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조지 밀러 감독, 샤를리즈 테론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프로이트와 매드 맥스

 

                                  프로이트는 여성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한마디로 “ nothing ! " 이었다. 그는 여성 오르가슴은 질 섹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현대 의학에 의하면 여성 오르가슴은 대부분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는 게 없으니 엉뚱한 대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뿐이 아니다. 현대 뇌 과학은 상당 부분 프로이트 이론이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그의 업적을 깎아내릴 수는 없다. < 무의식 > 을 발견했으니까. 그것은 뉴턴의 사과와 비슷한 것이었다. 뉴턴이 낙과落果를 통해서 보이지 않는 중력을 발견했듯이, 프로이트는 의식 너머에 있는 무의식을 발견했다. 무의식이란 의식이 없다(非 : 아니 비)는 개념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의식(秘 : 숨길 비)을 뜻한다.

 

사실, 프로이트 이론은 정신분석학보다는 상징 해석학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어쩌면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기꾼인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프로이트 이후, 많은 문학 작품은 프로이트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했다. 사실, 해석이라는 게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피어싱이 아니었던가 ! 기다란 것은 다 페니스라고 퉁치면 그만. 페니스는 아버지의 억압이라고 말하며 가부장 사회 구조의 모순을 지적하면, ...... 프로이트 이론은 만능 믹서기인 도깨비방망이'인 셈이다. 이러다가는 현대 여성의 불안은 남성의 불알 때문이라고 우겨도 할 말은 없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프로이트를 버릴 수가 없다. 왜냐하면 프로이트 이론으로 작품을 해석하면 고리타분한 작품도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처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발견된(보이는) 증거가 아니다. 격투 끝에 땅에 떨어져 망가진 피해자의 시계는 가해자에 의하여 조작된 증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것은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살인자의 트릭. 지나치게 선명한 증거는 가짜. 추리소설은 그 사실을 말해준다. 명탐정은 오히려 사건 현장에서 눈에 보이는 증거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지나치게 사소해서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증거를 찾는다. 사소한 증거가 가장 결정적 단서가 된다. 프로이트 이론도 이와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그는 환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사소한 말에서 결정적 단서를 포착한다. 그가 주목한 것은 농담이나 말실수, 동음이음어 따위. 그래서 나는 프로이트 논문을 학술서가 아닌 추리소설로 읽는다. 그가 추리소설광이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결국 “ 위험한 독서 인 셈이다. 영화 <<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 를  프로이트의 범성론적 시각으로 해석해 볼까 ? 우우, 하지 마시라. 심심풀이 땅콩으로 푼 위험한 해석이라고 해두자. 퓨리오사가 운전하는 8기통 두 개짜리 전투 차량은 도상학적 시각으로 보면 < 페니스 > ,  페니스냐고 묻지 마시시시라. 프로이트 해석학에서 기다란 것은 다 페니스로 통한다. 당신 꿈에 당신이 싸리나무 회초리를 들고 있다면, 프로이트는 똑같은 대답을 했을 것이다. “ 그러니까, 그게 뭐냐면, 당신이 손에 쥔 회초리는..... 페니스입니다 ! ” 사실, 영화 << 매드 맥스 >> 는 서사가 탄탄한 영화는 아니다. 이야기를 최소화하는 대신 이미지를 최대치까지 끌어올린 영화이니 탄탄하지 못한 서사를 굳이 비판할 일은 아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는 집토끼마저 놓치는 경우는 허다하니깐 말이다.

 

 

 

 

남성 혈맹으로 맺어진 호전적 사회에서 여성이 독재자인 임모탄의 오른팔 전투 사령관이라는 설정은 의아하다. 임모탄은 여성을 철저하게 착취 수단으로 이용하는 남성 우두머리'인데 가장 중요한 전투 사령관 자리에 여성인 퓨리오사를 배치한다는 것은 모순된 태도처럼 보인다. 내가 보기에 퓨리오사는 남성화된 여성이거나 거세되어 여성화된 캐릭터. " 그러니까, 그게 뭐냐면, 그녀의 잘린 팔...... 페니스‘입니. "  그녀는 남근이 거세되어 여성화된 것이다. 애애, 하지 마시라. 이 모든 비난은 프로이트 할아버지에게 주시라 ! 퓨리오사를 거세된 남성으로 설정하면 8기통 두 개짜리 전투 트럭이 선명하게 보인다. 불알 하나에 남근이 달린 형상을 한 전투 차량은 오직 남성만이 운전할 수 있다( 실제로 제작진은 8기통 엔진 차량에 부설된 둥근 탱크를 두 개'로 설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노골적인 은유여서 철회했다고 !).

 

 

 

많은 사람들은 이 전투 차량에서 우유가 나온다는 점을 들어 여성성을 의미한다고 주장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 우유는, 그러니까, 그게 뭐냐면.......  정액입니다 ! 정액을 하고 다시 말하자면, 아니 정색을 하고 다시 말하자면 : 프로이트 이론에서 페니스는,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펠루스는, 결핍(결여)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자. 전투 차량을 운전하는 퓨리오사, 맥스, 룩스는 모두 결핍의 존재이다. 퓨리오사는 팔을 잃은 전사이고 ( 전사가 팔을 잃었다는 것은 얼마나 남근적 상징인가 ! 프로이트의 << 늑대 인간 >> 에서 늑대 인간은 거세 공포증으로 인해 잘린 손가락 환상에 시달린다. 라캉은 늑대 인간의 잘린 손가락 환상을 실재의 귀환'이라고 말했다), 맥스는 아내와 딸을 잃은 무능한 아버지이고,

워보이 룩스는 피-주머니에 의지해야만 가까스로 움직일 수 있는 존재. 그들에게 있어서 전투 차량은 거대한, 딱딱한, 펄펄 끓는, 싱싱한 정자가 가득 찬 오브제. 그들은 모두 남근 선망에 시달린다. 임모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씨받이를 되찾기 위해 퓨리오사 뒤를 쫓는 게 아니라 싱싱한 정액이 가득 찬 팔루스-기계'를 되찾기 분노의 도로를 질주한다.  그것은 << 반지의 제왕 >> 에 나오는 반지와 같다. 그것을 가진 자'만이 영토를 지배할 수 있다. 그는 남근-기계를 되찾는 데 실패하자 죽는다. 그 죽음은 거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얼마든지 여성적 시각으로 읽을 수도 있다. 임모탄이 거주하는 시티텔은 거대한 자궁에 대한 은유다. 팔루스 세계와 반대되는 개념이 코라인데, 코라는 오이디푸스라는 아버지 세계'와 반대 개념인 원초적 자궁을 뜻한다.


 

 

​그리고 모래 폭풍 지역은 관 모양의 여성 생식기'에 해당된다. 그것은 세상 밖으로 나가는 음도 陰道 요, 음문 陰門 이다. 퓨리오사'가 음도와 음문을 지나(모래 폭풍을 지나) 세상 밖으로 나가는 장면은 << 출산 이미지 >> 를 떠올린다. 하지만 세상 밖 유토피아'는 없다. " 유토피아 " 라는 말 자체가 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라는 뜻이니 말이다. 퓨리오사가 맥스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다시 시타텔로 돌아가는 상황은 프로이트가 말하는 << 자궁-환상 >> 에 속한다. 그것은 어머니의 생식기 안에 있는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은 소망인 것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자궁 환상은 아버지에 대한 애착에서 오는 것이 보통이란다. 믿거나 말거나. 결국 퓨리오사가 상징적 아버지인 임모탄에게 보이는 적의는 애착이 변한 증오'라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퓨리오사의 성장 영화로 서부 영화 << 쉐인 >> 과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퓨리오사는 소년/소녀'이고 맥스는 떠돌이 총잡이 쉐인'이다. 그들은 22세기 총잡이답게 말 대신 차 위에서 싸운다. 이처럼 해석이란 어느 쪽에 어깨를 기대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것은 < 틀린 것 > 아니라 < 다른 것 > 이고, 좋게 말하자면 열린 텍스트요, 다양성이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는 지나치게 획일적이어서 뚜렷한 서사'보다 창의적이다. 영화 <<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 는 팔루스와 코라를 모두 품을 수 있는 텍스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뛰어난 영화다 ■

 

 

 


※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crescendo_14/220361738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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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6-12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의 지은이), 우에노 치즈코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의 지은이),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지은이)가 이 영화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의 배경으로 `여성 주의` 입장에서 줄거리를 전개한다면 어떤 줄거리가 가능할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2 10:04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영화 보면서 느낀 점은 감독이 흥행뿐만 아니라 비평적 면에서도 쓸거리를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었씁니다. 아마도 다양한 여성 글쓰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긴 이 영화에서 여성은 기존 영화와는 달리 적극적입니다.체제순응적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쁜 여자`입니다. 그 쾌락이 여성 관객을 속 시원하게 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마립간 2015-06-12 10:21   좋아요 0 | URL
저는 체제 순응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나쁜 사람이지, 나쁜 여자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 영화 줄거리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이 적용된 스토리가 나온다면, 저의 인식 한계는 확장될 것이고, 통찰의 높이는 좀 더 높아지겠죠. 제 상상력의 한계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2 11:2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조지 밀러 감독이 여러 측면을 고려한 게 있습니다. 일단 여성 전사`라는 측면에서 캐릭터가 새롭잖습니까. 지아이제인 같은 어설픈 마초 여성은 아니라는 점이죠. 하튼. 마립간 님, 요 영화 함 보십시오. 꽤 재미있습닏.

samadhi(眞我) 2015-06-13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이 영화를 보고 논문을 쓰셨네요. 프로이트가 까딱 놀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3 05:49   좋아요 0 | URL
프로이트 할아버지 함 만나고 싶네요....

samadhi(眞我) 2015-06-13 05:50   좋아요 0 | URL
맞짱 뜨시려구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3 05:57   좋아요 0 | URL
아니요.. ㅋㅋㅋ 제가 프로이트를 얼마나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상담 함 받아보려고요.
프로이트가 어떤 논문을 쓸지 기대가 됩니다.

반딧불,, 2015-06-20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서재 링크 탔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제 생각과 상당히 유사해서 댓글답니다.
그.러.나. 어설픈 페미니스트입니다만 이 영화는 페미니즘 영화가 전혀 아닙니다. 젠더적인 남성성을 가진 퓨리오사에 대한 제 느낌은 기가 막히다는 것. 그리고, 영화에 대한 느낌은 불유쾌하다는 것입니다. 전혀 해방감도 없었고, 상징하는 것들에서 혐오를 느꼈습니다. 특히 교묘한. 교묘한이 아니라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의도적인 섹슈얼리티에는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저는 그 기타맨에게서도 해방감보다는 암울함이 더 강했습니다.
초면에 실례가 아니었으면 합니다.꾸벅.

곰곰생각하는발 2015-06-20 15:17   좋아요 0 | URL
어설픈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어설픈 페미니즘이라는 말씀이시죠 ?
반딧불 님이 어설픈 페미니스트이다, 라고 걸로 이해해서 다시 보니 이 영화에 대한 정의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