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론 : 나는 왕이로소이다




                                                           2012년, 세상은 어수선했다. < 공권 > 은 < 공갈 > 이 되었다. 이명박과 내시들은 공권 (公權)을 공권(空拳 : 주먹)이라고 착각했다. " 각하, 공권력은 주먹을 휘두르라고 있는 라이센스 투 킬'입니다 ! " 난세에는 영웅이 탄생하는 법이다. 대중은 난세를 구원할 영웅을 원했고, 그때 호출된 인물이 안철수'였다. 대선 후보 호감도 여론 조사에서 그는 50%를 넘는 지지도로 상대 예비 후보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서 그가 정치권으로 들어와 세상을 정화시켜 주기를 원했다. " 철수 안하면 쳐들어간다, 뿜빠라 뿜빠 뿜빠빠 ~ " 그때까지만 해도 장사꾼이 대통령이 될 확률은 50%였다. 문국현은 실패했고 이명박은 성공했다.

장고 끝에 그는 왕이 되기로 결심했다. < ~ 장 > 으로 끝나는 의자보다는 < ~ 령 > 으로 끝나는 의자에 앉는 것이 성공한 삶이니깐 말이다.  그는 < 여의도 > 를 뱁새들이나 노는 똥물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백로라고 생각한 그에게는 지저분한 놀이터'였던 셈이다. 그가 내세운 << 미래 가치 창조와 낡은 정치 청산 >> 이라는 표현은 똥물을 정화해서 백조의 호수로 만들겠다는 은유였다. 청개천 복원 사업을 흉내 낸 여의도 밤섬 복원 사업인 것이다. 이 도도한 백로의 우아한 동선을 국민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 리틀 이명박 " 처럼 보였다. 이명박이 주는 교훈은 명확했다. 기업을 경영하는 것과 국가를 경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분야라는 것. < 기업 > 은 주주의 사익을 도모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반면 < 국가 > 는 시민의 공익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가는 돈을 버는 주체가 아니라 걷어들인 돈을 분배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재화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기업과 국가는 전혀 다른 경영 방식으로 움직이는 조직'인 셈이다. 이명박은 장사꾼답게 철저하게 국가를 기업처럼 경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을 도왔던 측근의 사익을 위해 국가를 운영했다. 4대강 삽질'은 < 주식회사 이명박 > 에게 투자한 주주들에게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 또한 주식회사 이명박은 막대한 세금으로 글로벌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 젖가락 마이싱 " 이었다. 이 실패한 교훈을 국민들은 여전히 인지하지 못했다. 안철수 또한 이명박처럼 성공한 기업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그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안철수의 말버릇에 있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늘 거창한 거시 담론이었다. 대표적인 말버릇이 바로 " 낡은 정치 청산 " 이다. 낡은 정치 ?! 당연히 청산해야 될 적폐' 다.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시라. 가스통 난닝구 아저씨'도, 어버이 연합 알반지 아줌마'도, 빨갱이도 모두 낡은 정치를 청산해야 된다는 말에 동의할 것이다. 미래 가치 창조'라는 거시 담론은 ? 마찬가지'다. 문제는 거시 담론이 아니라 미시 담론'이다. 뜬구름 위에서 뒷짐 지고 헛소리를 하는 것보다 범위를 좁혀서 구체적 실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안철수는 거시 담론만 말할 뿐 미시 담론'을 내놓지는 않는다. 그는 왜 거시 담론 페티시즘에 빠졌을까 ? 미시 담론을 의제로 꺼내는 순간, 사람은 정치색을 분명히 드러낸다. 거시 담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보다

미시 담론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쩨쩨한 사람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공정한 분배를 이야기하면 된 놈이 되지만, 추렴 문화를 강조하는 순간, 그 사람은 쩨쩨한 놈'이 된다. 그래서 정치가들은 미시 담론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정치판이 아닌 문학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얼마 전, 문인 (대략)1217명이 국정 교과서 반대 선언을 했다. 그 전에는 시국 선언을 하기도 했다. 핏빛 절규가 알알이 맺힌 명문이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묻고 싶다. 나랏일'에 대해서는 모든 문인이 팔을 걷어붙이고 앞장섰지만 정작 집안일에 속하는 신경숙 표절 사건과 출판 권력'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는 것일까 ? 그리고 문단의 폐단에 대해서는 ???    다시 말해서 : 국가의 권력 독점에 대해서는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처럼 광장에 나와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더니,

신경숙의 문단 권력 독점에 대해서는 찍소리도 못하냐는 말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인가 ? 낡은 정치, 당연히 청산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광의적(廣義) 애티튜드'가 아니라 쩨쩨한 애티튜드'다. 김수영은 詩에서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라고 말했지만 사실 김수영의 쩨쩨한 애티튜드는 정치적으로 옳다. 한때, 왕이 되려고 했던 남자의 몰락을 보는 것은 씁쓸하다. 안철수가 주류의 권력 독점을 우려한다기에 문재인은 권력 분배를 제안했고, 안철수가 낡은 정치를 청산하자며 혁신안을 제안하길래 문재인은 보다 강한 혁신안을 내놓았더니 돌아오는 것은 딴소리'다. 안철수 曰, 분골쇄신했더니 돌아온 것은 조롱과 멸시 ??!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당신은 왕이 될 수 없다.

왕이 됐다한들 기껏해야 우왕(愚王)이 될 뿐이다. 당신이 앵무새처럼 낡은 정치'라는 말풍선을 남발할 때마다 신물이 난다. 이제...... 그만 하시라. 당신은 실패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립간 2015-12-07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의廣義적 애티튜드와 쩨쩨한 애티튜드 ; 최적의 애티튜드는 알기 어렵고 최적에 관한 한, 약간의 운이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째든 `당신은 실패했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7 17:35   좋아요 0 | URL
결과론적으로 무릎팍 보고 무릎 탁 쳤던 열광은 실수였던 거죠. 정치 영역에서 도저히 인물이 없으니
엉뚱한 곳에서 찾기 시작했고, 그걸 안철수는 덥썩 받았으니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7 17:35   좋아요 0 | URL
결과론적으로 무릎팍 보고 무릎 탁 쳤던 열광은 실수였던 거죠. 정치 영역에서 도저히 인물이 없으니
엉뚱한 곳에서 찾기 시작했고, 그걸 안철수는 덥썩 받았으니 말입니다.

cyrus 2015-12-0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누리당 싫어하는 사람들이 박근혜 다음으로 안철수를 싫어합니다. 지금 페이스북에 안철수가 까임 지분을 많이 받고 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7 17:37   좋아요 0 | URL
그럴 것 같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안철수는 서랍 같다고,
서랍을 열었는데 1/3만 열리는 ( 안에 뭐가 걸려서 열리지 않는... )
그런 서랍 같다고 말한 분이 계셨는데 그 표현이 탁월한 듯 합니다.
아니 싫으면 그냥 집전화로 걸어서 싫거등요. 라고 하면 되지
굳이 무슨 대국민 담화하듯.. 착각하고 계시는 듯합니다. ˝ 나 지지율 50%였던 남자야 ! ˝ 이런 태도...

가넷 2015-12-07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관심 밖이죠 뭐... 아니, 욕을 먹고 있으니까 아직은 관심 밖까지는 아니겠네요. 그래도 좀 안쓰럽긴 하네요. 더 이상 활동할 공간확보가 어려워 보이니... 앞으로 어떻게 할지 궁금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8 10:43   좋아요 0 | URL
무릎 팍에 속았씁니다. ㅎㅎ. 부활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