닝기미, 당신은 울어도 죄가 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측은지심은 < 공감/共感 > 에서 나온다. 여기서 [ 共 : 함께 공 ]은 [ 卄 : 스물 입 ] + [ 入 : 손을 뻗쳐 올릴 입 ] 으로 이루어진 한자다.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다면 스무 사람이 모두 손을 바친다는 의미에서 " 한마음 한뜻 " 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슬픔과 분노를 공유한다는 것은 정치적 이념을 떠나 평범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측은지심에서 비롯된 감정이다. 그런데 이 슬픔과 분노에 대하여 색안경을 끼고 판단을 하는 무리가 있다. 박근혜와 잔당들이 그들이다. 박근혜 정권이 독한 이유는 공감 능력이 완벽하게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심장이 없는 깡통 로봇 같다. 박근혜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 능력이다. 반면 그 잔당들( 共 ) 은 공감 능력이 탁월하다. 그런데 이 공감'이 이상하게 빠졌다.
그것은 만인(인류)에 대한 보편적 공감'이 아니라 일인(박근혜)를 향한 편집증적 공경'이다. 스무 명 안팎(卄)으로 이루어진 잔당들은 손을 높이 쳐들어 박근혜 만세 ( 入 : 손을 뻗쳐 올리다 ) 를 부르는 로터리 클럽 ( 老터리 클럽 ) 회원들이다. 그들은 컵라면은 반드시 의자에 앉아서 먹어야 하며, 80명 정도 구하면 " 선방 " 이라며 자화자찬한다. 보스가 행차를 하시면 반드시 앞으로 뛰어가 " 모두들 비켜나시오 ! 장관님이 나가시오. 비켜나시오. 우물쭈물 하다가는 큰일나오. 헤헤헤 " 라고 사전 공지를 해야 하고, 애도는 좌파가 벌이는 조작된 신파이며, 이 신파는 일파만파 확산되어 본색을 드러날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그들이 보기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는 교통 사고 연간 사망자 수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은 비극이다. 세월호 참사를 감기로 인해 죽은 사망자 수에 빗대어 설명하지 않은 것을 고마워 해야 할 판이다.
이처럼 로터리 클럽 회원들은 앞뒤 사정 볼 것 없이, 피도 눈물도 없이, 입 닥치고 에블바디 푸쳐핸썹'이다. 힙합 재간둥이들이 " 에블바디 푸쳐핸썹 ! " 하는 것도 아니고 늙은 것들이 힙합 모자 삐딱하게 쓰고 " 에블바디 푸쳐핸썹 ! " 을 외치니 꼴불견이다. 주군을 향한 신하의 도리'라고 억지를 부리면 할 말이 없다만 2014년 대한민국은 조선시대 왕조가 아니지 않은가 ? 국회의원은 사슴벌레처럼 바닥에 납짝 엎드려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소소소소소서, 라고 간청할 필요도 없고, 성은이 망극할 필요도 없으며, 감읍하야 박연 폭포같은 눈물을 쏟을 필요도 없다. 나는 국회의원이 왜 대통령을 섬겨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국회의원은 대통령과 " 맞짱 " 을 뜨라고 부여한 권력이지 대통령 밑에서 머슴살이나 하라고 마련한 자리'가 아니다. 이번 세월호 대참사'를 보면서 절실히 깨달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수컷 본성'이다.
남성의 공감 능력이 여성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은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5세 미만인 아이들을 실험 대상으로 했을 때 남자아이들은 엄마가 울건 말건 장난감 놀이에 빠져 외면하기 일쑤이고, 여자아이들은 엄마가 울면 놀이를 멈추고 엄마에게 다가가 함께 운다. 아이가 타자의 눈물과 슬픔에 대해 얼마나 알겠는가마는 이 울음이 타자의 아픔에 대한 작은 공명 / 共鳴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만약에 여성이 장관이었다면 적어도 울음바다가 되어버린 진도 체육관 안에서 컵라면을 먹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슬픔 앞에서 침이 고일 수는 있다. 영정 앞에서는 울다가 뒷간 가서 웃는 게 사람이니 말이다. 하지만 며칠을 굶은 것도 아니고 한 끼 굶었다고 아무 데서나 허기를 채우는 태도는 공감 능력이 부족한 수컷의 한계이다.
그런데 정작 여성의 장점인 이 공감 능력을 박근혜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박근혜는 유족들에게 " 심심한 애도 " 를 표했지만 얼굴은 어째 " 심심한 표정 " 이다. 마음에서 슬픔이 올라오지 않는 까닭이다. 진심이 없다 보니 상중에 내놓는 말이 " 세월호 사고 여파로 소비심리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 고 걱정하신다. 이 말을 번역하면 "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서 소비를 촉진해야 된다 " 는 소리처럼 들린다. 꼭 그래야 했을까 ? 슬픔을 소비 위축의 주범으로 지목해야 했을까 ? 닝기미, 우리는 울어도 죄가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아, 한국인은 국가 성장을 위해서라면 외로워도 슬퍼도 울면 안 되는 캔디'가 되어야 한다. < 성장 > 이라는 녀석은 울고 있는 < 슬픔 > 의 멱살을 잡고는 " 을마면 되는데 ? " 라며 < 울음, 뚝 ! > 을 강요하고 있다. 제발, 내버려둬라 ! 메뚜기'도 한철이고 눈물도 한철이다.
시신 인양이 아직도 진행되는 상황에서 나올 소리'가 아니다. 향 피운 지 얼마나 되었다고 향내를 지워야 한단 말인가. 사람들 떼거지로 죽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었으니 국민 모두 딴스홀에 가서 에블바디푸쳐핸썹 ! 이라도 외쳐야 하나. 슬픔을 걷어내고 다함께 차차차 ?! 하여튼 당신은 울어도 죄가 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