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편파 판정 논란 : 포데기 신파에서 스포츠 국가주의로.
방금 피겨 스케이팅 종목이 끝났다. 결과는 러시아 선수가 금메달, 대한민국이 은메달, 이탈리아가 동메달'이었다. 김연아 선수가 별다른 실수 없이 경기를 마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억울한 면이 있다. 사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소치 올림픽이 푸틴의 야망을 확장하기 위한 1인 모노극이기에 부덕의 소치'가 될 것이란 점은 모두 알고 있던 터였다. 볼썽사나운 시나리오가 연출될 거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볼썽사나운 현상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거란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이제 곧 끔찍한 저주의 험담들이 오고갈 것이다. 언론은 한때 김연아를 띄우기 위해서 아사다 마오를 작살냈듯이, 이번에는 편파 판정에 대한 울분을 토해낼 것이다. 한국인은 어느새 국제 빙상 연맹 피겨 스케이트 국제 심판처럼 굴며 러시아 선수가 왜 잘못되었는가를 조목조목 설명하며 해당 선수는 물론 심판진에 대한 신상털기를 외치지 않을까 ?
안 봐도 뻔하다. 열심히 한 김연아에게 박수를 보내듯이 러시아 선수에게도 박수를 치자. 그냥 러시아의 홈 텃새는 강했고 김연아는 금메달 따는 데 아쉽게도 실패했다고 생각하자. 혈압 올리며 퍽유 러시아를 외치지는 말자는 뜻. 이번 경기가 그렇게 억울하면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2002년 월드컵 경기 때 한국이 저지른 편파 판정을 생각해 보자. 월드컵 역대 오심 베스트 10'에 무려 2002년 월드컵 한국 경기가 4차례나 순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 유감스럽게도 오심 10'에 오른 4경기에서 한국은 모두 이겼다. 이 결과는 한국에게 유리한 편파 판정이었다는 점이 된다. 꼭, 이쯤되면 나오는 딴지. " 넌 어느 나라 편이냐 ? " 이럴 때, 나는 매우 슬픈 목소리로 당신에게 촉촉하게 대답하겠다. " 나도 목이 터져라 김연아 우승을 응원했다, 시바. 됐냐 ? "
벌써부터 해당 선수에 대한 사이버 테러와 심판들 신상털기'에 착수한 모양이다.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기를 요구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 아주 뻔한 스토리여서 놀랍지도 않다. 이처럼 편파 판정에 대해 들끓는 여론을 다루는 언론과 국가를 보면 국격을 읽을 수 있다. (이웃인 잉여킹 님이 재치있게 분류한 것을 적용하자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 국민은 분노하지만 언론과 국가는 흥분하지 않는다. ② 국민은 분노하고, 언론도 이에 동조한다. 하지만 국가는 분노하지 않는다. ③ 국민이 분노하고, 언론이 이에 동조하며 덩달아 국가도 흥분한다. 1번과 같은 성향을 보이는 나라는 대부분 선진국이다. 반면 2번 이하는 국격에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은 2번에 해당된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한국 스포츠 영웅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싶으면 가차없이 그 상대를 비난하기에 열을 올리고는 했다.
아사다 마오는 여왕의 시녀가 되어서 김연아 앞에서는 " 피겨 하지 마오 " 가 되고, 안톤 오노를 향해서는 " 한국에 언제 오노 ? " 라며 칼을 간다. 한국 오면 원 펀치 쓰리 강냉이를 선보이겠다는 말씀. 거친 여론을 걸러서 중재해야 할 한국 언론은 오히려 더 거칠게 ,< 피겨 하지 마오 > 와 < 한국에 언제 오노 > 를 재생산한다. 아침 뉴스는 온통 김연아에 대한 잡다한 뉴스'를 배치하고는 그 다음 뉴스는 부산외대 사건을 짧게 다룬다. 왜 한국인은 김연아가 금메달을 빼앗겼다고 생각할까 ? 김연아가 은메달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안 되나 ?! 당신이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 라는 성경 말씀을 실천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 실천은 좀 존나 간사한 데가 있다. 우리가 눈물을 쏟고 온 열정을 다해서 지지하는 이웃은 " 될 놈 " 이 아니라 " 된 놈 " 들이다.
그것은 박애가 아니라 편애'다. 비판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엘리스 크리스티나 소트니코바'가 아니라 스포츠 마피아들이다. 선수들은 그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뽐냈을 뿐이다. 한국인이 스포츠 판정에 대해 지나치게 흥분하는 이유에는 " 포데기 신파 " 가 큰 몫을 차지한다. < 포데기 신파 > 란 " 내 새끼 가는 길, 아무도 막지 마라. 이 엄마는 내 새끼가 가는 길이라면 그 무슨 짓이라도 하리 - 주의 " 다. 내 혈통을 위해서라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오히려 < 억척 > 과 < 악착 > 을 아름다운 모성으로 둔갑시킨다. 이 포데기 신파'가 스포츠 국가주의를 부른다. 내 새끼 박승희'에게 반칙을 한 엘리스 크리스티는 쌍년이 되고 여동생 김연아에게서 금메달을 빼앗은 소트니코바는 얄미운 년이 된다. 이 억척과 악착에 가까운 애국적 오지랖이 나는 혐오스럽다.
이따위 신파에 울지 마라. 이제는 포데기 신파를 버릴 때도 됐다. 이번 2차 자유 경기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 사람은 아사다 마오'였다. 물론 김연아 선수도 아름다웠다. 소트니코바'도 대성할 재목이다. 하여튼 흥해라, 눈물과 기쁨이여 ! 청춘은 그렇게 소비되는 것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