >> 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으로도 읽힐 수 있다. < 뻐꾸기 둥지 > 는 둥지 없는 뻐꾸기가 꿈꾸는 이상향'이다.
이 두 가지 의미가 중첩된 형태가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 라는 근사한 제목이 탄생한 배경이리라. 대한민국 사회'가 모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이다 보니 뻐꾸기’는 천륜을 버린, 뻔뻔한 년에 대한 은유로 호출되곤 했다. 뻐꾸기의 탁란 습성 때문이다. 더군다나 뱁새가 토종 텃새(korean crow tit 이라는 작명이 주는 토종에 대한 긍지)이다 보니 시베리아 건너, 오호츠크 건너, 현해탄 건너, 건너, 건너 온 뻐꾸기가 뱁새 둥지에 알을 낳았으니 뼈대와 혈통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뻐꾸기를 좋아할 리 없다. 이런, 오호츠크 시베리아 철새는 가라 ! 헌법 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에서도 뻐꾸기와 뱁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뻐꾸기는 뱁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이를 모르는 뱁새는 정성껏 알을 품어 부화시킨다. 그러나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뱁새의 알과 새끼를 모두 둥지 밖으로 밀어낸 뒤 둥지를 독차지하고 만다. 둥지에서 뻐꾸기의 알을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한 뱁새는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게 되지만, 둥지에 있는 뻐꾸기의 알을 그대로 둔 뱁새는 역설적으로 자기 새끼를 모두 잃고 마는 법이다.
- 헌법재판소,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 중
순혈주의와 모성 신화를 강조하는 대한민국에서는 << 뻐, 뻐꾸기 >> 는 팜 파탈이거나 옴 파탈‘인 셈이다. 하여, 뻐꾸기여 ! 너희에게 이르노니, " 금수강산에서 슬프게 우짖지 마라. < 욕 > 만 처먹는다잉 ~ " 대한민국에서는 모성이 없는 년과 조직에 충성을 바치지 않는 놈은 잡것’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뻐꾸기보다 더 얄미운 새‘가 있다. 자신이 자란 둥지를 떠나면서 둥지에 불 싸지르고 떠나는 새’다. 대부분 한때 좌파였으나 우파로 변절한 이‘들이 자주 써먹는 수사법이 자신이 자란 둥지에 불 싸지르고 도망치는 것이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둥지 방화범은 대부분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한 이들의 가지는 특이 사항이다
■ 안철수는 수구 보수가 아니라면 모두 함께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진보, 중도, 보수 모두 포용하겠다는 당찬 이념 스펙트럼. 유감스럽지만 이런 포괄적 포용력은 하나님만 가능하다. 정치란 기울기다. " 한쪽에 대한 편애와 지지 " 가 정치의 기본이다. 안철수는 정치에 대한 기본 인식부터 잘못되었다. 막말로 좆도 모른다.
한때 우파였으나 좌파로 노선을 튼 이들은 불 싸지르는 방화범 전략'보다는 자기 반성이라는 코스프레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후자가 전자보다 도덕적으로 선량해 보인다. 안철수, 그는 애초에 민주당이라는 둥지’에는 어울리지 않는 새‘였다. 여기서 " 새정치 " 라는 작명은 새(new)가 아니라 새(bird)였다. << 새의 정치 >> 인 것이니 모두 다 속은 것이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는 뱁새 알이 아니라 뻐꾸기 알이었다. 박혁거새 이후 가장 강력한 정치력을 가진 알-인간'이었다. 그는 뱁새 둥지에서 뱁새 알을 둥지 밖으로 떨어트리고 혼자 남아 화려한 비상을 꿈꾸었으리라. 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은 모양새.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 둥지 ” 를 떠나는 일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는 탈당 선언 이후,
대선 행보에 버금가는 동선을 선보이며 이곳저곳에서 자신이 왜 뱁새 둥지를 떠났는지에 대해 핏발 선 목소리로 뱁새 둥지와 뱁새 동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가 탈당 선언을 하고 난 다음날 이런 말을 했다. “ 새정치연합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배척한다. 그러면 집권할 수도 없지만 집권해서도 안된다...(중략)... 평생 야당만 하기로 작정한 정당이다. 조그만 기득권도 내려놓지 않으려 한다 ” 집권해서도 안된다...... 집권해서도 안된다...... 집권해서도 안된다...... 집권해서도 안된다...... 이 정도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꼴이 아닐까. 그는 집권해서도 안될 당의 당대표를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 그는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었다.
전당 대회 열어달라는 말을 씹었다고 탈당한 것은 마치 환갑 잔치 차려주지 않았다고 집 나간 철딱서니 없는 아비 같다. 자식새끼 형편을 보고 말씀하시라. 홍수로 집 떠내려갈 판국에 환갑 잔치가 웬 말인가. 떠난 자리, 참 지저분하다. 그는 뱁새 둥지 방화범’이었다. 어쩌면 그가 선택한 무소속으로의 “ 리셋 ” 은 자기 정체성에 맞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뻐꾸기는 둥지가 없는 법이니깐 말이다. 그가 배워야 할 것은 철새의 생태학이 아니라 텃새의 텃세를 견디고 이기는 법이다.
- 탁란(托卵) : < 동물 > 어떤 새가 다른 종류의 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