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하 걸린 노동 신화 : 토마스와 친구들.
- 이 글은 나탈야 이바노프 세바스티안 무소의뿔처럼가라스키 주니어 3세'에게 바친다
국가에도 투 플러스(A++) 같은 품격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이는 공교롭게도 이명박'이었다. 허각보다 인기가 없어서 내내 조롱박 신세였던 이명박 각하'는 늘상 " 국격 " 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하시었다. 하지만 백성들에게는 이 " 국격 " 이라는 소리가 마치 " 우격 " 이나 " 우껴 " 처럼 들려서 우거지상이 되기 일쑤였다. 투 플러스 국가 인증에 목숨을 건 각하는 역설적이지만 3등급 한우'보다 못한 꾀죄죄한 인물로 질겨서 국물 맛을 우리는 데에나 쓰였다. 생각해 보면 각하가 전략적 슬로건으로 내건 " 국가의 품격 " 은 이제 대한민국 사회가 먹고 사는 문제에만 집착하지 않고 에티켓을 돌아볼 정도로 배가 불렀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처럼 국가에도 품격이 있으니 질문에도 품격이 있을 것이다. 애 없는 부부에게 왜 애가 없냐고 묻는 질문은 고약한 질문이다.
그리고 너무 뻔한 질문도 하나마나한 질문에 속한다. 예를 들면 기자가 패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 ? "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오직 하나이다. "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기자는 그 뻔한 답을 듣기 위해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마치 3일 동안 굶은 사람에게 " 혹시.... 배 고프세요 ? " 라고 던지는 질문과 같다. 둘 다 3등급 질문이다. 반면 GV(감독과의대화) 시간 때 심형래 감독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 " 디워에서 이무기는 크리스테바의 아브젝션 개념과 아감벤의 호모 사케의 현현처럼 보이는데, 감독님은 디워라는 영화를 만드실 때 이 괴물을 숭고와 징벌의 차원에서 투사의 방식으로 투영해 정치적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하는 욕망처럼 보입니다. 괴물은 시뮬라시옹적 오브제입니까, 아니면 아브젝시옹, 예외 상태의 여러 가지 역설 중 하나로 받아들여야 합니까 ? "
실제로 이런 질문들은 GV 시간에 넘쳐나는 저질 질문들이다. 심형래가 아니라 소크라테스 할애비'라고 해도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지는 못할 것이다. 쉽게 말할 필요가 있다. 질문에도 품격이 있다면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 남들보다 부지런히 일한다는 것은 미덕인가요 ? " 이런 질문이 투 플러스 질문인 이유는 아무도 그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이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도한 근면'에 대해 진지한 의문을 제기해 본 적이 없다. 노동 과부하에 따른 피로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이 구조적 틀'이 어떻게 노동자의 뇌하수체에 달라붙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국가'가 금메달에 목숨을 걸며 스포츠 영웅 서사에 과도하게 " 올인 " 하는 이유는 꽤나 간사하다. 역경을 딛고 금메달을 딴 스포츠 영웅'을 다룰 때 반드시 등장하는 서사'가 바로 " 악착 " 이다.
"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우리 ○○ 은 훈련이 끝나도 혼자 남아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운동을 했어요. 노력과 땀의 결실이랍니다. 호호호. " 대한민국 국가와 삼성이 스포츠 영웅 서사에서 따먹고 싶은 욕망은 바로 남들보다 2배 열심히 하는 근면 이미지'다. 남들 10시간 운동할 때 영웅은 20시간 운동한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헌신적으로 뒷바라지를 하며 보살핀다. 이것이 바로 포데기 신파 스포츠 서사의 미학'이다. 행간은 다음과 같다 : ' 선수(노동자)여, 열심히 일해라. 부모는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해라. 대신 성공한 놈에게는 달콤한 당근을 주마 ! ' 국가나 자본가가 보기에는 이보다 좋은 메시지는 없다. 국가와 자본은 모두에게 조금씩 품값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된 놈'에게만 몰아주겠다고 선언한다. 그래서 < 고생끝행복' > 이라는 이름으로 넉넉한 포상금을 지급한다.
이 대우'는 일반인들에게 < 그러니깐 너희들도 열심히 일해 ! 배부른 소리하며 징징거리지 말고, 이것들아 ! > 라는 속뜻을 내포한다. 근면'을 악덕이라고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과도한 근면'을 미덕이라고 말하는 것은 폭력이다. 왜냐하면 " 평균적 근면 " 이 " 독종적 근면 " 때문에 게으른 것으로 폄하되기 때문이다. 악착을 미덕이라고 주장하는 스포츠 영웅 서사'는 주인의 말이요, 노예의 도덕'일 뿐이다. 이솝 우화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일해라 ! "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은 이솝은 이 우화 때문에 주인의 총애를 받아 노예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솝 우화는 주인을 위한 용비어천가요, 최초의 매문 문학'이다. 국가와 자본이 노리는 것은 어릴 때부터 그러한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이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 토마스와 친구들 > 은 반노동 친기업 만화'다. 그들은 하루 종일 일만 한다. 힘이 들어서 일까 ? 토마스와 철도 노동자들은 힘이 드는지 연신 인상을 찡그리며 헉헉거린다. 하지만 토마스와 친구들은 과부하에 걸린 노동이야말로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그들은 종종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보다 더 많은 탑재량과 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지고 달리기 시합을 벌이고는 한다. 그 과도한 열정은 종종 탈선이 되기도 한다. 반면 적량을 싣고 달리는 친구는 애송이 취급을 받기 일쑤다. 허허허, 애송이로구나 ! 이런 작품이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용 만화'라는 사실이 끔찍하다. 설상가상 보스 패밀리를 태울 기차로 간택되기를 희망하며 철도 노동자끼리 치열한 경쟁을 치루는 토마스와 친구들를 보면 과도한 근면'에 세뇌당한 좀비 노동자'가 연상된다. 과연 이 작품은 교육용일까 세뇌용일까 ?
이 애니메이션이 마가렛 대처 정권 때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 이 티븨 만화는 1984년에 처음으로 선을 보인 후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대처 정권에서 가장 잘 팔린 프로그램 상품이었다. 영국 철도 민영화는 마가렛 대처가 후계자로 지목한 존 메이저 총리의 작품이지만 사실 진두지휘는 마가렛 대처'였다. 영국 철도 민영화 정책의 우두머리였다. 토마스와 친구들에서 그토록 미덕으로 삼은 " 과부하에 걸린 노동 예찬 " 은 결국 끔찍한 재앙으로 돌아왔다. 1997년 급행열차와 화물열차가 충돌해 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1999년에는 래드브로크 그로브에서 열차 충돌이 일어나 3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사고 원인은 민간 철도 기업인 " 레일 트랙 " 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자동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비
미비'가 모든 사고의 주범은 아니다. 16만 철도 노동자는 1997년에 9만 2000명으로 줄었다. 철도 민영화에 따른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토마스와 친구들은 과부하 걸린 노동을 감당해야 했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777064) 사람들은 < 토마스와 친구들 > 속에 감추어진 과부하 걸린 노동 예찬'을 설명하면 수긍하지만 스포츠 영웅 서사가 과부하 걸린 노동을 예찬한다는 사실에는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자신이 우상으로 생각하는 스포츠 스타가 결국은 국가와 자본가의 욕망을 성실히 수행한 주체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럴 수록 각하와 건희'는 웃는다. 어떻게 ? 이렇게 ! 헤헤헤...
첨언 ㅣ
누누이 말하지만 사람은 진실을 말하면 화를 내고 거짓을 말하면 웃는다. 레비스트로스의 제목을 인용하자면 진실은 날것이고 거짓은 익힌 것'이이다. 날것은 질기기 때문에 오래 씹고 삼켜야 하지만 익힌 것은 부드럽기 때문에 바로 삼킨다. 인문학은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짐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꾸준히 상기시킨다는 측면에서 짐승 獸 자를 써서 수문학'으로 불러도 된다. 프로이트, 한나 아렌트, 르네 지라르 기타 등등 따위가 그 사실을 증명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 가운데 절반은 국가와 자본에 의해 오염된 것들이다. 당신이 대한민국 선수의 우승에 대해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감정에는 국가와 자본이 세뇌시킨 근사한 메시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가면을 오래 쓰면 얼굴이 된다.
■ http://amd780501.blog.me/130166812189 : 토마스와 친구들이 하는 꼬라지'는 이 글에서 자세히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