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주례사 문단이여 !
" 현재 <창작과비평>의 상임 편집위원 가운데 문학계 인사는 한기욱, 백지연, 진은영, 황정아 씨 등이며 <문학동네>의 편집위원은 차미령(주간), 강지희, 권희철, 김홍중, 남진우, 류보선, 서영채, 신수정, 신형철, 이문재, 황종연 등이다. 이들은 모두 문학계 안팎에서 상당한 발언권과 함께 적지 않은 독자를 거느린 지식인들이다. " ( 프레시안 2015.06.18 자 기사에서 부분 발췌 )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신경숙의 표절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비주류 평론가들이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주류인 창비와 문동 편집위원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예쁘게 표현해서 " 침묵 " 이지, 촌스럽게 표현하자면 " 입도 뻥끗 " 못하고 있다. 문단에서는 문예지 편집위원은 꽤 좋은 자리'다. " 표절이 아니다 " 라는 주장을 < 지지 > 하자니 들끓는 여론의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 저지 > 하자니 출판사 눈치가 보인다. 과연 어떤 태도를 보일까 ? 그들이 내놓을 예상 가능한 모범 답변은 "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 이겠지만 그래도 궁금한 것은 어쩔 수가 없네. 이제 관심사는 출판사과 작가의 태도가 아니다. 신경숙은 자신을 지지하는 창비에게 빚을 진 마음이겠으나 그리 좋아할 만한 것은 못된다. 창비가 신경숙에게 보내는 " 아스트랄的 아가페 " 는 잘 팔리는 히트 상품에 대한 기획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작가'라기보다는 상품'으로 취급한 것이다. 창비는 자사 상품을 팔기 위해 미시마 유키오'를 구닥다리 상품으로 폄하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미시마 유끼오를 욱일승천기 상품 따위로 취급했으니, 이 정도면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은 아닐까 ? 그를 듣보잡으로 만드는 신경숙과 창비의 대응 전략이 우습다. 하늘 같은 작가를 한 수 아래 내려다보는 수가 대중에게 통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오히려 반발만 거센 경우가 됐다. 됐고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제는 문단 내 주류 문인들이 답해야 할 상황'이다. 그동안 문단은 시종일관 남의 눈에 있는 띠끌만 보고 내 눈의 들보는 못 보는 태도로 일관했다. " 들보가 어디 있어염 ? " 그들은 목에 핏대 세우며 시국선언에 동참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놀고 있는 흙탕물에는 침묵을 지켜왔던 것이다. 정치판은 썩었지만 문학판은 청정 지역이다 ? 가슴 아파도 ~ 나 이렇게 ↗ 울지만...... 이제 답해라.
특히 문동이 전략적으로 키우는 신형철의 입장이 " 졸라 " 궁금하다. 신형철은 << 눈 먼 자들의 국가 >> 에서 한 꼭지를 맡아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사건은 ‘진실’과 관계하는, ‘대면’과 ‘응답’의 대상이다. 사건이 정말 사건이라면 그것은 진실을 산출한다. 진실이 정말 진실이라면 우리는 그 진실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그때 해야 할 일은 그 진실과 대면하고 거기에 응답하는 일이다(229쪽) ˝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사실을 믿는다. 그렇다면 신경숙 표절 사건이야말로 " 진실과 관계하는, 대면과 응답의 대상 " 이기에 " 해야 할 일은 그 진실과 대면하고 거기에 응답하는 일 " 이다. 평론가가 응답해야 할 일은 당연히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 응답하라. 침묵은 금이라는 금언을 믿지 않은 지는 이미 오래. 현대 사회에서 침묵은 부패의 좋은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