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도덕
내용은 이렇다. ( http://blog.aladin.co.kr/honeyssam/6382800 ) 현재 알라딘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하시는 분이 계시다. 그녀는 신간평가단'답게 선정된 책에 대한 서평을 성실하게 올린다. 꽤 부리지 않는 문장이 돋보인다. 사진까지 첨부하는 것을 보면 성실한 리뷰어'이다. 그런데 문제는 알라딘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한 리뷰를 글자 하나 고치지 않은 상태로 예스24를 비롯한 기타 인터넷 서점에 동시에 올린다는 점이다. 발단은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이 문제에 대한 반론은 각각 두 개로 나뉘었다.
하나는 < 홍익인간' 파http://blog.aladin.co.kr/myinglife/6386317 > 부류이다. 홍익인간 분파는 이렇게 주장한다. " 저하 ! 중복 서평은 좋은 글을 좀더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오니, 서평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기 때문에 권장할 만하다, 사료되옵니다. 동촉하여 주시옵소서 ! " 주장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 대의명분' 파 http://blog.aladin.co.kr/maripkahn/6387248 > 다. " 저하 ! 성균관 규장각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하게 되오면 규장으로부터 대략 10권 내외'의 서책을 무료로 받사옵는데, 그 비용'을 따지면 어림잡아 20만 냥이 이옵니다 ! ( 요즘 인문학 서적 꽤 비싸다. ) 규장각에서 투자한 비용을 생각해서라도 신간평가단에서 제공하는 서평은 규장각에만 올려야 된다고 사료되업니다. 동촉하여 주시옵소서 ! " 주장이다. 물론, 나는 후자를 지지한다.
홍익인간 분파 가운데 한 분'은 내 문제 제기에 대해 "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 " 이라고 설정한 후 " 무슨 권리로 ( 타인의 ) 자유 행위'에 개입하려는지 웃기지도 않는다. " 는 별로 웃기지도 않아서 웃게 만드는, 무덤덤한 문장을 선보인다. 저 문장을 굳이 웃기지도 않은 문장으로 묘사할 필요가 있나 싶다. 그냥 < 오지랖 >이나, < 주접 > 이라고 했으면 더 알기 쉬웠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그 알라디너가 주장하는 바는 썩 매끄러운 설득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옆에 있던 남성이 가래를 뱉는다고 하자. 그의 논리대로라면 침을 뱉는 행위는 개인이 선택한 자유 행위'이므로 주변 사람이 그것에 대해 지적하면 안 된다. 그분 말투를 흉내 내 강조하자면 "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 " 이 된다. 과연 그럴까 ?
코를 파는 건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 하지만 그 장소가 어디인가에 따라서 상황은 달라지게 된다. 침대에서 코를 파는 것은 씐나는 일이지만, 다 큰 어른이 식당에서 코를 파면, 누군가는 그 태도에 대해 지적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에티켓, 식사예절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유 행위에 대한 제재'는 반드시 그 행위가 위법일 때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성문법이 있는가 하면 불문법도 있지 않은가. 그 불문법 내에 관습법이 있다. 에티켓, 상도따위'가 이에 속한다. 그러므로 " 무슨 권리로 자유 행위'에 개입하려는지 웃기지도 않는다. " 는 말은 정말 웃긴 말이 되었다.
사실 이 문제는 한줌의 도덕과, 한줌의 도의와, 한줌의 상식만 있다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이다. 한 기수'가 활동 기간 중 알라딘으로부터 제공받는 책은 10권이다. 책 한 권 당 20,000원으로 잡으면, 알라딘이 한 사람에게 투자하는 금액은 200,000원이다. 결코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왜냐하면 분야별 평가단 인원은 20명이니 금액으로 따지면 400만 원이다. 여기에 인문, 소설, 에세이 등 각 분야에서 총 100명이나 되는 신간평가단이 활동하니 금액으로 따지면 2000만 원이다. 여기에 신간평가단을 꾸리는 시스템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알라디너 "귀를기울이면" 님의 덧글을 부분 발췌해서 인용하자면 " 신간 평가단 운영 목적, 비용 부담의 주체인 시스템 유지 비용과 직원 월급 " 까지 비용을 계산하면 <그냥 책 한 권 값 > 이란 소리는 할 수가 없다. 한 기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 3000만 원' 을 훌쩍 뛰어넘는 비용이 소요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알라딘은 왜 이런 짓'을 할까 ? 아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좋은 서평을 뽑아내기 위해서이다. 좋은 서평을 확보하는 것은 온라인 서점에서는 큰 경쟁력이다. 그것은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면 야구감독은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과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지원자 가운데 선별 작업을 거치는 것이다. 더군다나 알리딘은 일방적으로 책을 정한 후 평가단에게 강제적으로 배포하지 않는다. 신간 평가단이 읽고 싶은 책을 먼저 선정하게 한 후 그 가운데서 몇 권을 뽑는 형식이다. 읽기 싫은 책의 서평을 막기 위해서다. 억지로 쓰는 서평은 결국 질이 떨어지는 나쁜 서평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은 좋은 서평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좋은 서평을 제공받기 위해서 알라딘은 투자를 하는 셈이다. 달리 생각하면, 글(서평)을 제공하는 것은 서평단으로 활약하는 개인'이지만 동시에 알라딘 운영진이기도 하다. 독자가 신문에 투고를 하면 소정의 원고료를 받듯이, 알라딘 서평단은 돈 대신 책을 받고 판 것이다. 이때 글과 책은 서로 등가교환 상태가 된다. 등가( 자신이 쓴 서평과 책을 무료로 제공받는 것 ) 란 결국 셈셈 ( = ) 부호'이다. 서로 교환 가치가 성립될 때 등가교환은 이루어진다. 서평단과 알라딘은 거래를 한 것이다.
그러므로 알라딘 신간 평가단이 제공한 책을 받고 작성한 서평은 경쟁 관계에 있는 온라인 서점에 중복 기재를 하면 안 되는 것이다. 홍익인간 분파'가 주장하는 것이 맞다고 하면 알라딘은 미친 짓을 하는 꼴이 된다. 좋은 서평을 얻기 위해 투자한 3000만 원은 낭비이기 때문이다. 돈을 투자한 것은 알라딘인데, 이 데이타를 모든 온라인 서점이 공유한다 ?! 죽 쒀서 개 주는 꼴과 무엇이 다른가 ? 이 문제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알라디너'는 중복 서평'은 읽을 기회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성과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한겨레에 사설을 송고하고 원고료를 받은 글을 다시 기타 다른 신문사에 공짜로 제공해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여러 신문을 구독하지 않기에 읽을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한겨레는 억울할 것이다. 이것도 다양한 루트를 통한 읽을거리의 확대인가 ?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극단적으로 상황을 설정하자면, 남이 쓴 글을 무단으로 복제해서 자기 글인 양 글을 올리는 행위도 다양한 루트 확보라는 차원에서 용서가 된다. 여기서 신간평가단 기수에게 제공하는 책값을 누가 부담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책값 못지 않게 들어가는 것은 시스템 유지 관리 비용'이니 말이다. ( 책값은 출판사와 알라딘 모두 공동으로 부담한다는 소리가 있다. )
자신이 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여러 온라인 서점에 같은 서평을 올릴 수는 있다. 자신의 글을 누구에게 판 것도 아니니 나눔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 글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교환가치에 의해 책과 서평이 등가교환으로 이루어진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알라딘 신간 평가단으로 활동하면서 알라딘에서 제공한 책에 대한 서평을 여러 곳에 올리는 것은 잘못이다. 상도에 어긋나고,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리는 것이다. 지금 이 주장은 논리 싸움으로 상대방을 설득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상식의 문제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기분이 나쁘다면 할 수 없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 음식을 쩝쩝거리며 요란하게 먹으면 웨이터가 다가가 손님에게 주의를 준다. "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 " 식사 에티켓을 지키라는 주의'이다. 돈 내고 먹는데 웨이터에게 자신의 자유 행위'를 제재받으니 기분 나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항의하다가는 쫒겨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의 유명 영화감독이 겪은 실화이다. 에티켓이 없다고 지적하는데, 그 지적에 대해 오히려 에티켓이 없다고 되받아치면 대략 난감하다. 책에 대한 욕심은 크게 두 가지다. 物 에 대한 탐욕이거나 思 에 대한 탐구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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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핵심은 이거다 : 중복 게재하는 것 가지고 딴지 걸 생각은 없다. 하지만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 제공한 책을 중복 기재하는 것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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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리뷰는 개인 블로그나 타 서점 블로그에 올려도 되나요?
A :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자유이지만, 알라딘 서재에는 꼭 올려 주세요. 페이퍼가 아닌, 리뷰로 올려 주셔야 합니다. 타 서점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가급적 지양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희가 확인하러 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 알라딘 신간평가단 12기 FAQ 에서 부분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