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생각하는 갈대와 생각 없는 꼰대 : 대한민국 정치가 쌍팔년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정직한 청년보다 현명한 노인'이 없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토양에서 뿌리를 내린 아이는 자라서 " 생각하는 갈대 " 가 되고, 어른은 자라서 " 생각 없는 꼰대 " 가 된다. 파스칼은 << 팡세 >> 에서 "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다. "라고 말했지만 그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면 생각하는 갈대'라는 문장 대신 생각 없는 꼰대'라고 고쳤을 것이다. 대한민국 꼰대는 철갑을 두른 듯하다. 바람 소리 불변함은 일편단심이다. 그네들에게 꽃 중의 꽃은 오로지 박근혜 꽃'뿐이다. 악의없는 순수한 몰입이 대한민국 정치를 망친다. 양심이 없는 늙은 놈보다는 차라리 싸가지 없는 젊은 놈이 낫다.
7. 박가분, 일베의 사상 : 박가분은 < 일베의 사상 > 에서 " 일베 " 를 진보 좌파에 대한 반동으로 태어난 세력으로 규정했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다 보니 마지막에는 단추 하나가 남았다. 단추 모양새가 맹추 같다. 박가분은 일베를 진보 좌파의 거울쌍'이라고 주장한다. <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 사고방식이나 견해가 종래와는 달리 크게 변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다. 하지만 뒤통수 후려치는 반전은 추리소설에나 어울리는 말방귀'이지, 사회학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재주다. 분석 틀을 너무 과도하게 돌렸어요, 뿌잉뿌잉 ! 일베는 진보 좌파에 대한 반동으로 태어난 세력이 아니라 상식에 대한 반동으로 태어난 세력'이다. 그들은 < 젊은 우파 > 가 아니라 < 젊은 서얼 > 이다. 형을 형이라 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하자, 서러움이 특정 소수를 향한 혐오로 바뀐 것이다. 그대 이름은 홍길동이 아니라 홍, 길, 똥' 이다. 박가분은 일베를 통해 우파 메시지를 읽지만 그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울화통이 터지는 의성어'다. 의성어'는 감각의 증후일 뿐 메시지'는 아니다.
8. 재벌은 항상 불행하다 ?! : JTBC 드라마 < 밀애 > 는 1% 상류 사회'가 배경이다. 오혜원(김희애)는 상류사회에 속한 여자'이지만 로열 패밀리'에게 무시받고 사는 존재'다. 평민 출신으로 왕자와 결혼해서 왕족이 되었으나 " 그들만의 리그 " 에 진입하지 못해서 불행한 사고를 겪은 다이애나 왕세자빈과 오혜원은 약간 겹친다. 그때, 스무살 청년이 그녀 앞에 나타난다. 그녀는 마흔살이다. " 따블 ! " 이다. < 밀애 > 를 느와르 장르라고 한다면, 선재(유아인)는 옴므파탈이다. 혜원은 " 이거 모야, 설레자나 ! " 라며 어이없어하지만 심장은 나이트 클럽 스피커만큼 쿵쾅거린다. 그녀는 순애보를 선택하기에는 적당히 속물'이며, 꽤 늙었고, 상당히 똑똑하다. 하지만 결론은 뻔하다. 상류 사회에 편입되는 대신 " 따블 " 을 극복하고 진정한 사랑을 선택한다는 이야기. 와와, 시청자는 오혜원의 선택을 지지한다. 온기 없는 상류사회에서 사느나 차라리 가난하지만 뱃속 편한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상류 사회를 비판적으로 다루는 드라마는 겉으로는 사랑 없는 치열한 패밀리 전쟁'을 비판적으로 다루지만 속은 화려한 라이프 스타일을 전시해서 시청자의 욕망을 건드린다. 겉과 속이 다르다. 시청자는 사랑 없는 로열 패밀리 전쟁'을 보며 욕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누리는 화려한 삶이 부럽다. 배부른 돼지보다 굶주린 소크라테스를 선택한다고 해서 뱃속 편할 리 없다. 과도한 욕심은 행복을 야금야금 무너뜨리지만 굶주림은 행복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티븨 드라마 속 재벌은 항상 불행하다(고 드라마는 말한다). 정말 그럴까 ? 빈곤과 굶주림이 주는 고통에 비하면 의리 없는 패밀리 전쟁은 애교에 가깝다. 스무살 청년 선재는 왜 자기보다 " 따블 " 인 혜원을 사랑했을까 ? 간단하다, 상류 사회 여자'였기 때문이다. 재벌은 서민이 생각하는 것만큼 불행하지 않다. 이거 모야, 속았자나 !
9. 가난하니깐 행복하다 ?! : 지금 당신은 50년대 할리우드 느와르 영화'를 본다. 한 여자가 탐정 앞으로 다가온다. 그녀는 차양 넓은 모자를 썼다. 눈동자는 모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새빨간 입술, 새빨간 입술, 새빨간 입술 !! 여자는 고개를 들어 탐정을 바라본다. 그때 비로소 여자는 얼굴을 온전히 드러낸다. 형광등 백 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 그녀는 탐정을 아, 아아아아아아아압도한다. " 담뱃불 좀 빌릴 수 있을까요 ? " 탐정은 황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불쌍타, 탐정은 지금 개미지옥에 빠졌다 ! 관객은 사전 정보 없이 탐정 앞에 나타난 여자가 팜므파탈이라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린다. 왜냐하면 관객은 차양 넓은 모자, 킬힐, 담배를 피우는 여자'라는 기호가 팜므파탈을 상징하는 " 뻔한 공식 " 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느와르 장르'는 물신적 기호'를 적극 끌어들여서 관객이 인물을 탐색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인다. 자기소개서 시간을 따로 가질 필요가 없으니 화면을 쫀쫀하게 사용할 수 았다. 한국 드라마도 장르 공식에 충실하다. 일일 드라마에서 재벌은 가난을 미화시키기 위해 등장하는 가족드라마형 팜므파탈'이다.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암중모색은 가난하지만 착한 서민의 행복을 돋보이게 만든다. 그리고는 시청자에게불행한 재벌과 행복한 거지의 삶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이 말은 500원 가질래, 아니면 10원 가질래 ? 와 똑같은 질문이다. 사람들은 500원 대신 10원을 고른다. 맹추 ! 10원으로는 아주공갈염소똥을 12개밖에 살 수 없어. 티븨 드라마 속 서민은 가난해도 행복하다. 정말 그럴까 ? 가난해도 행복한 사람이 있고, 가난해서 불행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가난하기 때문에 행복한 사람은 없다. 이거 모야, 또 속아짜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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