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 뽕끼'란 무엇인가 ?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서 발라드 노래를 발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드'하게 불러도 트로뜨(trot)'처럼 들리는 경우'가 있고 댄스 논래를 발랄하아아아아아아아아게 불러도 역시 트로뜨처럼 들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 뽕끼 " 의 감성 충만'이라고 부른다. trot : 빠른 걸음으로 걷다 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트로트는 서양의 사교댄스에서 사용된 음악으로 일본 엔카와 혼합되면서 한국식 트로뜨'가 탄생하게 되었다. 트로트 장르는 딴스홀에서 춤추기 좋은 곡이니 4/4박자 리듬'을 기본으로 하고 강약의 박자를 자주 사용한다. " 강약의 박자 " 가 무슨 말인가 하면 조울증 환자처럼 강 박자'에서 느닷없이 약 박자'로 하강하고 반대로 약 박자에서 강 박자로 급상승하는 음의 고저 변화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이 기본 바탕에 " 꺾기 " 라는 한국식 창법과 색스폰'으로 마무리하면 진정한 " 뽕짝 " 이 되는 것이제 ! 이 사실을 알랑가 몰라. 모르면 호로 자슥이제 ! ( 무대 코러스 일동 ) 그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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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과잉 감정 표출을 의미하는 " 끼 " 라는 단어가 결합한 것이 " 뽕끼 (뽕짝+끼) " 다. 한국인은 눈물이 많은 민족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트로트라는 경쾌한 춤곡'에도 슬픈 가사'를 붙여서 뽕끼'를 만드는 신공을 보여준다. 서정적 차원에서 뽕끼를 제대로 보여주는 노래는 심수봉의 <<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 다. 우선 <<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 가사를 살펴보자.
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 아쉬워 두 손을 꼭 잡았나 / 눈앞에 바다를 핑계로 헤어지나 /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 보내주는 사람은 말이 없는데 / 떠나가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해 / 뱃고동 소리도 울리지 마세요 / 하루하루 바다만 바라보다 / 눈물 지으며 힘없이 돌아오네 / 남자는 남자는 다 / 모두가 그렇게 다 / 아 ~ 아 ~ 아 ~ 아 ~ / 이별의 눈물 보이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 남자는 다 그래
매달리고 싶은 이별의 시간도 / 짧은 입맞춤으로 끝나면 / 잘가요 쓰린 마음 아무도 몰라주네 /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 아주 가는 사람이 약속은 왜 해 / 눈멀도록 바다만 지키게 하고 / 사랑했었단 말은 하지도 마세요 / 못견디게 내가 좋다고 / 달콤하던 말 그대로 믿었나 / 남자는 남자는 다 / 모두가 그렇게 다 / 쓸쓸한 표정짓고 돌아서서 웃어버리는 / 남자는 다 그래
이별의 서정을 이토록 절절 처절하고 너절하게 하게 가사에 담은 노래도 없다. 눈보라가 휘날아리는 바람찬 흥남 부두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간절한 기다림은 여자가 " 하루하루 바다만 바라보다 (1절 가사) / 눈멀도록 바다만 지키게 (2절 가사) " 한다는 대목에서 절창을 이루고, 반대로 남자는 " 못 견디게 내가 좋다고... / 쓸쓸한 표정짓고 돌아서서 웃어버리는 " 인격 파탄자'로 묘사한다. 이 극한 대비'가 처절한 이별 감성을 고조시킨다. 주변인이 보기에는 이런 놈을 목놓아 기다리고 있으니 좋게 말하면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서사'이고 나쁘게 말하면 청승'이다. 이것이 바로 " 뽕끼 " 다. 감정의 파랑주의보, 조용필이 말한 "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아이러니'가 뽕끼'란 말이다.
이러한 뽕끼'는 감정을 지나치게 과장해서 말하거나 냉철한 이성 판단이 상실되어 감정에 휩쓸린 조울 증상'에 가깝다. 뽕끼는 트로뜨'에만 국한된 감성 포텐'이 아니다. 90년대 댄스곡도 대부분 뽕끼化되었다. 뽕짝이 폭스트로트에 슬픈 가사를 삽입했다면 90년대 댄스곡도 신나는 리듬에 슬픈 가사를 삽입했다는 측면에서 유사ㅡ트로뜨 장르다. 김건모가 부른 << 잘못된 만남 >> 도 자세히 뜯어보면 비극적 가사와 속사포 템포가 엇박자'를 탄다. 이 노래도 알고 보면 " 아아, 울고 있어도 웃음이 난다 " 와 같은 서정을 담는다. 서태지가 부른 << 난 알아요 >> 도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고, 아아 시바 울고 있어도 웃음이 나는 조증과 울증의 하이브리드'이다.
격렬한 댄스와 함께 " 오, 그대여 가지 마세요 " 라고 말한 후 " 나는 지금 울잖아요 " 라고 말하니 어느 쪽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지 모른다. 서태지 너마저 촌스러운 뽕끼'로 노래를 불렀으니 할 말이 없다. 댄스도 뽕끼化되었고, 발라드도 뽕끼化되었다. ( 창법만 가지고 보았을 때 : 발라드 뽕끼의 궁극은 바이브'다. 바이브의 바이브레이션 창법은 뽕끼의 바이블'이다. 그들이 부르는 창법은 마치 물 먹은 습자지' 같다. ) 특히 박진영표 발라드는 뽕끼의 진수'다. 이러한 뽕끼 신파'는 한국 문화 전반에 퍼져 있다. 대표적인 문화가 가족주의를 내세운 포데기 신파 ㅡ 드라마와 영화'다. 영화 << 수상한 그녀 >> 는 브레히트의 억척 어멈 서사를 뽕끼 스타일로 각색한 영화였고,
<< 국제 시장 >> 이나 << 변호인 >> 또한 억척 어멈 서사를 억척 아범 서사로 변용한 텍스트였다. 진보 진영은 << 국제시장 >> 을 싸구려 보수 찬양 영화라고 비하하고, 보수 진영에서는 << 변호인 >> 을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인물을 미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두 영화는 모두 포데기 신파'라는 점에서 같은 영화'였다. << 국제 시장 >> 이 형편없는 영화인 이유는 산업화 시대에 대한 미화 때문이 아니라 촌스러운 가족 서사극의 지긋지긋한 재탕에 있고, << 변호인 >> 또한 같은 이유에서 촌스러운 영화'다. 둘 다 도찐개찐'이다. 막나가는 재벌 2세와 가난한 여성을 엮는 러브 스토리'도 껍데기를 벗기고 안으로 쑤시고 들어가면 포데기 신파와 맥을 같이 한다.
영화 << 변호인 >> 에서 배우 송강호가 아버지가 없는 편모 가정(국밥집) 에 유사 아버지로 편입되었다면 드라마 << 발리가 생긴 일 >> 에서 배우 하지원은 유사 어머니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서 사랑 없는 표독스러운 진짜 어머니를 대신할 가짜ㅡ어머니 역할을 한다. 멜라니 클라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진짜ㅡ어머니는 나쁜 젖가슴이고 가짜ㅡ어머니(하지원)은 좋은 젖가슴이다. 여자는 남자의 결핍을 채우는 대리자'이다. 그러니까 청춘 사랑 드라마가 아니라 가족 드라마인 셈이다. 조인성이야말로 모성애'를 자극하는 여리여리한 외모가 아니었던가 ? 그는 " 키덜트 " 의 상징적 존재'다. 여담이지만 : 조인성이 입에 주먹을 넣으며 오열하는 장면은 눈 뜨고는 차마 볼 수 없는 뽕끼 연기의 궁극'이었다.
우는 연기보다 어려운 연기는 자연스럽게 웃는 연기이고, 웃는 연기보다 어려운 연기는 무표정한 연기'이다. 관객이 배우의 무표정한 표정 속에서 다양한 텍스트를 읽어낼 때 그 배우는 훌륭한 배우가 된다. 송강호가 영화 << 밀양 >> 에서 보여준 연기가 좋은 예이다. 잘 표현된 배우의 무표정은 생각할 거리'가 많은 열린 텍스트'이다. 주먹 먹고 오열하는 장면은 어려운 연기가 아니라 메소드 연기를 기본적으로 습득한 배우라면 쉽게 할 수 있는 연기'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뽕끼는 감정 조절에 실패한 과잉 서사'라 할 수 있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가족 서사'는 기득권이 좋아하는 이야기 구조'이다. 가족 서사'는 타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오로지 내 새끼, 내 가족, 내 나라'만 중요할 뿐이다.
기껏, 열린 마음으로 외연을 확장한다 해도 우리 새끼, 우리 가족, 우리 나라'가 고작이다. 그러니 연대가 이루어질 리 없다. 연대란 결국 타자와 손잡는 행위'이니 말이다. 이처럼 국가나 재벌이 가족주의'를 양산하는 이유는 타자와 연대하려는 것에 대한 반감'에 있다. 가족주의는 기득권을 먹여살리는 뽕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