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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평점 :
해 일 오 는 데 조 개 줍 는 건 축 가 :
전망 좋은 뷰
일일일식을 실천한 지 8년차 접어들었다. 아침 한 끼만 굶어도 건강을 헤친다는 쇼-닥터들의 무서운 경고와는 달리 지금까지 별다른 이상이 없다. 일일일식을 하지 않았다면 하루 세 끼니를 금지옥엽처럼 여겼을 것이다. 처음 일일일식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모두 다 개소리라고 생각했다. " 이봐, 페루애. 그건 불가능해. 인간은 하루에 세 끼를 먹게 되어 있다고. 인류는 5000년 동안 세 끼를 고집했어. 그것이 괜히 만들어진 식습관이 아니야. 한 끼만 굶어도 머리가 어질어질 해질 판인데 한 끼만 먹는다고 ? "
사람들은 삼시 세 끼가 5000년의 신화'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 인류가 세 끼를 먹기 시작한 것은 근대 이후부터다. 역사라는 길고 긴 스펙트럼으로 보았을 때 삼시 세 끼는 근대의 유산인 셈이다. 소로우도 << 월든 >> 에서 한 끼만 먹으라고 충고한다. 돌이켜보면 : 현대인은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똥을 싼다. 똥을 많이 싼다는 것은 부끄러운 짓이다. 내가 일식을 하면서 깨달은 교훈은 당연하다고 믿는 상식을 뒤집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행복을 인생의 최대 목적이라고 믿는 것도 어쩌면 허상일지도 모른다.
올더스 헉슬리의 << 멋진 신세계 >> 에서 등장하는 신세계는 미래의 유토피아다. 이 사회에서 불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부모 없이 자동화 기계 시스템에 의해 인공 수정되고 태어날 때부터 계급은 유전자 조작으로 5등급으로 정해진다. 국가는 계급에 따른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행복을 느끼게 하는 마약을 공급하고 끊임없는 세뇌 교육을 통해 통제한다. 부모 없이 태어났기에 신도 없다. 그리고 도덕도 없다. 세로토닌도 없다. 도파민만 있을 뿐이다. 멋진 신세계는 행복만이 허락된 사회이다. 헉슬리는 행복만이 허락된 사회에 대하여 의문을 가진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불행해질 권리가 없는 세계는 병든 세계다.
모두 다 행복을 인간의 최대 선(good)으로 이해할 때 헉슬리는 인간의 자유 선택으로 발생한 불행이야말로 인간적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생각은 ? 행복만이 허락된 사회에서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존재할 수 없다. 문학의 핵심이 비극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멋진 신세계에서는 폭풍의 언덕도, 외디푸스 왕도, 닥터 지바고도 없다. 오로지 개그콘서트만 있을 뿐이다. 콩나물에 고춧가루 팍팍 무쳤냐이 ~ 멋진 신세계에서 세계 시민의 행복을 지속 유지하는 힘은 모든 계급의 총체적 무지다. 올더스 헉슬리는 " 학식 있는 무식꾼 " 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 반(半) 문해란 글은 읽지만 세계를 읽지 못하는 것이다. 전문화를 이룬 최고 수준의 도구주의 문해에서, 반문해란 전문 텍스트를 읽을 수 있지만 지식세계를 구성하는 다른 모든 지식들에 무지한 것이다.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반문해 상태에 있는 전문가들을 " 학식 있는 무식꾼 " 이라고했다. 말하자면, " 자기 전공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모든 것에는 공식적으로 무지하기 때문에 그는 무식하다. " 문득, 윤석열의 용산 이전에 대하여 대통령의 뷰를 언급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건축가 유현준이 떠올랐다.
그는 개 사과 논란과 우크라이나 귤 사진 논란으로 문제가 됐던 윤석열 sns 기획 총괄 담당자였던 유현석의 동생이다. 건축을 이야기할 때 " 뷰 " 만 언급하는 건축가는 하수 중에 하수'다. 김정은이 두 눈 부릅뜨고 있고 유럽에서는 푸틴이 핵 운운하며 전쟁 중인 이 상황에서 태평하게 국방부 자리의 뷰를 이야기하는 태도를 보다 보면 해일 오는데 조개 줍는 것 같다. 그것은 그의 건축에 철학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건축가는 뷰를 말하기 전에 자신의 건축이 주변 환경과 어떻게 상생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한다고 한다. 유현준이야말로 전형적인 학식 있는 무식꾼이다. 그는 자기 전공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모든 것에는 공식적으로 많이 무지하기 때문에 그는 너무 무식하다, 존나 ■