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성년열전
신해욱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옛날부터 조커/광대'는 왕의 노리개로 내시'와 같은 취급을 받았다. ( 여자 같은 남자를 조롱할 때 흔히 쓰는 말이 내시 같다는 말이다. ) 이성복 시인이 아, 입이 없는 것들이라고 한탄했다면,  나는 " 아, 부, 부부부부부부불알'이 없는 것들 ! " 이라고 외치겠다. 영화 속 조커는 좆이 없는 존재다. 이러한 사실은 상처 입은 입을 보면 답이 나온다. 입을 90도 각도로 틀면 입이 여성 성기'를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속 조커의 입술이 유난히 강조된 이유는 바로 조커가 여성(성을 간직한 남성)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입술이 폭력적인 아버지에 의해 찢어졌다는 것은 조커가 아버지에 의해 강간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찢어진 입은 강간, 낙태, 임신중절 수술을 연상케한다. 조커는 남성 폭력에 의해 강제로 적출된 낙태아'이다. 지금 그녀는 복수를 하기 위해 배트맨과 싸움을 신청한 것이다. 말 그대로 방망이를 든 사내와 세기의 성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bat는 말 그대로 야구 배트'를 의미하지 않은가 ? 몽둥이란 폭력적 가부장의 대표적 오브제가 아니었던가 ? 라캉은 여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 여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 "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여자는 0'이다. 그러므로 조커는 여자다. 왜냐하면 카드에서 조커는 숫자 0이기 때문이다. 나는 진심으로 조커'가 승리하기를 바랐다. 폭력적인 아버지를 응징하기 위해 나타난 조커 ! 얼마나 멋진가. 남근을 닮은 그 몽둥이'를 부러뜨리기 위해 그녀는 돌아온 것이다. 배트맨은 bat가 아니가 bad다. 그는 나쁜 놈이다.  

 

 

- 배트맨보다 조커에게 경배를, 0에 대한 모든 것 中

http://myperu.blog.me/20163566815

 

 


 

 

 

 

 

 

 

라는 문자를 좋아한다 !

 

非'라는 " 문자의 소리 " 를 좋아한다. 목소리 좋은 남자가 눈꺼풀을 느리게 내렸다가 천천히 올리며 낮은 탁성으로 읊조리는 저음 말이다. 소리뿐만이 아니다. 이 문자가 가진 꼴'도 좋아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리 많은 벌레가 연상된다. 그러니깐 非는 반골적 기질과 하찮은 것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우연일까 ? 非와 같은 문자가 가지고 있는 반골 성향'은 알파벳 b와도 겹친다. 둘 다 < 삐끕 > 이 주는 반골 기질'이 느껴진다. 곰곰생각하는발 식으로 표현하자면 " 뼛속까지 캄캄한 오골계의 생래적 성질머리 " 이다.

 

주류가 가지고 있는 긍정성'을 체질적으로 혐오하는 나의 태도는 非급에 대한, 혹은 b급'을 향한 열광적 지지'로 이어지고는 했다. 영웅'보다는 괴물'을 좋아했다. 배트맨'보다는 조커'에게 끌렸고, 백마보다는 당나귀가 더 근사했다. 괴물이 등장하는 수많은 재난 영화에서 내가 응원했던 것은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었다. 재난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괴물'은 도시를 파괴하기 위해 등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인간이 잃어버린 휴머니즘을 복원하기 위해 등장하는 < 위악적 선인' > 일 뿐이다. 괴물은 인간을 위해서 죽는다.

 

우리는 도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괴물과 인간의 사투를 통해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인간성을 성찰하게 된다. 폐허가 된 도시'는 기념비와 함께 다시 우뚝 솟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함께 손잡고 뛰었던 가족은 다시 뭉칠 것이다. 해피엔딩이다. 괴물 영화가 최종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가족의 재발견이다.  괴물은 인간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일그러진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비록 괴물은 끔찍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가면을 쓰지는 않는다. 그들은 날것 그대로를 보여줄 뿐이다. 괴물보다 더 무서운 존재는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 아닐까 ? 가면을 가지지 못하는 존재는 순수한 존재이다.

 

그래서 이래저래 < 非' > 라는 글자가 좋다. < 非 > 는 모두가 YES라고 말할 때  NO라고 말할 줄 아는 용기'이며, 긍정성'보다 부정성'에 가치를 두는 문자이다. < 바틀비/허먼 멜빌 > 에서 바틀비가 "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 라는 선언이 바로 非다.  이 문자는 콜린 윌슨이 쓴 < 아웃사이더 > 와도 완벽하게 겹친다. 우리가 흔히 비주류'라고 말할 때의 < 非 ~ > 는 중심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를 완벽하게 재현한다. 만약에 < 非 > 대신에 < 反 > 이라고 썼다면 과연 < 비주류 > 적인 반골 기질'을 전달할 수 있었을까 ? < 非 > 와 <  b > 만큼 대상을 명확하게 지시하는 문자'도 없다. " 非는 존재 증명'이다 ! "

 

내가 시인 신해욱이 쓴 에세이 < 비성년 열전 > 을 읽은 까닭은 오로지 " 非성년 " 이라는 조어'가 주는 독특한 느낌 때문이었다. 그녀가 쓴 (시를 읽어본 적은 있으나) 시집'을 읽은 적도 없을 뿐더러 이 책의 목차를 훑어보지도 않고서 이 책을 산 이유는 전적으로 < 非 > 라는 문자가 주는 강렬함 때문이었다. 신해욱'은 미성년 대신 비성년을 선택한다. 未성년'이  AGE'에 근거한 분류'라면, 非성년'은 EDGE'에 속한 분류다. 그러니깐 미성년'은 성인 이전의 시간'을 의미한다면, 비성년은 중심에서 벗어난 공간인 변방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未 는 시간 영역'이고, 非는 공간 영역'이다. 非는 反과 다르고 不과도 다르다.

 

공교롭게도, 정말 공교롭게도, 그녀가 관심을 가지고 관찰한 비성년자'들은 내가 대부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캐릭터들이었다. 바틀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프롤로그는 다시 바틀비에 대한 생각으로 끝을 맺는다. 그녀가 이 에세이'에서 다룬 모든 비성년자들은 또 다른 바틀비'였다. 그녀는 시작부터 미노루 후루야의 치명적 만화인 < 두더지 > 에서 주인공 스미다'를 바틀비의 적자로 호명한다. ( 내가 후류야의 < 두더지 > 을 읽었을 때 느꼈던 감동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었을 때 느꼈던 감동과 동일한 것이었다. 후루야는 도스토예프스키다. )

 

그런가 하면, < 렛 미 인 >에서는 호칸 뱅손'을 적자로 호명한다. 낯선 이름이리라. 그는 흡혈귀인 소녀 이엘리'를 욕망하는 중년의 늙은 남자'이다. 44세, 전직 국어교사, 소아성애에 사로잡힌 사내 말이다. 그는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비주류이자 소아성애자라는 측면에서 괴물'이다. 욕망을 채우는 순간 그는 괴물이 된다. 그는 그저 사랑하는 흡혈귀 이엘리'를 위해 피를 공급하는 초라한 사내이다. 호칸 뱅손이 중년의 몸으로 소녀를 사랑하는 운명이라면, 영화 < 오펀 > 에 나오는 주인공 에스더 콜먼은 소녀의 몸을 한 나이 든 여자'다. 그녀는 끊임없이 사회로부터 < 아이-다움 > 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아이가 아닌 어른인 그녀에게 천진난만'을 강요하는 것'은 결국 비극을 낳는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비성년자들을 호출해서 그들을 위한 변명을 한다. 그리고 그녀의 항변은 정당하다. 非는 강렬하다. 非라는 문자로 커밍아웃된 존재 증명(들)은 허우대 멀쩡한 세상'을 향해 돌을 던진다. 이 소수자들은 힘이 없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는 주체'이다. 내가 구로자와 아키라'보다는 스즈키 세이준에게 열광한 이유도, 미시마 유키오'보다는 다자이 오사무'에게 빠진 이유도 다 그놈의 非급 정서 때문이 아닐까 ?

 

다이안 아버스와 실비아 플라스 그리고 프리다 칼로'에게 빠진 이유도 마찬가지이리라. 그들은 아름다운 얼굴로 유혹하는 존재가 아니라 초라한 어깨로 유혹하는 존재였다. 앞에서 보면 보이지 않으나 뒤에서 보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바로 둥근 어깨가 아니었던가. 내가 사랑했던 여인도 초라한 어깨를 가진 자'였다. 非급 존재증명자'들은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 그것이 그들이 가진 운명이다. 어쩌다 실패하게 되는 운명이 아니라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은 그 필연성으로 인하여 아우라'를 얻는다. 참혹을 매혹으로 만드는 힘'이다.

 

다이안 아버스는 이런 말을 했다 : 길을 걷다가 누군가를 발견하게 되는 것, 그래서 눈에 띠는 것, 그것은 치명적인 매력이 된다.  치명적인 존재는 아름답다, 동시에 치명적인 존재는 독을 품는다. 인간이 非처럼 생긴 지네'를 두려워하는 것은 지네'가 징그러운 벌레이기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아름답기에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몸이 경직되고, 호흡이 가빠지고, 눈을 땔 수 없는 현상은 무섭기 때문이 아니라 첫눈에 반했기 때문이 아닐까 ? 두려움과 사랑은 동일하다. 이 책 매우 좋다. 난, 틀린 적이 없다. 내 말을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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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느와르 2013-07-17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B급 좌파라 노래하는 김규항 때문에 한 발 물러나 C급 (허)무파라 생각하는 일인 여기 있어요.
다이안 아버스, 실비아 플러스, 프리다 칼로도 당연히 내 파라 생각해요.
근데 비는 태희파인데 곰발님도 혹시?

서두에 입이 없는 것들 대신에 외칠 때 아, 불불불불불, 불알이 없는 것들이라고 정정해야 하는 것 아네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7 08:2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그게 더 강렬한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불알이 없는 것들로 정정하겠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07-17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지라가 있다면 에비라도 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7 08:43   좋아요 0 | URL
어여, 출근 서두루소 !!! 강철 만애비... ㅎㅎㅎㅎㅎ

드팀전 2013-07-17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보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7 16:34   좋아요 0 | URL
아, 드팀전 님을 이 자리에서 뵙는군요...ㅎㅎ. 고맙습니다.

히히 2013-07-17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非급 존재증명자'들은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그 필연성으로 인하여 아우라'를 얻는다.'
완전 끄덕끄덕.
영화는 보지못하여 몰것고 책에서는 호칸 뱅손이 제일 남습니다.

흔적없이 섞인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만
非에겐 억지라는 누명을 씌우는 세상이므로
결국엔 그들은 숨는꼴이 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7 16:34   좋아요 0 | URL
뱅손이 영화에서는 거의 존재가치가 없어요. 전 영화로 받을 때, 이 영화 부천영화제에서 했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발리우드 인도 영화 다음으로 가장 인기가 좋았던...

전 영화에서는 아버지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소설은 전혀 다르더군요.
영화로도 훌륭하고소설로도 참 훌륭하죠.....

비로그인 2013-07-17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적인 것을 애호하는 너의 마음에 무진장 공감!!
그런데 지극히 B적인 것을 A적인 양 끌어올려내지 않으면
B의 인생은 너무나 찰나,인 거 같아.

영원을 만들기도.. 그렇다고 찰나를 받아들이기도..
참 힘이 들구나..


나 이제 잘꺼얌~!!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7 20:45   좋아요 0 | URL
그림 그릴 때마다 징징거리더니 이번 작업은 꽤 흡족한가 보다 ?
이러다가 대박나는 거 아니냐.
하튼 6시에 자면 12시에나 일어나겠구만.. 흠흠...
난 b는 그냥 b스럽게 내버려둔 작품이 좋더라고.
b가 a 흉내를 내면 좀 그렇다.
그나마 호가든 맥주가 제일 맛이 좋다. 스팸에 호가든.. 궁합이 꽤 좋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