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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데미안 차젤레 감독, J.K. 시몬스 외 출연 / 콘텐츠게이트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 펑고(fungo)와 채찍(whi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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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입사 사장이 기피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 숀 팬 " 이다. 할리우드에서는 뛰어난 연기력을 겸비한 재능 있는 연출가'라는 평가를 받지만 한국에서는 그가 나온 영화치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거의 없다 보니 수입업자 사이'에서는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는 일단 장바구니에 담기를 꺼려한다. 그런데 딱 한번,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대한민국에서 흥행 대박을 터트린 경우가 있었다. 바로 << 아이 엠 샘 >> 이란 영화였다. 영화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 7번 방의 선물 >> 에서 판타지를 뺀 영화가 << 아이 엠 샘 >> 이다. 전자가 치킨이라면 후자는 백숙에 속했다. 영화 << 집으로 >> 에서 어린 밤톨 머리 유승호가 " 물에 빠진 닭 " 이라고 했던 그 닭 말이다.
이 영화를 수입한 수입업자는 " 싼 맛 " 에 사서 변두리 극장에서 개봉한 후, " 극장 개봉 화제작 " 이란 이름으로 비디오 시장에 내놓을 속셈이었는데 그만 " 쌈박 " 하게 대박을 터트린 경우. 충무로 거리를 떠도는 바람이 내 귀에 전한 말에 의하면 : 수입사 사장은 이 영화 한 편으로 떼돈을 벌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 영화는 북미'에서는 흥행과 작품성에서 모두 실패한 영화'였다(하기사, 흥행 실적이 저조하니 보따리 장사꾼'이 싼 맛에 영화를 산 것이겠지만). 이 간극은 서양과 동양, 가족 서사극을 보는 흥행 코드가 서로 달랐던 까닭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영화가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 << 7번 방의 선물 >> 과 소설 << 엄마를 부탁해 >> 가 대한민국에거 먹히는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엄마와 아빠만 나오면 일단 < 반 > 은 먹고 들어간다. 괴깃국에 밥 말아먹구, 벤츠 타고 룸쌀롱 가서 양주 마시구, 사시미 들이대며 " 삥 " 이나 뜯던 양아치 선생도 시골에서 고생하는 우, 우우우우우리 엄마(아빠) 얘기만 나오면 눈시울을 붉히는 서정을 가진 민족이니까. 이와 비슷한 영화가 바로 올해 개봉한 << 위플래쉬 >> 란 영화였다. 부모와 자식 관계는 스승과 제자 관계로 바뀌었다. << 아이 앰 셈 >> 과 마찬가지로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실패한 이 영화가 유독 대한민국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바깥 세계'에서 보기에는 이 영화에 대한 반짝 흥행이 꽤 진풍경이었던 모양이다. 그들이 보기에는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할 영화는 아니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미국 언론'이 한국에서 이 영화가 대중적으로 성공했다며 그 내용을 자세하게 다룬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 작품성이 뛰어난 수작(秀作) " 이라는 평가'에는 100% 동의하지만 " 가슴 뭉클한 감동적인 수작 " 이라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두 명(미치광이 교수 플레쳐와 악발이 학생 앤드류)의 위험한 또라이'가 대결하는, 정교한 스릴러적 감정선을 탁월하게 묘사한 장르적 쾌감'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일 뿐, "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셔셔셔, 아아아아, 시발... 아아아 고마운 " 플레쳐 교수님의 사랑에 감읍하야 어린 백성은 감동할 휴머니즘 영화는 아니라는 말이다. 스릴러 영화는 < 괄약근 > 을 조이게 만드는,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장르인데
이 영화를 보고 < 눈동자 > 가 풀렸다면 그것은 감독의 제작 의도를 잘못 읽은 것이다. 나사를 조여야 할 때 나사를 푸는 꼴이다. 플레쳐의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다 자살을 한 제자'가 있는 판국에 플레쳐 교수를 참스승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바른 윤리적 판단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대중이 플레쳐의 회초리 교수법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데 있지 않았을까 ? 괴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고 강마에식 교수법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플레쳐는 익숙한 캐릭터이지 이상한 캐릭터가 아니다.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 얘야, 플레쳐 선생의 폭력과 폭언은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란다...... " 장정일식으로 매우 거칠게 말하자면 이 영화를 보고 감동 받았다면 넥타이 공장이나 차려야 한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회초리 교수법을 신뢰한다. 플레쳐 교수'가 회초리를 가지고 군기를 잡는다면 한화 이글스 구단 김성근 감독은 방망이를 가지고 군기를 잡는다. 플레쳐가 휘두르는 회초리 교수법은 김성근이 그날 경기에서 밉보인 선수들에게 행하는 펑고(fungo)와 닮았다. 말이 좋아 " 훈련 " 이지, 경기가 끝나면 운동장에 남아서 몇몇 선수에게 행하는, 한밤에 벌어지는 펑고는 훈련을 가장한 얼차례요, 상대방 모욕하기'이다. 이기는 팀 선수들은 야구장을 놀이터로 여긴다. 반면 항상 지는 팀 선수들은 야구장에 들어서면 한숨부터 나온다.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 fungo play " 가 아니라 " play for fun " 이다. < 죽을 각오로 하는 놈 > 보다는 <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놈 > 이 좋은 결과를 얻는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에서 김성근의 펑고는 김성근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추앙받았다. 그는 엄하지만 마음은 따스한 스승이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한화의 성적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눈에 콩깍지가 씌었던 대중은 서서히 그 실체를 목격하기 시작했다. 이제 대중은 김성근의 펑고가 구시대적 악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플레쳐는 좋은 스승이 아니라 미친(go funny) 사람'이다. 플레쳐의 교수법에 감동하기에 앞서 그 교수법 때문에 학생을 자살하게 만든 플레쳐에 대한 비판이 선행되어야 하고, 김성근의 펑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기에 앞서 그 펑고 때문에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선수들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죽을 각오로 하는 놈은 결코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놈을 이길 수 없다.
- 비디오 시장에서 < 극장개봉작 > 과 < 극장미개봉작 > 은 출고 가격부터가 차이가 난다. 물론 비디오 판매 순위에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영화 수입업자는 극장개봉작'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데 주로 허름한 변두리 극장에서 일주일 정도 개봉한 후 바로 비디오 시장으로 나온다.
- 한국 박스오피스 1위를 달렸다.
- 이 영화는 작품성은 인정 받았지만, 대중의 흥행성은 실패한 영화다. 대한민국에서만 두 마리 토끼를 잡았을 뿐 !
- <운동> 야구에서, 야수들의 수비 연습을 위하여 코치들이 공를 쳐 주는 일.
- 경기 도중 질책성 선수 교체'는 선수 입장에서 보면 치욕적이다. 잦은 퀵 후크, 불펜 투수 혹사, 보복성 야간 특훈은 구시대적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